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산주의 운동의 첨예한 쟁점들6 –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의 전망
우크라이나 ‘자결권’의 통탄할 현실
앞에서 국제 석학, 실제로는 이 국제 석두(石頭)인 발르바르의 주장을 소개했는데, 이러한 주장은 미제와 서방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반동적으로 실현되었다. 서방 제국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이라기보다는 우크라이나군대는 서방의 무기로 총무장하고 서방의 사상이 주입된 체 서방 군사시스템과 서방의 명령 체계 하에서 숫제 서방 군대로 변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이 군사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왔는가? 이 전쟁이 종결됐는가?
미제를 위시로 한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은 전쟁 조기종결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오기는커녕 끝없는 전쟁의 참화 속으로 우크라이나를 몰아넣고 있다.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희생당한 우크라이나 신나치야 자신들이 저지른 반인륜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무고한 청년들 대다수도 강제 징집당하며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받지 못하고 전선에 투입되어 숱하게 사망하거나 부상당하고 있다. 격전지인 도네츠크 지역의 바흐무트 전장에서는 급하게 징집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의 포위망인 ‘고기분쇄기’ 속으로 뛰어 들어 희생당하고 있다. 젤렌스키 정권은 바흐무트에서 전과(戰果)를 올려 서방의 무기지원 근거로 삼으려고 자국 군인들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참화 속으로 강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지원 문제가 첨예한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폴란드나 체코를 통해서, MBC의 보도에 따르면 수십만 발의 155mm 포탄을 독일 노르덴함항 등을 통해 무기지원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국 도청 사건도 윤석열 정권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의사를 파악하고 이를 압박하고자 이뤄졌다. 윤석열은 지난 4월 19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살상 무기 지원을 밝혔고 이후 4월 25일 미국 방문 중에도 이 입장을 공공연하게 다시 확인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하면 이 분쟁에 직접 개입한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윤석열은 유라시아 전쟁을 무기한 연장하는데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한반도로까지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게다가 서방의 제재에 참여한 후과로 생긴 에너지, 식량, 원료 위기와 물가급등에 이어 러시아의 경제보복을 초래하여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볼 때, 국내외 ‘진보인사’, ‘진보단체’가 얼마나 미제국주의를 위시한 서방 제국주의와 극우파쇼 윤석열 정권에 동조하며 반동적인 요구와 행보를 해왔는지 알 수 있다. 국내 사회진보연대와 그 학생조직은 학생행진이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지해왔는데, 이들의 우경적인 행보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과연 이 전쟁은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우크라이나에는 언제, 어떻게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인가? 그리스공산당을 비롯해서 종파주의적인 공산주의 진영 내에서는 ‘제국주의’ 러시아군의 철수와 서방 제국주의 우크라이나 개입 반대라는 현실에서는 전혀 실현될 수 없는 공상적 요구를 내걸고 있다. 더욱이 이 요구는 행동 대 행동, 등가의 요구가 아니다. 발리바르 등 서방 ‘진보’지식인들의 ‘양비론’적 주장이 그러한 것처럼, 러시아의 철군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동과 조치를 수반하는데 반해, 서방의 개입반대는 당장의 무기지원문제를 제외한다면, 광범위하고 장기적이고 추상적인 행동과 조치를 수반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주로 러시아가 선행해야 하는 일방 철군요구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러시아가 먼저 철군하면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는가? 우크라이나는 외세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주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나토의 동진과 러시아 제재와 군사위협은 사라지게 될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이대로 러시아가 철군한다면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신나치와 군대의 잔학한 보복살해장으로 전락될 것이다. 돈바스 민중은 본격적인 러우전 발발 전에 이미 14000명 이상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살해당하거나 희생당하였는데, 지금 이대로 러시아군이 철군하게 되면 돈바스의 자결권은 고사하고 돈바스 인민이 절멸당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도 전쟁 발발 전에도 집중 탄압을 당했는데, 이대로 러시아가 철군한다면 대량 인종청소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은 어떠한가? 이미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전쟁, 경제 놀이터가 되어 왔다. 지금까지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재정지원액은 200조원이 넘고 있다. 이 가운데 군사지원은 60조원이 넘고 있다. 이 같은 전체 서방의 지원액은 2023년 1월 통계로도 “2022년 우크라이나 정부 예산인 555억 달러의 2.7배 이상이고, 군사지원액은 2022년 러시아 국방예산 511억 달러의 94%에 달한다.”(MBC 김장훈 기자, “서방의 우크라 군사지원액, 러 국방예산과 맞먹어”, 2023-01-13)
전폭적으로 남의 나라 이데올로기 지원을 받고 남의 나라 무기와 남의 나라 군사지휘와 통제로 싸워온 우크라이나가 한층 더한 서방제국주의의 군사적, 정치적, 문화적, 정신적 노예상태가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크라이나의 핵심 산업과 기업, 토지는 이미 서방 거대 기업소유가 되었다.([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젤렌스키, 우크라 농지의 28% 1670만 헥타르(남한의 1.7배) 팔아먹어, 2022.08.01.) 우크라이나를 전쟁의 참화 속으로 몰아넣은 외세 추종자들은 “전쟁 전 자산 $6억, 월급 $78만, 연 수입 $1억1천3백만, 코스타리카 해외계좌에 $12억 예치. 전쟁 1년 만에 $8.5억(약1조원) 재산증가. 국방장관, 외교장관, 대통령 고문, 키예프 시장 등도 비슷하게 증가.(총 200억 달러 횡령 의혹)”(류경완 페이스북) 함으로써 친일파가 그러했듯, 민중의 도탄 위에서 막대한 부를 누리고 있다.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마무리 된다면 이는 오로지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일방적인 지원 덕분이기 때문에 서방은 지금 보다도 한층 더 노골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식민지배 하게 될 것이다.
2023년 3월 서방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국제금융약탈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에 향후 4년간 156억 달러(약 20조 4000억 원)의 재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원조, 차관이라는 명목의 제국주의 경제원조가 식민지배의 대표적 수단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경제의 미래는 자립의 흔적조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참사는 군산기업체들에게는 이윤의 복마전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주가는 12.2%, 노스롭 그루먼은 16%, 영국 BAE 시스템즈는 17.7% 급등했다. 전쟁의 장기화로 실질적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무기를 생산하는 회사들이다.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풍산과 협의하여 군 비축용 탄약을 캐나다에 싸게 수출하고, 가격 인하분을 풍산에 보전해주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방산업체만 이익을 남기고, 무력 분쟁에 개입하여 무기 판로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시민단체 공동][성명]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회적 무기 지원에 반대한다, 2022년 5월 31일)
서방제국주의가 허울 좋게 내거는 “인권과 민주주의” 기치 뒤에서 2014년 서방의 배후조종 하에 신나치의 마이단 학살과 오데사 방화 학살, 인종주의 증오범죄가 자행되던 우크라이나에서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사상의 자유는 철저하게 유린되었다.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끝난다면 서방식 민주주의는 서방이 ‘수출’한 신나치의 학살과 탄압으로 얼마 남지 않은 우크라이나 인민의 자유와 민주주의 숨구멍조차 틀어막고 압살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 관련 논의들
우크라이나전 종식과 관련 중국외교부는 지난 2월 25일 우크라이나전 발발 1년이 되는 시점에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1. 각국의 주권을 존중한다. 유엔 헌장 취지와 원칙을 포함한 공인된 국제법은 엄격히 준수되어야 하며 각국의 주권·독립·영토의 완전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국제법은 평등하고 통일되게 적용되어야 하고 이중잣대를 취해선 안 된다.
2. 냉전적 사고를 버린다. 공동·종합·협력·지속 가능한 안보관을 견지하고 세계의 장기적 안정에 입각해 균형적이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유럽 안보 틀의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타국의 불안전에 기반하여 자국의 안전을 세워가는 것에 반대하며 진영 대립 형성을 방지하고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안정을 공동 수호해야 한다.
3. 전쟁을 멈춘다. 각 측은 이성과 자제력을 유지하고 사태나 갈등이 격화되지 않도록 해 우크라이나 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심지어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마주 보고 나아와 직접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국면을 점차 완화시키고 최종적으로 완전한 정전 합의에 이르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
4. 평화 회담을 이끌어 낸다. 대화를 통한 협상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출구다. 국제사회는 화해를 권하고 회담을 촉진하는 정확한 방향을 견지하며 충돌 당사국이 정치적으로 위기를 해결하는 문을 조속히 열 수 있도록 도와 협상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 중국은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담당하길 바란다.
5.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한다. 인도주의적 행동은 반드시 중립과 공정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인도적 문제가 정치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관련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고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충돌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있어 유엔의 조율자 역할을 지지한다.
6. 일반인과 전쟁 포로를 보호한다. 충돌 당사국은 국제 인도주의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일반인과 민간 시설에 대한 습격을 피해야 한다.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포로를 교환할 것을 지지하며 각 측은 이를 위해 더 많은 유리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7. 원자력 발전소 안전을 수호한다. 원자력 발전소 등 평화적 핵시설을 무장 공격하는 것에 반대한다. 각 측이 원자력안전협약 등 국제법을 준수하고 인위적인 핵사고 발발을 결단코 막을 것을 호소한다. 평화적 핵시설의 안전 및 안보를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건설적인 역할을 지지한다.
8. 전략적 위험을 줄인다.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핵 확산을 방지하고 핵 위기가 나타나지 않도록 한다. 어떠한 국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화학 무기를 연구개발(R&D)하거나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9. 식량 외부 운송을 보장한다. 각 측은 균형적이고 전면적이며 효과적으로 러시아·튀르키예·우크라이나·유엔이 체결한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이행해야 하며 유엔이 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발휘할 것을 지지한다. 중국이 제시한 ‘국제 식량 안보 협력 이니셔티브’는 세계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한 실행 가능한 방안을 제공했다.
10. 일방적 제재를 중단한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모든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
11. 산업망∙공급망 안정을 확보한다. 각 측은 기존 글로벌 경제 체제를 확실히 수호하고 글로벌 경제의 정치화·도구화·무기화에 반대해야 한다.
12. 전후(戰後) 재건을 추진한다. 국제사회는 충돌 지역의 전후 재건을 지원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국은 이에 협조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길 바란다.(中 외교부, 우크라 위기 정치적 해결 위한 입장 발표, 신화망 한국어판, 2023-02-25)
중국의 이 입장은 보다시피 “국제법 엄격 준수”와 “각국의 주권·독립·영토의 완전성 철저 보장”같은 원칙적이고 일반적인 요구와 함께 핵무기 사용의 방지 같이 전쟁의 재앙적인 확전을 막을 수 있는 요구들과 평화협정 논의와 함께 즉각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전쟁 즉각 중단, 일반인과 전쟁 포로 보호, 식량 외부 운송 보장, 제재 중단, 원자력 발전소 안전 수호, 산업망∙공급망 안전 확보 등과 전쟁 종결 이후 재건 문제 같이 다양한 요구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 각국의 주권 보호와 영토의 완전성 철저 보장은 돈바스 지역의 주권을 러시아로 할 것인지, 우크라이나로 할 것인지 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의 이해관계의 근원적인 불일치로 당장 실현될 수 없는 지극히 원칙적이면서도 원론적인 요구다. 이 불일치는 전쟁의 추세에 의해 결정될 것이지만, 여기서 자결권의 관점에서 볼 때 원칙은 돈바스 인민들의 자유로운 의사와 이해에 기초하고 역사의 진보와 합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중국 제안은 평화협정이 진행된다면 전쟁 즉각 중단과 인도주의적 위기를 즉각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요구들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스공산당은 이렇게 비난하고 있다.
이 제안이 순진한 독자에게 줄 수 있는 첫인상은 마침내 평화로운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는 훌륭하고 일관된 제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이 문장을 읽는 모든 독자는 우리가 또 다른 “외교적 모호성”을 다루고 있음을 이해할 것이다.
이처럼 중국 계획은 일반적으로 “모든 국가의 주권 존중”, “모든 국가의 독립과 영토 보전”을 말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국이 2022년 러시아의 군사 침공으로 사라진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언급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중국 제안의 이러한 문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러시아 또한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와 2022년 합병된 새로운 지역을 모두 러시아 주권과 영토 보전의 일부로 간주하기 때문에 중국의 제안 문구에 반대하지 않는다. 크림반도, 도네스크, 루한스크, 헤르손, 쟈포리자는 현재 러시아연방 개정 헌법 65조 3장에 언급된 러시아 지역으로 간주된다…
더욱이 “한 나라의 안전보장”을 “다른 나라의 희생을 대가로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일체의 언급은 이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문서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선포된 원칙들과 모든 부르주아 국가들이 서명한 다른 많은 평화 지지 선언들은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 이와 같이 거듭 반복되는 원칙에 대한 인식이 왜 지금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 것인가?…
전쟁이 계속되고 양쪽에서 피가 쏟아지는 가운데, 파괴된 기반 시설과 도시를 재건하는 “향연”은 이미 시작되었다…
“분쟁 후 재건”을 강조하는 중국의 제안은 사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인프라의 “재건” 파이와 다시 한 번 인민들이 비용을 지불하게 될 주택의 몫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모든 건설 독점자본 및 “재건 은행” 경쟁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다.(“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평화 제안’, 그들의 평화는 제국주의 전쟁의 잿더미와 불길 위에 세워지고 있다”, 그리스공산당, 2023년 3월 31일)
그리스공산당은 중국의 제안이 “외교적 모호성”으로 가득 차 있기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자가 이 제안을 각자에 유리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결국 실현될 수 없는 요구라고 비난하고 있다. 더욱이 그리스공산당은 중국‘제국주의’라는 선험적인 규정에 의해 모든 사안을 보고 있다. ‘제국주의’ 중국은 겉으로는 평화를 이야기 하나 그 제안의 속내는 음험한 것이며, ‘재건 계획’은 우크라이나 민중과 우크라이나를 약탈하기 위한 강도와 같은 심보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공상적이고 양비론적인,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로 서방 제국주의의 이해가 관철될 수밖에 없는 구호를 내건 그리스공산당 요구에 비해, 중국의 제안은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것이며 건설적인 것이다. 게다가 서방뿐만 아니라 러시아에도 강력한 정치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국제적 지위로 인해 이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 중국은 미제를 위시한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에 의해 영속적인 분쟁과 분열에 이를 것 같던 시리아와 다른 중동 나라들, 시아파와 순니파의 대표적인 국가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오랜 갈등도 해결할 수 있는 고도의 정치적, 외교적 능력을 보여줬다.
주권과 영토보전의 상호존중, 상호불가침, 내정불간섭, 평등호혜, 평화공존이라는 중국이 그 동안 견지했던 평화공존의 5대 원칙들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제를 비롯한 제국주의자들의 방해가 없다면 이러한 원칙들은 훨씬 더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 관련한 제안 역시 중국의 일관된 5대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을 침략, 약탈하고, 배후에서 분쟁을 조장하고 내란을 불러일으켜 색깔혁명을 일으켜 왔던 미제국주의와 나토 제국주의 국가들에 비해 러우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중국의 평화노력과 중재안은 중국이 제국주의이기는커녕, 국제평화와 각 나라 자주권 실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파주의에 빠져 분별력을 상실한 그리스공산당에 비해 일본의 맑스레닌주의자들은 중국 제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조선반도에서 일촉즉발의 긴장이 한창일 때, 기시다는 3월 21일에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젤렌스끼와 회담했다. ‘전격 방문’을 연출하면서 우크라이나에의 추가지원을 약속하여, 그의 ‘외교성과’를 과시했다. 하지만 그것은 평화를 호소하는 외교가 아니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계속하게 하는 전쟁 방화자(放火者)의 외교였다.
한편 같은 날, 모쓰끄바에서는 시진핑(習近平)과 뿌찐의 중러 정상회담이 이루어져 “새 시대에서의 포괄적 전략적 협력관계의 심화에 관한 중러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이 ‘공동성명’은 전체 9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진 포괄적인 문서인데, 그 제9장이 국제관계에 관한 부분이다. 거기에서는 우선 우크라이나 문제에 언급하여, 본지(本紙) 지난 호에 오무라 사이이치(大村歲一) 논문[2]을 통해서 우리가 지지를 표명한 문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러시아가 환영하고, “쌍방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결은 모든 나라의 정당한 안전보장(安全保障)상의 불안을 중시하고, 대립의 형성이나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을 방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쌍방은, 책임 있는 대화가 착실한 해결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적을 위해서 국제사회는 관련된 건설적인 노력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쌍방은, 모든 당사자에 대해서 긴장을 야기하고, 전투를 길게 끌게 하는 어떠한 행동도 삼가며, 위기가 더 한층 악화, 혹은 제어불능에 빠지는 것을 피하자고 호소했다”고 명기되어 있다.
이 ‘공동성명’ 제9장에서는, 계속해서 NATO의 확대 문제나 동북아시아와 조선반도, 중동, 중앙아시아를 위시하여 세계 여러 지역의 현안 문제들이 검토되어, 제재나 압력에 반대하며, 대화에 의한 해결이 최선으로서 확인되고, 그것을 촉구하는 방도가 제기되어 있다…
그리고 뿌찐과 헤어질 때에 시진핑은 “우리는 지금 100년간 볼 수 없었던 변화를 목격하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시진핑의 “100년간 볼 수 없었던 변화를 …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에는, 신해혁명으로부터 1949년의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을 거쳐, 좌우의 편향을 극복하면서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비축해온 인민중국의 강한 자부심이 엿보인다.(도마츠 가츠노리(土松克典) | 활동가집단 사상운동, “흔들리는 미 일극 지배와 우리가 나아갈 길 ― 과거를 소홀히 하고는 미래가 없다!, 번역,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와 노동] 제192호(2023년 6월)
러시아, 심지어 중국을 제국주의로 보고 이번 러우전에서 미제를 집중 규탄하기 보다는 러시아의 제국주의성을 규명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노사과연이 평소 자신들이 견지한 입장, 신념과 정반대되는 글을 번역, 소개한다는 것이 참으로 자기배반적, 자기파괴적이기는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국제공산주의 운동 내에서의 이처럼 균형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 충실한 입장이 소개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러우전에서 미제의 패배는 이남의 미군철수 문제를 부각시키게 될 것이다
세계평화를 위한 중국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일이지만, 서방 제국주의자들이 그 노력을 집요하게 방해할 것이고, 각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국제분쟁이 해결될 수는 없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국제문제에 대한 방관자가 아니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국제적인 전쟁 종식과 지구상의 평화정착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긴 시간 동안 품을 들여 국제공산주의 운동 내부의 분열과 쟁점에 대해 소개하고 다방면으로 분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근본 성격과 현대 제국주의의 성격을 밝히는 길이기도 했다. 주지하듯, 국제공산주의 운동 내부의 이론적인 이견, 잠재적인 논란들이 전면에 부각된 것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계기로 해서다. 그만큼 이 전쟁은 제국주의 질서의 새로운 질서로의 이행의 촉진제가 되어 국제공산주의 운동과 진보적 인류의 향방을 가르기도 할 만큼 가장 격동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서방 제국주의 국가와 그 충실한 ‘동맹국’들이 총력전으로 이 전쟁에 개입한 것도 그들로서도 이 전쟁의 향배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진정한 평화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 전쟁의 진짜 원인인지 모른 체,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도덕적, 감정적 대응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찾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전쟁책동에 복무하게 되는 역설적 사태를 가져오게 된다.
먼저 우리는 이 전쟁의 진짜 도발자인 미국을 비롯한 나토 제국주의 같은 서방제국주의자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 전쟁을 제국주의 간 전쟁으로 규정하고 어설픈 양비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서방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서방 제국주의자들과 그 추종언론들은 푸틴과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침략자로 낙인찍고 규탄해 왔다. 최근 바그너 그룹의 ‘무장반란’에서도 보듯, 서방 언론들에게 진실을 추구한다는 언론의 사명 따위는 일치감치 존재하지 않는다. 서방 언론은 객관적인 보도가 아니라 ‘무장반란’이 러시아의 ‘전제정’인 푸틴 독재 정권을 뒤엎고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바람, 열망에 기초하여 보도를 했다. 그러나 서방 언론의 기대와 달리 이 ‘무장반란’은 우리가 보통 사고하는 군사 쿠데타도 아니고 한 체제를 뒤엎을 만큼 강력한 것도 아니었으며, 24시간 만에 ‘평화롭게’ 종결되었다. 이제 서방 언론은 자신들의 일방적 왜곡보도, 주관보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쿠데타’가 푸틴 체제 종말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자신들의 주관적인 기대감을 기사라는 명목으로 쏟아 내고 있다. 서방 언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대다수 한국언론도 마찬가지다.
정지섭 기자, 김지원 기자, 전문가들 “푸틴도 고르비처럼 실패한 쿠데타 후 몰락할 것” [위기의 푸틴] 러시아 용병 반란 후폭풍, 조선일보, 2023.06.27.
노지원 기자, “‘하루 천하’ 바그너그룹 무장 반란, 푸틴 체제 종말의 신호탄 쐈나”, 한겨레, 2023-06-25
여기에서는 조선일보나 한겨레나 같은 편집국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논조가 똑같다. 한 시대의 지배적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인데, 러우전을 둘러싼 서방 제국주의 진영과 이를 일방 추종하는 국내의 언론들은 푸틴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자고, 우크라이나는 침략을 당한 약소국이며 서방 제국주의는 약소국을 옹호하는 ‘정의의 기사’라는 인식을 민중에게 깊게 심어줬다. 서방 언론, 국내 대다수 언론의 일방적인 프로파간다로 인해 러우전의 진짜 침략 도발자는 사라졌고, 대중들 다수는 반러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대중적 감정 위에서 윤석열은 정의의 방어전을 치르고 있는 ‘약소국’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약속까지 하며 이 전쟁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의 프로파간다, 인권과 인도주의에 대한 이중잣대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진보주의자들의 공통 임무다.
러우전의 도발자인 서방 제국주의자들은 아시아판 나토로 이 전쟁을 한반도와 대만, 동북아시아 전체로 확대시키려 기도하고 있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이를 기회로 평화를 염원하는 일본 민중과 아시아 민중의 염원을 짓밟고 침략적 본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역사왜곡과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문제까지도 사실은 미일한 전쟁동맹을 강화한다는 전략적 목표 하에서 미제국주의자들의 방조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에는 미일한 동맹 대 조중러의 신냉전이 펼쳐지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유라시아 패권 전쟁인 동시에 반북, 반중, 반러로 이어지는 한반도와 대만을 위시한 동북아 전체로까지 이어지는 ‘가치동맹’의 전쟁확장로이다.
미제와 일본제국주의, 윤석열 정권의 ‘가치동맹’과 전쟁책동을 규탄, 분쇄하는 것이 진보주의자들의 임무다. 윤석열 정권퇴진 투쟁은 살상무기지원을 중단시키고 전쟁책동을 분쇄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권이 물러나게 된다면 제국주의의 사슬의 약한 고리가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남과 북의, 미국과 조선의 강대강의 전쟁위기 국면은 올해 그 향방이 결정될 러우전의 결과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대강의 대치가 누구의 승리로 끝나는가에 따라서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도 확연해질 것이고, 쇠퇴일로에 빠진 미제국주의가 원기를 보충하느냐 삽시간에 그 패권을 상실하는 계기가 되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러우전에서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미제국주의의 패배이며 동시에 이 패배는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미제의 급격한 쇠퇴를 촉진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의 침략자인 미제의 패퇴는 이 땅에서 미군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이 현실화 되는 국면을 조성할 것이다. 러우전을 계기로 이 역사적 격변 속에서 분열된 국제공산주의 운동 재편과 전면 쇄신도 이 속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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