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성격은 무엇인가?

1. 문재인 정권의 성격을 규정할 근본 요소

문재인 정권은 촛불투쟁의 성과를 독점하여 조기 대선으로 새 권력을 잡았다. 문재인 정권의 성격은 무엇인가?

새 정권 탄생 이후 정권에 대해 무조건적 옹호, 비판적 옹호, 비판 등 다양한 견해들이 제출되고 있다. 마지막 비판의 경우에도 종북몰이에 앞장서는 극우 진영에서의 비판도 있고 진보적인 입장에서의 비판도 있다.

결국 이러한 서로 다른 입장들은 문재인 정권의 성격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그 규정된 성격에 맞게 누가 우리편인지 누가 중립인지 누가 우리의 적대세력인지, 또 앞으로 그런 세력 규정은 어떻게 변화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성격을 무엇을 가지고 규정할 것인가?

현재 취임 직후 나타나고 있는 일부 개혁적 또는 진보적 조치, 소통하는 자세, 미디어가 유포하는 직관적 이미지, 또는 지지세력을 가지고 성격을 규정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문재인 정권은 어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박근혜와 비교해 정권 초기에 취하고 있는 몇가지 개혁적인 정책, 고위관료의 성격은 참고 사항은 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권력의 성격을 규정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정권 초기 미디어가 유포하는 감성적 이미지는 이 성격을 과학적으로 규정하는데 혼란을 주로 가져올 수 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부르주아 권력이라고 규정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과연 소부르주아의 이해를 대변하는 권력인가?, 아니면 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외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권인가?

192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파시즘 권력이 부상하자 국제공산당(코민테른) 내에서 그 정치세력의 성격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이 권력에 대해 소부르주아 권력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파시즘의 면모가 분명히 드러나자 독점자본의 이해를 가장 폭력적이고 야만적으로 대변하는 권력이라고 규정했다. 이 권력은 노동자 민중을 가장 극렬한 방식으로 탄압했다.

초기 코민테른 내에서 파시즘을 소부르주아 권력이라고 잘못 규정했던 것은 이 권력을 계급을 초월한 일종의 보나빠르티즘적 권력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폴레옹 보나빠르트 권력도 농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계급 초월 권력은 아니었다. 나폴레옹은 황제의 외관을 취하고 있었지만 민법전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상승하는 부르주아의 경제적 토대를 강화하는데 복무했다.

또 하나 오류는 파시즘의 지지세력을 보고 파시즘의 성격을 규정했던 것이다. 파시즘은 소부르주아 다수의 지지를 받았지만 독점자본, 그것도 공황으로, 혁명으로 경제적, 정치적 위기에 처한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한다. 독점자본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 그 방향 속에서 전체 자본의 이해에 복무한다.

독점자본가들은 인구상으로는 한 줌도 안 되는 일파다. 물론 이들을 뒷받침하며 이해를 공유하는 정치세력, 법적 복무자들, 군경의 물리적 복무자들, 전문가, 지식인, 언론인들이 있다.

독점자본가들과 그 일족들이 한 줌도 안 되고 독점이 강화될수록 상대적으로 그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계급은 소부르주아와 심지어 노동자계급으로부터 지지자를 규합한다. 자신들을 국민 전체의 대변자로 은폐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배계급이 가진 언론, 교육 심지어 종교 같은 정신적 지배수단도 동원된다. 심지어 계승되는 인식, 잔존하는 편견, 인습도 활용된다. 물질적 생산수단을 지배하는 지배계급이 당대의 지배적 인식, 여론조차도 지배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종북몰이도 대중의 인식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이 때문에 평생을 가난과 모욕 속에 살아온 기층 계급 다수가 계급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보통선거도 처음에는 민중투쟁의 성과였지만 계급지배를 위한 권위가 소진하고 지지를 잃어버린 구 권력을 대체해 새로운 지배적 권위를 부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대중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계급지배의 원기를 회복하여 지배를 강화한다.

인물의 교체만으로 세상이 변화할 것이라는 국가물신주의는 새 권력 탄생 직후에는 미디어의 상징조작, 초기의 개혁적 언사, 일부 개혁적 조치 등으로 정점에 달한다.

문재인 정권은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권력이다. 문재인 개인의 인간성, 민주화 투쟁 경험, 운동경력을 가진 몇몇 고위 관료의 면면만을 가지고 이를 판단할 수는 없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지지세력만으로 판단할 수도 없다.

생산수단의 지배자들인 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독점자본이 이재용 구속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를 지배하는 경제적, 정치적 힘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미제국주의가 가진 힘들이 이 정권의 성격을 규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중동, 종편 같은 극우파쇼 언론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조선, 중앙일보의 최근 사설들을 보면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문재인 권력에 압박을 가하며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북미사일 발사를 기회로 한미동맹의 강화와 사드 배치에 대한 확고한 찬성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반북 주적 입장을 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촛불투쟁을 지지하고 그 성과로 탄생한 권력을 지지한다면서 이 정권이 적폐보다는 지배계급의 통합에 적극 나서주기를 요구하고 있다.(“사드도 ‘적폐 청산’ 대상인가?”(류근일 칼럼, 조선일보, 2017/05/16)와 協治의 첫 시험 무대는 외교·안보다(박두식 칼럼, 조선일보 2017/05/17), “통합정부: 왜 대한민국 드림팀인가?(2)”(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중앙시평, 2017.05.05.), “여야 임무 교대한 국회, 역시사지로 협치하라”(중앙일보, 사설, 2017.05.16.) 등 일련의 칼럼과 사설을 살펴보라!)

한겨레, 경향, 오마이 등이 문재인 정권의 무조건적 옹호자들로부터 공격을 당하지만 이들 언론들은 근본적으로 노무현, 김대중 정권의 이데올로기적 버팀목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들 언론사 내부의 몇몇 진보적 언론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사 전체의 기조가 그러하다는 말이다.

국정원, 검경, 기무사, 국가보안법 등 파쇼기구, 파쇼악법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2. 문재인 정권의 근본제약과 적폐 청산 요구

현재 문재인 정권에 대한 열광적 지지는 이명박 박근혜 권력 하에서 고통을 당했던 사람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새 정권이 이명박, 박근혜 권력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삶을 더 낫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기대와 열망 그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도 세월호 기간제교사 순직인정, 진상규명 지시 등으로 여기에 화답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같은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그렇다. 이것이 자회사로 직고용이라는 신분변화지만 당사자들은 고용의 상대적인 안정만으로 그 변화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도 그렇다.

이러한 변화는 그 동안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문재인 정권은 국내외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독점자본의 권력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촛불투쟁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적폐청산과 지배계급 내부의 통합에서 보듯 독점자본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성격에 좌우되면서도 적폐청산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동요하기도 할 것이다.

광화문 농성에서 보았듯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정권교체가 근본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투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가장 먼저 알고 있다.

갑을 자본 변호를 하며 노조파괴에 앞장섰던 자본에 매수됐던 가장 악질적인 불량분자인 박형철을 반부패비서관이라는 요직에 임명하는 것에 분노하는 노동자들도 이 정권의 계급적 성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사드 반대의 중심지에 있는 성주, 특히 소성리와 김천의 민중은 어떠한가?

이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분들은 이 지역에서 압도적인 홍준표 지지를 이유로 사드투쟁에 같이하지 않겠다는 일부 새 정권 지지자들의 태도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극우적 정서 속에서 사드반대를 해야 하는 고통에다가 이러한 새 정권 지지자들의 냉담한 태도로 인해 고립감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도 과거의 새누리당 지지 주민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하는 인식변화가 있었다.

사드 반대 투쟁에 적극적인 주민들은 홍준표 찍었다고 사드배치 반대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새 정권 지지자들 보다 훨씬 더 정치의식이 성숙해 있다.

농민회 활동을 하는 농민들이야 진작 그랬겠지만, 지역 생존권의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고 여전히 그 문제의식이 당연히 사드반대 투쟁의 근간이지만 한반도 전쟁과 평화의 문제, 미제국주의의 문제로까지 인식이 확장됐다.

김천시민대책위 한 분을 성주 소성리에서 만났는데 이 분 말씀은 지역 나이 드신 주민들과 광화문 고공 농성장도 방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같은 경험을 통해 민중의 공동체 의식, 연대의식도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에서 투쟁하는 주민들도 이렇게 계급의식이 발전했다.

그런데 새 정권이 들어서고 몇 가지 혁신적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지만 소성리를 중심으로 한 성주주민들, 원불교인들은 여전히 사드 가동과 추가적인 사드 장비 반입을 반대하며 밤새 길에서 규찰을 서고 있다.

경찰병력은 줄었지만 여전히 마을회관 맞은편에는 경찰이 진주해 있고 사드배치 골프장으로 가는 길을 통제하고 있다. 헬기로 추가 장비반입 계획이 알려지는 가운데 출몰하는 헬기소리에 민감해 하고 있다.

성주 주민들 내에서도 새 정권이 사드철수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새 정권 출범 이후에도 사드철수에 있어서만은 아무런 근본변화가 없다.

사드야말로 한국사회의 역사적 적폐의 산물이다. 전쟁을 부르고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압력, 미국으로부터의 비용전가를 초래하는 최대의 요물이다.

3. ‘전략적 모호함’의 명확화와 투쟁

국정원 해체,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석방, 유인납치한 북여성들의 귀환과 공작전모의 규명, 천안함과 세월호 진상규명, 청년실업을 비롯한 실업문제 해결, 주택문제, 부채문제, 복지 확대, 구조조정 중단, 노동자의 제 권리…

‘헬 대한민국’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모든 노동자 민중이 각 요구마다 우선순위는 다르지만 당장 화급하게 해결하기를 열망하는 과제들이다.

독점자본의 권력이라는 문재인 정권을 둘러싼 구조적 조건, 근본적 시스템의 한계는 문재인 권력을 끊임없이 제약할 것이다. 개인적 신념, 선의가 설사 있다고 해도 구조적 성격이 더 자연법칙처럼 더 강력하게 힘을 발휘할 것이다.

특히 경제적 상황이 더 급격하게 추락하면 그것이 독점자본가 정권으로서의 권력의 성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과거 IMF 당시 김대중 정권은 연일 파산에 빠지는 자본을 구제하고 자본주의 안녕을 위해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하고 급기야 2002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때에는 부평에 계엄의 상황을 연출하고 4월 10일 잔인한 경찰폭력을 자행했던 것처럼, 인권 대통령 하에서 가장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국가의 성격이 표출되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평택 대추리 폭력도 미제국주의가 주도하는 한미동맹이라는 구조적 시스템이 권력자 개인의 신념, 가치관과 무관하게 발휘된 극렬한 국가권력의 폭력의 집행이었다.

‘흑인 대통령’ 오바마, 인권운동가 출신 오바마 정권 하에서 집행된 대외적 전쟁과 대내적 흑인을 비롯한 경찰의 합법적 대학살도 바로 그와 같다.

박근혜가 권력에서 쫓겨 내려오고 들어선 새 권력 하에서도 요구와 열망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 요구와 열망은 그때는 무엇으로 돌변하게 될 것인가? 심지어 요구와 열망의 충족은커녕 이를 무자비하게 짓밟는다면?

집권 1주일 만에 문재인 정권의 반민중적 성격이 폭로되고 있다. 중앙일보 회장이었던 홍석현의 대미 특사 임명에서 이미 그 저의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제 홍석현의 실토로 그 저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홍특사는 이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에 대해 “후보 때 한 발언과 대통령이 돼서, (갖게 되는 생각은) 상대가 있는 그런 문제니까. 좀 차이가 있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발언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미국과의 생각의 차이라기보다는 국내에서의 절차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홍석현 특사 “文대통령 사드입장 후보때와 차이 있지 않겠나”, 서울신문, 2017-05-17)

“후보 때 한 발언”이 이제는 “대통령이 돼서 … 차이가 있”게 변한 것이다. 즉, 사드사드 배치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 사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보다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홍석현은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랬던 것처럼, 공약이 단지 당선을 위한 것이었고 민중 기만책임을 실토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문재인의 입장은 “미국과의 생각이 차이라기보다는 국내에서의 절차 문제를 언급한 것”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미국과 입장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의 절차의 문제, 즉 국회동의라는 형식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의 승인 절차를 통해 절차적 명분을 확보해 더 확고하게 사드를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드 철수를 염원하는 촛불의 염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려는 민중의 염원을 짓밟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점점 더 노골적으로 그 성격이 폭로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 선진적 노동자들로부터 투쟁이 촉발할 것이다. 사드를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민중이 기대를 접고 투쟁에 나설 것이다.

새 정권에 대한 진보적 비판자들로부터 조건적 지지자, 비판적 지지자들도 자신들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비판자들의 대오에 서게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무조건 옹호자들도 그때에는 동요하게 될 것이다.

새 권력에 대한 극우적 반대자들은 새 정권이 반민중적 성격이 극명하게 표출되고 민중의 지지를 상실할 때 더 힘을 얻고 준동하게 될 것이다.

결국 독자적으로 조직된 노동자 민중의 조직된 힘과 투쟁만이 정권으로 하여금 적폐청산을 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극우의 부활과 준동도 막아내며 이 사회를 진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힘으로 헬대한민국의 저주스런 현실을 근본적으로 끝장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점자본의 정당이 대중투쟁의 성과를 독점하고 그들로 하여금 요구를 대행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기층 계급의 이해를 확고하게 대변하고 이 절망의 현실에 전망을 밝혀주는 정치적 집결체가 필요하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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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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