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민중의식 변화의 조건

대선 투표 결과 보며 성주에서 다수 주민들이 홍준표한테 투표한 걸 가지고 사드 투쟁 안 하겠다고 분노를 토해내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다른 인식의 측면에서 보면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하고 반노동자 정권이었던 민주당과 문재인을 노동자들 압도적 다수가 찍은 것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성주 주민들 다수가 홍준표를 찍었다고 사드 반대 투쟁을 안 하겠다는 것은 역으로 사드문제를 성주만의 문제로 한정해서 봤다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이 실제 성주를 고립시키고 미군부대 인근도시 중에서 인구가 적은 성주에 사드 배치를 강행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승만, 박정희 시대의 민중대학살 피바다에 기초한 살육의 반공주의, 홍준표의 회생을 통해본 것처럼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종북몰이, 종북몰이의 배후인 국정원과 국가보안법, 그 배후의 배후인 미제국주의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홍준표가 주적논란 종북몰이를 통해 살아나게 된 것이다.

종북몰이 반공주의는 비단 홍준표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 해산 공작과 내란공작이 몰아칠 때 민주당, 정의당도 여기에 동참하도록 했다.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도 마찬가지다.

심상정은 이번 대선에서 진보의 상징으로 된 것 같지만 종북을 이유로 당을 해산시키고 헌법 내 진보라는 명분으로 군복을 입고 애국주의 반공몰이에 동참했다. 광기어린 국회 내에서의 이석기의원 제명 백색테러에도 적극 동참했다.

심지어 맑스주의를 자처하는 정치세력도 북과 쿠바를 타도해야 하는 반동체제로 간주하며 제국주의와 반공주의 체제에 동참하고 있다. 주관적으로는 부정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정치적으로 수렴되고 있다.

단적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독극물 테러라는 희대의 조작사건을 북이 저지른 형제살인 테러로 확신하고 비방을 하던 노동자연대의 모습을 보라.

민중의식은 불균등하게 발전한다.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정치조직 내부도 마찬가지다. 동시대의 합리적, 이성적 인식이라는 것도 지배계급이 심어 놓은 인식의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민중은 자신의 직접 경험으로 그 인식을 돌파하기도 한다. 때론 느리고 우회적으로, 때로는 급진적으로.

러시아에서도 1905년 혁명 경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1917년 2월 혁명으로 짜르 황제체제를 붕괴시키고도 민중 절대 다수는 부르주아 임시 정부를 선택했다.

그러나 빵과 토지와 평화의 염원을 굶주림과 지주 지배의 연장, 전쟁의 지속으로 배신하는 부르주아 임시정부에 맞서 고작 8개월만에 러시아 자본주의를 전복했다. 짜르통치에 굴복하던 바로 그 민중이 짜르를 타도하고 임시정부에 환호하던 바로 그 민중이 임시정부를 타도했다. 물론 민중의 빵과 토지와 평화의 열망을 혁명으로 이끌었던 볼셰비키의 지도력이 있었지만, 이조차도 민중 자신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재인 당선에 대해 세월호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고 있다. 노동자들 다수도 문재인이 당선되어 청년실업을 포함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촛불투쟁에 참여했던 연인원 1600만 노동자 민중 다수도 박근혜 때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새 권력이 들어섰는데 사드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세월호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전쟁의 위협이 계속된다면, 실업문제 해결은커녕 구조조정 공세가 몰아친다면, 실질임금은 삭감되고 비정규직의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해외파트 위주로 재편한다던 37만의 국정원이 그대로 버티며 감시와 조작을 일삼고 있다면 그 정권교체의 열망이 어디로 가겠는가?

새 권력에 대한 기대와 환호는 배신감과 분노로 돌변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예상은 주관적 예측이 아니다. 정책과 의지보다 법칙이 더 필연적인 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재벌은 여전히 이 사회의 실질적인 경제적 힘을 발휘하고 있고 재벌의 요구에 의해 정치권력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의 정경유착 근절 공약 보다 더 큰 힘들이 작동하여 금권정치는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최순실없는 가운데서도 부패는 계속될 것이며, 독점자본에 의한 권력의 농단과 종속화는 지속될 것이다.

재벌개혁 요구는 재벌의 집적과 집중을 통한 독점의 강화를 막지 못할 것이다. 경제민주화 열망은 실현될 수 없으며 자본의 집적과 집중을 은폐하는 가림막에 불과한 것이다.

선거 때마다 자본가 정치인들은 재래시장을 상투적으로 찾아가지만 재벌의 의한 소상공인들의 파산과 시장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은 자본을 위해서 주로 퍼붓는 재정의 한계로 인해 심각하게 제약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본의 규모가 커지고 성장할수록 자동화, 합리화 등으로 필연적으로 노동력 고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생산의 법칙에 의해 실업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가 부분적으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이 고용없는 성장이 이 미미한 고용증가를 뒤덮을 것이다. 여기에 구조조정은 기존 일자리조차도 박탈할 것이다. 그리고 자본은 끊임없이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것이다.

자본언론은 노동귀족론 공세로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공격하고 임금과 복지 후퇴를 종용할 것이다. 이를 통해 조직된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거나 파괴시키려들 것이다.

엥겔스와 레닌이 말한 노동귀족론은 제국주의 알량한 물질적 이해에 취해 계급성을 상실한 노동자 일부층과 노동관료들을 비난하려는 것이지 물질적 성취를 낮추려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적극 옹호하고 이것이 해방의 조건을 제공한다고 말한 맑스의 주장을 상기해보라. 더욱이 레닌은 영국의 독점적 지배 시대에 비해 제국주의 시대 독점자본은 그 경쟁의 가중으로 식민지 초과이윤을 가지고 개량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제국주의가 자국 인민들에게 가하는 공세를 보라.

노무현 정권의 고임금론, 노동귀족론 공세와 새 정권에 예상되는 정규직 이기주의론은 물질적 성취와 조직된 노조를 공격하는 악랄한 자본의 분열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이다.

조중동 등 언론권력은 대통합 운운하며 새 권력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의 협치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도 이미 대선 투표 전에 이를 적극 밝혔다.

국민대통합의 요구는 국민 다수인 노동자 민중을 배제시킨 지배계급의 통합과 지배의 요구다. 적폐청산과 통합요구는 같이 갈 수가 없는 요구다. 사드반대와 사드찬성이 어떻게 한 배를 탈 수 있나? 물론 사드의 원천 무효가 아닌 절차적 문제, 일방성의 문제만을 염두에 둔다면 절차적 정당성, 추가 협의를 통해 사드를 전임 정권의 합의 사항이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정치권이 통합, 협치할 수도 있다.

사드 배치, 한일군사정보협정 체결, ‘위안부’ 합의. 이 모든 것들은 미제국주의 요구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는 일본 아베 정권의 해석개헌을 통한 평화헌법 개정과 전쟁국가로의 변모와 맞물려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문재인은 여전히 한미 동맹의 굳건한 기초를 맹약하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 물질적 조건이 문재인과 그 권력의 정책을 좌우하게 할 것이다. 새 정권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적폐의 일부, 더 나아가 권력 장악 이후에는 적폐를 쌓아나가는 권력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제 남은 과제는 개인의 선의, 정책적 의지를 넘어 이처럼 필연적으로 진행될 새 정권의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세에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단호하게 맞서는 정치적 전망과 조직구심을 만들어가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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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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