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학살 진짜 배후 미제를 축출할 때까지

* 2019년에도 그랬지만, 2022년 5월 윤석열 정권의 기만적 관제행사가 열리는 지금, 오월광주에 더욱더 절실하게 우리의 정치과제를 담은 글이다.(전선에 기고한 글이다.)

 

민중가수 정태춘은 <5.18>에서 이렇게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폭로하고 있다.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의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여기 망월동 언덕배기의 노여움으로 말하네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누이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민중가수 정태춘은 이미 역사적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던 5.18당시 계엄군의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헬기 사격 학살을 <5.18>이라는 노래로 생생하게 폭로하고 있다. 살인마 전두환은 2017년 4월 회고록에서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서 광주에서 재판을 받았다.

지만원의 5.18 “북한군 특수부대 600명 개입설”과 5.18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묘사하는 자한당과 극우들의 망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전두환 재판이 이뤄지고 마침내 5.18당시 주한미군 정보요원이었던 김용장 씨가 jtbc 인터뷰에서 전두환이 광주에 갔었다는 증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JTBC 인터뷰에서 김용장 씨는 당시를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김용장/전 주한미군 방첩 정보요원 : 전두환 씨가 그 당시 5월 21일 낮. 그러니까 한 점심시간쯤에 헬기를 타고 광주에 왔습니다.]”

“[김용장/전 주한미군 방첩 정보요원 : 그렇습니다. 이미 거기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던 정호용 특전사령관, 505보안부대장 이재우 대령 그리고 또 한 분이 계셨는데요. 그분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마는 그분들이 전투비행단장실에서 만나서 어떤 회의를 했고 그리고 거기서 사살명령이 하달됐다고 그렇게 보고를 했습니다.]”

“[김용장/전 주한미군 방첩 정보요원 : 미국 당국의 어떤 반응은 없습니다. 우리가 보고서를 내면 그 보고서가 우리 본부로 올라가고 그 본부에서 우리 INSCOM이라고 정보보안사령부 그쪽으로 보내면 거기서 다시 미 국방본부로 와서 일부는 CIA로 들어가고 일부는 백악관으로 들어가고 이렇게 해서 거기서 배포가 됩니다.]”

“[김용장/전 주한미군 방첩 정보요원 : 그렇습니다. 소위 지만원 씨가 말하는 600명, 북한 특수군을 얘기하신 것 같은데 그 당시 때 광주는 그야말로 물 샐 틈 없이 전부 다 봉쇄가 돼 있었습니다. 해안이나 육로나 모든 것이. 그리고 그 당시 때에 미 군사첩보 위성이 광주 상공을 2시간 내지 3시간 간격으로 선회를 했습니다. 한 위성은 아주 위도가 높은 고공으로 순회했고 한 개 위성은 보다 더 낮은 위도로 했습니다. 평소에도 우리 한반도 상공을 군사 첩보위성이 항상 순회하는데요. 광주항쟁 당시에는 그 궤도를 바꾸어서 광주 상공으로 회전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지만원 씨가 주장하고 있는 600명 북한 특수군이 잠입했다는 사실은 창작적인 소설에나 나오는 얘기지 그건 가능하지 않습니다.]”

“전두환, 21일 낮 헬기 타고 광주 와…움직일 수 없는 사실”([JTBC], 2019-03-14)

 

미군 정보요원 김용장 씨는 이처럼 엄청난 역사적 사실들을 폭로하고 있다.

이 증언은 두 가지 중대한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첫째, 전두환이 광주에서 대대적인 학살이 자행됐던 5월 21일 헬기로 광주를 방문하여 학살명령을 직접 내렸다는 것이다.

둘째, 극우 지만원 등이 주장하고 아직도 심심찮게 유포되고 있는 “북한군 600명 투입설”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김용장 씨의 증언은 전두환이 발포 명령을 내린 학살 책임자임을 분명하게 증언하고 있고, “북한군 600명 투입설”이 허무맹랑한 극우들의 악선전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런데 김용장 씨의 증언에 대해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두 가지 지점에서만 주목할 뿐 보다 더 본질적인 지점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전혀 부각하지 않고 있다.

 

광주 학살 진짜 배후 미제국주의

 

그것은 무엇인가? 주한미군 501정보단 소속 김용장 씨가 5.18광주 당시 다른 정보요원들과 함께 상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용장 씨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장의 신빙성을 입증하고 위해 이 같은 정보를 “경찰과 안기부 등 한국 기관 요원들과 정보 공유 차원에서 받은 것”이라고까지 설명하기조차 했다. 심지어 김용장 씨는 이 정보 보고사가 “미 국방본부로 와서 일부는 CIA로 들어가고 일부는 백악관으로 들어”간다고 까지 설명하고 있다.

김용장 씨는 당시 “미 군사첩보 위성이 광주 상공을 2시간 내지 3시간 간격으로 선회를 했습니다. 한 위성은 아주 위도가 높은 고공으로 순회했고 한 개 위성은 보다 더 낮은 위도로 했습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이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하여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고, 정치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미 작전통제권이 미군 쪽에 있었기 때문에 전두환의 쿠데타와 광주로의 계엄군 이동에 대해 미군이 방조 내지 묵인, 더 나아가 승인하고 있었다는 점이 역사적으로 드러났는데 이번 인터뷰로 미국의 개입 실체가 보다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미군 첩보 활동이 “경찰과 안기부 등 한국 기관 요원들과” 공동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팀 셔록(Tim Shorrock)은 5.18당시 신군부의 학살에 대한 미국의 비밀문건들이 ‘체로키(Cherokee) 파일’을 가지고 미국의 광주학살 개입을 폭로하고 있다.

 

“1980년 광주 5.18과 1948년 제주 4.3에는 공통점이 있다. 수많은 민간인들이 항쟁 과정에서 군대에 의해 죽음을 당했으며 미국이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광주에서는 미국이 광주 시민을 상대로 한 신군부의 ‘무력 진압’을 묵인, 방조, 승인했다. 제주에서는 미군정이 직접 진압 작전을 지원하고 통제했다. 32년의 간극이 있지만 1948년에도, 1980년에도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었다. 2016년인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정부는 1989년 한국 국회의 5.18광주민주화운동 조사특별위원회에 보낸 공식 백서를 통해 ‘미국은 한국 정부의 군대 동원 계획을 몰랐을 뿐 아니라 특수부대의 광주 투입을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셔록이 공개한 미 정부의 비밀문건들은 이러한 미국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됐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뒤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은 한국 동향을 주시하기 위해 비상대책반을 구성하고 워싱턴과 서울 사이의 특별 대화 채널을 가동한다. 암호명 ‘체로키’이다. 여기에는 미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CIA(중앙정보국), 합동참모본부,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서울 주한 미대사관의 최고위급 관계자들이 섭렵돼 있었다.

1980년 5월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워싱턴에 보낸 비밀전문 등을 보면 미국이 한국군 공수부대 이동 및 배치 현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군부대 투입을 용인하는 대목도 나온다. 특히 1980년 5월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책검토회의’에서는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 사용’을 결론으로 내린다. 광주항쟁에 대한 무력 진압 과정에 미국이 개입돼 있다는 정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명규 기자, [인터뷰] 팀 셔록 “미국 대통령, 광주 5.18과 제주 4.3 앞에 사과해야”, 민중의 소리, 2016-05-28”

 

미제국주의는 1948년 제주 4.3뿐만 아니라 광주 5.18 등 역사의 고비마다 자행된 민중학살의 직접적인 배후다. 미국은 실시간으로 백악관에서 광주상황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 사용” 명령을 내림으로써 학살을 지휘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군대 동원 계획을 몰랐을 뿐 아니라 특수부대의 광주 투입을 사전에 몰랐다”는 변명은 미국 정부의 비밀문건들에서만 폭로된 것이 아니라 이번 김용장 씨의 인터뷰에서도 낱낱이 폭로됐다.
이로써 다시 분명해지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전두환은 학살 책임자다. 미국은 학살 명령을 승인한 최고 책임자다. 그런데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이번 김용장 씨의 증언에서 다시 한 번 폭로된 미국의 학살 개입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언론이 입 닫고 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은 학살 진상 은폐자다

 

문재인은 2017년 37주년 5.18 기념사에서 “새 정부는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헬기사격까지 포함하여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까지 권력을 잡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온전한 광주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살인마 전두환은 구속 수감 2년 만인 1997년 12월 당시 대통령 당선인인 김대중의 요청을 받고 김영삼의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전두환은 그 동안 본인 재산은 29만원뿐이라며 지금까지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으나 전두환 재산에 대한 몰수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전두환이 현재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전두환은 사자명예훼손 정도가 아니라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잔학한 살인마다. 전두환에 대한 사면 조치로 인해 전두환의 내란죄와 학살 범죄는 면죄부를 받고 사자명예훼손 정도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살인마 전두환의 후예이자 반공주의를 내세워 틈만 나면 광주 학살 만행을 은폐, 정당화 하고자 하는 자유한국당은 마땅히 해체되어야 한다. 틈만나면 광주를 매도하는 망언자들을 처단해야 한다. 그런데 말로는 광주 학살의 진상을 밝히겠노라고 다짐하면서도 학살자 전두환에게 면죄부를 준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도 역시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은 역사적 고비마다 민중에 대한 학살을 승인, 자행해온 미제국주의 역사적 만행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살만행 은폐에 가담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미제를 등에 업고 학살을 자행한 범죄자들의 후예들이라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은 미제의 학살 만행을 은폐하는 범죄자들에 다름 아니다.

5.18광주는 살아 있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학살 진짜 배후 미제를 이 땅에서 축출하지 않는 한 광주 열사들의 한은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고.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사진은 글로벌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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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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