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미점령군’ 역사인식에 대하여

어느 정치가, 어느 정치세력의 역사인식은 그와 그들의 사상, 철학, 정책, 전망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다.

따라서 우리는 부르주아 정치 세력 내에서 가장 유력하고, 부르주아 틀 내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재명의 역사인식이 어떤지 알 필요가 있다.

이재명의 ‘미점령군’ 발언이 최근 첨예한 논란을 낳고 있다. 이재명은 이렇게 자신의 역사인식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친일세력들이 미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나.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해서 이육사 시인 같은 경우도 독립운동하다가 옥사하셨지만 나중에 보상이나 예우가 부족하다. 친일잔재가 완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여전히 남아있다.”

이재명의 이러한 역사인식은 전적으로 옳다. 훌륭하다.
그런데 이재명의 역사인식은 딱 여기까지다. 이재명의 역사인식의 근본한계는 무엇인가?

“해당 발언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기 전 미군정기의 해방공간에서 발생했던 일을 말한 것”

“역사적 몰이해 때문에 ‘그럼 점령군 주한미군을 몰아낼 것이냐’는 마타도어마저 나온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정통성 있는 합법 정부인 이승만 정부와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는 군대”

이재명은 여기서 갑자기 기회주의적으로 비약해버리고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고 왜곡하고 있다.
해방 직후 미점령군이 어떻게, 어떤 계기로 갑자기 점령군이 아니게 될 수 있는가? 대한민국 이승만 정부가 수립된 이후는 미점령군이 아니라 자주적 국가의 해방군이라도 되었다는 말인가?
이승만 권력이 과연 “정통성 있는 합법 정부”이고 미군은 이 합법정부와 자주적으로 합의하여 주둔하는 군대인가? 그럼 정전협정을 어기고 이 땅에 진주하는 미군은 무엇이며 평화협정은 어떻게 체결할 수 있는가?
이러한 역사적 관점은 천부당만부당하고 역사지식도 부재한 것이다.
이승만 ‘합법정부’는 바로 미군정 지배 하에서 1948년 제주 4.3민중항쟁을 도륙하고 민중의 피바다 위에서 단정단선 분단정부로 등장한 괴뢰정부에 불과하다.
이 괴뢰정부는 제주 4.3학살뿐만 아니라 여순항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들끓던 민중의 해방열망을 짓밟고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 정부는 철저하게 미제의 주구이자 친일반민족 분자들로 구성된 반노동, 반민중, 반민족, 반통일, 반민주 정부였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자주적 정부 간 대등하게 맺는 조약이 아니다. 이 조약은 일제를 대신해 이남을 군사적으로 통치하고 반공주의 전진기지로 삼기 위한 제국주의 침략조약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재명은 1948년 이승만 권력은 합법정부이고 미군정은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해방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철저하게 전도된 역사인식이다. 미제는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이후로 수백만을 학살하고 이승만을 내세우고 그 이후로는 박정희 파쇼권력을 비롯 현지 권력을 내세워 이 땅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가 축적되어 현재를 만들어 낸다. 어제가 모여 오늘을 이루고 있다. 어제 없이 오늘도 없다. 특히 현대사는 직접적으로 과거의 직접적 산물이다.
오늘날 이 사회는 외형적으로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이자 여전히 분단사회이고 제국주의 지배 하에 있는 사회다.
여전히 파쇼악법인 국가보안법과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파쇼기구가 존재하고 있다.
재벌은 해외착취자들과 함께 이땅의 노동자 민중을 착취, 수탈하고 있다.
이로써 이 사회의 민주주의는 요원하며, 남북 간 일련의 자주적 합의는 파기되며, 노동자 민중의 권리와 생존권은 파괴되고 있다.
현 권력은 한일 간 무역분쟁을 강조하며 반일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한미, 한미일 반북 전쟁’동맹’ 하에서 일제의 군국주의 책동에 동의하고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연장하고 한일식민지 역사 청산을 거부하며 일본군 위안부, 징용노동자 문제 등에서 뒤로 뒤로 후퇴하고 있다. 미제는 한미일 동맹 기치로 한일 간 역사적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가 “국제관습법상 일본 정부를 국내 법정의 피고석에 세우는 소송은 불가능하며 대한민국 법원에는 해당 사건을 재판할 권한이 없다”는 반동적인 판결을 내린 것은 이러한 정치적 배경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재명은 미점령군의 역사가 1948년 단선단정이 수립됨으로써 정통성을 회복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재명식 전도된 역사인식에 의하면 사드는 필수적이며 한미동맹은 정당하며 미군철수는 언감생심 있을 수 없는 반역행위가 된다.
이재명식 몰역사적 합법성, 정당성을 깨는 범죄행위가 된다.
과연 이러한 인식으로 이재명이 이 사회의 역사적, 구조적 모순을 하나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후보로 확정되기도 전에 저런데 권력을 잡는다면 또 얼마나 이런저런 현실성 운운하며 우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인가.
과연 권력을 잡고나서 미군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민족통일 사업, 노동3권, 민중복지 어느 것 하나 해결할 수 있겠는가.
역사적 관점에서 이재명의 인식은 딱 여기까지다. 더욱이 민주당을 통해서 이 사회의 역사적, 구조적 모순을 해결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
이재명의 ‘미점령군’ 발언에 대해 파렴치하게 종북몰이를 내세워 비난하고 역사왜곡을 자행하는 우익 분자들이야 말해서 무엇할 것인가?

노동자 민중에게는 사드배치를 강박하고, 남북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훼방 놓고, 한미연합침략 훈련으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며, 민중복지와 해방의 결정적 걸림돌인 미점령군에 대한 과학적 역사인식을 가지고 싸울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와 정치세력이 절실하게 나와야 한다.

부르주아 정치가, 정치세력들의 점입가경의 부패와 타락논쟁, 선거놀음을 어디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부르주아 양당체제를 박살내고 반제 반자본 자주통일 이 세 가지 큰 목표로 하고 절박한 당면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전투적 지도자를 내세우고, 전투적 대중정당을 건설하자. 노/정/협

이 기사를 총 452번 보았습니다.

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