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원인 규명 열린 토론회 정리
<세월호 침몰 원인규명 열린토론회 공동주최자 일동>
1.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의 침몰원인 규명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전국의 많은 단체와 개인이 공동 주최한 <세월호 침몰원인 규명 열린 토론회>가 총 82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토요일(2019.4.6.) 오후 정동 경향신문사 빌딩(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2. 이날 토론회는 애초 침몰원인으로 제기되는 모든 가설들(과적, 증개축과 기기 고장 등 선박 내부의 문제로 인한 침몰설(내인설), 외력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열린 안, 외력 충돌설, 항적조작설 등)을 다루고, 토론과 논란과 검증을 통해 침몰원인을 규명해보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장범선 교수(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와 수년간 ‘외부충돌로 인한 사고’라는 입장을 견지해 온 김관묵 교수(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부)만이 패널로 참여하게 되었지만, 토론회 준비팀은 각 가설의 주요 전문가들을 섭외하려 했고, 두 패널을 제외한 다른 항적조작과 내인설 쪽 전문가들은 참여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 때문에 대체로 열린 안에 기초하면서도 외력충돌의 가능성을 크게 두는 입장과 외력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보는 입장으로 나뉘어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이는 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위들이 지난 선체조사위원회의 결과로서 열린 안을 지지해온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항적문제의 경우 선체조사위원 전원이 항적조작이 아님을 인정한 사항이고, 김관묵 교수는 항적조작이 아닌 것을 지난 5년간 일관되게 주장해왔습니다.1)
또한 특히나 박근혜 정부 검경합수부의 발표이후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온 내인설의 경우 두 발제자들에게서 확인되듯 무리하게 복원성을 낮춘 것으로 지적돼왔고, 이번 가족협의회가 정부에 특별수사단 구성을 요구하며 서명지 문안에서도 “과적. 조타미숙. 기관고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월호 급변침과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입니까?”라고 표현하듯 배격되고 있는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3. 무엇보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두 패널 모두 기존의 세월호 관련 조사와 수사, 즉 2014년 박근혜 정부 검경합수부의 내인설은 지난 해 8월 초 종료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조사와 분석을 통해 새롭게 도출된 결과나 증거자료들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장범선교수는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 세월호 진상규명소위원회에서 이 침몰원인 규명에 관한 추가조사 제대로 이루어 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김관묵 교수의 경우 내인설 근거한 2014년도 검경합수부의 수사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된 만큼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장범선 교수의 경우 박근혜정부의 검경합수부와 그 자문 전문가들(이들이 내인설 위원들로 참여함)이 세월호의 복원성을 과도하게 낮춘 것에 대해 같은 전문가로서 이를 과학적으로 반박하고 열린 안을 도출한 장본인으로서 그 차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해주었습니다. 내인설 전문가들이 자유유동수 효과를 과도하게 계산해서 복원성을 과도하게 낮췄고 모순적이기 까지 했다는 것이었습니다.2)
장범선 교수의 복원성 계산은 내인설이 강조해온 증개축 과정에서의 무게중심의 상승, 여객선의 복원성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과적과 평행수 부족 등을 모두 감안하고 계산한 결과였습니다. 다만 장범선 교수는 이러한 복원성에서는 단지 내부적 요인에 의해 침몰할 수 없는 상태임을 인정하고,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도 봐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김관묵교수의 경우는 보다 높은 강도에서 내인설 전문가들의 복원성 조작을 재수사의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장범선 교수가 내인설과 열린안의 차이를 설명하며 복원성 문제를 주되게 다루는만큼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김관묵 교수는 열린 안의 복원성보다 세월호의 복원성이 실제 높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증개축 당시 바닥재를 과도하게 계산한 점과 검경이 화물조사를 잘못한 것 등을 지적해왔습니다. 이점을 고려해 토론회에서 장범선 교수도 복원성의 재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4. 내인설은 기존 불량한 복원성 문제 외에도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즉 기기 고장에 의한 침몰을 추가해서 주장하고 있는데, 장범선 교수는 그로 인한 급 전타로 세월호가 우선회하고 고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화물이 쏠리면서 전복되게 되었다는 것은입증이 되지 않은 가설이라는 것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솔레노이드 고착에 의한 침몰을 주장한 뉴스타파가 두개의 솔레노이드밸브 사용 시 타가 전타가 이뤄진다고 한 것이 오류였다는 것을 지적하고 고착 시 실험결과 전타가 이뤄지는 시간이 매우 느린 것을 지적하며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만으로 급선회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도,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여부를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여러 복합적으로 작용한 요소들 중 하나로서 열어놓고 볼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김관묵 교수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은 사실이 아니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그 근거로 열린 안의 조사결과 외에도, 조사용역을 맡은 가와사끼사가 밸브 내에서 고착되었다고 의심되는 스풀이 문제없이 움직였다고 하고 고착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점, 침몰당시 타의 위치가 내인설 위원들의 주장과 달리 전타가 아닌 좌현 명백히 10도 12도 정도에 있었고, 계기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점 등을 제시하며, 전혀 근거가 없다고 명백히 했습니다.
5. 또한 장범선 교수는 선박의 내적인 결함이나 조류 등 영향으로는 구현되지 않는 AIS상 급선회 항적과 그 사고 당시로 추정되는 순간의 비정상적인 선수선회율( AIS 항적의 경우 3.2-3.3도/초)과 사고 당시의 높은 횡경사 속도, 좌현 핀안정기가 최대작동각도인 25도보다 두배나 비정상적으로 회전한 사실이 외력의 작용을 고려하게 한 점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외력추가자유항주시험을 선조위에서 수행한 결과에 대해 최대 선수선회율(ROT)가 3.09도/초로 세월호 AIS 항적상의 최대 선수선회율인 3.3 도/초 와 유사해진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내었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장범선 교수의 경우는 외력을 배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외부의 충돌 흔적이 크지 않은 점과 외력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여러 외력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봐도 사고 당시와 동일한 내용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편 김관묵 교수의 경우 외력 시나리오의 경우 다양한 경우들에 대한 가정과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얼마든지 사고당시 상황에 대한 재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였습니다.
또한 김관묵 교수는 선조위의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 중 외력충돌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소리(경사각도 10도(화물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초 쿵소리, 15도 정도의 쿠구궁 소리, 그리고 배가 50도이상 완전히 기울고 화물의 이동이 없는 상태서 무려 20초간 덜커덩거리는 소리)와 급선회 후 선회각도가 급격히 오히려 줄어든 현상, 외관상의 여러 흔적(파공, 가로로 난 파단과 스크레치 등)에 대한 다양한 사진자료를 준비하여 외력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증거자료 등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내인설에서 침수 경로로 제기된 통풍구가 사실은 막혀있었음을 구체적인 사진들을 통해 증명했고, 외력 충돌로 생긴 파공 등을 통해 침수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시사했습니다.
김관묵교수는 레이더 상 괴물체의 출현도 외력 충돌의 증거로 예시했습니다. 괴물체가 배에서 떨어진 콘테이너였다는 검경합수부의 발표와 달리, 콘테이너가 실제 떨어진 위치가 다르다는 것, 움직인 방향이 조류의 방향과 다르다는 것, 세월호와 함께 발견된 콘테이너들과 달리 괴물체는 10분 만에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도 강조했습니다.
장범선교수는 물리적으로 수압을 받고 있는 배를 외부 충돌로 급선회하게 하려면 커다란 엄청난 충돌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고, 배를 지속적으로 30에서 35초정도 힘을 가해야 한다고 보면서 현재 세월호 좌현에 난 손상정도로는 외력의 작용을 바로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선체 손상된 다른 선박을 찍은 사진 자료 등 통해 제시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도 김관묵 교수는 육상이나 공기중의 충돌, 혹은 고정된 암초와의 충돌과 달리 수중에서 움직이는 물체 사이 수압때문에 힘이 가해지더라도 그리 큰 흔적을 남기지 않고 배가 급선회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6. 토론회는 발제만 두 시간여 진행되었고, 청중 토론까지 무려 네 시간 가까이 진행되었습니다. 청중 토론에서 특별히 두 패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으로 보면 30에서 35초 정도 외력이 가해져서 급선회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도출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과 질문이 제기됐고, 또 다른 분은 최종 20초 동안 이어진 소리 영상을 통해 이것이 확인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배가 완전히 기울고 화물이동이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무려 20초간이나 마찰음이 선미부분에서 크게 발생했다는 것은 외력충돌 혹은 접촉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본 것이었습니다.
토론회는 추가 조사와 수사가 필요한 문제까지 하나의 결론을 내려한 것은 아니었지만, 두 패널의 공통점을 통해 두 가지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기존 내인설에 대해 정확한 거짓으로서 규정하고 재조사,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외력의 가능성이 더 이상 음모론의 영역이 아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재조사와 재수사로 밝혀내야할 사실상 유일한 가설로서 대두되었다는 것입니다.
토론회를 준비하고 공동주최에 함께한 단체와 개인들은 이후에도 구조방기 문제와 연결된 침몰원인 관련 규명의 노력들을 계속할 계획임을 밝히고, 토론회 참가자들에게도 이를 제안했습니다.
마지막 발언자는 희생자 김다영 학생의 아버지 김현동씨였습니다. 그는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월호 진상규명 노력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며, 구조방기와 침몰원인의 상관관계를 강조하고 침몰원인 규명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나서고 있다는 것에 감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현재 가족협의회가 5주기를 맞아 집중하고 있는 특별수사단 구성노력에 참가자 모두 힘을 집중해달라는 호소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토론회 전의 침몰원인에 대한 생각과 토론회의 생각에 대해 묻는 설문을 받았는데, 취합해 본 결과 변화가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내인설을 지지하는 수가 전에도 매우 소수(응답자 42명중 3명)였고, 토론 후에는 단 한 명도 없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부(16명)가 항적조작에 대한 의혹을 가지고 있었으며, 항적 조작이 선조위 조사 결과 객관적으로 근거 없는 것임에도 토론회 후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부(11명)는 그 생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전원(1명 제외)이 구조방기와 침몰원인이 관련이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설문은 답변자의 과반 이상(25명)이 토론회 전후 외력충돌을 침몰원인으로 보고 있었고, 토론회 후 단선적인 외력충돌보다 복합적으로 보게 된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압도적으로 토론회를 공감하고, 다수가 이번 토론보다 내용이 보다 대중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침몰원인 규명을 위한 민간의 토론회를 지속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주)
1) 토론회의 발제자들은 항적조작 논란에 대해 조작 아님을 다시 확인해주기도 했습니다. 현재 세월호 CCTV DVR 조작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와 별개로 세월호의 사고당시의 AIS 항적의 경우 조작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하나로 모아진 결론이라는 점과 그 외 외력충돌설을 주장한 김관묵 교수 또한 현재 사고 당시 세월호의 상황을 재현하는데 기본적인 근거자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 분명하다는 것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이 된 것입니다.
2) 장범선 교수는 세월호 경사시험시 평행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평형수에 대한 내인설의 ‘이동모멘트’ 적용은 IMO 기준에서 잘못된 계산이며 세월호의 4,5번 평형수 탱크에 자유유동수 효과 100% 적용해야 한다는 내인설 주장은 역시 IMO 기준을 제대로 적용 하지 않은 주장이기 때문에 내인설이 기본적인 교과서상의 기준에 부합하는 계산이 아닌 입장으로 스스로 모순을 가진 가설이며 이 부분에서 내인설과 열린안이 큰 차이점을 보이게 되었음( 내인설은 GoM 0.306, 열린안은 GoM 0.59.)을 보여주었습니다.
* 사진: 점좀빼(사진 활동가)
토론회 공동주최자 일동
(단체)
전남 전교조 4.16특별위원회, 홍성촛불, 전주세월호분향소, 전국노동자정치협회, 감옥인권운동<해방세상>, 광주기독교협의회 인권위원회, 장준하부활 시민연대, ‘세월호진상규명과 안전한 정읍을 위한 시민’, 세월호 원주 횡성 대책위, 민족작가연합, 우리다함께 시민연대, 착한도농불이 운동본부, 노동전선, 민주노총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 페미니스트 북까페 펨, 함석헌 사상연구회(워싱턴 본부, 뉴욕대표부, 아일랜드 대표부 ) 삼성일반노조, 부산화명촛불
(개인)
권혁이(전 전교조 4.16특위 위원장), 공윤석(전 부안농민회장), 김득희, 김수웅, 김수창, 김앤지(미주양심수후원회), 김제현(광화문 한미상호방위조약폐기1인시위), 노용헌, 박경진(청년인권지킴이), 박준(문화노동자), 신성국 신부(청주교구), 신혜원, 심병호, 우숭민(전북대학생), 양미애, 양민철 목사(희망찬 교회), 이비가연(동물생명윤리협회), 이석영(기독자교수회), 이열구(아일랜드 기후조작반대운동가), 이은정(노란리본 울산모임), 이정연(광화문 진실마중대 서명지기), 임성호, 정광미(평화통일시민연대), 젤뜨루다, 한영록, 황기철(전교조 부산지부 북부지회장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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