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방지법 시대의 투쟁

[테러방지법이 얼마나 악랄한 악법인지를 확인하려면 그 원조 국가인 미국을 보라! 다음은 국가보안법 탄압으로 오랜 시간 혹독한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서 미국으로 추방된 뒤에도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민호 동지가 보내준 글이다. 이 글은 미국에서 이미 오래 전에 실시되고 있는 테러 방지법이 어떻게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활동을 탄압하고 감시하는데 이용되는지를 생생하게 폭로하고 있다.]

최근 매국노들이 주도한 테러 방지법이 야당의 사실상 묵인 하에 통과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이제 독재 시절로 돌아가 합법적 투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하여 투쟁해야 하는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헌법과 법질서의 원천을 지배 세력, 법 제정자들 스스로가 부정하기에 그러한 투쟁은 절박한 당면 과제요, 매우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것으로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당위적이고 기본적인 투쟁 자체를 억압하는 원천과 그 실행 방식이 이젠 더 이상 단순한 (악)법의 집행이 아니라 노골적인 힘의 행사이므로 그에 맞설 투쟁들을 악법을 넘어설 역량 결집의 계기로 삼지 않으면 수동적, 관성적 반응에 머무는 바, 우리들의 대응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반미, 반박, 자주와 전쟁 반대를 위한 무조건적 단결의 요구는 보다 절박해지고, 그에 기초한 견결한 투쟁에의 요구는 보다 높아졌습니다.

수감 시절 옥중 투쟁을 위하여 감옥법(형집행법)을 공부하며 알게 되었던 사실은 노무현 정부 말기,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남한 공안 당국은 9.11 이후 미국의 테러방지 관련 법들을 모방하여 <미국식 파시즘> 장치들을 계통적으로 이식하여 왔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본격적인 식민지 파쇼 시대입니다.

모방된 식민지 파시즘의 원천인 미국의 <9.11파시즘>은 오랜 세월 침체되어 온 대중 투쟁, 배제되어 온 이곳 진보 역량의 토양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어느 정도 제도화된 폭압체제입니다.

그러나 모든 식민주의가 그렇듯 모방되고 수입된 것들이 궁극적으로 성공한 예는 없습니다.

우선 조국의 주체 역량이 다를 뿐 아니라 이곳 미국에서도 <9.11 파시즘>에 저항하는 진보 역량들이 서서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테러방지법과의 투쟁은 (당연한 얘기지만) 민중의 몫으로 되었는데, 이곳에서 만난 활동가들 역시 이곳의 9.11 테러방지법에 의하여 많은 고통을 받아왔으며 그것에 저항하여 의롭게 투쟁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절박하게 외칩니다.

정당한 사회, 정치 활동은 테러가 아니다!
Activism is Not Terrorism!
사회 정의를 위한 조직 활동을 염탐하는 연방법을 폐지하라!
End federal law enforcement spying on social justice organizing!

최근 미 전역에서 흑인을 중심으로 한 빈곤한 유색인종들을 대상으로 미 경찰들이 자행하고 있는 무차별 총기 폭력은 이젠 뉴스거리도 되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지방 보안 수사대가 코리아 연대 회원을 향하여 총기를 휘두른 사건이 있었는데 미 인구를 웃도는 수의 총기가 보급되어 있는, 그리하여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이곳의 경찰 총기 사용 수칙을 무모하게 흉내 내다 난 사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백악관 앞에서 1981년 이후 35년 동안 반전 평화운동을 해오다 지난 2016.1.25 서거한 고 콘셉시온(Concepcion Picciotto) 여사 또한 당국의 감시와 폭력적 고문에 시달렸으며 가톨릭 워커스의 지도자 아트 래핀(Art Laffi) 씨, 베트남전 참여 퇴역 군인으로서 미국의 만행과 참상을 겪고 반전 평화운동에 뛰어든 평화 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 소속 마이크(Michael) 씨는 4차례에 걸쳐 5년 정도 수감되었고 콘셉시온 여사의 동지이며 대표적 운동가, 엘렌 토마스(Ellen Thomas), 미국의 잔인한 살인 무기 개발 실태를 폭로하였던 어느 여류 작가는 시위 현장에 어김없이 찾아와 합법적 활동을 감시하는 미 당국에 의하여 고통 받고 있습니다.

작년 엘에이에서 ANSWER Coalition(Act Now to Stop War and End Racism)이 주최했던 쿠바 정치범 석방 환영 모임에선 미 수사당국이 주류/음료 감시국(Alchol&Bevrage Control) 직원과 찾아와 축제 분위기에서 나누어 마시던 음료들을 샅샅이 조사하곤 하였습니다(미국에선 개인/기업이 술을 판매하려면 ABC의 허가를 받아야하는데 비영리 사회단체인 ANSWER Coalition을 감시하는데 터무니없이 그 규정을 악용하였던 것입니다.).

1950년대 광란적 매카시즘 이후 최악에 이르렀던 미국의 민주주의 투쟁은 60년대 반전, 민권 운동 시기 최고조에 이른 후 내리막길을 걷다 2001.911 시기 바닥을 친 후 다시 조금씩 움트고 있습니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김대중-노무현 민주 정부 시절 쟁취했던 제한된 민주주의마저 파괴하여 온 남한 매국노들은 미국의 개답게 9.11을 충실히 모방, 추종하고 있습니다. 9.11 같은 자작 테러마저 모방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표방해오던 일체의 보편 가치들을 내 팽개친 채, 우선 반 헌법적이며 절차법상 혼란과 자기모순에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양국 당국 모두 민중의 투쟁을 통하여 쟁취했던 (제한된) 민주주의에 기초한 여러 장치들을 지배 세력들, 법 집행기관 스스로 계통적으로 파괴하여 왔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탄압들은 예외 없이 주요 수정헌법 조항들을 위반한 것이며 그를 모방, 추종하는 남한 당국 또한 닮은꼴인데 그 주된 배경은 지배세력에 굴복, 포섭되어 최소한의 견제와 저항마저 멈춘 무력한 야당의 존재입니다.

한미 양국이 서로 경쟁하듯 벌이는 민주주의 파괴 현장은 바로 우리들의 투쟁 현장입니다.

우리들은 이제 합법적 투쟁을 할 수 있는 권리 쟁취를 위하여 지배 세력들에게 법과 질서, 보편적 인륜 가치를 지키라고 외치며 대중들과 함께 우리들 스스로의 법질서, 보편 가치를 세우기 위하여 투쟁해야하는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또한 저들의 폭압은 말 그대로 맹목적인 힘의 행사인 바, 패러디 같은 낡은 ‘변증법’적 말장난은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으며 투쟁과 조직을 통한 역량의 결집, 저들의 <힘의 행사>가 궁극적으로 통치 역량의 부재, 무능의 결과임을 몸으로 보여줄 견결한 투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재와 한미 합동 군사 작전을 펼치며 조선을 압박하였습니다. 일부 서구 학자들 말대로 이른바 충격 원칙/요법(Shock Doctrine)을 발악적으로 실행했던 것인데 정작 조선은 충격을 받기는커녕 차분하게 (허풍이 아닌) 실질적인 대응 타격을 준비하고 있는 바, 매우 시사적입니다.

한편 저들의 보편 가치, 법질서에 대한 자가당착적 위반은 민중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정치, 도덕적 정당성의 포기라는 대가를 치루는 것이므로 보다 넒은 대중 투쟁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페친이자 엘에이 지역 연대 시위에서 항상 함께하던 델러플레인(Joe Delaplain) 씨는 미 의회를 대상으로 시민 사회단체들의 합법적 활동을 테러리스트로 몰며 부당하게 탄압하는 미 정보 당국을 반 헌법적(Anti constitutional) 행위로 고발하는 청원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압도적 공권력과 보수적인 대중 기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역량 축적의 유일한 방법은 오직 대중 투쟁 뿐이라는 자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침체되었다가 9.11 이후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 미국의 진보 민주주의 운동은 현재 이런 단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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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테러리즘 척결을 내세운 미국 국가기구의 시위자들과 활동에 대한 감시와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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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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