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정상회담과 “조건반사의 토끼”
이번 조중 정상회담의 의미에 대해 이 나라 언론들은 “대북 지렛대를 확보하고,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 문제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포석”이니 “러시아에 기운 북한 다잡기”니 “중국이 평양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하려는 성격”이니 하며 갖은 분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언론에게서 진실을 기대한다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에 다름아니지만 특히 조선과 관련된 언론 보도는 더더욱 거짓으로 점철되고 객관적 현실 대신 주관적이고 사악한 의도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를 북맹이라고들 하는데 국가보안법이 사고와 인식을 지배하는 반공주의 사회의 현실이 평소 팩트를 그토록 강조하는 언론이 부끄러운줄 모르고 이러한 가짜 보도를 일삼게 하고 있습니다.
로동신문 2026년 6월 8일 월요일 1면에 실린 시진핑 주석의 “지난날을 계승하고 미래를 개척하며 시련속에서 함께 전진하여 전통적인 중조친선의 새로운 장을 계속 아로새기자”는 기고문을 보더라도 한국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허황된 분석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 기고문에서 조중 두 나라 관계가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벅찬 세월속에서” “생사를 같이 하면서” “피로써” 맺어진 “전투적친선”이라고 강조하며, “중국공산당과 조선로동당은 다같이 맑스주의 집권당이며 중조 두 나라는 사회주의 길을 함께 걷는 동행자”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시주석은 이를 바탕으로 이번 조중정상회담에서 중조관계를 전략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여기에 경제관계뿐만 아니라 “중조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체결 65돐”을 언급함으로써 군사적 동맹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패권정치와 강권정치를 반대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반대한다고 천명함으로써 미일 제국주의의 침략적ㆍ패권적 책동에 공동으로 맞서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조선에서도 “중국인민의 친선의 사절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로동신문 사설을 통해 두 나라의 우의가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위해” 부단히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 언론들의 맹목적 보도와 다르게 이번 조중정상회담은, 2024년 조러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포괄적인 전략적 동맹”을 체결했는데 여기에 버금가는 회동이 될 것이고, 거기에 두 나라 특색의 사회주의 공통의 전략적 발전이 더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언론, 이른바 전문가들, 정치권에서는 미국 고위 관료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지난 2016년 5월 14일 미중정상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목표를 확인했다”는 보도를 한바탕 쏟아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여정 조선로동당 총무부장은 7일 조중정상회담 하루 전 발표를 통해 미국의 이러한 발표는 “완전한 날조이고 허황한 거짓정보”라며 “비핵화라는 고어에 대한 집착이 매우 특이하게 강한 미국 관리들의 희망일 수는 있어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후론하려는 미국의 주장은 아무러한 법적 구속력도 가지지 못한다”며 “우리는 그 누구와도 우리의 핵심 주권과 안전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조중 정상회담 하루 전에 이러한 발표가 나오고, 실제 의제에 “북한 비핵화” “비”자도 나오지 않고 양국이 각자의 주권을 존중하고 공통의 전략적 이해를 도모한다는 입장을 보더라도 미국의 발표와 이를 맹목 추종하는 한국 언론과 정치권, 전문가라는 자들의 3자동맹이 얼마나 북맹으로 채워진 사기꾼동맹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언론들의 보도 요지는 중국이 대국으로서의 힘을 가지고 이른바 북핵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며 러시아로 기운 조선을 중국 쪽으로 가지고 온다는 것인데, 이는 미한’동맹’에서 패권 제국주의 미국에 송두리채 주권을 상실한 한국의 모습을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는 조선에 일방 투영했기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이 한국사회 전체를 몽롱한 집단 최면상태에 빠져들게 한 결과입니다.
반북에서 반북ㆍ반중으로 확장된 “조건반사의 토끼”
고 리영희 선생은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고 했는데, 이는 국가보안법이 조장하는 반공주의와 야만의 폭력이 만든 우상에 맞서 이성을 회복하기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리영희 선생은 이 반공주의 현실을 “조건반사의 토끼”라고 격렬하게 비판했습니다.
우리들의 인식론적 기능은 냉전 사상과 체제 속에서 조건반사(條件反射)의 토끼가 되어버린 감이 있다. 예로 ‘중공’이라는 용어는 즉각적으로 ‘기아’ ‘괴뢰’ ‘피골상접’ ‘야만’ ‘무과학’ ‘반란’ ‘정권타도’ ‘침략’ ‘호전(好戰)’…… 등 냉전용어와 그것이 담고 있는 그와같은 관념을 우리에게 일으켜왔다. 우리는 강요된 조건반사의 토끼가 되어 있다. 예로 든 중공이 그런지 안 그런지는 알 길이 없다. … 문제는 어떤 객관적 사실이 교육되고 선전되고 세뇌된 대로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아니다. 진실로 문제인 것은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믿어야 했고, 어떤 사상(思想)에는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하고, 그 용어를 사용하면 반드시 일정한 스테레오타이프적 관념을 머리 속에 형성하게끔 우리들이 냉전용어의 조건반사 법칙에 충실한 토끼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다.(<韓半島 1971년 9월호>, 李泳禧評論集, 조건반사의 토끼, 轉換時代의 論理, 창작과 비평사)
리영희 선생은 국가보안법 때문에 조선을 ‘중공’에 빗대어 설명했지만, 반북은 오늘날 당시보다 더 격렬하게 반중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 “조건반사의 토끼”들은 이러한 극우적ㆍ반공적 토양 하에서 북조선에 대한 적대를 기반으로 “중국공산당 부정선거”, “광주폭동 북한군 개입” 운운하며 도착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들 극우들이 성조기와 시오니스트 학살자 이스라엘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이들 극우 반공세력의 배후에 미국과 독점자본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습니다.
이들 “조건반사의 토끼”들은 5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코끼리처럼 거대해지며 빈곤과 실업, 주거권 상실로 고통받으며 미래의 꿈을 상실한 청년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조선에 대해 무지하게 하고 왜곡ㆍ중상케할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삶의 고통과 희망의 박탈을 반공주의 대북적대감ㆍ대중적대감으로 극우적으로 돌려 이 체제 내부의 문제를 투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합니다. 남은 것은 자신에 대한 모멸과 학대, 공동체적 인식이 아닌 각자도생 속의 이기적이고 주변인들에 대한 생사를 건 경쟁적 사고, 몰역사의식 뿐이고 반면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살지만 자신들을 착취ㆍ지배하는 젠슨 황, 이재용 같은 거대자본가에 대한 동경과 숭배입니다.
내란청산을 외치면서도 국가보안법 폐기 의사가 전혀 없고, 실업, 빈곤, 주거권 등 청년 세대들의 박탈감에서 비롯되는 극우화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이 청년 세대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위선도 규탄 받아 마땅합니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사이, 여성과 남성 사이의 갈등은 전혀 본질이 아닙니다. 이는 통치자들이 만들어 놓은 가상의 대립구도에 놀아나는 것입니다.
이 사회의 지배자들은 피지배계급들 내부에 발현되는 서로 간의 적대감, 불신, 경쟁심, 외부의 적들을 향한 증오감 덕에 영속적 지배를 용이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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