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기아차 지부(김성락 집행부), 노동자 대단결과 노동해방의 기치는 어디로 갔는가?

* 이 성명을 발표하고 나서 곧바로 기아차 지부(지부장 김성락)가 비정규직 분회가 결사 반대하는 600명 특별 채용안을 직권으로 강행 처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아차 지부 김성락 집행부의 직권조인 만행을 규탄한다.

“현대차·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노사갈등 격화”라는 3일자 매일노동뉴스 기사 제목은 명백히 잘못됐다. 노동자의 투쟁에 대해 ‘갈등’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쓴 것도 그렇지만, 이 투쟁은 노사간에 벌어지는 투쟁만이 아니다. 기아차 자본과 기아차 정규직 지부(김성락 지부장)가 같은 편을 먹고 비정규직 분회와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투쟁이다.
기아차 자본과 지부는 기아차 비정규직 분회의 반대 입장을 무시하고 600명 정규직 채용안(비정규직 노동자 중 20%만 선별 채용안. 선별 채용 후 기아차 내 남은 노동자는 3,762명, 화성은 2,600명)을 확정 발표하려 하고 있다. 이 채용안 대로라면 자본 맘대로 조합원을 강제전적, 전환배치 하게 하고,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평생 비정규직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김성락 지부장은 “특별교섭은 사내하청 분회 조합원 총회로 결정한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그러나 불법파견 정규직화 2심 판결이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기아차 지부는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확정 발표하려는 것이다. 기아차 지부는 도대체 기아차 자본과 무슨 밀약이 되었기에 이런 일방적인 합의를 강행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 김수억 분회장은 이 기아차 자본과 지부의 일방적인 합의 강행에 맞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현대차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본과의 투쟁인 동시에 노동조합 내부 투쟁이기도 하다. 자본과의 투쟁을 위해서는 자본과 손잡은 내부의 오열과의 투쟁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기아차 지부는 ‘금속노동자의힘’이 배출한 집행부다. 김성락 지부장은 당연히 이 현장조직 소속이다. 금속노동자의힘 김성락 지부장은 2010년, 2011년 2년 연속 무쟁의를 한 바가 있다. 그 대가로 기아차 지부는 기아 자본으로부터 무상주를 제공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성락 지부장은 ‘주식성락’이라는 조롱적인 별명이 붙기도 했다. 금속노동자의힘은 이 무쟁의 2년으로 얼룩진 노사협조주의 김성락을 지부장 후보로 선출한 것이다.
금속노동자의힘은 “노동해방을 여는”을 기치로 하고 있는 현장조직이다. 한때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결을 최우선의 가치로 내세운 적도 있다. 그리고 실제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에 활동가들이 열심히 연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금속노동자의힘과 그 현장조직 출신 기아차 지부 김성락 집행부에게 “노동해방”의 기치는 어디로 갔는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결은 어디로 갔는가?
노동해방과 노동자의 단결의 기치가 사라진 자리에 노사협조주의와 노동자의 대분열이라는 자본의 기치가 자리잡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민주노조 운동’의 현실이다. ‘민주노조운동’ 중 현실과 부합하는 것은 민주도 아니고 운동도 아니다. 오직 남은 것은 노조밖에 없다. 이러다가는 노조도 아닌 자본의 노무관리기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기아차뿐만 아니라 대다수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다.
혁명의 기관차가 되어야 할 대공장(대기업) 노동운동은 노조운동으로 변질돼 버렸다. 이 노조 운동은 조합주의와 경제주의 노조 운동이다.
노동운동이 민주주의 투쟁의 전위가 되고 민중의 이해를 앞장서서 대변하고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사업장의 문제, 자기 조합원의 문제, 특히 정규직 조합원의 협소하고 이기적인 이해에만 몰두한다. 노동운동이 자본의 사상인 이기주의, 분열주의, 배타주의, 탐욕에 빠져 버렸다. 그러다가 공황이 닥치고 고용불안이 오면 희망퇴직을 수용하고 임금삭감과 전환배치 등 양보교섭으로 일관하는 그러한 노동조합 운동이다.
한 때 노동조합 운동의 3기치는, 변혁성, 연대성, 민주성이었다. 그런데 노동조합 운동과 현장조직 운동은 이 3원칙을 상실했다. 특히 자본주의의 철폐와 노동자해방이라는 기치가 사라진지 오래다. 변혁성을 상실하니 이제 노조운동에 남은 것은 실리주의, 조합주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해방과 전 사회의 진보적 발전이라는 가치를 잃어버린 노동운동은 당연히 연대성을 상실하게 된다. 변혁성과 연대성을 상실한 노조운동은 기아차에서 보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지를 배반한 직권조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게 되는 것이다.
변혁성, 연대성, 민주성이라는 노동조합 운동의 3원칙 중 제1의 원칙은 변혁성이다. 변혁성이 살아날 때 연대성과 민주성도 살아 난다. 자본주의 내에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오가는 자본의 노예되기 운동이 아니라, 원대한 혁명의 목표를 되살리자. 노동자의 국제적 단결로 나아가자. 노조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이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투쟁하자!
2017년은 러시아 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노동조합 운동이,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역사를 다시 배우자. 혁명의 기치와 전망을 다시 세우자. 혁명적 사상으로 무장하자. 혁명적 실천을 하자.

2017년 1월 4일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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