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의 나무
박금란 시인
땅속에 뿌리 내리고
묵묵히 서있는 너
너의 잔뿌리들은
땅속 세상 억울한 얘기를
놓치지 않고 들었지
너의 듬직한 기둥에
깊은 밤 나의 생각들이 꽂혀
배어들었고
너 속에서 곰삭아져
나는 마음을 불살랐지
겨울나무 잔가지들은
살 트는 추위 같은
먼 곳의 에인 얘기들을
마음으로 다 담아내어
찬바람 맞는 너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지
그래서 잎을 피우는 너
세상 진실한 얘기가
막힘없는 너에게 닿아
이파리에 부딪치는 바람과 함께
어우러진 작은 노래에
내 마음이 너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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