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승절의 승리자들과 정신승리자들

이번에 80주년을 맞는 중국 ‘전승절’은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대회로 말 그대로 승리자들의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ㆍ중ㆍ러 세 나라가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세 나라는 독일 파시스트, 일본 파시스트에 맞서 투쟁하며 승리를 거둔 나라다.

푸틴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러정상 회담을 하며 두 나라는 반파시스트 투쟁의 역사를 공유하며 오늘날까지 이 투쟁이 (러우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련은 독일 파시즘에 맞서, 조선은 일본 파시즘에 맞서 싸운 경험도 있지만, 독일 파시스트와 소련의 투쟁 와중에 일제가 소련배후를 치려고 하고 조선 항일유격대가 “소련을 무장으로 옹호하자”며 높은 수준의 국제연대를 한 공통의 반파시즘 경험도 있다. 

중국과 조선은 만주일대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하며 혈맹으로 맺어온 관계다. 이 점은 곧 있을 조중 정상회담에서도 강조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조중러 세 나라는 추축국의 중심에 있던 독일, 일본에 맞서 승리한 반파시즘 승리국들이다.

전승절이 승리자들의 대회라는 규정은 역사적 의미에서만이 아니다. 현재적 의미로도 승리자들의 대회다.

중국 전승절에서 조중러 세 정상이 세계 앞에 나서는 장면은 과거 반파시즘 승리에 이어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승리하고 있는 역사적 격변을 상징하는 것이다.

반(半)식민지에서 굴기로

중국은 1839년, 1856년 역사상 가장 파렴치한 전쟁인 영제가 자행한 두 차례의 아편전쟁을 치렀다. 이 전쟁은 전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영제의 노쇠한 청나라에 대한 일방적인 침략과 국권침탈이었다. 이미 인도를 침략ㆍ지배하고 있는 “신사의 나라” 영국은 인도 벵갈에서 재배한 아편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국가 범죄 마약상이었다. 아편을 중지시킨 것에 대한 보복으로 개시된 국제 마약상의 침략ㆍ침탈로 거대 제국 청나라는 굴욕적인 난징조약을 맺고 홍콩을 영국에 강탈당했으며, 중국은 외세의 놀이터가 되었다.

더욱이 중국은 1894년 청일전쟁에서의 치욕적인 패배로 시모노세키 조약을 맺으면서 일본에 대만을 합병당했다. 이후 일본은 1937년 7월 7일 노구교 사건을 조작하여 중일전쟁을 일으키고 이 와중에 그해 12월 30만이 학살당하는 역사상 가장 잔학한 난징대학살을 겪으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반식민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중국은 1945년 9월 3일 일제에 맞서 승리하고 1949년에는 내전을 거쳐 중국 공산당이 승리했다. 중국 공산당은 항일대전의 진정한 승리자였다. 마오쩌둥은 1949년 9월 21일 전국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서 마오는 “우리민족은 앞으로 다시는 치욕을 당하는 민족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2025년 전승절 80주년은 미제의 일극 지배 체제에 맞서 은연자중 도광양회(韜光養晦)*했던 중국은 이제 굴기(崛起)**하고 있다. 미제국주의의 중국에 대한 압력과 횡포에 정면으로 당당히 맞서고 있다.

* 원래는 “어둠속에서 칼을 갈때 칼 가는 빛이 드러나지 않게 하라”는 뜻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로 사용하며 덩샤오핑이 천명한 중국 외교정책의 기조다.

** ‘굴기’는 “산봉우리처럼 솟아오르다”로 도광양회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강국으로 떨쳐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의 최대 145%의 관세 부과에 대해서도 중국도 125% 보복 관세로 맞서면서 “싸우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에 강한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4월 2일 “트럼프,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34% 관세 인상으로 인해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미국의 고립주의적 행보가 중국에 아시아 지도 재편과 글로벌 무역 주도권 장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100년 만의 대변국’을 언급하며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종말을 예고한 발언이 트럼프 시대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를 쓰기도 하였다.

중국은 우주산업, 무기산업, 인공지능, 철도산업, 반도체,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모든 생산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르거나 추격하면서 고도의 기술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침략적인 미제와 달리 중국은 평화와 내정간섭 존중을 기치로 이러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중국의 발전은 사회주의 생산관계의 덕분이기도 하다.

우주개발과 함께 AI기술발전도 중국의 생산력발전의 승리인데 이에 대해 흑묘백묘 생산력발전의 도모만 볼 것이 아니라 다당제 사유화로 해체된 소련과 달리 당의 사회전반에 대한 지도성을 유지하고 시장경제를 활용하지만 조화사회 생태문명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계획체제 하에서 국가의 전면적 기술지원 인재양성 등의 성과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중국의 기술발전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 2025년 1월 31일, 노동자정치신문)

재생에너지 사업을 필두로 생태환경 부분에서 중국의 괄목할만한 성과 역시 계획경제없이는 이룩할 수 없다.

망국의 설움에서 자주대국으로

러시아는 소비에트 망국으로 태어난 나라이다. 후르시초프로부터 시작된 수정주의는 고르바초프 때 절정에 달해 급기야 소련은 개혁ㆍ개방 쇄신이라는 명목으로 다당제를 도입하고 사유화 단행과 무상 복지체제 붕괴, 민족갈등으로 해체를 맞았다. 

고르바초프는 서방 제국주의의 노예가 되어 부르주아 신사고로 무장하였는데 이는 실제로는 소비에트 무장을 해체하는 것이었다.

고르바초프가 평화공존과 냉전종식을 외쳤으나 미제국주의자들은 소련 해체 이후 아프가니스탄,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에서 새로운 전쟁을 벌이고 나토를 확대하도록 했다. 이것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제국주의 일극 지배체제로 이어졌다.

소비에트 인민들은 70% 이상 반대로 해체를 반대했으나 망국을 피하지 못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13년 소련해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소련은 왜 붕괴되었습니까? 소련 공산당이 산산조각 난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요한 이유는 사상 영역에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소련의 역사적 경험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 레닌을 부정하는 것, 스탈린을 부정하는 것은 소비에트 이데올로기에 혼란을 일으키고 역사 허무주의에 가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수준의 당 조직이 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당의 군에 대한 지도력을 강탈했습니다. 종국에는 위대한 당이었던 소련 공산당이 겁먹은 짐승 떼처럼 흩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과거의 교훈입니다!”(로저 키란(Roger Keeran), “고르바초프와 소련 붕괴”에서 재인용, 2022년 10월 17일)

소련해체 이후 고르바초프에 이어 자본주의 러시아에서 권력에 오른 옐친은 러시아를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정신적 노예로 헌납했다.

중국이 아편으로 인민들의 몸과 마음이 피폐화 됐다면, 러시아 인민들 내에서는 술주정뱅이 옐친을 따라 알콜, 마약중독자들이 급증했다.

러시아 인민들은 망국을 설움을 뼛속 깊이 느끼며 부강하고 진보적이었던 소련과 인민들의 자산을 서방제국주의와 올리가르히에게 넘겨준 고르바초프와 옐친도당을 지금까지도 증오하고 있다.

결국 옐친은 푸틴에게 권력을 이양하게 되었다. 푸틴은 소비에트 복귀를 반대하는 자본주의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반파시스트 전쟁 같은 소련 시절 역사를 부정하지 않고, 망국의 설움과 인민들의 열망을 잘 이해하고, 여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푸틴은 서방에 종속된 러시아를 물려받아 초기에는 나토 가입, 유럽연합 편입 시도 등 친서방 노선을 계속했으나 점차 러시아인민의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하고 자립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으로 변모했다. 푸틴은 2024년 3월 5선이 확정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강하고 독립적이며 주권적인 러시아를 꿈꿨다. 그리고 나는 이번 선거 결과가 국민들과 함께 이런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게 할 것이라고 희망한다.”고 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다시금 확인했다.

1992년 인민들의 자산을 강탈하고 핵심 산업을 장악했던 올리가르히는 러시아 검찰이 첼랴빈 전기금속연합(CEMC)의 자산을 ‘불법 소유’에서 국가 소유로 이전(국유화)해 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모회사인 CEMC와 자회사인 세로프 탄약공장이 국유화 됐다. 또한 쿠즈네츠 페로로이, 최롤프, 볼지스키 오르그신츠, 우랄바이오파브름, 메타프락스 케미칼스, TGK-2, 러스-오일, 칼리닌그라드 항구, 콘티-루스, 뱌티치 등이 국유화 됐다.

더욱이 푸틴은 러우전 이후 서방의 제재에 참여했던 애플, 폭스바겐(폴크스바겐), 이케아, 마이크로소프트, IBM, 셸, 맥도날드, 포르셰, 도요타 등 러시아 내 기업들. 일부에 대한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서방은 소련해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에트의 역사적 경험과 전통을 가지고 있던 러시아를 해체시키고 서방의 식민지로 삼으려 했다. 네오콘이 설립한 허드슨 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소련 대통령 사임은 소련 붕괴의 시작을 의미했지만 붕괴 자체는 아니었다. 비록 소련이라는 법인격(legal personality)은 1991년 이후에 사라졌지만, 소련 붕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두 차례의 체첸 전쟁,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휴전과 교전이 교차하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국경 분쟁, 2020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제2차 카라바흐 전쟁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소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붕괴하고 있다.

나토의 동진은 결국 우크라이나를 대리인으로 앞세운 서방과 러시아간의 전쟁을 낳았다.

그러나 미래의 역사가들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소련 붕괴의 마지막은 아니더라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묘사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오늘날 알려진 것처럼 러시아연방(소련의 법적 계승자)의 해체를 기념할 것이다. 러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고, 군사력이 파괴되었으며, 한때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같은 기사)

러시아의 승리가 확연해진 지금 미국과 유럽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의사와 상관없이 전쟁의 향배를 결정지으려는 것을 볼 때, 이 전쟁의 성격이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서방의 대리인전이라는 것을 다시금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 전체의 포위 말살책과 심리적, 정치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전쟁 발발 3년이 넘는 지금 러시아는 전쟁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트럼프는 이 패배의 후유증을 최소화 하고 미국의 힘을 과시하며 질서있게 마무리하려고 하지만 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은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최종 달성하고 난 뒤 러시아밖에 없다. 유럽 국가들은 전쟁 지속을 외치지만  트럼프의 의사와도 다르고, 대리전을 치렀던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자신들이 이 전쟁에 직접 참여할 의지도, 방안도 없다.

러우전은 미제를 위시한 서방 제국주의 일극 지배 체제의 심대한 약화와 분열과 러시아, 중국, 조선, 이란, 인도, 브라질 등 남반구 국가들의 다극화 세계 부상의 중대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

자주성을 끝까지 옹호하는 것으로부터 핵무력 완성으로

조선은 자주성 철학, 가치를 중심에 두는 나라다. 국제관계에서도 사회주의 나라든, 서방의 나라이든, 남반구의 나라이든 자주적 호혜 평등의 외교관계 수립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사회주의 나라들 내부에서의 대국주의를 비판하고 자주적 관계에 바탕을 둔 국제주의를 주창했고 반둥회의(또는 아시아 아프리카 회의)에서도 자주성을 바탕으로 민족해방투쟁을 주창해왔다.

매개 나라 혁명의 주인은 그 나라 당이며 그 나라 인민이다. 따라서 혁명을 수행하고 새 사회를 건설하는 데서 공산주의자들은 주인된 입장에 서야 하며 우선 자기의 힘을 믿어야 한다. 남에게 의존하여서는 혁명도 건설도 할 수 없다. 

자립적 민족경제의 건설은 사회주의나라들 사이의 호상협조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문을 닫아걸고 남의 것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쇄국주의도 관문주의도 아니다.

사회주의 나라들은 호상협조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며 서로 유무상통(有無相通)하여야 한다. 이것은 매개 나라의 사회주의건설을 촉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사회주의나라들의 호상협조는 매개 나라들의 자립적 발전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형제 나라들 사이에서는 협조를 구실로 매개 나라의 자주성을 침해하며 자립적 민족경제의 건설을 방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자주성을 옹호하자”, 노동신문 사설, 1966년 8월 12일, 《중소대립과 북한》, 나라사랑, 1988년)

소비에트와 동유럽 해체로 진보적 인류는 크나큰 타격을 받았다. 전 세계 진보운동은 혼란과 패배주의에 빠져들었다. 북은 사회주의권의 해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며 부동의 사회주의 신념을 고수했다.

사회주의의 길은 전인미답의 길이며 따라서 전진도상에 난관과 시련이 없을 수 없다.

일부 나라들에서 사회주의가 좌절되고 자본주의가 복귀된 것은 사회주의 위업 실현에서 큰 손실로 되지만 그것이 결코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자본주의의 반동성을 부정하는 것으로는 될 수 없다.(“사회주의 위업을 옹호하고 전진시키자”, 1992년 4월 20일)

그러나 이 확고한 《평양선언》에도 불구하고 북은 사회주의권 붕괴로 인한 철저한 고립과 제국주의 진영의 한층 더 가중된 말살책, 여기에 자연재해까지 겹쳐 산업은 마비되고 전 인민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아사자가 속출하면서 고난의 행군을 했다. 

그러나 북 내부는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당과 인민의 확고한 단결을 유지했고, 제국주의의 군사적 공세에 맞서 선군정책을 지속했다. 붕괴직전의 경제는 정상화 되고 자동화된 공작기계(CNC) 산업을 통해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도모했다. 

북의 우주산업의 발전은 이러한 기술발전의 덕분이고 이 군사우주 산업은 민간산업을 추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북 적대정책은 미국과 서방의 일관된 정책이었다. 민주당 정권의 햇볕정책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북적대 붕괴를 염두에 둔 적대정책의 일환이었다. 결국 판문점선언의 일시적인 조미, 남북 간 화해와 평화는 흡수통일론과 북비핵화라는 강대강을 바탕으로 한 가장 극렬한 대북적대 정책을 예비한 것이기도 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의 무산은 잠재된 강대강을 전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은 조미정상 회담의 무산 이후 핵무력을 완성했다. 이는 자주적 사회주의 발전전략, 자력갱생의 성공과 함께 가는 것이었다. 북의 핵무력 완성과 헌법으로 법제화는 조미정상 회담 시절의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의 단계적 완화와 적대정책 철회라는 전략이 수정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계적 비핵화와 인민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민간 산업의 제재 완화는 핵무력 완성과 강성대국 건설에 비해 수세적인 요구였다. 

북비핵화와 적대정책 철회를 맞바꾸는 요구로 6자회담에 참여하고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기도 했던 중국과 러시아의 시진핑, 푸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트로이카로 국제사회에 나섰다는 것은 북의 핵무력을 인정하는 가운데 달라진 힘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세우겠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미 그 이전에 중국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5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항일무장투쟁부터 곡절을 겪으면서 다져온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확인하였다.

북은 2023년 11월 민족ㆍ동족관계인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전환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 선언으로 인해 남북이 적대관계로 전환된 것이 아니었다. 이 선언은 대북 적대관계를 지속하고, 특히 2017년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으로 발전하던 남북관계가 적대관계로 전환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다. 

북은 이 선언과 함께 사회주의 지방발전 전략으로 “지방의 세기적 낙후성”을 극복하고 공산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2024년 6월 조미 간 전략적 동반자 협정 체결과 북의 쿠르스크 병력 파병은 러시아가 사회주의는 아니지만 스탈린 김일성 당시 조소 사회주의 혈맹을 맺었던 당시 이상으로 조러관계가 전략적 우호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1세기 아Q, 정신 승리자들

이번 중국 전승절은 역사적 격변 속에 승리자들의 대회이면서 조중러 동맹과 다극화된 신세계 질서의 부상을 과시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이 대회는 국제 깡패 트럼프를 앞세워 미국의 갱스터 제국주의 면모가 극단화 되는 한 가운데서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갱스터 제국주의는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1944년 미국에서 개최되어 새로운 국제 통화 체제를 연 브레튼우즈 체제와 1951년 8월 태평양 전쟁의 전후 국제 정치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샌프란시스코 조약 같이 영국제국주의에서 미국제국주의로 욱일승천하며 일극지배 체제를 선언한 시점과 전혀 다른 시점에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가 제창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는 미국이 과거와 같은 영광스러운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마가는 쇠퇴하는 미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 패권국가 미국을 지속, 강화하려는 목표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영제를 대신해 세계 제국주의 패권을 구가하던 시절에 미국은 마샬플랜처럼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에 맞서 유럽을 미국의 관할 하에 두면서도 유럽을 부흥 자본주의에 막대한 지원을 하기도 하였다. 동북아시아에서도 일본을 미국 통제하에 두면서도 다시 제국주의로 부흥시켜 반공 선봉장 역할을 맡기려 했다.

미국은 한국을 수탈, 종속시키면서도 동시에 반공 자본주의로 발전시키려 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쇠퇴하는 미국이 전개하는 마가 시대는 ‘동맹’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아 미국 부흥의 발판으로 삼는 동맹 피폐화 전략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한국처럼 미국 숭배 일변도인 충성국가에 대해서는 브레이크없이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 유럽은 이미 러우전에서 미국의 대러 전에 참여한 대가로 에너지 위기 등 혹독한 위기를 겪어야 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통상약탈뿐만 아니라 주둔비 약탈, 한미동맹 현대화 같은 대중 위협 참여 강요 등으로 이중삼중의 공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미국의 협박에 맞서 대중, 대러관계를 강화하면서 트럼프가 오히려 인도의 독자행보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20세기 아Q는 반식민지로 전락됐으면서도 정신승리로 이를 위무하는 중국이었지만, 21세기 아Q는 한국과 미국을 위시로 한 서방 나라들이다.

이재명은 “한미동맹의 황금시대”를 소망하지만 이는 피약탈국의 정신 승리에 불과하다.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이재명의 인식도 정신승리법이다. 잘 관리해야 하는 가난하고 사나운 이웃이 천안문 성루에서 중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세계질서를 여는 트로이카의 일원으로 대우받고 있다. 이재명의 정신승리는 “남북 간 체제경쟁은 오래 전에 끝났다”는 문재인의 정신승리와 비등하다.

“한국에는 우리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역외교 무대에서 잡역조차 차례지지 않을 것”이라는 김여정 부부장의 성명은 친미ㆍ친일 숭배로 일관하고 민족적대에 사무친 한국에 대한 서늘한 경고이기도 하다. 

이재명의 실용외교가 미국 숭배로 일관하며 국제정세의 새로운 도도한 흐름에 역행하고 실용외교의 상징적 표현이었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조차도 미국의 불승인에 막혀 “안미경미”해야 하고, 선진국이 다 됐다는 착각으로 G7주변을 배회하며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는 멀리하는 상황에서 저 경고가 점점 더 현실화 되고 있다.

북을 적으로 간주하는 국가보안법은 승리자의 법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적대감, 친일ㆍ친미역사에 대한 체제의 열등감의 표현에 다름아니다.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단계가 종료되고, 핵무기 법제화를 명시한 북을 전략적 축으로 인정한 중러의 입장을 볼 때도, 북비핵화를 남북 교류ㆍ협력, 조미정상 회담의 전제로 내걸고 있는 한미 역시 정신적 승리에 취해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나의 친구지만, 미국이 그 전쟁에서 중국을 매우 많이 도왔다는 사실이 언급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트럼프의 언급은 미국이 도운 대상이 중국 공산당을 격멸하려 했던 국민당이었고,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 이후 대만을 반중 요새로 만들과 만주에 핵공격을 계획하기도 하고 중국을 무너뜨리려 한 제국주의였다는 점에서 이는 트럼프의 망상적 정신승리에 다름아니다.

“미국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해달라”는 트럼프의 냉소는 현실의 패배를 위무하기 위한 정신승리자의 심리의 한 표현이었다.

이번 중국 열병식은 조중러가 트로이카 중심국이 되면서 동북아에서 미일한 동맹과 대비되고 있다. 그러나 그 동맹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시진핑 주석은 9월 3일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기념사에서 “역사는 인류의 운명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경고한다, 인류는 다시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윈-윈(Win-win) 협력과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모든 국가와 민족이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화합하며 서로 도울 때만 공동의 안보를 유지하고,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며, 역사적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은 대체로 이러한 입장대로 국제무대에서 내정간섭을 반대하고 전쟁과 대결 대신 평화와 협력을 실천해 왔다.

미일한 대 조중러 동맹은 일각의 종파주의자들이 내세우는 논리처럼 제국주의 간 패권경쟁이 아니다.

미일한 동맹은 전쟁동맹으로 미국은 일본을 전쟁국가로 내세우고 한국과 대만을 우크라이나와 같은 전쟁돌격대로 내세워 전쟁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 중국과 조선, 러시아와 조선 사이의 외교는 철저하게 주권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나라에는 단 한 명의 외국군도 진주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조선에 대해 관세폭탄을 안기고 자기 나라 원료와 첨단무기를 강제 구입토록 한 전례가 있는가?

한국에서 이러한 양비론을 펼치는 세력들은 국제정세의 실제 흐름과는 담을 쌓는 것이며 기회주의적이고 종파주의적 입장으로 미제국주의를 위시한 서방 제국주의에 놀아나는 것이다.

이러한 양비론적 입장은 통상압력과 주둔비 인상과 중국봉쇄와 전쟁위기 격화 등 제국주의 공세를 일삼는 미국과 전쟁국가로 변모하는 일본의 침략적ㆍ약탈적 공세에 대한 집중적 투쟁을 혼란하게 하고 회피하게 하고 있다. 오직 중국 인민, 러시아 인민, 조선 인민들과만 연대를 하겠다는 것을 국제주의로 사고하는 이들 역시 정신승리자들인데, 이는 실제로는 미제를 위시로 제국주의가 다른 나라들을 레짐 체인지(정권교체)하는 데 봉사하게 되는 논리이다. 이들의 주관적 정신승리는 실제로는 제국주의의 승리를 의미한다.

항일전쟁 반파시즘 전쟁 승리 80주년은 우리에게는 미군 강점 80년이기도 하다. 2025년은 국가보안법 제정 77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국제문제가 국내문제의 연장인 것처럼, 국제정세에 진보세력이 당파적 입장을 취하고 국제정세를 변화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적대화된 남북관계를 민족관계로 복원시켜 자주통일로 나아가고 그 걸림돌인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분쇄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우리 사회 내부에서 평화와 진보, 해방을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반대는 “현대화”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반대이다. 미군강점이 전쟁동맹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낳고 이것이 현대적으로 발전하여 반중 현대화로 진화하는 것이다.

내란세력 완전 척결은 국내적 반파시즘 투쟁이자 외환의 배후인 미제를 몰아내는 투쟁이기도 하다. 이는 내란세력 척결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외치며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면하고 한미동맹을 숭배하는 정권에 대한 투쟁으로 현대화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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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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