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부쳐
이범주
내 친구 세혁이는 한 때 대우조선 비게공으로 꽤 오랫동안 일했는데 그 시기가 대략 8년 전 쯤은 된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일을 하는데 구조적으로 안전벨트 착용 자체가 불가능한 작업이 많아 일 자체가 너무도 위험해서 사고가 빈발했다고 했다. 세혁이는 그의 동료들이 추락으로 사망하는 사고를 수시로 보았다.
대략 10년 전 당시의 시급이 9,500원 그 언저리라고 했으니 지금 시급이 당시와 동일한 수준인 셈이다. 그 동안 물가와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가. 그 열악한 조건 개선하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대통령이라는 자가 “그간 많이 참았다”며 공권력 투입을 예고하고, 회사는 그 간의 파업으로 발생된 손실이 3,000억원이라며 그 거액의 돈을 파업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으로 물리려 한다는 말이 들린다. 이런 비정한 만행이 합법, 법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 나라는 사람이 사는 문명세상인가 아니면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짐승들 전쟁터인가.
세혁이 일했던 그 사업장에서 이 염천, 폭염의 날씨에 강철로 된 배 안에 용접으로 옹색한 철 구조물을 만들고 한 노동자가 스스로를 그 안에 가두었다. 폭염으로 달구어진 철 구조물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지옥의 고통일 것이다. 사진을 보니 발을 뻗을 수도 없고 누울 수도 없다. 그가 감내해야 할 육체적 고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얼마나 절박하고 고통스러웠으면 그런 고통에 스스로를 밀어 넣었을까. 그가 말한다.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윤석열은 취임 초기에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가든파티를 하면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라, 나는 당신들 편이다”라 말했다. 그 말을 했던 동일한 입을 열어 이 열악하고 비참한 처지의 노동자들을 향해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공권력을 투입할 것이다”라 협박하고 있다. 대통령인 그에게 있어서 비정규직 저임 노동자는 자본가와 동일한 인간적, 법적 권리를 가진 존재가 아니다. 다만 자본가들의 최대한 이익창출을 위해 사용되고 소모되다 언제든지 용도 폐기되어도 좋은…그런 존재들로 그는 간주하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법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이 사회의 법은 오로지 가진 자들, 자본가들에게 유리하다. 윤이 말하는 법치는 바로 그런 법치다. 지난 문정권의 법치도 마찬가지였다.
세상 좋아진다 하지만 노동현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열악, 위험해지고 현장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가파른 벼랑 끝으로 몰린다. 성실하고 힘든 노동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생산하고, 세상의 일상을 운영하며, 앞으로 이 나라 책임질 후세들 낳아 양육하는 노동자들….그들의 삶을 살뜰히 보살피는 것 말고 도대체 무엇이 더 중요한가.
그들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만들지만 주인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그들의 발언과 행동은 금지되어 있다. 그들이 무언으로 복종하면 교양있고 모범적인 익명의 시민들로 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들이 당하는 부당한 현실을 폭로하고 단결하여 투쟁하고자 하면 즉시 진압, 박멸, 제거되어야 할 불온세력으로 규정된다.
그들이 남인가. 우리의 형제이자 이웃이고 이 나라 지탱하는 뿌리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이 무너지면 우리의 삶도 무너지고 우리 후대의 삶 또한 무너지며 노예적 삶을 강요당할 것이다.
우리 모두 그들에게 뜨거운 연대를!!!! 동참의 실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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