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를 용서할 수 없고 이 불법을 인수한 삼표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다!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동양시멘트지부 사무국장 안영철
안녕하세요! 삼척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 안영철입니다.
동양시멘트는 제게 첫 직장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일한 곳은 쌍용자동차 하청업체로 전장업체였는데 사장이 부동산 투기 등으로 2번이나 구속되어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 문을 닫았고, 이후 현대자동차 중국공장으로 취업을 준비 중이었으나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포기했습니다. 아이가 생기니 마음이 조급해져서 구한 일자리가 목재가공 업체였습니다.
일을 하던 중 추석 전날 오른쪽 손가락 네 개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나도 깁스를 한 채로 한 손으로 일을 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세 식구 먹고 살기가 힘들어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일한 만큼 대우를 해주지 않아 한참을 싸웠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어서 그만두고 삼척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이력서를 동양시멘트에 보냈는데 연락이 와서 취업이 된 줄 알았거든요.
막상 삼척으로 내려와 보니 취업은 안 되고,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서 택배회사에 취업해 일을 하는데 삼척시 전체를 혼자서 맡아 하려니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약 3개월 정도 일을 하고 2006년 7월에야 동양시멘트에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면접을 하는 곳이 하청업체인 두성기업 사무실이었습니다. 이력서를 잔뜩 쌓아놓고 면접을 보니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질 않았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최저시급인지도 모르고 입사했습니다.
두성에서는 품질관리를 하는 실험실에서 일을 했는데 잔업을 한 달에 10개씩 해도 첫 달 손에 쥔 돈이 96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퇴사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나갔습니다. 그나마 실험실 일은 적성에 맞았는데, 2007년 파견법이 바뀌자 원청과 하청이 같이 일하면 파견법에 걸린다고 하면서 바꿔치기를 하더군요. 그렇게 강제로 생산현장으로 나와 생산2팀이라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야 정규직으로 발령을 내준다고 해서 원청의 대리 잔업 및 대체근무까지 해가면서 박봉에 시달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하루아침에 동일이란 회사로의 이직이었습니다. 삽질하던 사람을 갑자기 광산에 가서 장비를 타라고 하며 강제로 퇴사시키고 동일이란 회사에 강제로 입사시켰습니다. 억울함을 원청 관리자들에게 얘기했지만 그들 또한 어쩔 수 없다고 하며 회피했습니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시급이나 더 올려달라고 하며 광산으로 왔습니다.
광산에 와서 보니 기존에 일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위험한 것은 기본이고 모래먼지에 생산량을 독촉하며 쉬는 시간에도 교대로 일을 시키는 등 노동력 착취가 만연했습니다. 계속해서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나빠지고 그동안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참다못한 우리는 일한 만큼 대우해주고 차별대우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예전에 선배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려 했다가 전원 해고 되었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에 처음에 노동조합을 만들려했을 때에도 해고의 두려움이 가장 크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동료들을 찾았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며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큰소리치며 당당하던 사장이 눈치를 보며 말도 잘 안하고 꼬투리 잡힐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 속이 시원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작업현장에서도 더 이상은 강제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잔업 및 대근을 우리 스스로가 판단하여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6월 우리가 일하는 것이 정말 합법적인지 확인하려고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우리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와 삼척시민들에게 우리의 불법고용과 부당한 대우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 또한 언젠가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양시멘트에서도 긴장을 하고 하청노동자들과는 말도 하지 말라며 일상적인 대화를 거부하고 문서를 파기하는 등 분주해졌습니다.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서도 진정서를 내자 문제성을 인식한 듯 노동조합·하청업체(동일, 두성)·동양시멘트가 참석하는 특별교섭을 제안하여 6차례에 걸쳐서 진행했지만 동양시멘트에서는 마지막 교섭에 딱 한번 나와 교섭의 대상이 아니며 하청업체와 얘기하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후 하청업체인 동일과 단체교섭도 진행했고 정당하게 쟁의행위권도 생겼지만 제대로 된 파업 한번 못해보고 지난 2월13일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으로부터 위장도급 판정을 받고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동양에서는 도급계약해지 통보를 하였습니다. 이를 이유로 2월28일자로 101명이 집단해고가 되었습니다. 해고되고 나서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진행 중에 있고,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서 지난 6월5일 동양시멘트로부터의 부당해고임을 판정받고 정규직 복직투쟁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양시멘트에서는 부동산·채권가압류 및 가처분 등 민사소송은 물론 현장사수투쟁 및 동양시멘트 본사 복직투쟁으로 발생한 몸싸움을 이유로 형사소송을 진행하며 해고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옳은 길이기에 주저앉지 않고 힘차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비록 해고는 되었지만 우리의 투쟁으로 조금이나마 동해·삼척지역 노동자들의 급여를 비롯한 노동환경이 개선된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지금도 죄 없는 노동자들이 너무나도 쉽게 해고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 또한 지금까지 노예처럼 착취해온 동양시멘트를 용서할 수 없고 또한 이 불법을 그대로 인수한 삼표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몇몇 동지는 많은 고민을 하다가 생계 해결을 위해 일을 나간 동지도 있지만, 서울 삼표에서는 물론 삼척 동양시멘트에 거점을 두고 정규직 현장 복귀를 목 터져라 외치며 강고한 현장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양시멘트 정규직복직 투쟁에 항상 곁에서 함께 해주시는 동지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정규직으로 복직되는 그날까지 옳은 길을 찾아 흔들리지 않고 질기게 싸우겠습니다. 또한 억울하게 해고된 우리는 물론 앞으로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없도록 모든 노동자가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노/정/협
이 기사를 총 232번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