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죽음을 보며 쓰는 단상: 일제와 미제는 한 패다

김남기(《반공주의가 외면하는 미국역사의 진실》 저자)

 

2020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강철비 2: 정상회담>을 보면, 미국과 일본이 한 팀이 되어 중국과 대립하려는 구도로 나온다. 영화상에서 일본의 정치계를 사실상 사로잡고 있는 ‘모리 신죠’라는 한 인물이 나온다. 그는 일본 내 극우 단체의 물질적 지주 역할을 하는 야마토 재단의 총수로 아베 신죠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보인다.

모리 신죠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을 정의의 대동아 전쟁이라고 믿으며 원자폭탄 투하를 얘기하며, 전형적인 일본의 역사왜곡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어제 죽은 아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라는 존재를 일본의 이익에 맞게 이용하고 싶어 하는 인물로도 작중에서 비춰진다.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을 패망시킨 나라가 미국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으로 일본의 침략을 무찌르고, 1945년 8월 원자폭탄을 투하하여, 일본을 항복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이 기여한 공로가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 대본영이 1945년 8월에 조기 항복한 이유는 원자폭탄 때문이 아니라 소련의 대일전 참전 때문이었다.

소련의 진격을 워낙 신속했고, 일본의 저항의지를 완벽히 꺾었다. 대다수 일본 제국의 전쟁광들은 미국이 300대의 항공기와 수천발의 폭탄으로 도시들을 쓸어버리느냐, 한 대의 비행기와 한 발의 폭탄으로 그렇게 하느냐에 대해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소련의 대일전 참전이 일본의 신속한 항복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지만, 태평양 전쟁 당시 미드웨이 해전이나 과다카날 전투, 펠렐리우 섬 전투와 레이테만 해전 등 미국의 전쟁 공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45년 8월 일본이 조기 항복한 이후, 미국은 일본을 점령했다. 일본 본토에 미군이 주둔했으며, 더글라스 맥아더를 중심으로 연합군최고사령부(GHQ)가 창설됐다. 이후엔 도쿄 군사재판도 열고 일부 전범들이 처벌받기도 했으나, 대다수 전범들은 살아남았다. 731 부대로 유명한 이시이 시로 같은 전쟁범죄자들이 맥아더와 결탁하여 살아남았다.

미국은 1946년과 1947년, 1949년, 1952년에 치러진 조기 선거를 지도했다. 맥아더가 통치하는 미점령군은 극우 세력(자유당)과 자유주의 세력(민주당)이 연정을 통해 사회주의자와 대적하도록 만들었고, CIA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지원받은 민주당과 자유당이 함께 민주자유당을 창당했다.

이 민주자유당이 바로 1955년 일본의 자유민주당 즉 자민당이 된 것이다. 당시 민자당에는 일본의 파시스트들이 결집했다. 하토야마 이치로나 기시 노부스케 등이 바로 그들이며, 일본 극우 CIA요원 고다마 요시오를 포함하여 일본의 극우주의자들은 친미주의자들로 변모했다.

1949년 중국의 공산화와 1950년 한국전쟁을 통해, 일본은 미국의 전쟁물자 보급기지 및 수리기지로 변모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에도 성공하여, 세계적으로 막강한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다. 일본의 자유민주당은 친미외교노선을 추구하며, 냉전시기 일본을 동아시아 반공주의 라인을 형성하는데 주력했으며, 이러한 기조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분명 미국은 일본 제국주의를 무너뜨렸지만, 그 일본제국주의적 잔재를 가지고 반공국가 일본을 만든 것 역시 미국이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은 한패며, 현재 일본의 극우들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한국 극우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도 아마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암살 당한 아베 신죠는 일본 제국주의와 미국 제국주의가 결합된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제국주의자 아베가 미일동맹을 굳건히 유지하며, 일본의 과거사를 부정하며 한국과 북한,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을 자극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 제국주의가 아베 정부를 지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제국주의는 아베 신죠와 같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들의 전쟁범죄를 극구부정하는 정권이어도 일단 친미주의만 한다면 받아들인다. 미국의 부시 정부와 버락 오바마 정부 그리고 조 바이든 정부까지 이들은 일본의 극우주의자들과 사이가 좋았고, 한일관계에 있어서 항상 일본편에 섰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얘기할 때,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모습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일본군 위안부나 난징 대학살, 731일 부대와 같은 제국주의적 범죄를 부정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고, 세력이 견고한 이유에는 자신들의 동아시아 패권을 위해 이들을 지원하는 미국이 있다는 사실은 쉽게 외면하고 있다. 또한 이 미국이 항상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반공주의 라인을 형성하기 위해 이용했다는 사실도 외면한다.

한국 사회도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지만, 이제는 본질을 알아야할 때다. 한국의 반공주의도 일본의 반공주의 및 제국주의도 사실 따지고 보면 미제국주의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이번에 아베 신죠가 일본의 한 극우주의자에게 사망하자,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포함하여, 미국 및 서구 세계의 언론들은 아베의 명복을 빌어주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적 침략과 전쟁범죄를 미화하는 아베를 마치 민주주의자로 미화하고 있다.

왜 그러겠는가? 이것은 결국 미제국주의가 가지고 있는 반공주의 친미주의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이런 점에서 아베의 죽음은 미제국주의의 추악한 민낯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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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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