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으로 다가온 글로벌 날강도 지엠의 부도협박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4월 20일 부도시한 최후통첩을 한 벼랑 끝 상황에서 4월 18일 임금 및 단체협상 10차 교섭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한국지엠 자본은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노동조합의 생사여탈권을 쥔 점령군답게 노동조합에 대해 일방적 항복문서에 도장을 찍으라는 협박성 안을 내놨다.
그 내용은 2018년 임금동결, 성과급 및 일시금 지급 불가, 단체협상 제71조 2항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근속연차 휴가 미사용 시 통상임금 150%에서 100% 삭감, 고정연차 휴가 미사용 시 소멸, 정기상여금 지급 시 통상임금 기준으로 30시간 가산에서 22.9시간 삭감, 적치된 미사용 고정연차의 설, 추석 수당지급 제도 폐지, 복리후생 일부 폐지, 단체협약 제2조 유일 교섭단체 조항 폐지, 노조간부 전보 시 본인과 합의에서 협의 등등의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임금 동결, 실제로는 실질임금 삭감, 상여금, 수당 지급 중단, 수십 개 단체 협약안 일방 후퇴 등이 담겼다. 노동자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권리를 몽땅 반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는 현 노조가 유일교섭단체라는 단협 조항을 삭제하라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는 어용 복수노조를 만들어 기존 노조를 무력화 시키고 더 나아가 존재 자체를 없애 삭제하려는 기도인 것이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고 남아 있는 군산공장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를 피한다는 명목으로 희망퇴직, 전환배치, 5년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낯선 타공장으로 전환배치 자체가 고용불안인데다가 5년 이상의 무급휴직은 기한이 불분명한 정리해고의 다른 이름이고, 이미 세 분의 비극적 자살에서 봤듯이 ‘희망퇴직’ 자체가 강요된, 폭력적인 강제해고의 다른 이름인데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그 강제성, 폭력성이 은폐됐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것이 경영상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명목이라고 하는데 이를 달리 말하면 이러한 공세적 절차를 통해 합법적인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무한대의 날강도적인 폭력적, 약탈적 안조차도 지엠본사로부터 수익성 있는 신제품 배정을 확보하고,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위임 받은 삼일회계법인 실사를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하고 이 결과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대한 추가 투자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악명 높은 구조조정 회사인데 이들이 경영실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 구조조정 명분으로 삼으려 할 것인데, 그 조치를 이행하면 사업타당성을 고려해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추가투자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날강도에 산업은행은 호구 잡힌 신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날강도 지엠에 호구가 잡힌 산업은행은 지엠의 요구대로 지엠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 즉 구조조정으로 최대이윤을 낼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해주기 위해 노동자 구조조정을 채근하는 악역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이러한 일방적 항복문서에 도장 찍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이 요구를 받지 않으면 주지하듯 4월 20일 부도내겠다고 최후통첩을 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게 점령군한테 사로잡힌 포로들을 참수하겠다는 사형집행 통보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 부도 시한이 내일로 다가 왔다. 부도 시한을 하루 앞에 두고 결박을 당한 채로 손에 칼을 든 강도 지엠 앞에서 노동조합은 지금 현재 임단협 교섭을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이 상황에서 부도 시점을 뒤로 미뤄달라고 매달리는 상황에서 양보를 종용당하고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창원 군산 부평공장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판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단적 해고를 자행하고, 정규직 2,500여 명이 희망퇴직을 당하고 이 중 세 분의 희망퇴직자가 협박적 강제퇴직으로 자살했다. 남아 있는 노동자들도 이미 장기간 계속되는 비정상적 상황에 생계압박을 당하고 있고 초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여기에 ‘유연 안정성’, 즉 해고는 자유롭게 하되 전직, 취업알선 실업수당 지급 확대 등으로 안정성을 구하겠다는 기만적 입장으로 구조조정을 자유롭게 조장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대우차 정리해고와 2차 정리해고와 이미 9년차를 맞는 쌍용차 정리해고 결과가 그 ‘유연안정성’이라는 모순적 단어가 얼마나 끔찍하고 파국적 결과를 초래하는지 목격했다.
조선업종 물량팀으로부터 사내하청 대량해고처럼 노조로 조직돼 있지 않은 수만, 수십 만 노동자들의 사회적 타살은 철저하게 은폐되어 있다. 신문에 자주 나오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기사 중에는 그러한 사회적 타살이 은폐된 경우일 수도 있다.
글로벌 날강도 지엠의 공장철수 협박은 만사형통이었다
글로벌 깡패 점령군 지엠자본은 공장철수, 자본철수, 부도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생사를 결정할 권력을 지녔다. 이 힘으로 일방적으로 협박하고 일방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공세를 자행한다. 그런데 노동자들, 노조는 아무런 무기가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기껏해야 회사에 발전전망을 제시해 달라고 읍소할 수밖에 없는 가련한 처지로 전락해 있을 따름이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노사협조주의, 노사상생 노선은 운동상태가 어쨌든 최소한 민주노조운동 내에서는 어용으로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 그런데 매각이나 부도라는 비상적 상황에서는 대다수 노조가 이러한 협조주의 노선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는 공장이 철수되고 자본이 사업에서 손을 떼면 노동자의 존재도 있을 수 없다는 자본주의 내 노동자들의 현실적 한 측면을 담고 있다. 그것도 자본주의 내에 갇혀 다른 정치적 전망이 없는 비혁명적 노동운동이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현실적 한 측면이 절대적인 측면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본철수, 회사 부도라는 상황에 처해지면 대다수 노조는 일방적인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다.
그런데 이는 노사상생의 측면이 아니라 회사가 사는데, 또는 회사가 전 세계적인 공황이나 장기불황, 경쟁력 상실의 조건에서 회사가 사는 것이 절대적인 지상과제이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언제나 일방적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노사적대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따름이다. 노동자가 있어서 지금까지 자본이 생존해 왔는데, 자본이 살기 위해 노동자가 죽으라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생산수단을 운영하여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생산하는 혁명적 전망이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상생, 협조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희생과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지엠의 협박 앞에서 지엠이 철수하면 대안이 없다는 대안부재론이 노조나 노동자들을 사로잡아 왔다. 그리고 대안이 없으니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일방적인 후퇴를 대안삼아 지금까지 대책 없이 내몰려 왔던 것이다.
지엠 내에 일부 활동가들은 노조의 속수무책 후퇴 상황 속에서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집행할 투쟁력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해 왔다.
현 상황에서도 대안은 여러 가지다. 지엠이 철수하지 않고 협박설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면 노동자의 양보 없이 전체 노동자가 단결해서 싸우는 것이 첫 번째 대안이다.
지엠부도 협박에 맞서 지엠철수까지 감수하며 싸우는 것이 두 번째 대안이다.
지엠이 실제 철수하고 제3자 인수자가 나타나면 고용승계, 노조승계, 단협승계를 내걸고 싸우는 것이 세 번째 대안이다.
이도저도 아닐 때 글로벌 날강도 지엠에 막대한 혜택과 자금지원을 하고도 글로벌 호구가 된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국유화를 단행하도록 하는 것이 네 번째 대안이다.
그리고 그 동안 한국지엠에서 지엠본사로 흘러들어간 이윤이 얼마인지 공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지엠의 대우차 인수 시 인수조건, 혜택 등 그 동안 지엠에 호구짓한 산업은행에 그 실태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지엠이 떠난다면 그 동안 본사의 “수탈구조” 속에 부당하게 먹어 왔던 자금을 토해 내고 떠나야 한다고 싸워야 한다.
그 동안 지엠자본은 6조원 규모의 연구를 진행하고 저작권은 미국 지엠 본사로 넘어 갔다. 한국 지엠은 차량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지엠한테는 비싸게 사고 한국에서 수출하는 완성차는 싸게 팔아야 했다. 지엠본사는 한국지엠에 5년 만에 3조원의 빚을 떠안겼는데, 올해만 1조7천억 원을 이자로 상납해야 한다. 그리고 지엠은 세계 곳곳에 공장을 세우고 유럽과 러시아에서 공장 철수하는 비용을 한국지엠에 떠넘겼다. 그도 모자라 지엠 이름을 달고 있는 이유로 연 1,300억을 삥 뜯듯 강탈해 갔다(지엠 범대위 대시민 유인물 참고).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가 감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지엠의 2012~2016년 누적적자 1조9787억원 가운데 76%에 해당하는 1조5067억원은 지엠 본사로 흘러갔다. 본사가 한국지엠에 빌려준 돈에 따른 이자비용이 4955억원, 지엠이 유럽·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들어간 비용 부담분 5085억원, 연구개발비·구매비용 분담금 3730억원, 본사 업무지원비가 1297억원 수준이다. 노조는 “이런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였어도 적자가 이 정도 규모에 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한겨레, 한국지엠 ‘2조 적자’ 쌓일 때..미국 본사로 1조 5천억 흘러가, 2018.02.14.)
이것이 이른바 “빨대경영”의 실체인데, 이처럼 한국지엠은 지엠본사의 하청기지로서 지엠의 경영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착취를 당하며 지엠의 빨대경영에 피를 공급해준 원천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지엠은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정리해고 하거나 그것을 빌미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흡혈자본 지엠에 더 이상 노동자들이 희생당해서는 안 된다.
자본철수라는 만사형통 무기를 든 강도 지엠 앞에서 노동조합도 무기를 쥐어야 한다!
“살려야 할 것은 지엠이 아니라 노동자다.” 지엠 담벼락에 붙은 플랑 내용이다. 지엠의 발전전망, 즉 성장과 생존이 노동자의 삶과 적대한다는 것을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노동자를 착취하여 막대한 이윤을 본사에 보내 지엠 독점자본을 살찌워오다가 이제는 경쟁력을 강화한답시고 노동자를 죽여서 최소고용으로 최대이윤을 거둬서 자본의 성장만을 추구하려는 지엠의 발전전망이 노동자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노동자가 다 죽고 그 일방적 희생과 죽음 하에서 지엠이 최대 이윤을 회복하는 것이 노동자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지엠사례는 전대미문의 사례가 아니다. 과거 대우차나 한라중공업, 현대차, 만도 등에서 부지기수로 벌어졌던 문제들이다.
글로벌 날강도 지엠이 지금까지 자본철수, 부도협박으로 노동자의 일방적 양보와 항복, 죽음을 강요해 왔다면 노동자는 노동자다운 무기를 움켜잡아야 한다.
공장의 실제 주인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해야 한다. 공장을 거점으로 잡고 지엠의 날강도 협박에 맞서 싸워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노동존중’을 말로 하지 말고 지엠구조조정 사태를 해결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지엠이 공장철수, 부도설로 협박하며 노동자들은 후퇴뿐만 아니라 분열에 분열을 거듭해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분열, 공장별 분열, 사무직과 생산직 분열, 부서별 분열, 청장년 분열까지 이런 적전 분열상태로 싸워 이길 수 없다. 내가 아닌 네가, 나를 제외한 너희들 모두가 희망퇴직으로 나가야 내가 산다는 야만의 정글식 분열로 어떻게 강력한 대적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가?
강력한 단결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정리해고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상회복과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내걸어야 한다.
회사발전 전망이 없다면 더 이상 양보가 없다는 말은 발전전망이 있으면 추가 양보를 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는 곧 발전전망이 제시되고 정리해고가 없다면 한국지엠이 임단협 10차 협상에서 제출한 안, 즉 희망퇴직, 전환배치, 무급휴직, 임금과 단협 대폭 양보를 수용하겠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희망퇴직은 강요된 폭력적 정리해고다. 더 이상 죽음의 행렬은 있어서는 안 된다.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은 노동자 죽음을 부르는 정리해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양보와 후퇴는 없다.
노동자 사상으로 무장, 노동자 총단결, 단호한 노동자요구를 내걸고 공장점거를 단호하게 결행해야 한다. 공장의 거점에 정규직, 비정규직, 부품사 노동자들을 집결시켜야 한다. 공장 밖의 거점을 지역, 전국의 노동자들이 사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장의 거점이 있을 때 자본철수, 부도협박에 대응하는 노동자의 무기가 확보된다. 노동자의 요구를 집행할 힘이 생긴다. 투쟁 구심이 없어 갈기갈기 분열된 노동자들이 하나로 결집할 수 있다. 그 거점의 힘이 생길 때 지역여론도 우호적으로 될 것이다.
4월 20일 부도 예고에 휘둘려 더 이상 양보가 있어서는 안 된다.
20일 부도(또는 부도협박)를 기점으로 전면적인 투쟁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승리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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