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 정세 인식과 투쟁 전망2 비평화적 방식의 항쟁으로 양상이 바뀌는가?
2월 18일 촛불행동의 퇴진투쟁은 정권퇴진 요구를 넘어 타도투쟁을 내걸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전례 없이 야당 대표에게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대장동 사태는 자본주의의 기생성과 부패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건이지만, 문제는 검찰이 이 사건을 다루면서 정권의 의도에 따라 파렴치하게 정치검찰의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첨예한 정치사안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검찰은 김건희의 주가조작혐의, 학력조작 혐의 등에 대해서는 단 한 번의 조사도 하지 않으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무려 275회에 걸쳐 압수수색을 일삼고 있다.
검찰은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대장동 50억 클럽 악질적인 고위 부패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제 식구처럼 감싸며 비호하고 있다. 또한 대장동의 시초자금이 되었던 2011년 부산저축은행 1155억원가량의 불법 대출사건 수사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통해 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의 녹취록이 있는데도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곽상도가 아들 곽상채를 내세워 역사상 최대금액이라 할 수 있는 산재 위로금조로 50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재판장 이준철)는 무죄로 판결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의 탄압이 비단 야당대표한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권 시절의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에 대해 서훈 전 안보실장을 구속시키고 집단 살인마 북송 사건에 대해 종복몰이를 일삼았는데, 이는 이후 진보진영에 대한 간첩조작 침탈사건으로 나타났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검찰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며 야당을 향한 종북몰이가 재개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과 국회 다수 의석인 민주당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면하고 심지어 탄압의 칼을 휘두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야당탄압은 노동자와 노조, 진보진영에 대한 간첩조작과 노조말살 공세로 한층 더한 폭압 공세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월 13일 건설기계노조 압수수색을 명목으로 민주노총 부산본부를 침탈하였다. 국정원은 2월 18일에는 제주 진보당도당위원장과 전농 회원을 강제체포 강제인치하는 만행을 저지르더니, 20일에는 경기남부경찰청이 경기중서부건설지부 군포, 안산, 부천 사무실과 노조간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조침탈, 간첩조작 강제체포가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은 “건설노조 불법 방치하면 국가라 할 수 없다”며 국가의 존재이유가 노조를 범죄시하고 권리를 말살하는 폭력의 집행위원회임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윤석열은 심지어 “노조가 청년 세대를 약탈한다”며 노조를 약탈자로까지 표현하고 있다. 윤석열의 노조관은 파시스트적 노조관이다. 윤석열은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관제MJ노조를 육성하여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무노조, 무권리 상태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니라 한국 기업 돈으로 먼저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 하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왕 생일 축하 행사가 버젓이 열리고 “윤석열 정권이 대일관계 개선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기미가요가 버젓이 불려졌다. 이 자리에는 외교부에서 이도훈 2차관이 참석해 일왕 생일을 축하하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광주에서는 최익봉 특전사회 총재라는 자가 5.18광주계엄군이 “질서유지의 임무를 맡았다”며 광주학살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일삼기도 하였다.
이처럼 윤석열 정권의 파쇼적 탄압과 함께 이 사회 전체가 빠르게 퇴행하고 있다. 이러한 폭압적 탄압과 사회전반의 반동화에 대해 저항이 터져 나오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제 비폭력적 평화적 발전 경로가 끝나고 있는 것인가?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앞으로 그러한 발전경로는 필연적이다. 이제 투쟁은 정권규탄에서, 전면퇴진 요구로, 전면 퇴진요구에서 정권타도를 내건 항쟁으로 급격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촛불행동이 퇴진에서 타도 요구를 전면에 내건 것으로만 이러한 정세인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퇴진 투쟁 당시와 달리 야당의 존립도 위태로울 정도로 공세가 전방위적이다. 박근혜 퇴진 투쟁 전에 격렬한 민중총궐기가 몇 차례 있고 백남기 열사의 희생이라는 비극이 있었지만, 투쟁은 비교적 평화로운 방식으로 진행됐고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기존 정치질서 내의 교체라는 온건한 방식으로 끝났다.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역시 평화적 발전 경로, 탄핵이라는 방식을 배제할 수 없으나 박근혜 퇴진 때보다 훨씬 빠르게 민중적 저항이 촉발되고, 더 격렬한 방식으로 투쟁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국내외적 강대강의 대치가 정세를 결정한다
우리는 이를 이렇게 예상한바 있다.
윤석열 정권퇴진 투쟁은 박근혜퇴진 투쟁 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들로서는 두 번 정권을 뺏기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오늘날 박근혜 퇴진경험을 겪고도 도리어 총공세로 나오는 이유일 것입니다.(“아직도 정권퇴진 투쟁을 머뭇거리는 동지들께! 냉소, 기권, 낙담, 패배주의를 딛고 파쇼정권 ‘패륜정권’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적극 나서자!”, 2022년 12월 24일)
이 투쟁이 당장 항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그렇게 발전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왜 그런가?
사회과학은 우연을 배제하지 않지만 필연적 법칙을 분석하여 정세를 과학적으로 예측한다. 윤석열 정권의 파쇼적 탄압은 우연이 아니다. 국내외적 정세가 정권을 폭압적인 통치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미국의 행보가 정권의 행보를 제약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미제국주의는 쇠퇴하는 자신의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한층 더한 대북적대시 정책, 대만 분쟁 유도,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포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공급망 독점을 통한 중국고립화, 우크라이나 전쟁 연장과 대러시아 포위, 한미전쟁동맹 강화, 일본군국주의화를 통해 일본을 행동대장으로 삼고 한국과 대만을 졸개로 내세워 동북아시아에서 조선, 대륙침략의 병참기지로 삼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현재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행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퇴진과 패배는 미국 의도가 실패하는 것입니다.(같은 글)
러우전은 서방 제국주의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와 신나찌를 내세워 러시아와의 전쟁을 치르는 국제적 차원의 제국주의 대리전이기도 하다. 국제공산주의 운동 내에서는 미제국주의를 위시로 한 서방 제국주의가 국제적으로 파시즘을 수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이 인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파시즘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가 내에 파시즘이 배양돼 있어야 가능하다. 미제와 일본 제국주의의 군국주의, 자국 내 인민에 대한 반동적 조치, 탄압은 파시즘의 국제적 수출, 전쟁책동과 무관하지 않다. 이 전쟁은 유라시아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유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곳 한반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국주의 군국주의 책동은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에 이어 나토의 아시아로의 급속한 동진과 함께 대만의 분쟁지대화, 남중국해에서 중일 영토분쟁, 러일 간 쿠릴 열도 북방 영토분쟁을 더 첨예하고 만들고 있다. 특히 일본은 ‘해석개헌’에 박차를 가해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 등을 비롯해 안보전략에 대대적 수정을 가하면서 헌법 개정 없이도 정규군을 보유하는 군국주의 책동을 노골화 하고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 책동의 배후에는 미제국주의가 있다. 미국은 일본의 전쟁가능한 국가로의 대전환에 대해 “담대하고 역사적인 조치”라며 적극 환영하고 있다. 미제의 아시아판 나토 구상의 선봉장은 일본이고 한국은 돌격대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가치동맹’은 권위주의 국가에 반대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립선으로 해서 미제와 나토, 일제와 하수인들이 획책하는 반중, 반러 제국주의 동맹이다. 이 가치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는 미일한 동맹 대 조중러 동맹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의 북선제타격론이나 국방백서에서의 ‘북한 주적’ 명시는 미제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제국주의의 가치동맹, 아시아판 나토와 전쟁책동에서 비롯되고 있다. 윤석열의 “아랍에미리트의 주적은 이란이고,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다”라는 외교상의 망언 역시 단지 실언이나 우연이 아니라 미제를 위시로 한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세변화에 따라 북에서는 선대선의 대응을 접고 강대강으로 전면적인 대결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군의 행동성격에 따라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겠다.”라는 발표까지 했다. 3월부터는 역대급의 한미실기동 훈련이 예정되고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전쟁위기는 최고조로 격화될 수밖에 없다.
대외문제는 국내문제의 연장이다. 동시에 대외문제는 국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침략자들이 국내문제에서 평화와 복지를 말할 수 없다. 국내 파쇼 통치는 대외 침략의 기반이다. 따라서 국제적 긴장 고조는 윤석열로 하여금 대외적으로는 호전적인 전쟁책동을 일삼고 대내적으로는 한층 더 폭압적인 탄압을 일삼게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첨예한 대북 적대시 정책과 노조 적대시 정책은 이로써 하나가 되고 있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각 나라에서 금리인상과 함께 긴축조치를 실시하게 하고 있다. 이로써 윤석열 정권은 노인 70세 이상으로 지하철 무료 탑승으로 노인복지를 후퇴시키고 더 내고 더 늦게 받고 덜 받는 연금삭감을 기도하고 있다. 긴축의 시대는 노동자 민중복지를 대폭 감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플레이션을 임금인상 탓으로 돌려 노동자 임금 전반의 삭감 기도가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세는 필연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낳고 계급투쟁을 첨예하게 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 민중의 진보적 요구를 내걸고 퇴진 투쟁을 주도해야 한다
항쟁차원의 정권퇴진 투쟁과 규탄·심판 투쟁은 결의수준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달리하는 투쟁이다. 규탄·심판 투쟁은 대체로 권력과 자본의 공세를 방어하는 투쟁이다. 퇴진투쟁은 정권을 실제 끌어내리고 새로운 권력으로 채우는 투쟁이다. 이 투쟁은 아와 피아의 세력관계를 재편하는 투쟁이며 권력관계를 전면 재편하는 투쟁이다. 이 투쟁은 세상을 전격적으로 변화, 개조하는 투쟁이다.
지난 시기 박근혜 정권퇴진 투쟁은 연 참가인원 천만이 넘는 사상최대 규모의 투쟁으로 정권을 성공적으로 끌어내렸으나 투쟁의 요구, 투쟁과정, 투쟁의 성격도 그러거니와 탄핵이라는 기존 정치질서를 벗어나지 못한 투쟁이었다.
그 투쟁은 사회를 전면 개조하는 혁명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그 투쟁 이후에 등장한 문재인 정권은 촛불혁명정부이기는커녕 기존 양당지배체제를 떠받치는 한 축이었을 뿐이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는 새삼 여기서 더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촛불투쟁 이후 등장한 문재인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촛불로 끌어내렸던 세력들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되었다. 윤석열 정권의 폭압상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정권퇴진 투쟁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도 또다시 그런 역사를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는 정권퇴진 투쟁을 위해 전면에 나서는 것과 함께 정권퇴진 이후 어떤 정치적 성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서도 동시에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이 투쟁을 주도하고, 자기 요구를 전면화 세력이 이 투쟁의 성과를 자기계급에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의제의 주도는 투쟁의 성격, 주도성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투쟁의 지향점, 투쟁 전망을 결정한다. 2023년은 국내외적으로 대격돌의 해이다. 이 올해의 대격돌이 새 전환기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 대격돌 속에서 국내외적으로 누가 승리하냐 누가 더 우세하냐에 따라서 전환기의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윤석열 퇴진 투쟁은 ‘촛불행동’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성격이나 요구로 볼 때 이들은 중간계급의 정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투쟁의 주요 기획자들, 참여자들은 민주당은 아니다. 이들은 대체로 민주당 지지세력과 진보진영 지지를 넘나들고 있다. 이 투쟁에 아직까지 노동조합과 진보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윤석열 타도를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실제 면밀하게 이 타도를 준비할 수 있는 의지나 역량을 갖춘 것이 아니다. 그저 박근혜 퇴진 투쟁 때처럼 100만이 모이고 200만이 모이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이후에도 타도 투쟁을 실제로 주도할 수는 없다. 감당할 수도 없다.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투쟁경험을 가진 노동자들과 조직된 기층 민중만이 이 투쟁의 주도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중간계급의 요구가 정세에 더 기민하게 반응하며 타도 요구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에 민주노총이나 기층 민중조직은 이 정세를 뒤따라가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 간극을 빠르게 메워야 한다. 민주노총이나 기층 민중조직이 이 투쟁에 적극 결합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시기 촛불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분열된 진보진영을 통합시키고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동 중심의 진보대연합당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들은 먼저 분열된 진보진영을 하나로 통일시킬 수 있는 통일적 강령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수정동의안으로 제출됐던 것처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와 핵독점, 패권 전략을 근원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핵무력 반대처럼 자위권을 일환으로 만든 북핵을 포기하고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흐름도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 세력, 이 기조와 단결이라는 명목으로 무조건 하나가 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또 하나의 문제는 민중항쟁 노선이 아닌 평화 노선을 바탕으로 총선 전략전술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평화적 경로가 아닌 전면 민중항쟁에 대비해야 한다. 민중항쟁을 촉진하고 이 투쟁을 이끌어가야 한다. 레닌은 “순수한 혁명을 고대하는 자들은 평생 혁명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순수 계급투쟁은 없다, 민족문제와 민주주의 문제, 반제국주의 문제가 뒤섞여 있다. 순수 계급투쟁이 없는 것처럼, 계급의식도 단선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순수 결정물이 아니라 착종(錯綜), 즉 뒤섞이고 엉켜 있다.
1895년 10월 8일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반일항쟁에 기름을 부으면서 을미의병 항거를 촉발했다. 이 때 반일항쟁에 나선 민중에게 명성황후는 봉건압제자에 불과하다고 비아냥거린다면 그 조직은 투쟁에 떨쳐나선 민중에게 비웃음을 사고 고립을 면치 못하고 될 것이다. 민중은 명성황후의 시해를 그저 희대의 부정부패꾼, 사대주의자의 죽음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자주권을 중대한 침해당하고, 삶의 터전인 나라를 빼앗긴 것이라 여겨 봉기한 것이다. 그 나라의 지배권은 봉건 지배계급이었지만, 민중은 거기에 자신의 생사와 운명을 일치시키며 ‘애국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3.1운동이 비폭력 평화투쟁의 환상에 빠졌다고 비난하며 방관했다면 이 투쟁 이후 무장항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민중의 정치의식의 발전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투쟁과 관련해서 두 가지 대립적인 인식에 대해 살펴보겠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부르주아 정당인 국민의힘 같은 수구보수와 민주당 같은 중도보수가 정치권력을 분점하고 노동자·민중을 정치권력에서 철저하게 배제하는 보수 양당독재 형태의 자본계급독재다.(김승호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눈물 겨운 이재명·민주당 구하기”, 매일노동뉴스, 2023년 2.20.)
민주당의 한계는 문재인 정권 하에서 실컷 봤다. 그런데 김승호 대표는 지금 윤석열 정권의 파쇼공세를 어떻게 누가 중심이 되어 누구와 함께 극복하여 승리할지 경로, 전망이 없다. 김승호 대표는 양당 부르주아 정치를 극복하자고 하여 자본독재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변혁을 달성하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양당체제를 극복하여 자본독재를 극복하는 건 우리의 궁극목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권 하에서 국민의힘, 민주당 양당을 다 적으로 돌려서 노동자계급이 더 많은 적을 양산해 고립을 자처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한가? 아니면 윤석열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다 포괄하여 맞서고 그 투쟁을 노동자 진보진영이 주도하여 윤석열을 분쇄하는 것이 우리한테 유리한가?
진보진영이 정권타도를 외치고 전쟁반대와 노동자 투쟁에 우호적인 이 세력들을 외면해서 좋을 게 하나라도 있는가? 오히려 반대로 이 투쟁에 적극 결합해서 아군으로 획득하고 이 투쟁이 실제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운동의 기본원칙은 아군을 최대한 결집시키고 적들을 최소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윤석열이 파쇼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 반파쇼 민주주의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노동자들이 이 투쟁의 중심에 서서 윤석열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다 끌어들여야 한다. 윤석열 타도에 나선 ‘촛불행동’을 “부르주아 계급을 대표한다”고 간주한다면 이들을 노동자 계급의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정권퇴진 투쟁에 동참하기는커녕 이 투쟁을 부르주아 계급의 투쟁으로 간주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중간계급의 투쟁을 멀리하면서 노동자 계급이 윤석열 정권의 파쇼적 탄압에 맞서 혼자만의 힘으로 승리할 수 있는가? 촛불행동이 노동자들도 동참해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같이 싸우자고 하는데 애써 그들을 부르주아 편으로 돌리면 아군이 될 수 있는 세력을 내쫓아 버리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윤석열을 반대하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어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다수 세력들을 우리 쪽으로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영원한 지지자로 만들 뿐이다. 이는 도리어 양당 체제를 더 강화한다. 이러한 태도로는 당면 정권과의 투쟁도, 나아가 철저한 ‘민주변혁’도 요원할 뿐이다.
이와 반대로 촛불행동은 타도를 내걸고 힘차게 퇴진투쟁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전면 거부, 윤석열 타도 범국민 단식 농성단”을 꾸려 매일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주말 촛불대행진을 하고 있다. 정의당처럼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국민의힘의 공세에 힘을 실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촛불행동의 기조와 요구에는 진보적 요구와 민주당 식 요구와 민주당 식 프레임이 뒤섞여 있다. 반윤석열 투쟁이라고 해서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폭로 없이 이러한 요구가 전면에 내걸린다면 이 투쟁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투쟁으로 나아가고 정권퇴진이 민주당에게 권력을 안겨주는 투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당에 비판적인 진보적 노동자 민중의 정권퇴진 투쟁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윤석열 정권은 이재명 체포동의안 문제와 민주당에 대한 전면 공세와 노동자 민중 진영에 대한 폭압적인 탄압으로 지지자들을 묶어세우고 총선과 총선 이후까지 정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려고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문제로 맞불을 놓으려 한다. 이재명 대표가 아직까지는 직접 금품수수를 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으나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라는 대장동 개발을 기획, 설계한 성남시장이라는 정치적, 도덕적 책임까지 면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민주당이 대장동 사건을 기회로 자본주의 부패상과 기생성을 근본적으로 척결하고 민중의 주거권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호라도 믿을 수 있는가?
박근혜 퇴진 투쟁 당시 최순실처럼, 천공의 비선, 김건희의 실세의 문제는 비선 없는 투명한 정치, 공적 권력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비선 없는 ‘부르주아’ 정치가 곧바로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정치의 성격을 버리고 노동자 민중의 입장을 대변하는 진보적인 정치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라 하더라도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당시의 입장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문재인이 추가 도입했던 사드 반대를 외칠 수 있을 것인가? 국가보안법을 온존시켰던 민주당이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칠 수 있는가? 노동존중을 외치면서 노동말살을 기도했던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는가? 이재명의 민주당이 미국의 의사를 거슬러 자주적으로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문제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근본적인 변별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식 요구, 민주당 식 프레임으로 정권퇴진 투쟁을 하면 이 투쟁이 성공한다 치더라도 또다시 제2의 문재인을 낳고 그 실정에 대한 반발로 제2의 윤석열을 낳게 되면서 다람쥐 쳇바퀴 같은 정치적 운명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그렇기 때문에 정권퇴진 투쟁에 결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그것은 이 투쟁에 기권하는 패배주의와 종파주의밖에 되지 않는다. 정권의 탄압에 순응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정권퇴진 투쟁에 전면 결합하여 착종된 요구를 노동자 민중의 요구로 전환시켜 내야 한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노동자 민중의 확고한 지지세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투쟁을 주도하여 정권을 끌어내리고 권력재편의 주도자가 되어 이 사회를 진보적으로 변화시키고 이 사회를 전면 개조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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