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하는 만큼 조직은 살아 움직인다. 아사히글라스 투쟁이 비정규직의 희망이 되고 싶다!
아사히사내하청노동조합 위원장 차헌호
아사히글라스는 일본자본이다. 구미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최대의 외국인투자 기업으로 유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이다. 정규직이 800여명이고 사내하청은 3개(지티에스, 건호, 우영)의 업체가 있으며 300여명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
9년을 다녀도 신입사원과 동일한 시급 5,580원, 시도 때도 없는 권고사직, 징벌로 조끼 입히기를 하는 쓰레기 같은 사업장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노조를 만들었다. 설립 2주 만에 138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현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머리띠를 묶고, 공장안에서 약식집회를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사히글라스가 스스로 진짜 사장임을 선언하는 칼을 뽑았다. 전력 공사를 핑계 대면서 노동조합이 설립된 업체만 하루를 쉬게 하더니 문자 한통으로 170명의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계약해지 했다.
구미지역의 민주노조 운동은 15년 간 하향곡선을 그렸다. 노동조합은 쪼그라들었고 그 많던 노동조합 간부들은 사라지고 없다. 그러는 동안 정규직의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최저임금이 일반적인 임금으로 자리를 잡았다.
구미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기업이 웃어야 구미시가 행복하다’며 2006년부터 기업사랑본부라는 단체를 신설해서 자본의 도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그들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본에게 억눌려 있던 아사히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억압과 착취를 뚫고 답답하고 막막한 구미에서 사내하청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구미지역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다.
아사히사내하청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구미시, 고용노동부, 경찰서는 아사히사내하청 노동조합에 대하여 적대적인 것을 넘어 노동조합을 깨기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저들은 구미에서 더 이상의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저들은 노동조합이 온전히 만들어지면 억눌려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들불이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노동조합을 하나라도 온전히 존재하지 못하도록 사활을 걸고 있다.
자본은 여전히 노동조합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설립하면 계약해지는 보편적인 일이다. 저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만큼 우리도 오기와 각오가 필요하다. 138명의 조합원에서 50명이 남았다. 소수라고 생각하면 소수이고 많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싸울 수 있는 대오다.
우선 자본과 힘의 관계에서 대등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투쟁의 시간이 흘러도 투쟁력은 유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쟁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은 단위사업장 울타리 안에서는 승리할 수가 없다. 공장의 담장을 넘고 지역을 넘어 전국의 투쟁들을 결합시켜야 한다.
노동자투쟁은 공동의 대응과 공동의 투쟁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이디스와 동양시멘트 동지들에게 공동 투쟁을 제안했다. 노동조합 운동의 힘이 바닥을 치고 있는 시기이지만 우리가 스스로 투쟁을 만들지 않고는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노동자투쟁의 돌파구는 모두의 힘으로 모두가 함께 싸우는 것이다. 특별한 조건이라고 해도 결국 노동조합은 우리들의 조직력과 단결력을 유지하며 연대의 힘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모두의 힘으로 노동조합을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아사히사내하청 노동조합은 금속노조에 가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운동 안에서 기가 막히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가입조차 거부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민주노조의 정신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온전히 세워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아사히사내하청의 이런 현실을 가장 먼저 이해한 동지들이 사내하청 전국모임이다. 사내하청 전국모임은 9월 5일 아사히사내하청 노조의 연대한마당을 전국의 동지들과 함께 진행했다. 전국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이 자발적으로 함께하는 연대한마당이 되면서 조합원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연대의 중요성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사내하청 전국모임 동지들과 전국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의 연대지지를 받으면서 감사의 마음으로 조합원들도 연대를 시작했다.
조합원들이 연대한마당 이후에 바로 전국의 동지들을 직접 만나러 연대방문을 가면서 조직은 활기를 얻었다. 아사히 투쟁만을 보다가 다른 투쟁 사업장을 보면서 우리 투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국이 투쟁판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깨닫게 되었다. 연대를 통해서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의 상당수는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었다. 아사히투쟁과 연대투쟁을 통해서 조합원들은 서서히 노동자의 정치에 눈을 뜨고 있다.
연대하는 만큼 조직은 살아 움직인다. 진심을 담아 연대하고 진심을 담아 투쟁하는 조합원들의 눈빛은 빛난다. 조합원들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는 노동조합을 얼마나 민주적으로 운영하는지 어떤 투쟁을 어떻게 배치하는지에 달려있다. 투쟁하는 내내 살아 움직이는 조합원들이 될 수 있도록 활력이 넘치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 최초의 조합이 어떤 길로 가는 지에 따라서 뒤따라오는 노동조합의 방향이 정해지리라 본다. 아사히투쟁은 구미에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투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를 담을 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 노동조합이 희망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노/정/협
이 기사를 총 253번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