한 비석에 담긴 역사와 분단의 아픔

한성민(학생)

 

어제 아침에 소성리 다녀오며 아는 선배님 차타고 초전에 ”홈실”이란 동네를 지나다가 선배님께서 잠깐 내려서 “담배 같이 피자”고 그러시길래, 나도 내려서 피웠는데, 선배님께서 길가 바로 옆의 비석을 가리키시며, “성민아, 함 읽어 보그라” 하시길래, 한자로 된 꽤 오래되어 보이는 비석을 읽어 보았는데 내가 한자를 잘 못 읽어서 선배님께서 가르쳐 주셨다.

선배님은 성주군 초전면 홈실(월곡리) 출신 사회주의 독립 운동가 ”이정기” 선생님을 기리는 비석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비석에 선생님의 일생이 적혀 있는데 선생님은 북경대에서 수학하셨 고, 1920년대에 조선 유림들의 파리장서 운동이 한창일때 여기에 참여도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공부하실 때 새로운 사조에도 많이 민감하셨다고 한다.

그 시절 젊은 독립운동가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사회주의 사상에도 깊은 관심이 있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대구 조선 은행에 폭탄을 던지시며 의거를 행하셨던 장진홍 선생과 친분이 있으셨다는데, 의거 후에 장진홍의사 대신에 대구 형무소에 수감되셨 다고 한다. 후에 해방되고, 조국의 분단을 보고 크게 슬퍼하시 다가 한국전쟁 후에 행방불명 되었다고 비석에 쓰여져 있었다.

선배님께선 이를 설명하시다가 아마 저기엔 행방불명이라 적혀 있지만, 그때 당시 많은 지식인들, 좌익 사상에 관심 많던 독립운동가들이 그러하듯, 이정기 선생님도 월북하셨을 가능성이 높은데, 아마 후손들이 정부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 싶어 따로 여기 비석에다 적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하셨다.
(+ 그러고 보니 비석에 이정기 선생님의 사회주의 운동 관련 언급도 잘 없었다)

참, 분단이란 역사의 질곡 앞에 가족의 생사여부도 확인하기 어렵고 확인해도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정기 선생님같은 분들도 분단체제 때문에 지역 내에서도 크게 주목을 못 받으시니 많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성주말고도 대구 경북지역에 조금만 찾아봐도 과거에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이거나, 조국의 통일과 노동자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신하신 분들이 많으셨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강창덕선생님이 그러하고, 4.9인혁열사들께서도 마찬가지다.

이 분들 중 내가 조금이나마 아는 분은 강창덕 선생님인데, 작년에 강창덕 선생님 장례식 갔을때가 생각나는데, 돌아가신 선생님의 친한 지인분께서 추도사를 말씀하시며 故人(강창덕 선생님)께선 청소년기에 경산지역에서 마을 친구, 청년분들과 함께 만주에서 독립운동가들 얘길하셨는데, 특히, 김일성 장군의 보천보 전투 같은 얘기를 하시다가 現 하양읍에 위치한 일경 주재소에 끌려가셔서 며칠 계셨다가 나오셨다는 걸로 들었다.

나는 이 얘길 들으며 꼭 작금의 대한민국이 생각이 난다. 현재에도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세기와 더불어》 얘기만 해도 아직도 말이 많고, 검찰들과 경찰에서 감시도 하는 마당 아닌가?

난 이러한 모습들이 과거 일제강점기와 現 대한민국이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치안유지법이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으로 계승되고, 국군은 미군정이 만들었지만, 일제 관동군을 계승하고, 경찰과 검찰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부분이 이땅을 점령하고 있는 미제 침략군(미군정)의 비호아래, 친일종미 민족 반역 세력들에 의해 舊 일제 식민지의 간악한 ”파쇼적 통치체제”를 이어 받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역사의 우연이 아닌, 8.15해방 후 미국이 이 땅을 (新)식민지로 삼기위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땅의 민중의 안위와 해방된 조국을 건설하는데 도움을 주는것엔, 1도 관심 없었으며 오로지 자신들의 냉전 질서유지와 패권을 위한 극동의 ”반공의 요새”로 군사 전초기지로 만드는데 혈안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반공(反共)나팔을 불어대던 일제 파쇼놈들의 통치체제를 한반도 남녘 땅에 그대로 유지시켰다.

그래서 강창덕 선생님같은 분들께서 일제강점기에 항일투사들의 진실을 알리다 왜경들의 탄압을 받으셨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미제국과 남한의 그 앞잡이 매국노들이 왜곡한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투쟁하는 이들을 국가보안법으로 마구 탄압하고 검찰과 경찰, 국정원이란 新식민지 괴뢰정부의 공안 사냥개들을 동원해서 그들을 감시하며 물리적, 심리적 탄압도 서슴지 않는다.

이것이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과 노동계급을 비롯한 근로민중이 주인되는 사회주의 사회실현이라는
미래를 위해 투신한 이들이 이 한반도 남녘땅에서 모진 탄압을 받은 이유이다.

우리 후배들은 반드시 민족과 민중의 역사 앞에 이 커다란 오욕의 역사를 잊지 말고, 반드시 이 어둠을 걷어 내야하는 역사적 임무가 있다.

선배열사들의 뜻을 이어 받아 반드시 우리대에 조국의 통일과 민중의 해방을 이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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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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