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대파”됐다! 정권의 대파가 우리들의 온전한 승리가 되길 바라며…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대파”됐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국민적 “심판”을 받고 패배했다는 점에서, 이로써 이 총선결과를 바탕으로 윤석열 정권의 전반적 사회퇴행에 제동을 걸고 폭압정치를 일정 제어하여 정권퇴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은 승리다.

그러나 그 승리는 아직 전면적인, 온전한 의미에서의 승리가 아니다. 승리의 주체가 노동자ㆍ민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면적이고 온전하게 노동자ㆍ민중의 요구가 부각되어 “심판”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승리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승리”이며 노동자ㆍ민중은 아직은 자주적 주체로 그 승리를 쟁취하지 못했다. 노동자ㆍ민중은 지금으로서는 이들 정치세력에 기대에, 이들의 승리를 통해 독자적인 정치적 활로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미완의 승리를 거뒀다.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의 “검찰독재” 정권의 무도함이 부각되었지만, 그 검찰독재 권력의 무도한 행사 배후에 국가정보원 같은 폭력적ㆍ관료적 국가기구가 도사리고 있으며, 국가보안법과 반민주 악법, 반노동 악법이 있으며, 또 그 배후에 윤석열 정권을 통해 무한착취를 일삼고 영속적 착취제제를 유지하려는 재벌이 버티고 있으며, 쇠퇴하는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 수준에서 정신적ㆍ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고 프로파간다를 구사하는 미제국주의 권력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 철저하게 간과, 은폐되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최순실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김건희의 부패함과 그에 대한 이중잣대, “국정농단”에 대한 폭로와 규탄은 농단, 즉 공적권력의 배후에서 사인(私人)이 권력과의 특수관계를 통해 “간교한 수단으로 이익을 독차지하는 것”에 대한 폭로였다.

이는 반드시 척결돼야 하지만 이것이 농단되지 않는 공적권력의 회복, 권력의 “비정상성”의 정상성 회복 열망에만 그쳐버렸다.

이로써 자본주의의 본질적 정경유착, (국내외)자본에 대한 국가권력의 종속 부패함,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권의 본질적 성격, 그를 폭로하는 정치적 반대자들과의 부패경쟁, 오늘날 한국사회의 정치 모리배들의 기생적인 자산계급 전체의 치부와 부패상은 온전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권력의 “비정상성”, 공적권력 사인화는 정경유착,  자산계급 전체의 부패와 기생성 속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인민과 같은 소박한 도덕감정과 윤리감정, 생활감각을 가지고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정치, 정치적 책략과 이전투구가 아니라 명경지수 같은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는 부패하고 부유한 자산계급이 주도하는 이 부르주아 정치에서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다만 누가 더 부패하고 덜 부패한지, 누가 더 부패와 기생성을 잘 은폐하고 전가하는지를 둘러싸고 조족지혈의 변별력이 있을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생문제의 본질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대파”논쟁은 윤석열 정권이 민생에 얼마나 둔감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어 정치적 조롱과 풍자 대상이 되었지만 “대파”문제의 본질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대파문제는 금값사과처럼 치솟는 생활물가 인상으로 인한 민중의 생활고의 문제였다. 이 생활고는 화폐남발로 인한 명목가격의 인상이나 기후위기 같은 “자연현상”, 해외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러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이 삭감 내지 동결되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은 대파문제를 정치선전으로 대대적으로 활용했지만 정작 최저임금 대폭인상과 노동자계급 전체의 안정적 생활임금 쟁취를 들고 나오는 대신에 노동계급 내부를 분열시키고 자본의 이윤에는 손대지 않는 반노동자적인 사회연대임금제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도 문재인 정권 시절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공약이 무색하게 대파, 계란가 등 물가폭등과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최저임금의 축소와 실질임금 감소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노동자계급과 인민대중의 빈곤, 부채를 척결하기 위해 아무런 대안과 요구도 제시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권은 “대파”되었지만 빈곤을 강요하는 근본적인 불평등 문제, 만성적 실업문제, 노인빈곤의 문제와 노인 빈곤을 깊게 하는 연금의 대폭상승, 사유화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국유화, 외주화 중단, 재벌의 독점강화와 경쟁격화, 치솟는 소상공인 임대료와 로열티, 은행부채 탕감 등 소상공인들의 파산과 생존위기 등 노동자ㆍ민중의 삶에 대한 제기와 근본해결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더욱이 이번 총선에서 민족ㆍ동족관계의 적대관계로의 전환에 대해 그 역사적 원인을 규명하고 미제국주의가 획책하는 전쟁을 반대하고 민족관계의 복원을 주장하는 흐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총선 공간 내에서 미군철수ㆍ 평화협정 체결, 미일한 전쟁동맹을 반대하는 의미 있는 대중적 요구와 흐름들은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반대로 한동훈과 국민의힘, 조선일보 등의 종북몰이, 반미후보 마녀사냥 등에 위축, 굴복해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며 의석확보에만 주력하는 의회주의가 만연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자들 중 반미ㆍ친동족을 공개적으로 내세우는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이번 총선의 “승리”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왜곡된 승리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설령 총선에서 승리를 위해 자신의 신념을 일시 감추었던 후보가 있다면 대중들의 정치적 관심이 집중되는 첨예한 시기에조차 숨겨두었던 신념이 언제 발휘될 것이고 그것이 과연 신념이라 할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는 비단 비례연합에 들어갔던 시민후보나 진보당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녹색정의당, 노동당은 독자선거를 치렀다고 하지만 현 정세가 절실하게 제기하는 역사적 요구에 대해서는 제대로 제기하지 않았다. 헌법 내 진보를 내걸고 종북몰이에 앞장서거나 착취체제 철폐와 타도 (미)제국주의 기치 대신에 반북 다원주의에 빠진 이들 정치세력들이 과연 이러한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그러나 미완의 승리도 승리는 승리다. 미완의 승리를 계기로 이 사회의 전면적 퇴행을 막고 온전한 승리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이 “심판”당했다. 그 심판은 제도권 의회정치에 갇힌 심판이고 노동자ㆍ인민 대중이 자신의 자주적 요구를 내걸고 그 요구를 관철시키는 심판도 아니고 비통치 부르주아 세력에게 기대는 심판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러한 심판이지만 그 심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총선심판이 윤석열 정권 타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대한 민중의 분노와 민심의 이반에 기대에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 정치세력들이 정권퇴진 투쟁에 전면 나설 것을 압박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부각되지 못했지만 노동자ㆍ인민대중의 생활고의 근본원인을 직시하고 계급불평등에 맞서 노동자ㆍ인민의 권리 쟁취, 전면복지를 위한 요구를 공세적으로 내걸고 투쟁해야 한다.

총선에서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고 해서 전쟁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과 북, 미국과 조선의 강대강의 대치가 전쟁위기를 고조시킬 것이 분명하기에 이 전쟁의 원흉인 미제국주의와 북한 주적론, 선제타격을 부르짖는 전쟁광 윤석열 정권에 맞서는 투쟁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192석의 압도적 다수당이 된 야당들이 국가보안법 철폐에 나설 수 있도록 대대적인 압박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정리해고제, 파견법, 파업권을 제약하는 노동악법 철폐와 반민주 악법을 철폐하고 진보적 법률을 내걸도록 투쟁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계급 중심성과 진보적 기층 노동자ㆍ인민대중에 입각하지 않고 무정형의 대중을 기반으로 다원주의에 빠진 “진보”정치세력은 존립하기 어렵다는 명제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진보적 노동자ㆍ인민대중의 요구, 열망에 기초해 심각하게 분열된 운동을 통일해야 한다.

사분오열, 갈기갈기 찢어진 운동의 통일, 진보세력의 대단결과 쇄신은 다원주의 세계관과 요구의 나열이 아니라 이 사회의 근본모순인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을 중심에 두고 싸우는 것에 철저하게 입각해야 한다.

국내외 자본과의 계급투쟁과 반미반제 이 두 과제를 수행하는 대중적 전투정당과 전선조직의 재구축이 시급하고 절박한 정치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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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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