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문제를 심오하게 회피하는 변혁당의 ‘재벌체제해체’ 노선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금 “재벌개혁” 요구를 들고 나오고 김상조, 장하성 류의 “재벌 저격수”, 실은 재벌의 합리적 개혁론자들이 고위 관료로 임명되면서 재벌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변혁당에서는 재벌개혁, 재벌해체 노선에 대해 ‘재벌체제해체’ 요구를 들고 나오고 있다. 과연 변혁당이 제기하는 ‘재벌체제해체’는 변혁의 요구인가?
변혁당 김태연 투쟁연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서 이렇게 주장하면서 ‘재벌체제해체’ 노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체제에서 재벌문제를 그대로 둔 채 노동자민중의 삶은 변화할 수 없다.(김태연 투쟁연대위원장, 김상조·장하성 류의 재벌 개혁 실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1원1표제의 함정을 경계해야, 사회변혁노동자당 변혁정치46, 2017. 6.1.)
“한국 자본주의체제에서 재벌문제를 그대로 둔 채 노동자민중의 삶은 변화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얼핏 보면 반박할 여지가 없는 참된 진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말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 속에 “재벌 문제”가 있고, “재벌 문제”를 해결한 “한국 자본주의 체제”가 있는 것으로도 이해할 여지가 있다. 실제 그 주장은 그러한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노동자의힘 시절부터 변혁당까지 “사회화” 노선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 노선은 항상 혁명과 국가권력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혁당은 “재벌체제해체”를 어떻게 주장하고 있는가?
“‘재벌체제해체’는 ‘재벌해체’나 ‘재벌개혁’과는 그 의미가 질적으로 다르다. 생산과정에서 분업과 협업이 유기적으로 연관관계를 맺는 기업집단은 생산력 발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즉,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는 ‘문어발식 집중’은 해체되어 재구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집단을 무조건 해체해야 한다는 재벌해체는 그 해답이 될 수 없다”(같은 글)
우리가 이해하는 반독점 전략으로서의 “재벌체제해체”는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그 물리적 수호자인 국가권력을 타파하고 몰수와 국유화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변혁당식 “재벌체제해체”는 그렇지 않다. 변혁당은 “생산과정에서 분업과 협업이 유기적으로 연관관계를 맺는 기업집단은 생산력 발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즉,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는 ‘문어발식 집중’은 해체되어 재구성되어야 한다”(같은 글)는 것을 “재벌체제해체”의 요체로 설명하고 있다.
변혁당식 “재벌체제해체”는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는 ‘문어발식 집중’”이 문제다. 이러한 “문어발식 집중”은 “해체되어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어발식”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하나의 기업이나 재벌이 다른 업종들에 진출하면서 규모를 늘려 나가는 방식을 문어의 몸에 붙어 있는 여러 개의 발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의미한다. 변혁당은 그렇다면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있는’” “문어발식 집중”은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변혁당은 집적과 집중으로 독점이 강화되는 법칙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의 집적에 의해 생산의 집중이 나타난다. 생산의 집중과 집중은 독점을 강화한다. 이 독점을 바탕으로 독점자본이 생겨나고 이 독점자본이 생산(수단)을 지배한다. 이 독점자본은 이 생산에 대한 지배를 바탕으로 이 사회 전체를 지배한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집적과 집중을 통한 독점의 강화는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있는 집중”일뿐만 아니라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는 집중”이기도 하다. 생산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문어발식 집중” 과정이다. “문어발식 집중”은 생산의 집중일 뿐만 아니라, 유통과 금융의 집중을 수반하는 “문어발식 집중”으로 나아간다.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결합, 이것을 금융자본이라고도 하고 독점자본이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재벌은 보통 산업자본과 함께 제2금융권을 소유하고 제1금융권인 은행 소유로 나아가려고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한다. 이 독점자본이 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금융과두제라고 한다.
“혁명의 근본은 국가권력의 문제다”
이 금융과두제의 지배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생산수단에 대한 지배권을 박탈해야 한다. 노동자가 중심이 된 “사회변혁”이 아니고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회변혁노동자당”은 그 명칭이 무색하게도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있는 ‘문어발식 집중’”과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는 ‘문어발식 집중’”으로 형이상학적으로 사물을 나누어 후자를 제거하는 “재벌체제해체”를 주장한다. 생산자본은 보존하되 비생산 자본은 “해체”하고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설사 변혁당식대로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는 ‘문어발식 집중’”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있는 ‘문어발식 집중’”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후자는 필연적으로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는 ‘문어발식 집중”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법칙의 의지와 정책을 넘어서는데, 생산의 집중은 금융과 유통의 집중으로 필연적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변혁당은 “기업집단을 무조건 해체해야 한다는 재벌해체는 그 해답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재벌체제해체” 주장을 합리화하는데, 지금까지 재벌해체 주장이 비판을 받았던 것은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변혁의 물질적 토대로 활용해서 사회주의에서의 생산의 사회화로 나아가자는 주장 대신에 기업을 수백개 쪼개는 비현실적이고 비변혁적인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재벌해체” 주장은 더 과격한 주장으로 포장되어 있어도 항상 합리적인 자본주의 지배구조를 만들자는 “재벌개혁” 노선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변혁당은 이 논점을 일탈하여 “기업집단을 무조건 해체”하는 “재벌해체”를 비판하면서, “생산과정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는 ‘문어발식 집중’”만을 해체한다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 재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벌기업의 사회화와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같은 글)
“재벌기업의 사회화와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통제”, 어느 국가에 의한 사회화고 어느 계급에 의한 “민주적 통제”인가?
변혁당이 지극히 단순한 문제를 심오하게 만든 것은 혁명의 문제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재벌의 문제는 독점자본의 이 사회 지배의 문제이다. 독점자본의 이 사회 지배와 이 독점자본을 수호하는 국가권력을 타파하지 않는다면 “재벌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재벌의 문제가 곧 자본주의의 문제라면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지 않고는 재벌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재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재벌의 소생산자와 소상공인들에 대한 수탈과 이들의 파산과 빈곤의 심화는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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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런 문제는 사상, 주의를 확고하게 세우지 못하고 당을 건설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죠. 오지리/오스트리아는 노동의 당이라는 명칭으로도 저런 사회변혁노동자당과는 달리 이 사상, 주의를 상당수준 이상으로 구현하고 있지요…^^ 당명에는 사회도, 변혁도 , 노동자도 다 있지만 실제 행동에서 이들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사상, 주의를 세우지 못했기 때문인데 무엇보다 노동자의 힘 시절부터 이들의 활동은 사상, 주의의 재건하고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반대이기까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