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영광과 패배의 좌절을 공유하는 그리스 현대사와 우리 운동의 교훈

“나는 그리스 인민의 자녀로서 우리 땅에서 적을 추방하고 우리 인민의 자유와 농업 노동자의 재산과 생명을 충실하고 불철주야 지키는 수호자입니다. 내가 조국과 민족의 전사로서의 지위를 불명예스럽게 하면 기꺼이 사형 당할 것이고, 조국이 해방되고 인민이 주인될 때까지 움켜쥔 무기를 영광스럽게 여기고 넘겨주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Aris Velouchiotis가 작성하고 1942년 그리스 산악 지역 Grammeni Oxia에 소개된 Roumeli 최초의 유격대의 맹세)

그리스해방의 영광과 쓰라린 패배

뒤에 소개하는 글의 사실상 공동 저자들인 니나 코스타와 조지 코르코벨로스는 몇달 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리스 출신의 맑스레닌주의 영국 공산당 당원입니다.
저자들의 글은 그리스 공산주의자들과 인민들의 숭고한 저항투쟁을 과학적이고 장엄하게 소개하는 소역사서입니다. 아마도 한국에 소개된 다른 어떤 그리스현대사(1940~49년)
에 대한 소개글 보다 우수한 글이라 여겨집니다.
이 글을 보면 격동의 그리스현대사는 우리의 현대사와 상당히 닮았습니다.
그리스는 독일 이탈리아 불가리아 파시스트 추축국들의 점령 당했습니다.(1941년-44년) 파시스트 국내 협력자들도 생겨났습니다. 그리스공산주의자들과 인민들은 영웅적인 반파시스트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그리스 지배계급과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계급 사이의 계급투쟁이 가차없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국제적으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그리스공산당과 민족해방전선(EAM), 그리스 인민해방군(ELAS)이 반파시스트 민족해방 전선을 이끌었습니다.
국제적으로 추축국의 패배 이후 그리스는 해방됐습니다.
일제로부터 해방 이후 우리에게 전국적인 인민위원회와 건국준비위원회가 꾸려져 해방기구 역할을 했듯, 그리스에서도 자치정부와 인민법원은 물론 민족해방정치위원회(PEEA)를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는 새로운 혁명적 상황이 이 나라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군정이 새로운 점령군으로 들어와 민중의 해방기구와 열망을 압살했듯, 그리스에서는 영제가 미제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점령군으로 들어와 해방 그리스를 분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혁명군과 제국주의 군대 사이에 그리스내전(그리스혁명, 1946-1949년)이 전개됐습니다.
처칠은 히틀러와 합의 하여 그리스에서 독일군의 안정적인 퇴각을 돕는 대가로 그리스를 양도 받기로 밀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미제가 친일파들을 비호하여 반민중 주구로 삼았듯, 영국제국주의자들은 히틀러 협력자들의 처벌을 막고 비호했습니다.
영국군은 그리스 반동 민족배반자들을 비호하여 살인과 테러, 고문, 구속, 강간을 자행하도록 했습니다.
그리스 공산주의자들과 인민들은 이 새로운 강도 학살자들에 맞서 영웅적으로 투쟁했지만 패배했습니다.
스페인 내전의 패배에 대해 그러한 것처럼, 트로츠키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 사민주의자들,  심지어 그리스 해방을 분쇄한 제국주의자들까지 쏘련과 스탈린의 잘못된 역할이 그리스 내전을 패배로 몰아갔다고 중상합니다.
그러나 2700만의 희생자를 낳으면서 독일 파시스트를 물리치고 그리스해방의 외부적 조건을 만든 것은 쏘련 인민들과 확고한 지도력으로 이 반파시스트 투쟁을 승리로 이끈 스탈린이었습니다. 스탈린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 속에서도 그리스에 대한 지원에 혼신을 다했습니다.
그리스 공산주의 전사들과 사전 치밀하게 전략전술을 논의하여 이 전쟁의 승리를 위해 싸웠습니다. 그러나 수정주의 티도 배반자는 유고 국경을 봉쇄하여 그리스로 들어가는 쏘련 무기를 차단하는 만행을 자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공산당의 가장 영광스러운 시기였던 1931년부터 1956년까지 당의 서기장이었고 그리스해방 운동을 이끌었던 위대한 혁명 지도자인 자카리아디스(Zachariadis)는 위선자들의 거짓 증언과 다르게 역사의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카리아디스는 후에 후르시초프 수정주의 도당에 의해 당에서 추방당했습니다. 그리스공산당은 이후 수정주의자들이 장악했습니다.
그리스공산당은 고르바초프 페레스트로이카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공산당의 영광스러운 역사와 심각한 후퇴

쏘련 해체 이후 그리스공산당은 자기비판을 통해 그리스혁명운동을 이끌고 세계 공산주의 운동의 혁명적 재편에 중추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공산당의 자기비판은 철저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그리스공산당은 반파시즘 통일전선의 모범이자 인민해방, 민족해방 전략으로까지 발전한 인민전선을 계급협조라고 비난하고 역사발전의 단계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중국을 제국주의, 쿠바를 시장 사회주의, 조선을 족벌체제라며 현존하는 사회주의를 전부 다 부정하거나 비방하고 있습니다.
그리스공산당은 러시아가 제국주의이며 러우 전은 서방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 간 전쟁이라며 서방 제국주의의 패배가 아니라 양비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만분쟁에 대해서는 중국 제국주의와 미제국주의자들 간의 대결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공산당은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이라는 기상천외한 비론을 가지고 독점을 가진 나라는 다 제국주의고 자본주의는 곧 제국주의라며 제국주의 상호 간 위계는 존재할지언정 한 줌도 안 되는 제국주의의 수백, 수십억 나라, 민족, 인류에 대한 지배와 억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미제 중심 일극 패권에 맞서는 다극화는 아무리 극이 많아도 영제에서 미제로의 새로운 제국주의 지배질서의 변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으로 국제공산주의 운동을 패권적으로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막고 일방적으로 국제조직을 해산하는 폭거를 자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공산당은 베네수엘라 같은 남미의 진보적 반미정권을 유럽과 같은 반동 사민주의 정권이라며 분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스공산당의 심각한 일탈은 수정주의자들에게 추방당한 자카리아디스 같은 위대한 혁명가들의 사상과 실천을 제대로 계승하지 않고 자기비판에 철저하지 못하고 수정주의와 수정주의와 끈이 닿아 있는 트로츠키주의의 흔적을 청산하지 못하여 잠재된 성격이 전면적으로 부각되면서 나타나는 심각한 일탈 현상입니다.

그리스공산당의 국내 추종자들과 우리의 교훈

이러한 그리스공산당의 후퇴양상을 냉철하게 비판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추종하고 모방하고 전파하는 이들이 국내에도 있습니다.
그리스공산당의 입장을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하면 북을 비방하며 미일한 동맹에 맞서는 조중러 동맹은 제국주의 대 제국주의 간 대립에 불과한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이 됩니다.
오로지 자본 대 노동 간의 계급대립만 강조하면서 통일전선을 부정하고 반미자주, 국제적 반미반제를 부정하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반미를 신정 국가의 반동적 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방하게 됩니다.
야수와 같은 미제와 일제 군국주의에 대한 반미반제에 집중하고 미제 위시 서방 제국주의와 윤석열 정권의 반중 반러 반북 반이란 ‘가치동맹’을 집중 폭로하고 분쇄하는데 매진하기 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제국주의성을 증명하는데 골몰하게 될 것입니다.
민족해방 투쟁과 계급해방 간의 긴밀한 통일, 민족과 계급 간의 통일적 사고, 교조주의를 반대하고 이 땅의 특수하고 구체적 역사에 굳건하게 발딛고 우리식 변혁을 해야 한다는 원칙 대신에 러시아혁명을 기계적으로 맹신하는 교조주의, 기회주의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로써 “우리 민족끼리 반미자주 하자”는 구호의 혁명성을 부정하고 이를 “계급협조”니 심지어 “범죄”로까지 매도하는 극단적인 종파주의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또한 국가보안법이 두려워 북의 사상과 체제에 대한 인식을 소홀히 하고 진리를 향해 용감하게 나아기를 거부함으로써 북을 “역사적 그리고 국제정치적 악조건과 특수한 필요 때문에 굴절되어 버린 이북의 주체사상”(채만수)이라며 트로츠키주의의 “타락한 노동자국가론”과 별반 다르지 않는 입장을 제출하기도 하게 됩니다.
남과 북의 민족문제와 통일문제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국제주의 일반의 문제로 보는 오류를 범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는 남과 북을 전국적 관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별개의 독립된 단위로 보는 것으로 분단논리의 일종입니다.
그리스공산당의 종파주의를 일방 추종하며 우리 역사의 대지에서 벗어난 교조주의가 종파주의, 기회주의로 변모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미 그 시간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영광스러운 해방과 쓰라린 좌절의 경험을 그리스와 우리는 공유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진보를 이끌어가는 공산주의자들의 경험과 교훈도 우리가 공유해서 우리사회 진보와 변혁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인용 및 참고 자료

그리스 혁명의 분쇄

니나 코스타.조지 코르코벨로스
2023년 12월 12일 화요일

https://thecommunists.org/2023/12/12/news/history/nina-kosta-george-korkovelos-crushing-the-greek-revolution-british-imperi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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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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