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의 기만성 그리고 그 기만성을 신뢰하는 소위 진보진영 인사들에 대해

이범주
검찰개혁 관련해서 말들이 많은데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공수처 설치, 검경분리….같은 것들…따지고 보면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 지들 사이 권력 배분방식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 갑남을녀 서민들의 고통이 어디 검찰개혁 안 되어 생긴 거였나. 검찰개혁 안 됐다고 해서 우리네 생활 크게 문제된 적 없었다. 그러므로 검찰개혁은 ‘그들만의 리그’에 해당되는 문제다.
문제가 순수하게 검찰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검찰의 문제는 사실 검찰을 움직이는 상위권력의 문제다. 그 권력이 다만 대통령의 권력에만 한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건 대통령마저 움직이는 자본권력이기도 하고 이 나라를 결정적으로 규정하는 미국의 힘이기도 하다. 이 땅에서의 권력은 궁극적으로 자본권력, 미국의 지배에 기여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검찰개혁 관련한 갈등들이 자못 심각, 치열해 보이지만 실은 크게 보면 찻잔 속에 태풍에 불과하다. 상위권력의 옷자락 하나 다치지 않는다는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으로 기존 제도를 바꾼다 하더라도 상위권력의 성격이 바뀌지 않는 이상 바뀐 조건에서 문제는 똑 같이 생겨날 것이다.
검찰의 문제는 실은 총제적 모순의 한 부분이다. 지금이야 검찰이 주된 화두꺼리지만 파보면 고위 행정관료, 군부, 재벌, 사법, 교육, 예술…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도 유독 검찰만 문제 되는 거 보면 이 시끄러운 사태의 본질이 결국 지배그룹 내부에서의 권력다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러한가. 이 지긋지긋하게 지루하고 시끄러운 ‘검찰개혁’ 관련한 논의가 2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 사안들은 뭉개지거나 폭력적으로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권이 당초에 약속했던 세월호 진상규명은 거의 물 건너갔다. 한 사람이 목숨 걸고 40일 이상을 청와대 앞에서 노숙단식 투쟁을 해도 청와대 사람 어느 누구 하나 나와 보지도 않았다. 그 사람은 지금도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하며 2차 단식을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주택값, 전셋값은 살인적으로 올랐고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이라도 할라치면 바로 범죄자로 찍어 감옥으로 보낼 역대급 노동악법이 민주당의 발의로 통과되었다. 국힘당마저 찬성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될 예정이다. 서민들의 삶이 무너지는 와중에 국방비는 전례없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남북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
이런 정작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양대 정당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겉으로는 자못 심각하게, 거창한 명분들 내걸어 갈등하는 척 하지만, 인민들의 기존 고통에 더 큰 고통을 가하고 가진 자들을 더 살찌우게 하는 데는 민주당이 되었든 국힘당이 되었든 찰떡 궁합이 되어 힘을 보탠다. 검찰개혁이라는 물건은 이렇듯 인민들의 구체적인 삶과 유리된 것이다.
그런데도 진보라 자부하는 숱한 인사들이 검찰개혁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민주당 정권 친위(親衛)를 자임하고 있다. 심지어 이 땅에서의 변혁을 지향한다는 사람들조차 민주당이 국힘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는 이유로 반노동, 반농민, 반통일, 친재벌, 대미예속…을 본질로 하는 민주당 지지를 촉구한다.
검찰개혁이라는 물건이 지엽적이라는 것, 서민들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안들을 가리고 왜곡한다는 면에서 기만적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민주당의 거듭된 실정으로 고통받는 서민들 처지에서 세상을 본다면…. 그들이 차마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은 반문할 것이다.

“좋다….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인가?”

고름이 살로 될 수는 없는 거다. 톱밥으로 다시 목재를 만들 수는 없는 거다.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인식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시 시작하는 것, 딱 그 만큼만 우리의 대안이 되는 거다. 그런 힘으로 조직되어야 민주당도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거다.
어떤 이들은 또 물을 것이다.

“당신…결국 검찰개혁 반대한다는 말 아닌가?”

아니다. 검찰개혁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지엽적이고 비본질적인 그것으로 사람들 헷갈리게 하지 말고 정작 서민들에게 절실하고 중요한 일들을 선차적으로 하라는 말이다. 그거 안 하고 2년째 의도와 목적 알 수 없는 그 검찰개혁 논의로 시끄러우니 보는 우리들 진 빠지고 당신들의 고상한 의도조차 의심스럽게 보인다는 말이다. 심지어 검찰개혁 논의가 민주당 당신들의 치부를 가리고자 하는 치졸한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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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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