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는 이제 미국의 목을 조이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
제재가 실패할 때, 권력은 압수로 향한다: 서구 강압 질서의 붕괴
The Cradle
역자: 송영애
워싱턴의 제재 모델이 붕괴하면서, 그 절박한 조치들은 힘이 아니라 쇠퇴하는 체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미국–베네수엘라 간 긴장 고조는 흔히 전술적 차원에서만 좁게 해석된다.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측근을 겨냥한 신규 제재, 그리고 모스크바와의 공개적인 외교적 공방이 그것이다.
개별적으로 보면 이 사건들은 단발적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함께 놓고 보면,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는 강압 모델의 쇠퇴를 보여준다. 이 모델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안보화되고, 법적으로도 불안정한 형태의 압박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체되는 교리로서의 제재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제재를 핵심 정책 수단으로 취급해 왔다. 군사적 개입 없이 정치적 복종을 강요하기 위한 경제 무기였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워싱턴의 광범위한 야망은 확인된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통제하려는 더 깊은 전략적 추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수년간의 금융 고립, 자산 동결, 무역 봉쇄는 볼리바르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해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국가는 적응했다. 석유 수출은 대체 시장으로 우회되었고, 결제 채널은 미국이 지배하는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났으며, 러시아·이란·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더욱 심화되었다. 경제적 질식을 의도했던 제재는 오히려 워싱턴의 통제를 벗어난 다각화와 지정학적 재편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의 유조선 나포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제재가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내지 못할 때, 압박은 사라지는 대신 형태를 바꾼다. 경제적 강압은 재정적 압박과 노골적인 안보 조치의 경계를 흐리는 수단으로 전환된다. 자산 압수, 2차 제재, 공개적인 법적 조치는 종종 집행으로 포장되지만, 이는 전략적 자신감이 아니라 영향력의 감소를 드러낸다.
주저하는 유럽은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사우스의 제재대상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구 금융 시스템의 핵심부에서도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그와 같은 강압적 피로 현상은 유럽에서도 나타난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000억 달러가 넘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했지만, 동결에서 전면적 압수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이 주저함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두려움 때문이다.
전면 압수는 서구 금융 시스템의 법적 기반을 훼손하는 선례를 남기며, 자본 이탈, 상호보복 , 그리고 유럽 관할권이 글로벌 자산의 중립적 보관처라는 신뢰가 붕괴될 위험을 초래한다.
그 결과 유럽 정책결정자들은 원금은 건드리지 않은 채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만 전용하는 등의 반쪽짜리 절충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마비 상태 자체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는 제재가 강압적 효과를 상실했을 때, 긴장 고조가 자동으로 영향력을 회복시켜지 않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는 법적 정당성에 의존하는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다. 동결에서 압수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은 더 깊은 위기를 반영한다. 제재 체제는 자산을 묶어둘 수는 있지만, 그 경제적 압박을 전략적 해결로 안전하게 전환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할 경우, 자신이 보호하려던 질서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재의 효과를 광범위하게 연구해 온 경제학자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지적했듯이; “제재는 경험적 증거가 말해주듯 대부분 실패한다. 그리고 실패할 경우, 의도한 목적에 도달하지 못한다.”
베네수엘라는 예외가 아니라, 특히 두드러진 사례일 뿐이다
차이점은 이제 워싱턴이 더 높은 시스템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그리고 영향력을 유지의 보장된 수단이 훨씬 줄어든 상태에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압박받는 것은 국가만이 아니다
국가 차원의 제재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강압의 그물은 제도와 기관들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미국 또는 동맹국 인사를 전쟁범죄로 기소할 수 있는 수사를 추진한 이후 표적이 되었다. 올해 초 워싱턴은 프랑스 판사 니콜라 길루를 포함한 ICC 관계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했다. 그는 그 결과 “사실상 전 세계 은행 시스템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상태”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술 역시 점점 효과를 잃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블록은 제재 대상이 된 제도들을 옹호하며 금융적 우회로와 정치적 연대를 제공하고 있다. 제재 체제는 수익 감소를 넘어 적극적인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제재에서 언론통제로
경제적 강압이 힘을 잃자, 반대의견을 억누르려는 충동은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제재의 논리는 이제 정보 생태계로까지 번져, 미국에 동조하는 군사주의를 비판하는 분석가·학자·논평가들을 겨냥한 계정 정지, 플랫폼 퇴출, 불투명한 콘텐츠 관리 정책으로 나타난다. 특히 가자지구 집단학살과 같은 사안에서 그러하다.
이것들은 공식적인 제재는 아니지만, 기능적으로는 유사하다. 설득이 아니라 배제를 목표로 하며, 청중·자원·전문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다.
서구 개입을 구별짓는 것은 단순한 반대 자체가 아니라, 강력한 제도나 동맹국의 도덕적 정당성에 도전하는 반대라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경제적 또는 정보적 압박을 촉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금융 억압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방법 역시 역류를 낳고 있다.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제재의 폐허 속에서 등장했듯, 탈중앙화 플랫폼과 대안 미디어는 서구의 디지털 담론 독점을 흔들며 성장하고 있다.
권력이 참여가 아니라 침묵 강요에 의존할 때, 그것은 힘이 아니라 제약을 의미한다.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시도는 단일 패권 중심으로 더 이상 조직되지 않는 세계에서 강압적 권위가 고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네수엘라와 반(反)강압적 전환
제재의 인적 비용은 국제 관측자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기록되어 왔다. 베네수엘라를 공식 방문한 유엔 일방적 강압 조치의 부정적 영향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부문별 제재와 자산 동결이 “전체 인구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경제 붕괴를 심화시키고 기본 서비스 접근을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이 평가는 베네수엘라만의 것이 아니다. 이는 제재 질서의 핵심적 모순을 포착한다. 제재는 막대한 인간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변화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재는 엘리트에게만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 사회 전반으로 파급되며, 순응을 보장하지 않은 채 사회적 고통을 심화시킨다.
글로벌 사우스의 많은 국가들에게 이 현실은 추상적이지도, 새롭지도 않다. 수십 년간의 경제적 강압 경험은 복종이 아니라 적응을 낳았다. 금융 주권, 에너지 다변화, 전략적 비동맹은 이념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한때 서구 시스템에 의존하던 국가들은 점차 지역적 동반자 관계와 비서구 경제 네트워크를 통해 대안을 구축해 왔다.
오늘날의 베네수엘라는 이러한 광범위한 전환을 반영한다. 고립 대신 대안적 통합을, 정치적 붕괴 대신 강압을 경험한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선택했다. 그 결과는 분열이 아니라 서구 틀 바깥에서의 결속이다.
이 패턴은 이란과 러시아에서도 확인된다. 고립을 의도한 제재는 오히려 병렬적인 경제·외교 구조의 발전을 가속화했다. 한때 주변부로 여겨졌던 에너지 경로, 결제 메커니즘, 금융 연결망은 이제 글로벌 경제 흐름의 중심이 되고 있다.
워싱턴의 대응은 수익이 줄어드는데도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당성 없는 강압은 지속되기 어렵다. 새로운 제재가 추가될수록, 권위는 강화되기보다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제재 질서의 붕괴는 직선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불균등하고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단극 체제를 위해 설계된 도구들은, 다극 세계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표적 국가들은 지지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위험을 분산하며 자율성을 구축한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것은 국지적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권력의 조직 원리로서의 경제적 강압에서 벗어나는 더 큰 전환의 일부다. 한때 전략이었던 것이 이제는 연극이 되었고, 막은 이미 내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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