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개혁 공동정부는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동지배 요구다

정치운동이든 노조운동이든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운동의 자주성을 사수하는 것이 생명이다. 그 근본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운동은 더 이상 운동이기를 중단하고 존재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다.

박근혜 권력이 주로 극렬한 탄압과 배제를 일삼았다면, 그것이 대대적인 저항을 낳아 권력이 쫓겨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문재인 권력은 주로 포섭과 사안별 통제, 선별 탄압을 적절하게 구사할 것이다. 소부르주아 시민단체, 언론 등에 대해서는 배제보다는 포섭과 포용으로 권력의 친위부대로 삼을 것이다. 이미 소부르주아 지식인들, 시민단체, 언론은 권력의 대변자로 적극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노사정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을 통해 포섭전략을 쓰면서도 언제든지 고립과 탄압, 배제전략을 탄력적으로 구사할 것이다. 특히 권력에 투항한 전직 노조간부, 진보정당 간부 및 활동가들을 통해 대대적인 상층 포섭에 나서며 상생, 협조주의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통해 대중조직을 직접 장악하려들 것이다.

이 포섭전략에 길들여지지 않은 노동운동 세력들은 정규직 양보론, 귀족노조 등으로 사회적 고립을 시키고 탄압하려들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분열을 유도하며 전체 운동을 통제하려들 것이다. 그러나 실업문제,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자본주의에서 해결이 요원하고, 특히 자본의 위기가 더 극심해지고 구조조정이 더 몰아치면 이들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노동자계급 개인을 보면 상당수가 소부르주아처럼 문재인을 지지하지만, 노동자계급의 측면에서 보면 자본과 자본의 권력에 대한 저항은 필연적이다. 소부르주아 지식인, 언론, 시민단체는 문재인 권력의 충실한 지지자로 남아 있을 수 있지만 기층 계급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 권력의 부르주아 권력으로서의 성공 여부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얼마나 통제하고 제어하여 자본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는가에 달려있다.

그 점에서 노동자 대중의 이해를 배신하면서도 통제력을 발휘할 노조 상층 관료, 진보정치 관료가 절실하다.

이미 역대급으로 수천 명의 노조 관료, 진보정치 관료들이 권력에 포섭됐다. 개별적 투항과 변절은 모든 권력 하에 있었으나 이번만큼 조직적 포섭과 투항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

정치운동 역시 자주성이 심각하게 말살당하고 있는데, 외형적으로 보면 민주노총이 공식 지지한 두 진보정당, 민중연합당과 정의당이 대선 완주를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독자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중연합당은 당원수만큼의 득표도 받지 못했다. 민중연합당이 아니면서도 통합진보당 해산과 국가보안법 반대의 대의를 가지고 투표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당의 자주성이 흔들렸던 것이다. 게다가 민권연대, 자주민보 등 자주파 상당수는 대놓고 문재인 지지선언을 했다.

문제는 국가에 대한 태도

정의당 심상정의 고용노동부 장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의당과 심상정은 개별입각에는 반대하면서 개혁공동정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노동부 장관 후보로 이름이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 대통령이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연정이나 정책연합 같은 방식을 통해 다른 당 인사를 기용할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이다. … 하지만 협치 수준이 관건이다. 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후 협력은 당 대 당 협상을 통해 개혁공동정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며 “한두 사람 입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연윤정, 노동계 출신 노동부 장관 탄생하나, 매일노동뉴스, 2017.05.11.)

민주당과 협치하는 공동정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정의당의 자주성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정의당은 자본가 권력과 공동정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권력에 집단 투항한 작자들인 사회연대포럼 참가자들은 이번에는 우리가 개별적으로 권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력적으로 들어가서 장관도 하고 일자리위원장도 할 수 있고 스웨덴처럼 노사정협약도 관철시킬 수 있다며 적극적, 능동적 참여라고 자신들 투항 행보를 정당화 했다.

심상정은 이러한 국가권력에의 참여를 더 높은 정치적 수준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총선 원내교섭 단체 구성, 2012년 대선 연립정부 구성, 2017년 독자집권이 과거 민주노동당의 집권전략이었다. 그런데 공동정부는 아주 높은 수준으로 자본주의 권력에 투항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연립정부 노선을 취했던 사민당과 유러꼬뮤니즘 정치세력들은 모두 자본주의에 포섭당하고 지배계급의 정당이 되었다. 독자집권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체제에 투항하는 것이다.

이 사회의 실질적 지배계급은 생산수단을 장악한 독점자본이기 때문이다. 미제국주의 역시 한국사회에 대한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본주의 내에서 선거라는 수단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한다는 국가개혁 노선은 항상 지배계급에 투항하거나 칠레 아옌데처럼 비극으로 끝났다.

베네수엘라 차베스노선이 미제국주의를 등에 업은 반정부 세력들의 저항, 경제적 사보타주 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중도반단한 절반의 혁명이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문재인으로의 변절 투항파들을 비난하는 신랄한 성명서를 발표한바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공식 지지하는 정의당은 개별입각 제안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협치라는 자본가 국가권력과의 공동정부 입장을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맑스는 1871년 파리꼬뮌을 보며 프로이센 외세에 굴복, 결탁한 프랑스 지배계급에 의한 그 피의 보복을 보면서 가장 큰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국가권력을 그냥 인수해서 사용할 수 없고 파괴하고 그 자리에 완전히 새로운 대중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국가의 문제인 것이다.

독일 사민당 내 잔존해 있던 라살레주의 같은 국가개혁노선이 이후 오늘날 의회주의 대명사인 사민주의 노선을 낳았다. 오늘날 영국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그리스 사회당, 스페인 사회당, 독일 사민당 등은 모두 독점자본주의 정당이 되었다. 그리스 치프라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집권하자마자 트로이카 체제(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IMF)에 투항해 반민중적 긴축을 수용한 것을 보라.

미국 공산당, 일본 공산당 등 유로꼬뮤니즘 정당도 국가개혁노선으로 우경화 되었다.

정의당은 전형적인 사민주의 정당이다. 그것도 종북몰이에 가담한 반북 사민주의 정당이다.

거대한 촛불투쟁은 박근혜 권력을 퇴진시켰지만 결국 그 투쟁성과를 정치적으로 독점 수렴한 것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가장 잘 정치적으로 조직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계급투표가 되지 않고 사드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성주 같은 지역에서 홍준표를 지지하고 계급투표가 되지 않았다는 비난이 넘쳐나는데 노동자 민중이 민주당을 찍은 것도 자기계급을 배반한 것이다.

정의당 역시 유시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이어 반노동자 정당인 민주당과의 협치를 주장함으로써 계급의 근본 이해를 묵살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에 대한 협치, 공동지배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부울경을 중심으로 진보연합정당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공동지배 협조주의 노선의 확장에 기여할 뿐이다. 종북몰이 의회주의 노선의 연장을 낳을 뿐이다.

계급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할 정당이 없는데 계급투표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주적이고 제국주의와 철저하게 싸울 수 있는 대중적인 전투정당의 건설이 우리의 사활이 걸린 목표가 돼야 한다.

근본변혁을 목표로 하면서도 당면목표 쟁취투쟁에 철저한 선진적인 전투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분열된 한국사회 운동을 단결시키고 대중운동을 단결시킬 단결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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