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적대의 기원 – 무엇이 이 지경을 만들었나?

전국노동자정치협회 회원 안준호

1.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1월 3일 새벽에 이란의 혁명수비대 소속 쿠드스 부대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드론 폭격으로 바그다드 공항에서 암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UN 회원국이 비(非)전시 상황에서 다른 회원국의 공인을 공격하는 행위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또 의회의 동의를 받지도 않고 한 나라의 군 장성을 죽였으니 국내법을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이란과 미국이 사이가 안 좋다 하더라도 서로 선전포고는 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나오는 이야기로 솔레이마니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상을 이유로 바그다드 공항에 온 것이기 때문에 이게 사실이라면 제3국인 미국이 사절단을 공격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일어난 일이며, 당연히 이라크 정부의 어떠한 사전 허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라크 주권을 무시한 행위인 것이다. 이미 다 나온 이야기니 이건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란은 순교의 적기를 게양하며 보복을 다짐하고 있고, 주권을 침해당한 이라크 역시 미군 철수 결의안을 채택한 상황이다. 이라크와 이란의 민중들은 사상과 정파에 상관없이 현재 미국의 암살행위에 대해 매우 분노하거나 불쾌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란은 장례식이 끝난 이후인 1월 8일에 보복 조치로 이라크에 있는 미군기지 2곳에 미사일 공격을 하였고(물론 이란의 행위도 이라크에게 사전통보만 하고 진행한 거라 주권 침해 논란이 있다.), 현재 세계는 이란과 미국의 전면전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행인지 트럼프는 한국 시간으로 1월 9일 성명을 통해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분위기는 소강상태가 되었으나 아직도 중동에서는 전쟁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다. 미국 해리스 대사는 한국에게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라고 하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1) 이번에 죽은 카셈 솔레이마니는 누구인가?

카셈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는데 공을 세웠던 사람이다. 그는 이란 – 이라크 전쟁 시절에 공을 세워 장군이 되었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 이스라엘 전쟁에서 헤즈볼라를 지원하였으며, 2014년부터 시작되어 지금도 소규모로 계속되고 있는 수니파 근본주의 집단 ISIS 토벌 전쟁에서 여러 공적을 쌓았다. 특히 그는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에서 ISIS를 토벌하면서 친 이란 민병대를 지원, 육성하였으며, “시아파 벨트”를 강화시키는데 일조하였다. 또한 시리아 아랍사회주의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안정화시킨 인물이다. 카셈 솔레이마니는 서방으로부터 “꼭두각시 조종사”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름에 걸맞게 그는 중동지역의 반미 성향의 조직이나 친 이란 민병대에 대한 통솔력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며, 쿠드스 부대 자체가 해외 공작부대로서의 역할을 행하고 있었다.

2) 미국은 왜 그를 죽였을까?

미국은 이라크 전쟁 때 전후 관리를 실패하면서 이라크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고, 이라크 후세인과 대척점에 있던 이라크 시아파 세력은 이란의 포섭으로 친이란 세력이 되어버렸다. 이후 시리아 내전과 시리아, 이라크를 무대로 등장한 ISIS와의 전쟁 등으로 서방은 이 지역에서 운신의 폭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직접 파병에 대한 내부 반발 여론 뿐 아니라 더 이상 통제되지 않는 세력이 날뛰는 지역에 대해서 서방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시리아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한 로자바 세력을 지원하면서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겠지만 로자바 세력은 지원만 받고 서방이 원하는 데로 움직여 주지 않았고, 최근에는 러시아와 더 가까워 졌다. 시리아 내전을 통한 시리아 레짐 체인지의 실패와 ISIS라는 통제되지 않는 존재의 등장은 서방이 이 지역에 가하는 통제력을 약화시켰으며 역으로 이러한 환경은 이란이 시리아, 레바논 등 지중해를 끼고 있는 국가들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란은 해당 지역이 자국의 국경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ISIS와의 전쟁을 통해 시리아와 이라크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었고, 이 지역의 공백을 채워 나갔다. 그 동안 러시아와 이란의 확장을 막기 위해 설정하였던 서방의 여러 구상들이 ISIS와의 전쟁이라는 기간을 거치면서 모두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2016년 핵합의의 배경으로 이러한 이란의 세력 확장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란을 더 이상 적으로만 둬선 안 된다는 판단으로 진행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연히 이러한 일들의 중심에 있던 인물 중 하나가 쿠드스의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였다. 미국에겐 특히 더 경계의 대상이자 제거의 대상이었고, 미국은, 더 정확히 오바마 색채를 지우고 싶은 트럼프 정권은 2020년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는 날에 암살로서 제거하였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다가오는 미국 대선과 관련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트럼프는 재선을 노리고 있고, 여러 정치 스캔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군사적 옵션의 성공은 트럼프의 정치적 건재함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자들을 결집 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2. 미국은 왜 이란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공격하는가? – 미국의 이란 적대의 기원

그렇다면 미국은 굳이 이란을 건드리고 있는가? 왜 이란을 가만히 두지 않는가?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며 정적을 공격할 때 한국처럼 반공주의적 언어를 쓰는 나라인데, 왜 그럴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사데크의 실각에서 시작된 이란 민중들과 서방과의 갈등 관계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1951년 이란의 총리였던 모사데크는 자원민족주의에 입각하여 영국에게 종속되어 있던 석유자원을 국유화 하려고 하였다. 또한 황제(샤)의 전제적 권한을 제한하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서방과 황실이 손을 잡고 모사데크를 제거하기로 하였다.

이란은 중동에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갈 수 있고 그 반대로도 갈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당시 소련 포위망을 계속 구성하려고 하였던 미국 입장에서는 이 지역에 대한 확실한 통제가 필요했다. 국유화된 석유시설에서 고급 인력을 빼내고 해상을 봉쇄하여 석유 국유화 조치를 통해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하였다. 모사데크는 소련과 접촉하여 이를 타개하려고 하였으나 팔레비 황실과 CIA의 협력으로 진행된 쿠데타로 실각하게 된다. 당시 팔레비 시절의 이란은 서구화 된 삶을 살고 있었으나, 빈부격차가 컸으며, 외세에 석유자원이 종속되어 있었던 점에서 대중의 불만이 매우 컸다. 그러한 와중에 모사데크의 실각은 이란 민중들의 서방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켰으며, 이는 서구화에 대한 전체적인 반발로 이어진다.

그러한 불만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의 석유 자원이 국유화 되고 이란의 석유 자원 자체가 서방의 손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서방과 이란 특히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지금까지 악화일로의 길을 걷게 되었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우리가 아는 그 사담 후세인 맞다.) 정권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하며 이란 – 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 편에 섰고, 여러 각도로 이란의 이슬람 공화정 체제에 대한 공격을 끊임없이 진행시켰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적대가 바로 이란의 대미 적대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권 때 이뤄졌던 핵합의에 일방적으로 탈퇴하여 이란의 대미 불신과 적대를 더욱 키웠다.

레닌의 『제국주의』에 따르면 자본은 이윤 논리에 따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을 추구하고, 그 연장선에서 생산의 집적과 집중으로 성장하고 시장을 독점하며, 은행과 산업이 결합하여 금융자본을 형성한다. 자국 시장에서 포화상태가 된 재고를 처분하고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식민지를 차지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자본수출을 통한 경제적 지배, 군사적 정치적 지배 등으로 이어진다. 현재 직접적인 식민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친 서방 정권을 지원하여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신(新) 식민지들은 많이 존재하며, 아프리카와 중동 같은 경우는 반군이라는 이름의 군벌들이 그러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란에서는 그러한 역할을 팔레비 황실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역할을 맞은 존재가 사라지고, 역으로 이란은 중동 반미 조직들의 후원국이 되었으니 미국과 이란의 오래된 싸움은 필연인 것이다.

그런데 소련도 사라졌고, 미국 내에서 셰일 가스 개발 덕분에 더 이상 중동에 대한 의존을 하지 않아도 되며, 이란도 계속 반공주의적인데 왜 미국은 계속해서 이란이라는 국가를 무너뜨리지 못해서 안달일까? 위에서도 말하였듯이 자본은 끊임없이 팽창하고 끊임없이 독점하고자 한다. 석유 시장에 대한 확실한 통제를 원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 다음으로 이란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상황이 바뀌었어도, 이란이라는 통제되지 않는 존재를 묵과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ISIS와의 전쟁 이후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성공한 이란은 미국에게 매우 위협적으로 보일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서방과 러시아가 충돌한 것도 결국 석유 시장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었듯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의 궁극적 원인은 석유 전쟁에 있는 것이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들 뿐 아니라 시리아 아랍 사회주의 정권과 레바논 헤즈볼라 같은 세속주의 반(反)미 반(反)이스라엘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란은 세속주의 국가가 아니다. (사람들이 이슬람주의 정파로 오해하는데 헤즈볼라는 세속주의 정파가 맞다. 강령부터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연대를 말하고 있고 아랍 민족주의적 성향이 더 강하다.)

3.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단 필자는 반공주의적이고 비세속적인 이란에 긍정적인 마음은 1도 없다. 그리고 이란은 분명 미국이 먹지 못한 이라크를 꼭두각시화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원인이 미국에게 있다는 것은 이란을 싫어하는 사람이 봐도 눈에 보인다. 또한 중동의 자주적인 국가나 반 이스라엘 조직들을 이란이 지원해주고 있는 부분도 역시나 사실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현재 석유 시장 쟁탈전에서 계속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리고 서방 중심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란 같은 반미 국가들을 지속적으로 테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미국의 이러한 행위는 한국 민중들에게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나라는 이미 이라크 전쟁과 베트남 전쟁 때 미국의 파병 요청으로 타국의 전쟁에 참여하였으며, 이 두 전쟁은 인류사 최악의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고 한국군은 거기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인질로 잡혀 죽거나 테러 위협에 시달려야만 했다. 미국은 또 다시 이 나라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의미 없는 미국의 패권 장악 시도에 이 나라 청년들이 희생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아직도 “미국은 초강대국이니 찍히기 싫으면 도와줘야 한다, 재조지은의 나라이니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가 적지 않게 퍼져 있다. 안타깝게도 젊은 층에도 이러한 논리가 팽배하다. 이 나라의 청년들이 자국을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은행과 군수업체의 이익을 위해 하는 전쟁에 보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전쟁 분위기는 일단 소강상태이나 한국에서 파병과 관련된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미국과 이란의 역사를 통해 미국이 왜 이란을 공격하려고 하는지 그 진짜 이유를 사람들에게 알려내고, 미국의 침략시도를 반대하자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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