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악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비전환, 평화와 민주주의 파괴 문재인 정권은 적폐 중심을 향해 가고 있는가?
사진은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실업문제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는 문재인 정권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일자리 문제를 살펴볼 때 우리는 두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일자리 문제는 실은 실업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제기되는 일자리 문제는 이것이 자본주의라는 특정 생산양식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일반의 문제로 바라본다. 따라서 일자리 문제를 자본주의 실업문제라고 할 때 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의 근본 원인과 해결방안이 좀 더 분명해진다.
둘째, 일자리 문제는 일자리를 둘러싸고 자본과 권력, 그리고 그 선전기관인 자본가 언론의 임금삭감, 노동유연화, 복지 축소 공세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자리 문제만으로 분리해서 봐서는 안 된다. 결국 일자리 문제는 단순하게 참여와 협상으로 정책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싸워서 쟁취해야할 계급투쟁의 문제다(“일자리 문제와 문재인 정권의 제반 노동정책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태도, 임무에 대하여”, 노동자정치신문, 2017년 6월 20일 http://mlkorea.org/v3/?p=4318).
이 주장은 이윤추구를 지상목표로 하는 자본주의에서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그 정권이 어떠한 정책을 펼치든 실업문제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통해 일자리 문제를 매일 점검하고,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실업문제, 특히 청년실업 문제를 최대 국정목표로 삼겠다고 공언한다고 하더라도 실업문제는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자본주의 경제 양상에 따라 실업문제는 만성적이거나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실업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자본주의 위기가 고조되면 그에 따라 자본간, 국가 간 경쟁과 대립을 심화시켜 무역분쟁, 환율분쟁과 자원 쟁탈전, 영토분쟁 등을 심화시키고 전쟁위기를 필연적으로 낳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자 계급도 일자리위원회에 들어가서 “사회적 대타협”으로 정권 및 자본과 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으로 일자리와 노동기본권을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우리가 위 주장을 한지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먼저 첫 번째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9월 13일 통계청이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이 통계청 고용동향을 분석한 언론 기사를 보면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도 실업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거나 심지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실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5000명 증가한 10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1~6월 계속된 실업자 100만명대가 지난 7월(96만3000명) 들어 깨지는가 싶더니 한 달만에 다시 100만명대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졸업시즌이 아닌 8월에 실업자가 100만명을 기록한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은 이듬해인 1999년 8월(136만4000명) 이후 18년 만이라는 점에서 고용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
청년실업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8월 청년실업률은 9.4%로 전년동월대비 0.1%포인트(p) 상승했다. 8월 기준으로 봤을 때 1999년 8월 10.7% 이후 최고치다.
보다 넓은 의미의 실업률을 나타내는 체감청년실업률은 22.5%로 통계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체감실업률은 지표의 체감률을 높이기 위해 고용보조지표상 실업자 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직활동 중인 학생, 공무원시험 준비생, 경력단절여성 등 잠재적인 취업가능자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보다 넓은 의미의 실업률을 나타낸다.“(이훈철 기자, 김현철 기자, 8월 실업자 100만명 IMF위기 버금..청년실업 심각(종합), 뉴스1, 2017.09.13)
물론 문재인 정권이 취임한지 아직 130일이 되지 않았고 일자리위원회가 만들어진지 몇 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문재인 정권의 실업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통계는 대략적인 추세를 파악하고 앞으로의 양상은 충분하게 예상할 수 있게끔 한다.
위 인용문 중 “1~6월 계속된 실업자 100만명대가 지난 7월(96만3000명) 들어 깨지는가 싶더니 한 달만에 다시 100만명대로 늘어난 것이다.”, “졸업시즌이 아닌 8월에 실업자가 100만명을 기록한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은 이듬해인 1999년 8월(136만4000명) 이후 18년 만이라는 점”을 보면,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실업문제는 문재인 정권 이전부터 계속되는 심각한 문제였다는 것과 현 정권에 와서도 실업문제는 지속되고 있으며 심지어 더 심화되기도 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위 기사에서 “‘지난달 광복절이 있는 주에 6일 연속으로 비가 와 건설업 일용직 증가폭이 둔화하면서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고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의 말을 인용하여 실업이 계절적인 일시적인 현상임을 강조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중 “체감청년실업률은 22.5%로 통계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는 주장처럼 청년실업문제가 지속되고 있고 더 악화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체감실업률은 실질실업률이라고도 한다. 실질청년실업률 22.5%조차도 사실은 제대로 된 실업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위 기사에서는 “구직활동 중인 학생, 공무원시험 준비생, 경력단절여성 등 잠재적인 취업가능자를 모두 포함한 것”을 체감실업으로 분류했는데 이들은 모두 구직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망실업자’들은 그 주관적 의지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질실업률에서도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단적으로 2016년에 현대경제연구원 <청년 고용보조지표의 현황과 개선방안>(16-20 통권 658호, 2016. 06. 13.)이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에서는 지난 해, 즉 2015년 8월 기준 청년층 실업률은 공식적으로는 8%(34만5천명)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체감실업률은 34.2%(179만2천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통계에서는 취업준비생과 시험준비생을 합친 숫자인 22.6%(113만8천명)에 더해, “임금, 공적연금, 고용보험, 교육훈련 등 근로여건이 자발적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열악하기 때문”에 비자발적 비정규직(45만8천명)과 “그냥 쉬고 있는 청년”, 즉 자발적(휴식 및 포기) 무직자(19만7천명)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그냥 쉬고 있는 청년’은 왜 그냥 쉬고 있겠는가? 오랜 구직 활동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되지 않아 자포자기하여 취업할 의지를 잃어버린 ‘실망실업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업자 통계를 확장하여 청년실질실업률이 34.2%에 달한다고 분석한 현대경제연구원 통계조차도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없다. “임금, 공적연금, 고용보험, 교육훈련 등 근로여건이 자발적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열악하기 때문”에 ‘비자발적 비정규직’이 된 청년 노동자들이 어떻게 겨우 45만8천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가?
맑스는 자본론에서 “취업이 매우 불규칙적인” 정체적 과잉인구를 실업의 일환으로 분류했는데, 반(半)실업자들인 불안정노동자층으로 얘기되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실질 청년실업문제는 34.2%를 훨씬 더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실업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유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조선업종에서 대량 해고당한 노동자들 다수는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거나 유랑민처럼 전국 공단을 찾아다니며 더 열악한 조건으로 취업하고 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 콜트콜텍, 아사히글라스, 만도헬라 등 정리해고, 계약해지 사업장 노동자들은 복직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과 정권에 의해 탄압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해고자들도 마찬가지로 원직복직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전환’, 역시 빈 수레가 요란했다!
이제 두 번째 주장, 즉 일자리 문제는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노동자에 대한 제반 노동정책(공세)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문재인 정권은 ‘좋은’ 일자리 창출과 연동해서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사흘만인 지난 5월 12일에 첫 외부행사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공항 정일영 사장 역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1만명을 올해안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권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정규직 전환을 선도하면 전체 민간부문에서도 이 정책이 “마중물” 효과를 내면서 정규직 전환 사업장이 줄을 이을 것이고 이것이 ‘좋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 것이라고 선전했다. 그런데 3개월여 지난 지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민주노총은 지난 8월 30일 “현장에서 멈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제목으로 비정규직 사업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기에서 민주노총은 다음과 같은 요구를 했다.
첫째, 정부가 20 여 년 동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확대해 왔던 법과 제도를 전격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
먼저 정부가 더 이상 비정규직이 생기지 않도록 사용사유제한을 법제화 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제정한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폐기하여 비정규직 양산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제도를 폐지. 개선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병행되어야 공공부문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민간부문으로도 확산해갈 수 있다. …
두 번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행정부처 차원의 점검 및 감시감독체계와 시스템이 다시 구축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상시지속업무임에도 가이드라인의 한계로 인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거나, 가이드라인 추진과정에서 오히려 해고되는 등 갈등이 초래되는 문제점들을 시급히 개선해야한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근본적으로 기간제법과 파견법이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애초 정권의 다짐과 달리 현재 빈 수레가 요란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권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예산과 의지, 제도와 관행의 문제 등으로 걸림돌이 넘쳐나는데, 민간부문에서의 비정규직은 무제한 이윤추구라는 자본의 법칙에 의해 브레이크 없이 지속되면서 비정규직 확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로써 민간부문 비정규직은 확대일로를 계속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문구로 끝나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실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하던 공공부문 사업장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한마디로 공공부문 사업장은 아수라장의 지옥과 같은 전쟁터가 되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공공기관에서는 계약해지와 정규직 전환을 제외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 비정규직 2년 사용 뒤 정규직 전환이라는 비정규직법이 개정되자 2년을 앞두고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대량 해고가 속출했던 상황을 그대로 연상시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사례부터 보자!
애초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의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 저임금 무기계약으로의 전환을 포장한 것이었다. 게다가 민주노총이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 (첨부) 자료를 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여객터미널 환경미화 노동자 29명은 용역계약을 넘어서서 근무하고 있는 인원이었는데, 그나마 전환대상에서 누락될 상황에 처했다.
심지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9월 12일 악명 높은 노조파괴 전문가인 장동우 GM대우 전 부사장을 인천공항운용관리 사장에 선임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14일 “문재인 정부 정규직 1호 인천공항 임시법인 사장에 창조컨설팅 동원 노조파괴 전문가 사장 선임을 규탄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2일 선임한 인천공항운영관리(주) 사장은 30년간 GM대우에 근무하면서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 사무실을 침탈하는 등 노조를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 장 사장은 2007년 부당징계 구제신청 당시 사측이 고용한 노무사가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추진했던 창조컨설팅이었다.
민주노총 성명대로 “‘갈수록 태산’ 이란 말이 제격”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의 변명대로 그 자가 “30여년 간 인사·노무관리분야에 종사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니 2017년판 제임스 리가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사용자가 임의로 전환대상에서 제외하고 조사대상에서 누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에서는 2단계 전환대상이고,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상시지속 업무인 기간제 환경미화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하기도 하였다. 이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1년간 30여명이 해고될 우려도 있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우에는 서울교통공사가 자회사 도시철도엔지니어링 업무에서 임의로 ‘생명안전’ 업무를 분류한 뒤, 직접고용 전환 대상으로 150여 명 중 54명만을 지정(설계인원 소방 37명, 냉방·환기 17명)하였는데, 이는 나머지 인원은 자회사가 알아서 해고하라는 취지와 같다.
한국가스공사는 8~9월 파견계약 2년이 도래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우선 계약 해지 후 전환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통보하고, 공석에는 파견직을 임시 채용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추진 일정이 지연되면서 재취업도 하지 못한 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고 생계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밖에 강원 홍천군과 서울 강남구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에서도 계약만료를 앞두고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계약해지가 속출할 상황에 처해지거나 민간위탁이여서 특별실태도사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있다. 원주시에서는 원주시 60세 이상 노동자들의 고용이 위협받고 있으며, 평택시 기간제 도서관은 8월 30일 부로 계약만료 해고 통보를 받았다. 창원시에서는 60세 이상은 일괄 정규직전화 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 9일 교육부 전환심의위에서는 학교 현장 5만 여명의 비정규직 중에 단 2%만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하면서 “사실상 정규직 제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무기계약직도 실제로는 비정규직의 일환이니 교육부는 “사실상”이 아닌 실질적으로 정규직 제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문제에 있어서는 전교조 역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재인 정권은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 전교조의 태도를 핑계 삼아 정규직 전환 무산을 정당화하기도 하고 있다.
여기에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3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과 관련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문재인 정권은 이미 속도가 조절된 ‘최저임금 인상’도 제한한 것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책을 정규직 비전환 정책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동과 평화, 민주주의 없는 3無 정권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퇴진 이후에 집권하여 구조적 문제, 역사적인 문제 해결을 자처했다. 이른바 적폐의 해결이다. 그것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는 가장 중대한 문제는 노동과 평화, 민주주의의 문제였다.
이 가운데 평화의 문제는 전쟁 없는 사회, 전쟁위기가 고조되지 않는 사회를 실현하는 문제다. 그런데 문재인은 말로는 평화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평화의 조건을 파괴하고 그 실현을 극구 반대하는 상반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는 미제국주의의 요구, 한미일 동맹을 신성시하면서 그 외부적 힘에 떠밀려가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평화와 화해, 대화의 추구라는 공문구는 이제 오간데 없고 문재인 정권은 연일 보복, 원점타격, 참수부대, 더 강력하고 실효적 제재 등 호전적이고 침략적 언사만을 일삼고 있다.
게다가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에 대해 “격노”하던 문재인은 성주 소성리에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배치하면서 주민들에게 무자비한 폭력만행을 자행하였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시대, 문재인의 얼굴을 한 폭력과 기만의 제2의 박근혜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기고 있”고 “미국이 짖으라고 하는 대로 짖어 주고 있”(문재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경수 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9월 10일 페이스북에 시사인 남문희 기자의 글을 공유하면서 적극 공감한다고 밝힌 내용의 일부)는 문재인은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미국의 주구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가? 굴욕을 감수한다는 것은 새로운 전망과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오늘날 전쟁 위기 고조가 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에 있다는 것을 간과, 은폐함으로써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커녕 오직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기고 있고 미국이 짖으라고 하는 대로 짖어주고 있을 따름이다. 꼬리를 내리고 미국의 개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대신에 북에 대해서는 개주인을 믿고 으르렁대며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는 꼴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노동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노동자의 문제 중 실업 문제가 가장 절박한 문제다. 그런데 정권은 청년실업처럼 과잉인구가 넘쳐나고 있는데도, 인구절벽, 인구 감소를 이유로 저출산 정책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실업문제가 문재인 정권에 와서 해결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결국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자본과 권력은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 권리를 공격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는데, 이는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는 수단이 아니라 노동자를 무장해제시키고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 정권은 노동운동가 출신 문성현을 ‘노사정위원장’으로 앉혔는데, 문성현을 고리로 하여 민주노총 내부의 수천 명의 전현직 간부, ‘활동가’들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과 노사, 노사정 협조를 부르짖으며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마비시키고 무장해제 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단위노조를 정권의 하부단위로 종속시켜 자주성을 말살하려는 기도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대안노조 운동이라며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주의와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양보를 부르짖는 세력들도 전국적 조직화를 선언하며 화답하고 있다.
문성현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노동운동 초기에는 전투적이었지만 30여 년이 지나면서 투쟁이 능사가 아니라는 현실을 인식했다”면서 노사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며 권력의 부름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노동운동 배신자들이 일관되게 보이는 행보이고 상투적인 언사지만, 문재인 정권에 대한 대중적 환상이 크고, 노동운동 내에 정권과 자본의 하수인들이 대규모로 포진한 상황에서 이러한 행보와 언사는 노동운동 내부의 투쟁성과 단결력, 계급의식을 심각하게 유린하고 훼손할 수밖에 없다.
현실은 적대적인데 이 적대를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명목으로 무마할 때 현실에서 나타나는 것은 기만과 위선밖에 없다. 정권은 이러한 가짜 대타협을 거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고립과 분리, 타격을 가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봤던 것처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으로 민간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마중물’이 되겠다던 정책은 혼탁한 구정물로 ‘전환’되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을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그 정책은 어떻게 될 있는가?
자본주의의 위기에 따라 그 폭과 양상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정리해고법과 기간제법, 파견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더 가속화되면, 지난 날 IMF시기에 그러했듯이, 대량해고와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대 등 각종 공세가 더욱 극심화 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노동운동의 요구와 원칙은 ‘비정규직 철폐’라는 구호로 집약됐다. 그런데 고용의 상시성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모회사로부터 노무관리, 경영과 사업의 독립성이 없으면 이 역시도 비정규직이다. 자회사 상시 고용을 정규직 전환으로 인정해버리면 자본이나 기관이 자회사 신설 남발로 실질적인 정규직 고용을 막는 것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자회사 무기계약은 ‘중규직’으로 고용은 상시화되는 측면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임금 비정규직의 영구화이다. 물론 현재 고용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정화된다는 측면에서 자회사 직고용을 불가피한 현실로 인정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자회사 직고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임금과 복지, 노조할 권리를 둘러싸고 노동자들의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오고 그 결과 투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더 강력하게 계속되어야 한다. 정권의 선의나 정책에 대한 기대나 환상 보다는 투쟁을 통한 힘의 문제가 근본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
결국 평화와 노동자 기본권, 생존권이 지켜지지 않으면 다시 대대적인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저항을 막기 위해 국가권력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대타협”을 추구하면서 그 동전의 양면으로 “사회적 대타격” 정책을 구사할 것이다. 평화의 거부와 전쟁 책동 지속, 노동기본권과 생존권 파괴는 민주주의 파괴를 수반하게 될 것이다.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은 노동자 민중을 압살하고 문재인 정권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국정원의 존폐”를 걱정하며, 국정원이 유인납치한 북해외식당 여성 종업원 문제를 여전히 함구, 은폐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천인공노할 만행을 보라!
사드 발사대 4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보였던 폭력만행은 민주주의 파괴와 국가 폭력이 다시 강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전조였다.
노동과 평화, 민주주의 없는 3無 정권, 문재인 정권은 이제 적폐의 중심을 향해 가고 있다.
노동과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3無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한다. 박근혜 퇴진과 구속으로도 적폐가 청산되지 않는다면, 이제 더 궁극적이고 근원적인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에 걸맞은 사상과 조직을 가지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노/정/협
이 기사를 총 466번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