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 4월은 자연으로 잔인한 계절이 아니다!

2018년 4월 16일

발행사를 쓰는 오늘은 세월호 학살 4주기가 되는 날이다. 우리에게 4월은 통한의 달이다. 제주 4.3 학살, 4.9 인혁당 사형 집행, 4.16 세월호, 4.19항쟁에 대한 학살 등이 그것이다.

세월호 4주기가 되는 2018년 4월 16일 현재 아직도 세월호 학살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엄청난 정치적 변화가 생겼다. 박근혜와 현대사의 악마 김기춘이 구속되고 이어서 이명박이 구속됐다. 격세지감이다. 그런데 세월호 진상규명 관련해서도 격세지감의 새로운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외력설, 즉 잠수함 충돌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구속까지 되던 상황에서 이제는 선체조사위원회 조사관조차도 잠수함 충돌설을 공식 언급하고 언론에서도 잠수함 충돌 가능성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극우세력들은 세월호를 “해상교통사고”라고 다른 사고와 유사한 것으로 일반화하여 세월호 침몰 진상규명을 회피하고 있다. 그런데 그 동안 세월호 진상규명을 가로막은 중심에는 박근혜 정권이 있었지만 우리 안에도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것들이 있다. 이는 물론 선의가 빚은 결과이다.

이른바 ‘좌파’단체들이나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는 세월호 침몰을 가지고 “신자유주의 이윤추구가 낳은 결과다”, “규제완화, 비정규직화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며 “안전사회 건설”을 기치로 투쟁해 왔다. 심지어 “노동자들은 매일 세월호를 타고 있다.”며 세월호와 산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는 “무능한 정부가 빚은 참극이다”라며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무능해서 구조하지 않는가? 무능해서 은폐, 조작을 일삼는가? 안전사회 건설 구호는 뭔가 근본적인 전망이나 대책을 세우는 것 같지만 이러한 구호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잘못 파악함으로써 진상규명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주장들은 세월호 침몰 원인이 증축, 과적, 평형수 부족, 복원력 상실, 조타미숙과 급변침에 있다는 검찰 발표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 동안 검찰의 세월호 침몰원인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최근 실제 검찰이 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 보고서를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신자유주의 규제완화”니, “이윤추구의 문제”니 하면서 안전사회 건설을 외쳐왔던 세력들은 세월호 참사의 특수하고 구체적인 성격을 외면하고 일반화함으로써 검찰주장의 맹목적 추종자가 되었고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게 됐던 것이다. 우익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극구 막아보고자 일반론으로 진상규명을 회피했다면, 이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한다는 선의는 있었으나 근본주의로 도피함으로써 진상규명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 첫날부터 왜 수십, 수백 명 경찰과 정보요원이 총동원되어 세월호 가족들을 감시하고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했는지, 왜 가족들은 사고 초기에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했는지, 왜 일반 안전사고와 다르게 세월호가 정치적 사건이 되고, 수백만 명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에 나서는지 세월호만의 특수한 사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심각한 오류에 빠졌던 것이다. 그리고 ‘좌파’ 단체들은 “자본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근본적이다”라는 근본주의적 인식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생생한 현실을 포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른바 ‘좌파’들은 노동과 자본의 문제만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때로는 민주주의와 파쇼권력의 문제로 파생되어 나타나거나 분단과 제국주의 문제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함으로써 역사적 문제에 잘못 접근하거나 그것을 회피하기도 한다. 이른바 ‘좌파’들은 근본모순과 그 모순이 각 단계마다 취하는 주요모순, 부차모순의 문제를 적용하는 것을 “스탈린주의”라고 치부하는 저열한 분파주의로 인해 더욱더 사물의 모순을 제대로 인식하고 변화시키는데 실패하게 된다. 또한 일반론으로 현실의 구체적이고 특수한 성격을 포착하지 못함으로써 일면적으로 왜곡해서 바라보기도 하는 것이다. “변혁”을 이야기 하면서도 노동자 투쟁만을 협소하게 바라봄으로써 민주주의 투쟁에 기권하고 경제주의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앞에서 “우리에게 4월은 통한의 달이다”라고 했는데, 4월의 역사적 문제들은 4월이라는 자연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비극들이 아니다. 모두 역사적 문제이다. 이 비극적이고 통탄할 사건들은 역사적 상황은 다 다르지만 모두 지배계급에 의한 노동자 민중에 대한 학살이다.

이번 호 기사 중에서는 역사적 문제, 제국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몰역사적이고 분파주의에 빠져 있는 정치세력들에 대한 서릿발 같은 비판을 담은 글들이 많다.

“맑스주의 사적유물론과 맑스주의연하는 한국 정치세력 비판”

“한 트로츠키주의 레닌 번역자의 레닌주의 사상 ‘왜곡·날조’”

“트로츠키즘은 제국주의 치어리더, ‘좌익 네오콘 사상’에 불과하다!”(기고)

“4.3 민중항쟁의 역사를 저들과 화해시키지 말자”(기고)

“최근 시리아가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는 주장이 순전히 헛소리인 8가지 이유”(번역)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은 유엔과 미국의 위선 때문에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번역)

“한국사회 민족문제 이해를 위해서 – 한국의 양두구육식 반쏘 반북 ‘진보급진파’들에게”

이 중 “트로츠키즘은 제국주의 치어리더, ‘좌익 네오콘 사상’에 불과하다!”(신현철)는 기고 글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본질과 제국주의 진영에 매수된 정치세력들의 정치적 기원에 대해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다. 논란이 될 부분도 있는 글이지만 아주 흥미로운 글이다.

“벚꽃처럼 화려했던 문재인 정권의 거짓말들! 비정규직 제로,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은 다 어디로 갔는가?”는 “1년만 기다려 달라”던 문재인 정권이 출범 1년이 다 된 시점에서 어떻게 노동자들을 기만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무엇을 목표로 싸워야 하는지를 폭로하고 있다.

지금 정권에 의해 근로기준법 개악에 이어 최저임금법 개악 공세가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 개악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런데 이미 법적 개악 이전에 경제적 현실은 알량한 최저임금 인상조차도 자본의 공세에 의해 무력해지고 있다.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귀족, 임금양보론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고, 상당수 노동조합이 여기에 공감하여 하후상박이니 연대전략이니 하면서 알아서 임금을 양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개선했다는 얘기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자본의 공세 앞에서 노동자의 사상이 먼저 무너지고 그 무너진 틈으로 자본과 권력이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면서 노동자의 삶도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대우자동차 대량 정리해고에 이어 대우차를 인수한 한국지엠에 의해 또 다시 2차 정리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2009년 대량 해고당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아직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지엠에서는 이미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가 자행되었고, “희망퇴직”을 강요당한 정규직 노동자 세 분이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자본철수”, “공장폐쇄”, “부도협박”을 무기로 내건 글로벌 날강도 한국지엠은 노동자에게 끝없는 양보를 협박하고 있다. 이러한 협박에 대해 “모든 노동자가 함께 사는 투쟁을 전개하자! 제발 부도내고 떠나라!”며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전열을 정비하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4월말이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5월이나 6월 초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앞으로 격변적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남북미 ‘대화국면’은 새 방식으로, 새 무대 위에서의 투쟁의 연속이다”라는 글에서는 노동자 민중이 이 국면에 자주적으로 개입하여 “이 정세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심적인 힘으로 솟구쳐 나가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4월은 자연으로 잔인한 계절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잔인한 계절이었다. 이제 그 통한의 역사를 딛고 전쟁과 학살, 착취와 억압이 없는 세계를 위해 노동자 민중이 힘차게 투쟁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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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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