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 조국의 “‘반보’(半步)” 운운은 반보(反步)를 은폐하는 정치 책략이다

2018년 11월 2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4일 자신의 “‘반보’(半步)라도 함께!”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남긴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도, 참여연대만의 정부도, 또한 민변만의 정부도 아니다.”는 글이 언론에 앞 다퉈 보도 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글의 진짜 의미는 무엇이고 그 글은 어떻게 현실에서 작동될 것인가?
조국은 그 글 처음에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대정부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하고 있다. 조국은 실제로는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 진영의 대정부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내심 하고 싶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현재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총파업 투쟁” 등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은 “참여연대”도 “민변”도 아니기 때문이다. 조국이 말한 “노동문제”는 사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문제인데 이 참여 문제에 참여연대와 민변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조국이 한정적으로 발언하고 싶었던 대상은 민주노총임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도, 참여연대만의 정부도, 또한 민변만의 정부도 아니다.”라는 말은 이러한 논리적 추론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도 아니다.”라는 말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왜 조국은 민주노총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끌어들였을까? 여기서 먼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민주노총만을 타켓으로 하여 발언을 하면 자신들의 정치적, 계급적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참여연대”와 “민변”을 끌어들여 “진보진영”이라고 간주함으로써, “문재인 정부는 진보진영만의 정부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부로 포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신 조국은 민주노총과 참여연대와 민변을 동급 수준으로 병렬적으로 끌어들이면서 민주노총의 존재감을 직능단체 정도로 폄하하고자 하는 저의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현재 80만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노총이 여전히 관제어용 기구 노릇을 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는 2000만 노동자 계급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노총이 2천만 노동자 계급의 당면 이해, 역사적 이해를 온전하게 대변하고 있느냐, 상당수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에 대해서 노동자 대단결의 정신으로 싸우고 있느냐의 문제는 논외이다. 왜냐하면 민주노총 내부에서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배타적이고, 반노동자적인 태도들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노동자들이 집결해 있는 대중조직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국 글의 실제적인 정치적 의미는 문재인 정부를 진보진영만의 정부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중립적 정부, 이해관계의 초월자로 포장하는 반면에 민주노총을 직능 조직, 이기주의 단체로 몰아가서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로써 “노동존중” 정부, “소득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친노동자적인” 정치적 구호의 파산을 은폐하고 자신들의 반노동자적인 정책을 전체 국민의 이해로 포장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르주아 계급 사회에서 전체 국민의 정부는 허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정권은 자본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는 지난 11월 6일 국정감사 답변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인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의 연장선성에 있다. 이러한 정권 핵심부의 일련의 발언은 문재인 정권의 노동문제에 대한 인식과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임종석의 발언은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기 때문에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과거 정권에서 프로파간다로 내세웠던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를 문재인 정권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조국의 글 역시 대 노동자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라는 프로파간다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고, 그 글은 최저임금법 개악, 자본을 위한 규제완화에 이어서 탄력근로제 확대적용, 국민연금 추가 개악 등 일련의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공세로 현실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조국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가능성을 넌지시 내비치고 있는데, 과거 김대중 정권의 노사정위원회가 정리해고제와 파견제를 합의하면서 전교조 합법화를 바터로 (부등가) 교환했는데, 이번에는 박근혜 시절 자행됐던 전교조의 내년 6월 합법화 가능성을 흘리면서 경사노위에서 절충과 타협이라는 형식을 빌려 탄력근로제 확대와 국민연금 개악을 바터로 2차로 부등가 교환하려는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도 아니고, 당연한 취해야 하는 조치가 아니라 권력의 시혜로 부각시키면서 추가로 반노동자적 조치를 자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는 항상 노동자 민중의 “고통전담”으로 나타나면서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동결을 필두로 한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자제, 복지축소, 구조조정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세를 취하면서도 문재인이 지난 22일 경사노위 출범식에서 했던 발언처럼, “자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타협·양보·고통 분담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가능한 한 자신들의 반노동자적, 친자본적 본성을 숨기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잠재우려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문재인 자신도 “노동쟁의 소송 변호사 차령산맥 이북 김선수, 이남 문재인”이라는 공익위원 김진 변호사의 아부성 발언에 흡족해서 문재인 대통령, “차령산맥 이야기를 널리 알려달라.”(2018.11.22.)고 부탁했다. 결국 2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 발언이 나왔는데 이를 통해 문재인의 인권 변호사 출신을 부각하여 계급 중립정부의 면모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언에는 이른바 과거의 “운동권 출신”들인 임종석이나 조국이나 문성현 등이 나서서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세를 “대화·타협·양보·고통 분담” 같은 계급타협과 화해주의로 은폐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조중동, 종편뿐만 아니라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 소부르주아 신문이 문재인 정권의 “관제신문”이 되어 합공으로 나서서 현실에서 노동자 자본가 간의 이해관계의 대립을 은폐, 포장함으로써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게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大檢까지… 무서운 게 없는 민노총”(2018.11.14.)이라는 1면 기사로 비난하는 조선일보나 “30여 년 노동운동가 ‘문전투’도 결국 울고 말았다 문성현 경노사위 위원장, 공식출범식에서 민주노총 언급하다 눈물 쏟아”(구영식 기자, 18.11.22)라는 오마이뉴스 기사나 자본가들과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다만 조선일보는 아주 노골적인 적대감으로, 오마이뉴스는 신파적 눈물까지 동원하여 노동운동 배신자 문성현을 감싸는 저열함으로 자본과 권력의 이해에 복무한다는 방식에서만 조금 다를 뿐이다.
문재인 정권은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공세를 전체 국민의 이해로 대변하여 아군을 넓히고 민주노총을 철저하게 고립시키는 헤게모니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민주노총 내부의 계급타협주의자들에 대한 포섭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조국의 “‘반보’(半步)”는 반보(反步)에 불과하다. 한국 자본주의의 장기불황 속 공황의 그림자가 점점 더 문재인 정권을 제약하는 가운데, “노동존중”,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거짓 구호를 던져버리고 문재인 정권의 반동적인 반보(反步)를 은폐하고 노동자 민중의 저항과 투쟁을 봉쇄함으로써 자본의 이해를 철저하게 보장하려는 정치적 술책에 불과한 것이다.
정치적 술책에는 정면돌파가 필요하다. 이름과 형식만 조금 바꾼 반노동자적 기구 경사노위 놀음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다. 노동악법을 철폐하고 노동3권을 온전하게 쟁취하는 것이다. 권력의 음험한 헤게모니 전략, 분열전략을 노동자의 대단결 정신으로 돌파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국가보안법 철폐, 미군철수 같은 전체 노동자 민중의 운명이 걸린 사회 전체의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다. 사회대개조라는 전망 하에 사회대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정부, 대자본 투쟁을 강화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파의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본질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지금, 민주노총은 임종석의 말마따나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전체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참된 희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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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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