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경선 후보단일화가 실패한 직접적, 역사적 원인들 – 진보진영 분열의 원인을 통찰하고 진정한 정치적 단결로 나아가자

* 이 글은 [전선] 139호에도 같이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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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경선 후보단일화 합의가 무산됐다. 이후 더 일방적으로 가속화되는 양당 중심의 정치 체제는 끝없는 타락, 부패상을 경쟁적으로 과시하며 정권교체든, 정권연장이든 근본변화상이 없이 반노동자적, 반민중적인 권력이 들어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진보진영 단결과 양당체제 극복이라는 정치적 대의는 엄연하게 살아 있다. 자본주의 양당체제에 맞서 싸우고 이 투쟁을 정치적 성과로 결집시키고 자본주의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갈 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 통일단결된 전투정당을 건설해야 하는 정치적 과제는 앞으로도 더욱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치적 대의명분을 가지고 진행되었던 민중경선과 후보단일화는 왜 실패했는가. 이 점을 평가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향후에도 운동의 단결은 요원하게 될 것이고 자본주의 양당체제를 극복하는 전망도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민중경선 후보단일화가 무산된 일차적 원인은 국민경선을 끝까지 고집한 정의당에게 있다. 민주노총, 전농, 철거민, 노점상, 진보적인 지식인, 청년, 여성 단체 같은 기층 대중조직을 중심으로 민중경선을 하면 일회적인 여론조사 참여에 비해 직접적인 정치적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여지가 넓어진다. 정의당은 여론조사에서 진보진영 예비 후보자들 중에서 가장 앞서 있었기 때문에 민중경선 보다는 100% 여론조사로 국민경선을 할 것을 고집했다.

정의당은 민주노총의 지지는 계급기반을 다지는 기회가 아니라 지지를 확장하는 데 있어서 족쇄로 여기고 있다. 노동귀족이니 계급이기주의니, 철밥통이니, 폭력조직이니 하며 민주노총에 대한 자본과 권력, 언론들의 악의적인 총공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국민’ 감정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민중경선을 거부한 것도, 더 내고 덜 받자는 반노동자적 연금개악을 지지하며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는 것도, 민주노총 주최 진보정당 대선후보 토론회에 불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정의당은 기층 계급기반을 넘어 몰계급적인 국민 속으로 지지기반을 확장하려 한다. 계급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여성해방 대신 젠더론 운운하는 것도, 정의당 국회의원이 중앙일보에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글을 쓰는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다. 다만 정의당은 민주노총 지지 기반을 버릴 수는 없기 때문에 마지못해 민중경선 후보단일화 논의에 참여해왔을 뿐이다. 정의당에게 민주노총 같은 기층 계급기반은 버리기에는 아깝고 계속 가져가자니 지지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은 계륵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민중경선 후보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정의당만은 아니었다. 변혁당, 노동당 역시 사회주의 후보 방침을 정해놓고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모임에 참석했다. 두 당은 정의당과 정반대로 민중경선 안을 고수해 왔으나 민중경선이 기본원칙이라 하더라도 후보단일화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정의당의 입장을 전면 무시할 수는 없다. 일정 정도의 후보선출 방식에 대한 타협과 조정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양당은 민중경선 후보단일화 성사 보다는 사회주의 단일 후보 선출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합의가 무산되자마자 자기 일정대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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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직접적인 문제 외에 민중경선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고 진보진영이 분열된 이유는 역사적이고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 한국사회 진보진영의 분열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것이었다. 이 진보진영 분열의 역사적 뿌리를 살펴보지 않고 공통의 정치적 단결의 요구가 무엇인지 논의하지 않은 채, 정치적 전망을 통일시키려는 노력 없이 당장의 민중경선 성사 방식에만 몰두해 왔기 때문에 민중경선과 후보단일화가 실패한 측면도 크다.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 되어야 하는 진보정치 세력들이 분열한 데에는 국가보안법을 내세운 정치적 탄압도 있다. 국가보안법은 대중들 사이에서 현실 사회주의가 폭압적인 독재권력이라고 인식하게 함으로써 자본주의 모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치적 대안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진보정치 세력들 내부에서도 현실 사회주의에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적대시하게 만들었다. 사회주의를 말하는 급진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정작 수억, 수십억 인류의 피눈물로 쌓아 올린 인류의 진보사, 반제민족해방 투쟁사, 지금도 제국주의 포위 속에서도 사회주의 건설과 번영을 위해 분투하는 현실 사회주의를 부정하게 함으로써 대중들 사이에 뿌리박힌 반북 반공주의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1.15. 민중총궐기에 부쳐] – “한국사회 모순을 통찰하고 정치적 분열과 지체원인을 인식하여 정치적 해방으로 나아가자”, 노동전선, 2022년 1월 15일)

진보 정치세력들 분열과 대립은 가까이는 민주노동당 분당과 통합진보당 분열로부터 비롯됐다. 이 분당은 직접적으로는 의회주의에서 비롯됐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 정치세력화라는 열망을 안고 있었지만, 내부 주요 정파들은 선거를 둘러싸고 각자 이해관계를 내세우다가 분열됐다. 그런데 다시 의회주의적 이해로 다시 뭉치면서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졌다. “전태일 정신과 노무현 정신의 결합” 운운하며 반노동자적 집권세력이었던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을 진보정당 속으로 끌어들여 통합한 것도, 비례대표 후보 조정 과정에서 자기 쪽 후보들을 내세우려고 암투를 벌인 것도 의회주의, 그 의회주의로 인해 나타난 출세주의로부터 비롯됐다. 통합진보당 해체 역시 민주노동당 분당 당시처럼 종북몰이 마녀사냥을 등에 업고 이루어졌다.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분열 및 분당 과정에서 심상정을 위시로 한 현 정의당 세력들은 국가보안법을 존중하자느니, “헌법 내 진보”니 운운하며 반북 마녀사냥 공세를 자행하는 언론을 등에 업고 이를 정치적 정당성의 근거로 삼았다. 조중동을 비롯해 한경오프 같은 언론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종북몰이 마녀사냥을 통해 정의당을 중심으로 진보진영이 재편되는데 일조해왔다.

우리사회 가장 큰 분열은 남북의 분열, 즉 분단이다. 분단은 외세에 의해 강요된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특히 영남과 호남의 지역분열을 기초로 권력을 강화해 왔는데 이것도 반공주의와 관련되어 있다. 지배계급의 지배적 사상인 반북반공주의가 진보적인 운동진영 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가 분단사회이기 때문이다. 이 분단이 반공주의로 나타나고 반공주의가 진보세력들한테까지 영향을 미쳐 이들을 종북몰이의 사도로까지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사회 분열과 여기에 영향을 받은 진보진열 분열은 뿌리 깊은 역사적 기원이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하루아침에 이 분열과 분열을 둘러싼 대립과정에서 생긴 불신과 대립을 극복하고 단결로 나아갈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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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멀리는 분단과 반공체제 가까이는 통합진보당 해체까지 분열의 역사적 원인을 통찰하고 이 극복을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진보진영의 정치적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공통의 단결 요구를 제시했어야 한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해 기층대중들 앞에 분열의 역사적 원인을 밝히고 이를 극복하고 진보적으로 단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했어야 한다. 각자가 합의할 수 있는 공통요구를 제시하고 합의할 수 없는 요구는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밝히는 공개 토론회를 열고, 공개적으로 입장들을 밝혔어야 한다.

그러나 대선공동대응기구에서의 민중경선 성사 룰에 대한 논의만 집중한 채 이러한 노력은 사실상 부재했다. 게다가 공동대응기구 참여단위의 상호합의에 의해 기구 내부 논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이 민중경선 후보단일화 무산 이후 결렬에 대한 평가를 하고 향후 운동의 단결과제를 밝히지 못하게 하였다. 정의당만의 문제라면 정의당 빼고 나머지 당들이라도 민중경선 후보단일화를 추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민주노총도 대선 후보단일화 무산 이후라도 평가 토론과 전망제시를 했어야 하는데 못했다.

진보단일화 무산 이후 ‘사회주의’를 공개적으로 내걸고 대선에 후보를 낸 노동당의 경우에는 “북한과는 새롭고 다른” 사회주의를 내걸고 이를 대중화 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는 보편적인 원칙이 있다. 혁명의 모든 문제는 국가권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현존하는 국가권력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새로운 사회로 이행할 수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길은 각 나라마다의 특수한 역사적 조건, 정치적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하나의 길만 고수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존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기존 대상과 새롭고 다른 길을 모색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무지와 편견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이다. 기존 대상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려면 역사적으로, 과학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분단된 우리 사회에서 기존 대상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있어서 최대 걸림돌은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반공법이며 현존하는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적으로 규정하는 반민주 파쇼 악법이다.

주지하듯, 미제의 주구 이승만 괴리가 단정·단선을 내걸고 분단을 획책할 때 1948년 제주와 여순 등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이남의 민중은 분단 반대, 외세 척결, 통일조국 건설을 내걸고 투쟁했다. 남과 북의 분단을 획책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는 민중을 집단학살하고 대한민국이 들어섰다. 그해 12월 국가보안법이 만들어졌다. 국가보안법은 민중학살 백색테러법으로 민중을 도살하고 북과 그 지도자들을 악마화 하면서 이남의 파쇼 반공 체제를 정당화 했다.

따라서 ‘사회주의’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노동자 민중의 저항과 해방 열망을 짓밟는 국가보안법과 싸워야 하고, 국가보안법이 반국가단체, 적으로 규정하는 북에 대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당과 이백윤 후보는 급진적인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국가보안법이 조장한 북에 대한 편견과 왜곡에 사로잡혀 반북적 인식, 반공주의 인식으로 대중들의 반공주의 인식을 더 깊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쏘련과 조선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사로잡혀 노동당이 대안으로 내세우는 사회주의는 ‘민주적 사회주의’다. 그런데 이 사회주의는 현실의 사회주의의 국유화, 중앙집중계획을 지령경제, 명령경제로 비방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독재체제’라고 규정하고 이와는 “새롭고 다른” 사회주의다. 이 민주적 사회주의는 기존 국가권력을 분쇄하는 혁명의 근본문제를 외면한다. 이 민주적 사회주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 국유화, 중앙집중 경제, 정치적 지도 일반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혁명의 현실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동당은 사회주의 요구가 이 체제 내에서 실현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폭로하여 사회주의 사회로 이행할 것을 호소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현존 체제 내에서 실현 가능한 요소라고 부각시키다 보니 금융감독원의 재벌자격심사로 재벌소유를 변화시키고, 재벌소유 지분을 사들여 국유화할 수 있고 이것이 사회주의라고 하고 있다.

이것은 현실성이 없거나 전통적인 사민주의 요구다. 이는 바로 노동당 이백윤 후보가 민주적 사회주의 사례라고 찬사를 보내는 샌더스 식 민주 사회주의이고 영국 노동당 좌파 코빈이 내세우고 있는 사회주의다. 샌더스의 사회주의는 미국의 우경적 정치적 여건 속에서 나름의 정치적 의의가 있다 하더라도 북에 대한 제재를 호소하고 심지어 선제타격도 할 수 있다고 하는 제국주의적 한계에 갇힌 반공주의적 사회주의다.

결국 민중경선 후보 단일화 실패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정치적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운동을 타락시키고 진보진영을 분열시킨 주요 원인이 되었던 의회주의, 출세주의를 청산해야 한다. 각 진보진영 내 운동세력들은 분열된 운동을 단결시키고 운동을 혁신, 전진시킬 수 있는 공통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내세워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처럼, 진보진영 분열은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분단사회가 강요한 반북 반공주의가 대중들의 의식 속에 깊게 뿌리 내리고 이것이 진보진영한테까지 깊게 영향을 미쳐 운동진영을 분열시켰다. 분열된 진보진영을 단결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내면화된 반북 반공주의를 척결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에 의해 금기시 되고 있는 현대사에 대해 학습해야 한다. 자주적, 역사적 인식으로 북에 대한 편견과 혐오, 적대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진보진영의 단결로 반노동 반민중 반민주 반통일 친미 양당체제를 분쇄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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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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