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사내 유보금 환수 운동에 대해 – ‘공상적이거나 과도하거나 기회주의적이거나’
사진출처: 사내유보금 환수운동본부(준)
(2015년 8월 21일)
* 사내 유보금: 기업이 거둔 이익에서 세금과 배당 등의 비용을 제외하고 회사 내부에 쌓아둔 자금을 말하는데, 단순히 쓰고 남은 돈이 아니라 사업확장이나 영업활동을 위해 기계, 설비, 건물 및 현금성 자산 등의 형태로 재투자되는 돈을 포함하는 개념이다.(회계적 중립을 가장한 친자본적 설명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전개되는 논의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설명이다. 이 설명이 왜 친자본적 설명인지는 내용에 들어 있다.)
- 운동은 주관적 의도와 다르게 객관적으로 어떻게 귀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재벌이 기업 내부에 쌓아두고 있는 사내 유보금을 환수하여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고,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비용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에 그 자체로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 투쟁은 제대로만 한다면 자본주의의 전 세계적인 공황의 여파로 마땅히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본주의 현실과 그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자본의 이윤은 여전히 막대하다는 모순된 현실, 독점자본의 기생성과 투기성을 폭로하는데 중요한 투쟁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자본가들의 금융소득, 부동산 소득 등 불로소득에 대해 세금을 잔뜩 매겨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주자는 주장에 대해 그 자체로 반대할 이유는 없다. 이 역시 자본가들의 탐욕과 기생성과 투기성을 폭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들이 개별적 선동과 폭로의 범위를 넘어서 ‘독점이윤의 사회화’라는 ‘전략적’ 노선으로 격상되어 제출될 때, 과학을 벗어나 공상적이거나 과도한 환상을 부여하거나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흐리게 하거나 당면의 절박한 투쟁 과제를 회피하거나 근본목표를 대체하거나 한다면, 또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면 심각하게 비판해야 한다.
실제 그동안 기본소득제 운동과 경제민주화, 다양한 재벌개혁 운동은 그 제기자들의 주관적 의지와 관계없이 재벌의 지배와 그 결과로 나타난 착취와 수탈의 강화, 빈곤과 불평등 심화 등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체제 내로 수렴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은폐하고 합리화하는 것으로 체제에 봉사해 왔다.
운동은 주관적 의지, 의도와 상관없이 어디에, 어떻게 복무하고 무엇에 귀결되는지가 중요하다.
- 사내유보금 환수 운동은 근본목표를 회피하거나 흐리고 있다
현재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이하 추진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사내유보금 환수 운동은 운동의 근본목표의 관점에서 볼 때, 개량주의적 측면이 있다.
추진위는 이 운동을 ‘독점이윤의 사회화’라고 하고 있다. 물론 이를 통해 재벌의 국유화로 나아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점이윤의 사회화’가 당면 목표라면 먼저 독점이윤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독점이윤의 체제적 성격, 독점의 본질은 지배=강제관계이다. 즉 ‘지배관계 및 이와 관련된 강제의 관계는 자본주의 발전의 새로운 국면에 전형적인 것이고, 전능한 경제적 독점체의 형성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이며,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레닌, 『제국주의론』). 독점의 본성인 이러한 지배=강제관계에 기초하여 획득한 이윤이 바로 독점이윤이다. … 독점이윤은 단지 자기 기업 내의 노동자를 착취한 결과인 것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을 수탈한 결과이기도 하다.”(조용범·박현채 감수/풀빛편집부, 『경제학 사전』)
이처럼 독점이윤은 자기 기업 노동자를 착취한 것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이를 통해 독점자본이 생산·유통·신용·국제 관계 전 영역에 걸쳐 지배력을 가지고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 비독점자본의 노동자, 농민 및 소비자, 비독점자본을 수탈한 결과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독점자본이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은 카르텔 협정, 금융적 지배력과 금융적 사기와 술책, 해외 식민지 지배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독점자본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배력에다가, 직접적으로는 관료나 정치인 매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마저도 수중에 넣는 것으로 정치적 지배력을 강화한다. 이 때문에 국가는 독점자본에 종속되어 독점자본의 이해에 적극적으로 봉사하게 된다. 국가 권력은 독점자본의 이해를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힘으로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다. 이것이 바로 레닌이 처음으로 말한 국가독점자본주의로 현대자본주의의 본질을 밝혀준다.
무슨 말을 하려고 초장부터 어려운 설명으로 시작하는가! 이제, 좀 더 쉽게 정리해보자! 독점이윤은 바로 독점자본이 이 사회 전체를 지배한 결과로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점이윤을 사회화하기 위해서는 그 발생의 근원인 지배 = 강제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 즉 독점이윤을 낳는 원천인 생산수단의 사유화 같은 자본주의 사적 소유 체제를 분쇄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적 소유 체제를 분쇄하기 위해서는 이를 폭력적인 힘으로 수호하는 국가권력을 분쇄해야 한다.
그런데 추진위는 지난 8월 18일 사내유보금 환수운동 기자회견문에서 “이제 사내 유보금을 그대로 두고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경제, 민생, 공공 등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제부터 독점자본의 사적 소유 체제와 독점자본의 지배 자체로부터 모순을 분석하여, 그 모순 체제와 정면으로 싸우려 하지 않고, 그 결과로 나타난 “사내 유보금을 그대로 두고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하게 됐는가?
참세상 송명관 기획위원은 ‘사내유보금 환수의 쟁점’(참세상, 2015.08.14.)이라는 글에서 이 운동이 재벌 국유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유상몰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는 ‘문제는 재벌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데, 사실 문제는 독점자본주의 체제와 그것을 수호하는 최후의 폭력기구인 국가권력이다. ‘독점이윤의 사회화’라는 목표이든, 재벌 국유화든 문제는 그 국가권력이 어느 계급의 권력인가가 중요하다. 사민주의 정권 하에서 자본주의 지배계급은 쏘련의 사회주의 건설의 성과와 노동자 계급의 혁명 투쟁에 직면해서, 전후 호황을 배경으로 부분적으로 국유화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국유화 조치는 개량적 조치에 머물 뿐 노동자 계급을 해방으로 이끌지 못했을 뿐더러 착취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도록 했다. 게다가 이러한 부분적인 성과조차도 전 세계적인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의 결과로 무너지고 있다. 사민주의 정권 스스로 이 공세에 앞장서기도 한다.
착취 계급의 국가인가? 노동자 계급의 국가인가? 노동자 계급에게는 국유화라는 형식보다도 과연 그 국가가 어느 계급의 국가인가, 새로운 유형의 국가를 어떠한 수단으로 건설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독점자본의 사회화는 물론이고, 그 독점적 지배의 결과로 나타나는 독점이윤의 사회화조차도, 독점자본의 사적소유 체제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훼손하기 때문에 독점자본과의 투쟁뿐만 아니라 결국은 독점자본을 위한 최후의 물리적 보루인 국가권력과의 싸움이 필연적이다.
그런데 추진위의 독점이윤 사회화 노선과 더 나아가 재벌 국유화 노선은 국가의 문제, 변혁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강령에서 자본주의 분쇄를 표명한다고 해서 그것이 지금의 사회화 노선을 변혁의 수단으로 만드는 건 아니다. 당면 요구가 국가권력 분쇄와 근본 변혁이라는 목표와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기회주의 노선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 사내 유보금 환수 운동은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을 회피하고 있다
추진위는 자신들의 강령에는 자본주의 분쇄가 명시되어 있고 이 운동을 그러한 목표 하에 당면목표로 제기하고 있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추진위의 이 운동은 당면목표를 강화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근본목표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관적 의도와 다르게 어떻게 귀결될지 살펴봐야 한다.
추진위의 사내 유보금 환수 운동은 추진위뿐만 아니라, 그 목표와 제기 수준이 꼭 같지는 않지만 ‘재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그 동안 금속노조, 민주노총에서도,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 등에서도, 교수나 전문가 등에서도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돼 온 주장이다. 결국 이 운동은 추진위가 이를 근본목표로 가는 이행강령의 일환으로 제출했든지, 최대목표로써 제출했는지, 당면 요구로 제출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작동할지 살펴보아야 한다.
재벌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거세지자 심지어는 최경환 역시도 이를 모면하기 위해 작년 7월에 재벌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조차도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제기했는데, 그것이 독점자본주의 체제, 독점자본의 사회 지배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체제 내로 수렴하고 기만하기 위한 술책이었던 것처럼, 최경환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세금 부과는 사기와 기만에 불과한 것이었다.
실제 최경환이 이 제기를 하자 재벌진영에서는 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회피하고자 배당을 늘리고 있다. 최경환은 작년 7월 ‘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서 그동안 쌓아온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금 부과도 아닐뿐더러, 앞으로도 “소액주주에 대한 배당소득 세제혜택뿐 아니라 대주주의 배당세 부담도 낮춰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소액주주가 그 배당의 결과로 받을 몫은 결국 변변치 않은 액수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소부르주아의 이익 보다 대주주가 사내 유보금 배당의 막대한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다.
최경환의 사내 유보금 과세 주장은 재벌 법인세 인하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가라앉히고 결국 배당 상승의 최대의 수혜자인 국내외 독점자본의 이익을 강화할 뿐이다. 또한 재벌은 배당 상승 말고도 이 과세조차도 회피하는 방식을 알고 있다. 그것은 사내 유보금을 가지고 업무용이라는 명목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 자본이 지난 해 한전부지를 10조원 대에 구입했는데,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는 투기적 이익을 거둘 뿐만 아니라, 이를 업무용으로 가장하여 유보금 과세를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역시 하반기 주요 사업으로 ‘재벌개혁과 노동자-서민 살리기 5대 요구 쟁취!’를 내걸고 있다. 민주노총이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하반기 사업이 바로 ‘재벌개혁’ 슬로건인데
민주노총은 이를 ‘사내유보금 환수 특별법 및 재벌세습 금지법 제정’으로 정식화하고 있다. 그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늘어나는 가계 부채만큼 쌓인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710조에 대한 과세”
“순환출자제 등 재벌 세습 구조 금지 등”
“한국경제의 대표적 장애물인 재벌체제 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
민주노총은 8월을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투쟁 집중 시기로 상정하고, 9월은 ‘재벌개혁 및 노동자서민경제 살리기 투쟁 본격화 시기’로 상정하고 있다. 이 투쟁과제를 위해 5대 요구 정식화 및 발표 기자회견과 주요 정당 설명회 및 전문가 그룹 확산, 여론화-쟁점화 집중 추진, 매주 수요일 선전전이라고 투쟁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추진위는 자신들이 제출한 요구를 주관적으로는 이행강령이나 급진적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사고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 몰라도, 민주노총 내에 파견된 추진위 소속 간부를 통해서든 기타 방식으로든 반영된 민주노총의 재벌개혁 슬로건과 그 내용과 추진 방식은 그 동안 소부르주아 시민단체에서 제기해온 ‘재벌개혁’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은 사내 유보금 환수를 ‘독점이윤’ 몰수가 아니라, 단지 과세를 강화하는 수준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 순환출자제 금지 등 요구는 그 동안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추진한 바 있는 ‘독점자본주의의 합리화’ 일환으로 제기되었던 요구와 같다.
민주노총은 이 운동의 목표를 “재벌 체제 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고 상정하고 있다. 경제의 활성화? 자본의 생산성 향상을 말하는 것인가?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여 명목상 국민총생산이 증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실제 자본과 정권이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노동개혁’을 들고 나오는데 민주노총은 이러한 몰계급적인 내용으로 운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 요구를 대중 투쟁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제기하기 보다는 실현가능한 정책적 요구로써 제기하고 있다. 그 때문에 투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주요 정당 설명회 및 전문가 그룹 확산”과 같은 계획을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주노총의 이 재벌개혁 요구는 ‘특별법’, ‘금지법’에서 보듯 국회에서의 입법화 요구로 제한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정의당 등 국회 정당을 통해 입법화 요구를 하고 이를 위해 여론전, 선전전을 강화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재벌개혁’을 들고 나오고 있는데, 이는 대중투쟁을 강화하기 보다는 국회 입법화에 기대는 수동적 사업이고 더 나아가 야당 특히 독점자본 일 분파인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자주성을 상실하는 운동, 실제는 비운동이다. 자본과 정권의 ‘노동개악’ 논의를 국회논의기구에 맡기자는 비운동적 계획의 연장선에 있다.
민주노총의 이 요구는 독점자본과의 격렬한 전투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당면한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의 일환으로 배치되는 투쟁도 아니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추진위도 마찬가지다. 추진위는 ‘재벌 사내 유보금 환수 운동본부’를 설치하고, 기자회견문에서 이 투쟁을 “2016년-2017년 권력교체기의 핵심적인 대중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추진위의 이 투쟁은 총선과 대선이라는 부르주아 정치 일정 속에서 이 요구를 전면화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추진위의 당면 목표에는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이 빠져 있다. 추진위는 박근혜 정권이 정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2017년 대선으로 가는 정치 일정을 그대로 상정하고 ‘대중운동’으로써 환수 운동을 제기하는 것이다.
추진위는 국정원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권력과 중앙선관위, 관변단체, 십알단 등 외곽기구가 총동원되어 총체적 부정선거로 등장하고, 세월호 학살을 저지르고, 통합진보당을 강제해산시키고,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르고, 국민 전체에 대한 감시와 통제 체제를 강화하는 등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노동3권을 유린하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박근혜 찬탈 파쇼 정권이 대선까지 정권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 ‘대중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추진위의 ‘대중운동’에는 절박하고 당면한 최대 목표로써 박근혜 파쇼 정권 퇴진 투쟁이 빠져 있는 것이다.
이처럼, 추진위의 사내 유보금 환수 투쟁은 근본목표가 모호하고 불분명할뿐더러, 당면 목표로써 국가권력과의 투쟁이 빠져 있다. “문제는 재벌이다!”처럼 ‘자본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근본이다’라는 추진위 식의 ‘근본주의’는 자본주의 생산 체제의 모순을 뿌리 끝까지 파헤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그 반대 편향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되는 한 바뀌지 않는 노자 간 적대라는 근본모순의 해결만을 주장함으로써 근본모순이 정세의 각 단계나 국면마다 집중적으로 표출되어 나타나는 주요모순의 문제를 포착하지 못하게 된다.
추진위가 공식적인 글에서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켜봐야 새민련 같은 또 다른 자본가 권력이 들어설 텐데, 정권 퇴진 투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식의 글과 얘기를 추진위 성원과 이른바 ‘좌파’ 성향의 활동가들로부터 종종 접했다. ‘정치는 경제의 집중적 표현’인데, 이러한 ‘근본주의’적 인식은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폭력을 강화하는 파쇼 국가권력에 맞서 일전을 벌이거나 이를 위해 광범위한 민주주의 투쟁을 전개하는 것에 기권하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만든다. 이는 사회 전체의 문제를 과학적인 눈으로 분석하고 개입하기 보다는 현장의 현안문제만을 협소하게 내거는 경제주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 추진위의 사내유보금 환수 운동은 과도하거나 공상적이다
추진위의 사내유보금 환수 운동은 과도하거나 공상적이다. 추진위의 계획은 사적 소유 철폐, 생산수단의 사회화라는 변혁 운동의 근본원칙의 관점에서는 개량주의적 측면이 있지만, 당면 목표로서는 과도하거나 공상적인 운동이다. 주체적인 역량과 정세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이점은 기본소득론자들과 마찬가지다. 기본소득제론자들은 불로소득에 대한 혁명적 조세개혁을 통해 연간 300조를 마련하기만 하면 “재벌에서 거지까지” 1인당 50만 원 정도를 기본소득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국세청 컴퓨터에 모든 국민의 예금통장 번호를 입력해놓고 매달 걷힌 세금을 그대로 입금해주면 그것으로 끝이다.”(한겨레21, 전 국민이 넉넉한 월급 받는 세상!, 2010.02.05., 제797호)
그런데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한국은 불로소득 형태로 부가 집중돼 있고, 다수가 찬성하면 기본소득을 충분히 정치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 돼 있다”
“기본소득 구상을 설명하면 사람들이 ‘아, 그렇게만 되면 참 좋겠네’라면서도 ‘그런데 과연 그게 될까, 부자들이 그만큼 세금을 더 낼까’ 등의 의문을 단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순식간에 파괴력 있게 전파될 수 있는 힘을 지녔다”(강남훈 교수)
“기본소득 개념을 아직 대중에게 공표하고 조직하지 못하고 있을 뿐 가능성은 충분하다”(전 민주노총 대변인 이수봉)
(<기본소득제 비판(1) – 이른바 ‘좌파’ 기본소득제의 망상성>, 노동자정치신문, 89호(통합 101호), 2012년 10월)
이들은 부자들에게 300조 세금을 매겨서 그 재원으로 국민 전체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 부자들을 설득하고, 기본소득제를 지지하는 의원들로 의회를 장악하여 법률을 제정하는 등의 방식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추진위는 과연 어떤 인식 속에서, 어떠한 계획과 전망을 가지고 사내유보금 환수 투쟁을 제기하고 있는가? 추진위는 이 투쟁을 “구체적 대안에 입각한 대중운동으로”(김태연/정책교육위원장, <재벌 사내유보금_환수운동 나서자>, 변혁정치 7호, 2015.08.01.), 반자본 전망을 가지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 가능한 요구로 제기하고 있다. 추진위는 이렇게 주장한다.
“최저임금 1만원, 재벌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3년간의 총 비용은 최대 176조로 추산된다. 임금보조금 형식으로 지출되어야 하는 이 재원을 국가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2015년 1분기 기준으로 30대 재벌이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은 총 710조 원이다. 이 가운데 즉각 환수 가능한 금융자산 형태의 사내유보금만 해도 260조원(10대 재벌 기준)이다. 따라서 재벌 사내유보금 중 즉각 환수할 수 있는 재원으로 그동안 누적되어 있는 최저임금, 정규직화, 청년실업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김태연/정책교육위원장, <재벌 사내유보금_어디에 쓸 것인가? 절박한 3대 노동문제 해결>, 변혁정치 7호, 2015.08.01.)
추진위는 사내 유보금 260조만 환수하면,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3년간의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에게 사내 유보금 환수는 눈앞에 대안으로 보이는 만사형통의 방책이다. 그런데 추진위에게는 만사형통의 방책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수단이 결여되어 있다.
과연 어떻게, 누가 사내 유보금 260조원을 유상 또는 무상으로 환수할 것인가? 추진위는 몰수라는 표현 대신 환수라는 표현을 세심하게 사용함으로서 그 현실성을 보장하고자 하고 있다. 그런데 환수든 몰수든, 그것이 유상이든 무상이든 재벌들이 사내 유보금을 순순히 내놓을 것인가? 국가권력이 그것도 ‘노동개혁’을 통해 자본에게 최대한의 이윤을 보장해주려고 하는 파쇼 권력이 그것에 응할 것인가? 사내 유보금만 있으면 청년 일자리가 생기는가?
또한 사내 유보금을 유상으로든, 무상으로든 환수한다손 치더라도, 그 자본으로 여전히 생산수단을 장악하고 있는 자본을 어떻게 인수하여 국유화로 넘어간다는 말인가?
추진위의 만사형통의 방책은 그것을 어떻게 쟁취할 것인지 그 방안이 모호하다. 이점에서 추진위의 사내 유보금 환수 운동은 그 비과학적인 공상성의 측면에서 제2의 기본소득제 주장이라 할만하다.
기본소득론자들이 300조원의 재원 마련을 통해 국민 전체에게 50만원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는 발상이나, 추진위의 260조원 마련을 통한 3대 요구 쟁취 방안은 이미 그 방책이 충족되었다는 전제 하에 마치 선심 쓰듯 쉽게 노동자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점만 놓고 보면 추진위가 선거공약을 남발하는 부르주아 정치인과 하등 다를 게 있는가?
추진위가 일거에 3대 요구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내 유보금 중 260조원을 당장 환수해야만 한다. 어떻게 일거에 사내 유보금을 환수할 수 있을 것인가? 설령 사내 유보금을 환수한다 치더라도 이 권력이 3대 요구 해결에 그것을 사용할 것인가?
추진위는 마치 자신들이 권력의 새 주인이라도 된 듯이 전제하고 말하고 있다. 추진위는 3대 요구 ‘일거’ 해결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구조”까지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권력의 새 주인이 되었는데, 여기서 멈출 수 있는가? 내친 김에 추진위의 공약(空約)을 더 들어보자!
“3년에 걸친 국가보조를 기반으로 기업의 착취형 경영체질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간 누적된 문제들이 구조적으로 개선된 3년 후에는 매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청년노동자 고용을 위한 비용이 매우 적은 규모에 불과할 것이다. 이 비용은 체질이 개선된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할 것이다.”
“이와 함께 경제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 2014년 한 해에 재벌 사내유보금이 38조원 늘어났다. 이 중의 일부를 투여하여 하청단가 인상 등 원하청 구조개혁을 하면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이 개선되어 최저임금 1만원을 시작으로 이제 생활임금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침탈을 중단케 하여 영세자영업의 경영구조를 개선하면, 영세자영업이 알바노동자에게 최저임금 1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다.”(같은 글)
추진위의 야심찬 전망은 과학이라기보다는 공상으로 가득 차 있다. 추진위는 정책으로 자본의 법칙을 거슬러 보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다. “즉각 환수 가능한 금융자산 형태의 사내 유보금을 즉각 환수”한다고 하더라도, 사내 유보금을 발생시키는 자본의 착취 구조, 이를 통해 생겨나는 독점자본의 지배와 강제관계는 여전히 존속된다는 것인데, 어떻게 “기업의 착취형 경영 체질을 개선”해 나간다는 것인지, “수십 년간 누적된 문제들이 구조적으로 개선”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또한 “체질이 개선된 기업들”은 사내 유보금 중 금융 자산 형태로 남아 있는 유보금만 환수 당함으로써 여전히 사내 유보금을 만들어내는 생산관계의 토대가 그대로 유지되어 착취 본성이 그대로인데 어떻게 “체질이 개선”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하청단가 인상 운운하는 것으로 볼 때, 여전히 하청단가를 인상해야만 하는 필요성의 토대, 즉 재벌과 하청의 종속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는 셈인데, 하청 노동자들을 이중, 삼중으로 착취하는 독점자본의 지배관계를 그대로 나눈 채 하청단가 인상으로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더욱이 하청 자본은 재벌에 편입돼 있으면서도, 이 종속관계 속에서 하청 노동자들을 착취하는데 가담하는 소(小) 착취자인데, 왜 이들을 위해 하청단가를 인상시키는 몰계급적인 친절을 베풀겠노라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재벌 대기업”이 그대로 존재함으로써 자본의 집중 법칙은 필연적인 경제적 사실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정책으로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침탈을 중단케 하여” 이 법칙을 거슬러보겠다는 것인가? 반트러스트법 제정이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집적과 집중을 통한 독점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추진위는 도대체 왜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본의 지불능력을 개선시켜주려고 하는 것인가? 자본의 지불능력 개선이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확보의 전제라면, 혹여나 자본의 지불능력 개선을 위해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노동강도를 높여 착취를 강화하는 것으로 지불능력을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추진위의 ‘독점이윤 사회화’ 계획은 정세적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논리적 수준에서 보면, 당장은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근본적으로 분쇄하는 변혁과 사적 소유 철폐까지 이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본의 이해를 심대하게 침해한다. 심지어 ‘독점이윤 환수’가 아니라,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서도 저들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내유보금 과세는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시장경제를 택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정면 배치된다’고 말했다.”(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대기업 사내유보금의 정치경제학 – 절묘한 재계의 절충안? 법인세 인상은 ‘No’ 사내유보금 과세는 ‘OK’, 월간중앙, 201503호 (2015.02.17.))
지난 8월 12일 추진위 주최로 열린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권영국 변호사는 환수 운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재벌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환수하면, 회사는 자본금과 부채만 남아 기업 경영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100조 가량의 재벌 소유지분을 사회화하는 방안도 있지만 지분 확보의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 변호사는 ‘기업의 범죄수익 환수조차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단지 부당하다는 이유로 사내유보금을 환수한다는 것이 헌법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따른다”며 “재벌의 독과점적 시장지배력 해소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만큼, 우선 기존 순환출자구조를 끊어버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나’고 주장했다.”(윤지연 기자, <재벌 사내유보금 710조 환수, 어떻게?>, “사내유보금 환수해 저임금, 비정규직, 실업문제 해결하자”…토론회 열려, 참세상, 2015.08.13.)
회사의 기업 경영의 존립에 대한 우려나 ‘헌법적 정당성’은 변혁 전망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애당초 관심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마치 눈앞에 보이는 현실 가능한 요구로 제기하기 때문에 그 ‘현실성’을 들어 이러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내유보금 환수 운동은 그 자체로서는 근본 요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헌법적 정당성’, 즉 헌법에 명시된 사적소유권을 뒤흔들어야 쟁취 가능한 요구다. 노동자 민중들을 최대한 권력투쟁에 배치해서 권력 지배 체제를 뒤흔들 때 부분적으로 쟁취 가능한 요구다.
추진위가 그리는 계획은 치열한 계급투쟁을 통해 혁명적으로 정세를 고양시키거나 최소한 친 민중권력이 들어설 때 실현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전망 속에서 배치될 때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정세 격변이 오고, 주체가 동원될 수 있다면, 왜 사내 유보금 환수 정도에 머물러야 하는가? 독점자본주의 체제를 분쇄하고 사적 소유 철폐와 생산수단의 사회화라는 목표로 과감하게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러한 목표를 지금 계급역관계 속에서 당면 목표로 제기하는 것은 정세적으로 과도하거나 공허하기조차 하다.
‘헌법적 정당성’을 뒤흔들어 사적 소유권을 침해하는 요구를 내걸고 있으면서도, 그에 걸맞은 정세적 긴장감, 계급투쟁 전망을 가지고 있지 않고, 심지어 눈앞의 파쇼 권력을 퇴진시키기 위한 투쟁조차도 회피하는 것은 심각한 이율배반 아닌가?
위의 비판은 비단 추진위뿐만 아니라, 2015년 하반기 투쟁의 최대 요구로 제기하고 있는 민주노총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현재의 방식대로 제기되는 이 운동은 ‘공상적이거나 과도하거나 기회주의적이거나’로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아니라 사내 유보금 환수 운동이 현재 투쟁을 발전시키는 데에 복무하려면 당연히 이를 거부할 독점자본에 대한 타격투쟁이 실천적으로 제출되어야 한다. 또한 독점자본의 이해를 수호하는 정권과의 일전을 회피하는 시민단체의 캠페인 방식이 아니라, 정권 퇴진 투쟁이라는 당면 목표 속에 제기되어야 한다.
우리는 현 시기 정세를 추진위와 다르게 인식하고 다른 방향의 과제를 제시한다.
세월호 투쟁에 있어서 “박근혜는 책임져라!’는 요구를 한 차원 높여서 “가자 청와대로!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청와대 진격 투쟁을 벌이며 대정부 정치투쟁을 강화했던 사례, 전교조 교사들 수백 명이 해직과 징계를 각오하고 대담하게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박근혜 퇴진 요구를 내걸고 투쟁했던 사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에 의한 박근혜 퇴진 전단 살포 투쟁, 박근혜의 정치적 아성인 대구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노동자민중 살리기 총파업 대구지역투쟁본부>를 내걸고 전개했던 투쟁과 노동절 가두 투쟁 사례, ‘파산 정권 퇴진’을 내걸고 총리 공관 앞에서 기습 시위 투쟁을 했던 학생들의 사례, 가두 투쟁에서 선두에 서며 박근혜 퇴진 투쟁에 앞장서는 데모당의 사례, 지난 4월 18일 경찰병력의 바리케이를 무너뜨리고 격렬하게 전개했던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청와대 진격 가두 투쟁, 부정선거에 맞서는 횃불시민연대의 끈질긴 박근혜 퇴진 투쟁…
이러한 투쟁에 대해 박근혜 정권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탄압을 집중했다. 정권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정치 투쟁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별적인 정치 투쟁 사례와 투쟁정신을 집중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하나로 집중시켜야 한다. 이러한 투쟁 위에서 노동자 계급이 중심이 되어 전 민중과 함께 박근혜 파쇼 정권 퇴진 투쟁에 전 역량을 투여하는 것이 현 시기 당면 과제다.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과 국민 통제, 사찰과 감시에 대한 관심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파쇼 책동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전쟁 위기 고조에 전면 반대해야 한다. 국정원 해체를 비롯한 민주주의 투쟁 요구와 세월호 학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노동자 민중 생존권 요구, 반노동 공세 분쇄를 내걸고 전면적인 가두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이 속에서 총파업을 조직하는 투쟁을 동시에 배치해야 한다.
정권 퇴진 투쟁을 통해 계급의식을 상승시키고, 계급 역관계를 전면적으로 뒤바꾸는 것으로 근본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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