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이 철폐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범주

 

국가보안법, 이건 北을 적으로 보라는 법이다. 이는 분단체제의 신성한…불가침의 법률적 표현이다. 이는 마치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적 소유가 가장 신성한 법률적 원칙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선 북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는 北은 삼대 세습의 미개한 봉건국가, 한 줌 지배세력이 절대 다수 인민대중들을 부도덕하게 착취 수탈하는 鐵의 전체주의국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불쌍한 국가, 정치적 사상적 자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동토(凍土)의 독재국가, 중국 혹은 러시아의 허수아비 국가, 이런 조건에서 극한 지옥의 고통을 나날이 감내하는 인민들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국가…다.

그런데 북이 과연 그런 나라일까? 나는 세상 살아본 상식적인 사람. 세상에는 기본이라는 게 있다. 북 역시 사람 사는 곳인데 달라봤자 우리 사는 데와 뭐가 크게 다르겠는가. 북에 대한 이미지는 의도적으로 가공된 것이다. 단언하건대 그런 나라는 세상에 없다. 그런데…이런 정도의 진실이 드러나는 것도 이곳 南에서는 큰 문제가 된다.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국이라는 나라가 내부적으로 숱한 문제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위에서 말한 이미지의 북보다는 더 정당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주한미군의 존재도 그런 이유로 정당화되었다. 그런데 국보법이 폐기되고 나서 알고 보니 북이 그런 나라가 아니라면??….그저 순박하고 선량한 동족 인민들이 평화를 희구하며 사는 그런 곳이라면 ????!!!

사정이 이렇게 되면 이 나라 사람들이 가져온 견고한 상식의 지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인식상의 천지개벽이 올 수 있다.

“아니 거기도 그런대로 살만한 곳이고 사람들도 좋은데 왜 우리 혈육끼리 서로 싸우면서 살아야 돼? 그럴 필요 없잖아?”

사람들이 분단 그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아니꼽고 더럽지만 그런대로 견뎌온 미군주둔도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왜냐, 논리적으로 존재해야 할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뭣보다 그 놈들이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저지른 행악이 너무 많거든.

북과 관련해 지금까지 국가기구 차원에서 저질러 온 거짓과 조작의 역사가 백일 하에 드러날 것이다. 숱하게 저질러 온 간첩조작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KAL기 폭파사건, 아웅산 폭사 사건, 천안함 세월호, 12명 처녀 납치사건… 등의 진상… 그 외에도 차마 말하기 어려운 숱한 사건들의 진상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는 국가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범죄행위를 저질러 온 것인가. 우리는 얼마나 철저하게 속아온 것인가. 이런 부도덕한 나라가 도대체 존재할 자격이나 가질 수 있는 것인가…”

강철의 통제망 속에 갇혀 숨조차 쉬지 못해 온 노동인민들이 조직된 힘으로 자신들의 독자적인 계급적 이익과 정당성을 주장하며 정치에 진출할 것이다. 지금까지 국힘당, 민주당 등 자본계급, 미 제국의 이익에 충실해 온 정당들에게 무기력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투사했던 노동인민들이 비로소 자신들의 독자적인 계급적 이익과 궁극적 전망을 자각, 각성하며 제 힘을 드러내기 시작할 거란 말이다. 이는 통제와 은폐에 기대어 연명해온 기존 체제에 거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또한 은폐되거나 왜곡된 근현대사의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그와 더불어 해방 이후 지금까지 군림해 온 소수 지배 엘리트들이 실은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에, 일본이 쫓겨가고 나서는 미국에 자발적으로 굴종해 온 자들의 후예임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 일부 식자들이 알지만 대다수는 모르는 이 사실을 대중들이 전면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이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식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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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간 지속된 분단체제에서 꿀 빨아온 자들은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러므로 그들은 절대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지 않는다. 분단이 존재하고 분단에서 이익을 보는 자들이 지배세력으로 온존하는 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분단유지 장치이기 때문이다. 북은 언제까지나 악마적으로 가공된 이미지의 사악한 나라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온존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은 분단유지에 사활을 걸고 이 사회 노동대중을 위한 진보적 변화에 목숨 걸고 반대하는 자들이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태도는 가장 결정적인 시금석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희구하고, 대다수 노동대중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꿈꾸며, 분단을 비극으로 생각한다면, 그리고 한 조각이나마 동족에 대한 사랑이 있고, 미국에 대한 굴욕적 예속에 문제의식이 있다면…당연히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자들은 국가보안법 철폐 반대에 목숨을 걸거나 시큰둥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 정치판 대부분 인사들이 다 그렇다. 국힘당, 민주당의 거대양당뿐만이 아니라 녹색당, 정의당 등 진보를 자임하는 군소정당도 마찬가지다. 진보당은 일관되게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지만 그래서인지 존재감이 희박하다.

분단이 종식되지 않는 한 국보법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보법 철폐를 위한 싸움은 의미없는 것인가? 아니다. 지금 조건에서 달성 가능한 것을 목표로 하는 싸움도 있고, 비록 가능하진 않지만 모순의 본질을 드러내므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선언적 의미의 싸움도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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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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