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 울음소리(박금란 시인)
박금란
수백 년 굽어본 당산나무는 안다
비밀을 안다 이 땅의
누가 못된 짓을 해서
이 나라를 팔아먹었는지
민중의 피울음 우는 개구리 소리가
논배미를 울리고
초등학교 2학년 괄시받은 아이가
우리도 집을 갖고 싶어요
식당일에 골병들어 일 못하는
엄마 속을 울리고
건설용역 일을 새벽같이 나갔다가
허탕치고 되돌아온 아버지의 처진 어깨에
삯월세 방값 독촉장이 내려앉고
빨치산 아버지의 빛바랜 사진을 들여다보며
아버지가 못 이룬 세상
차마 당신을 원망할 순 없어요
꺼이꺼이 속울음에
당산나무 까치가 울고
20인치 낡은 티비에서
등쳐먹은 것들이 등쳐먹는 소리로
떵떵거리고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고는
이 세상을 어쩔꼬
당산나무는 쇠똥네 개똥네
설움 터진 고생을 받아먹고
쇠울음소리를 낸다
차라리 전쟁이나 나라
세상이 개벽할 전쟁이나 나라
선제타격 뇌까리며
나토정상회의 불바다에 뛰어든 놈도
전쟁을 걸쳐 입은 판인데
피 흘리지 않고 정의의 세상 얻을 수 있으리
쏴쏴쏴쏴 당산나무 고뇌의 쇠울음소리
마을을 흔들어 깨운다
이 기사를 총 91번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