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치킨 게임의 위장막이 찢어지고 있다!

(2015년 7월 11일)

 

“그리스 정부가 앞서 내놓은 개혁안이나 지난달 채권단이 내놓은 협상안보다도 오히려 한 단계 엄격해진 긴축안으로도 해석되면서 오는 10일 그리스 의회 표결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 구체적으로 조기 퇴직에 불이익을 주고, 2022년까지 법정 은퇴연령을 67세(40년 근속했을 경우에는 62세)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사회연대보조제도(EKAS)에 따라 저소득 노령자에게 지급하던 추가 연금을 2019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이 가운데 소득 상위 20%에 대한 지급은 내년 3월부터 당장 폐지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2016년 말까지 섬 지역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인하를 폐지하고 음식점에 대한 부가세율을 23%로 단일화하는 등의 부가세 개편 방안도 마련했다.”(‘치프라스의 결단? 그리스, 대폭 양보한 개혁안 제출’,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2015년 07월 10일)

그리스에서 구제금융안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5일 전인 지난 6월 30일, 우리는 <치킨 게임으로 위장한 그리스 국민투표, 벼랑 끝 전술 뒤에서 반민중적 긴축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60% 이상의 그리스 국민들이 구제금융안에 반대했다. 부결에 대해 시리자와 그리스 국민들의 승리라는 분석이 잇달았다.

 

국내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그리스, 위기탈출의 일보를 내딛다, 화폐권력을 되찾기 위한 그리스 민중의 선전포고>(송명관 참세상 기획위원, 2015.07.06)라는 분석을 제출하기도 했다.(이러한 분석은 주관적 바람에 불과했다. 위기탈출의 주체가 그리스 노동자 민중인지, 그리스 정부와 자본주의 국가인지도 모호하다. 더불어 이 글은 화폐권력 운운하며 국가권력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고, “과연 그리스 국민투표가 유럽통합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될지”라는 글에서 보듯, 유럽통합에 대해서도 몰계급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글에서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를 비판했는데, 이처럼, 그리스 사태는 한국 정치세력, ‘진보세력’들의 정치적 입장의 실상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시리자 정부는 이 부결을 긴축안에 대한 반대투표로 이해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듯이, 시리자 정부는 이것을 구제금융 상환기간을 유예하고, 부채규모를 감축하여 그리스 자본(특히 독점자본)을 살리기 위한 목표로 재협상을 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 했다.

 

국제금융 자본과 독일 등 제국주의 국가들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그리스 내정에 개입했다. 재협상을 하루 빨리 하라고 압박했던 미국은 물론이고, 가장 완강한 태도를 보였던 독일도 시리자 정부가 긴축안을 제출한다면 국민투표 이후에 재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처럼 벼랑 끝 치킨 게임 뒤에서 반민중적 긴축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노동자 민중의 눈을 가리던 그 위장막이 찢어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그리스 정부는 이미 가혹한 긴축안이 담긴 양보안을 제출했다. 그리스공산당은 시리자가 양보안으로 내놓은 가혹한 긴축안이 47+48개 항에 달한다고 폭로한 바가 있었다. 이번에 국민투표 이후에 시리자 정부가 제출한 재협상안에는 “채권단이 내놓은 협상안보다도 오히려 한 단계 엄격해진 긴축안으로도 해석”된다고 할 정도로 반노동자적, 반민중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시리자는 가혹한 긴축안을 제시하고 구제금융 연장과 감축으로 자본을 살리는 파멸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 시리자정부는 노동자민중을 배신하며 사회당이 갔던 길을 달려가고 있다. 시리자 사민주의 정부의 실체가 고스란히 폭로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자본주의 위기의 절박한 정도만큼 그 실체가 너무나 빨리 폭로된다는 점이다.

 

‘급진좌파’라는 수사에 속지 말아야 한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에게 진실은 급진도 아니오, 좌파도 아닌, 오로지 ‘연합’밖에 없다. 시리자 정부가 걸어가고 있는 길은 이미 그리스 내부는 물론이고 긴축정책으로 원성을 사고 권력에서 내려왔던 스페인 사회당 사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제2의 시리자’로 칭해지는 스페인 포데모스라고 다를 것인가?

 

제3의 길은 없다. 우회로는 없다. 제국주의 체제와 싸우지 않고, 국내 독점자본 체제와 싸우지 않고 해방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변혁의 근본적 원칙이 그리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결국은 그리스에서도 국가권력의 문제가 본질인 것이다. 선거와 의회를 장악해서 기존 자본주의 국가 기구를 그대로 인수해서 사용할 것인가? 국가기구를 분쇄하고 새로운 대중권력을 세울 것인가?

 

시리자 정부는 앞으로 점점 더 그리스 경제 성장(독점자본의 성장)을 위해 국제금융약탈기구와 제국주의 국가와 타협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분노한 그리스 노동자 민중은 앞으로 대대적으로 시리자 정부에 맞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그때 그리스 경찰과 군대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진압하려 할 것이다. 치프라스와 시리자 정부의 명령 하에서…

 

변혁으로 나아갈 것인가? 황금새벽당 폭도 무리와 같은 파시즘이 승리할 것인가? 문명의 새벽을 밝혔던 그리스에서 노동자 민중이 변혁의 새벽을 열지 날카롭게 주시하자! 그리스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서 우리의 변혁적 자양분을 섭취하자!<끝>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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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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