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분열공작이 스며들어 슬픈 그림자(박금란 시인)

박금란

 

정리해고 한다는 살벌한 현장 판에

늘어난 일감 해치우느라 빠지는 어깨

쉬는 날 병원 가서 물리치료 꼬박꼬박 받지만

아픈 어깨보다 더 아픈 건

자본이 심어놓은 동료들 간의 분열의 이기주의다

 

현장에서 서로 친해서

우리끼리 힘 합칠세라

회식 날 관리자에게 술 따라주고

아부하는 패거리 만들며

바른 말 할 것 같은 사람은

용케도 골라내어

남들 배로 일감 주며 왕따시키며 닥달하는 관리자와

촉새같이 손발이 맞아 해해거리는

노동자라도 노동자라 할 수 없는

일그러진 변고 어찌해야 하나

 

더러워서 사표 쓰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살아갈 길 막막할 뿐더러

어째 나의 삶을 포기하는 것 같아

짓밟힌 자존심 새로 일으켜 세우며

분열로 뜯어 먹힌 몸통의

온전하지 못한 노동의 그림자가

노여움을 지나 발효된 슬픈 그림자로

뱃멀미처럼 지나가 버리고

 

노동을 인간을 사랑한다는 밥숟갈로

인내와 해탈과 희망의 국물로

마른 목을 적시며

자본의 분열공작에 넘어간 동료들이

언젠가 마알간 가을하늘 같은

민주노조 판에서 노는 날 올 거야

 

저절로 덩실 오지 않겠지

끝까지 노동자를 믿으며

실핏줄까지 끼어든 자본의 더러운 때를

말끔히 벗겨낼 그 날을 만들 거야

무엇을 어떻게

부처보다 더한 마음으로

핵무기보다 더 강한 힘으로

순수한 노동이 살아있는 세상을

만들고 말 거야

 

하나는 여럿이고 백이고 천이고

모두가 인간다운 날

노동자가 주인인 세상

햇빛 받아 눈부실 거야

교활한 자본이 썩은 나무기둥같이 쓰러지는 날

인간해방세상 열리고

그 날을 위해 한 몸 바치는 힘찬 사람

노동자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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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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