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에 기생하는 “대북 전문가”들이 혹세무민 하고 있다
– 적반하장의, 본말전도로 가득 찬 조성렬식 남북관계 인식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이자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기도 한, 그리하여 실제 민주당 주최 <긴급 정세 토론회>에 나와 발제자를 맡을 만큼 정권의 ‘국가안보’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막중한 자리에 있는 조성렬 경남대학교 군사학과 초빙교수가 도발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의 기사를 언론에 실었다. 조성렬 교수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수십 년간 대내외적으로 천명해 온 조국통일론과 「7·4 남북공동성명」 이래의 민족적 가치를 단호하게 꺾어버렸다…
북한의 동족관계 부정론과 동독의 두 국가…, 본질적으로 두 담론 모두 상대 체제에 의한 ‘흡수통일’을 극도로 경계하며, 분단을 영구화함으로써 자국 체제의 안정과 안위를 도모하려는 ‘체제 수호적 분리주의’를 골자로 한다… 이는 주민들에게 상대국이 더 이상 ‘같은 민족’이나 ‘통일의 대상’이 아님을 각인시켜 외부 사조의 유입을 막고 내부적인 동요를 차단하려는 방어적 전략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1970년대 동독의 ‘두 국가, 두 민족론’이 서독의 활발한 대동방 접근과 경제적 우위에 따른 체제흡수 우려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이념적·사회적 분리’에 방점을 두었다면, 2020년대 북한의 ‘두 국가, 동족관계 부정론’은 ‘물리적·군사적 적대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북한의 주장은 남북이 결코 동족이 아니며 가장 적대적인 두 개의 교전국 관계라는 파멸적 논리에 기초한다…북한의 두 국가론은 평화적 공존을 위한 분리가 아니라, 대남 타격과 영토 점령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민족이라는 도덕적·윤리적 빗장을 풀기 위한 억지 논리에 가깝다.(조성렬 경남대 초빙교수, “민족공동체는 해체되는가? -북한의 ‘동족 부정론’과 ‘조선’호칭 문제”, 유코리아뉴스, 2026.06.23.)
조성렬 교수의 주장은 적반하장과 본말전도로 가득 차 있다. 조성렬 교수의 주장에는 이 사태에 이르기까지 사태의 근본원인에 대한 진단과 성찰 같은 역사적 관점이 전혀 없다. 우리가 인과관계를 따지는 이유는 원인 없이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인과성에 대한 분석과 고찰이 없이 현상적으로 드러난 문제만 따지고 든다면 사태의 근본 성격을 전혀 파악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제시되는 결론도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심각하게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조성렬 교수는 “수십 년간 대내외적으로 천명해 온 조국통일론과 「7·4 남북공동성명」 이래의 민족적 가치를 단호하게 꺾어버렸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왜 조선은 “수십 년간 대내외적으로 천명해 온 조국통일론과 민족적 가치를 단호하게 꺾어버렸”는가? 그러나 조성렬 교수는 이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입을 닫은 채 사태의 결과를 마치 시작점으로 보며, 원인으로 본다. 조성렬 교수는 “상대 체제에 의한 ‘흡수통일’을 극도로 경계하”고 “분단을 영구화함으로써 자국 체제의 안정과 안위를 도모하려는 ‘체제 수호적 분리주의’”, 그리고 “외부 사조의 유입을 막고 내부적인 동요를 차단하려는 방어적 전략”으로부터 적대적 두 국가선언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조성렬 교수는 조선의 “가장 적대적인 두 개의 교전국 관계라는 파멸적 논리”로부터 남북관계가 파탄 나고 남과 북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변모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멸적 논리”는 파멸적 상황을 관념으로 표현한 것이다. 관념이 파멸적 상황을 낳은 것이 아니라 파멸적 상황이 “파멸적 논리”를 낳은 것이다. 조선의 적대 관계 선언으로 적대관계가 된 것이 아니다. 조선의 적대관계 선언은 사실상 교전하는 두 국가 관계로 변모해버린 적대적 현실을 수십 년 동안의 통일전략을 총화함으로써 있는 그대로 표명한 것이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리 없다
조선이 “상대 체제에 의한 ‘흡수통일’을 극도로 경계하”였다면, 그것은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적대적 행위가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북이 두 국가 선언을 했던 가장 근본적인 역사적 원인은 미국과 “동맹”이라는 명목으로 미국의 사실상 “피보호국”으로 전락한 한국의 대북적대 정책에 있다. 미국은 1950년 적대국교역법으로 시작하여 장장 76년 동안 조선에 대한 물샐틈없는 제재로 조선의 경제를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 한미일 동맹으로 조선에 대한 군사적, 정치적 적대 정책을 통하여 조선을 붕괴시키려 기도해 왔다. 특히 조선이 핵무기 보유 시도를 했을 때부터 핵무장을 완성한 지금까지 제재와 군사적 위협은 극렬하게 전개돼 왔다. 조성렬 교수처럼 원인을 제거하는 이들에게는 조선이 가진 핵이 전쟁위기와 위협의 원인이 되겠지만, 북핵은 미국의 핵위협 정책과 적대정책에 따르는 자위권의 일환으로 만든 것이었다.
조선의 적대관계 선언이 오랜 역사적 기원을 가지지만, 가까이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파생되었다. 2018년 4.27판문점 선언으로 온 민족의 통일에 대한 염원과 열렬한 지지가 고조됐다. 그러나 하노이에서 조미정상 회담이 리비아식으로 일방적인 핵양보를 요구하였던 미국으로 인해 불발된 이후 판문점 선언은 파탄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권은 민족자결이라는 판문점 선언의 정신에서 불구하고 운전자론, 중재론 운운하며 미국의 눈치를 보고 이 선언에서 합의되었던 결정을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 역대 민주당 출신 통일부 장관들조차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에서 이것이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인 부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할 정도로 이 파탄의 원인은 미국과 문재인 정부에 있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선언 직후 평양에서 합의한 9.19군사합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2019년 전반·후반기에 각각 ‘동맹 19-1’훈련과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4월엔 2주 동안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최첨단의 미국산 무기 수입을 통해 전쟁준비에 골몰함으로써 지상·해상·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1조)하기로 한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어겼다. 그리고 2018년에도 10조 원이 넘는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수입하였다. 2020년 6월 16일 조선이 개성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소를 북이 폭파한 것은 적대관계로의 전환을 알리는 전조, 신호탄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대미종속의 심화와 남북관계 파탄 위에서 윤석열은 미국의 대북전쟁 기도, 아시아판 나토의 돌격대를 자처하며 “선제타격론”, “북한주적론”, 대북전단 발송, 대북비방 방송, 역대급의 한미연합훈련에서 마침내 무인기 침투는 북으로 하여금 적대화된 남북관계 선언을 하게 했다.
조성렬 교수에게는 남북 관계가 적대관계로 전환된 이러한 근본원인에 대한 분석과 진단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 책임을 조선에게 전가하고 있다.
조성렬 교수는 독일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을 비교해가며 유사성을 주장하는데, 서독이 동독에 대해 흡수통일 전략을 구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서독이 한국처럼 주권을 상실하고 외세에 의존하고 외세와 결탁하여 동독에 대한 침략전쟁 훈련과 제재 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조선 호명은 상대를 존중하는 출발이다
조성렬 교수는 “우리가 북한을 ‘조선’이라는 정식 국호로 부르는 순간, 상상의 지평에서 북한은 더 이상 ‘언젠가 하나가 되어야 할 미완의 우리’가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타 외국과 다름없는 ‘완전한 타자(Other)’가 되는 것이다.”(조성렬, 같은 기사)라고 우려를 표명한다. 그러나 “언젠가 하나가 되어야 할 미완의 우리”를 “완전한 타자”로 만드는 것은 조선이라는 국호를 정식으로 부르는 것에 있지 않다. 실상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만든 조선에 대한 적대정책,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도 명시되어 있는 흡수통일 정책에 있다. 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명시하며 엄연히 주권과 국체가 있는 나라를 한국 영토를 불법 점령하고 있는 괴뢰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완전한 타자”, 적대적인 타자로 만드는 것이다.
매사 전도된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조성렬에게 “언젠가 하나가 되어야 할 미완의 우리”는 민족성과 민족애를 바탕으로 하는 통일의 관념이 아니라 한국의 영토를 불법 점령하고 있는 괴뢰단체를 흡수통일 해 하나로 만들겠다는 적대와 “분단 고착화”의 관념이다. 조선을 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을 “국가의 정통성을 규정한 헌법과 정면 충돌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조성렬의 위험천만한 사고가 이를 증명한다.
조선은 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식의 전환으로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조선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분단을 척결하고 자주통일을 이루겠다는 사람, 세력들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것은 시발점을 넘어 적대화된 남북관계의 대대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조성렬은 민족을 “‘한민족’이라는 유대감의 상상 공간”이라고 하는데, 이는 실존하는 민족에 대한 “상상”적 해석이다. 이는 또한 오랜 역사적 공동체인 민족을 강제로 분단시킨 주범인 외세 미제국주의와 반민족 분단 세력들을 정당화 하고, 대북 적대감을 은폐하는 망상적 사고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시대가 마주한 가장 무거운 외교·안보적 과제”는 “북한의 담론 도발을 정밀하게 해체”한다며 대북 적대를 은폐하고 전가하는 조성렬 식 파탄적, 망상적 인식을 “정밀하게 해체”하는 것이다.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정교하고도 단호한 고차방정식”은 분단논리를 통일지향으로 둔갑시키는 조성렬 같은 “대북 전문가”들이 유포하는 혹세무민의 악랄한 반북 프로파간다를 깨고 역사적 진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영구적 분단과 여기에 기초하여 재생산되는 외세의 지배를 파탄시키고 자주통일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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