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 백보 차이밖에 없는 정치적 노예의식이 정치적 노예상태를 만든다

사진은 울산노동포럼 문재인 인사 영상 캡처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전략적 목표에 비춰, 그 전술의 일환인 민중후보전술 구사에 있어서 “민중후보, 정권교체에 ‘누가’ 될까”라는 발상은 심각한 정치적 노예의식의 발로다. 그런데 반대로 민중후보 전술이 정권교체에 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집요하게 증명하려는 태도도 마찬가지로 오십보 백보의 차이밖에 없는 정치적 노예의 발상이다.

“2002년 대선, 노무현이 당선되고 권영길은 승리했다”라는 말이 오랜 기간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 영향이었을까. 16개월 후 실시된 총선에서 권영길은 창원에서 당선되고, 민주노동당은 10석을 확보해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15년 전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진보진영 일각에서 다시 점화된 ‘정권교체와 독자후보의 충돌설’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민중진영의 독자후보전술은 정권교체의 필수 요소다. … 민중후보가 민주당 표를 빼앗아 정권교체에 ‘누(累)’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책상머리 정치공학이다. 민중후보가 진보의제를 제출하고 강력한 선거투쟁을 전개하면, 선거판은 더 왼쪽으로 이동해 보수진영을 고립시키는 효과가 생긴다. 민주·진보 진영의 파이가 커지면 정권은 교체되고 진보는 전진한다.(강호석 기자, “민중후보, 정권교체에 ‘누(累)’가 될까?‘정권교체와 민중진영 독자후보의 충돌설’에 대한 제언”, 민플러스, 2017.01.26)

오히려 진정한 민중후보라면, 노동자 민중이 혁명적,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강력하게 무장해 있지 않다면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된다 하더라도 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자 민중의 노예적 삶은 근본적으로 청산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선전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에게 박근혜 정권의 비정상성, 권력농단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정상성 회복, 공적성격으로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권력의 본질적 성격이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임을 폭로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정치의식을 높여내야 한다.

또한 재벌의 생산수단 장악과 사회지배, 금권정치의 국정농단과 지배, 자본주의 부패성과 기생성,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구, 자본언론의 사상적 지배, 미제국주의 주둔군과 불평등한 주둔군협정, 한미일 동맹 같은 근본적 문제가 척결되지 않고서 정권교체만으로 이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진실을 대대적으로 알려내야 한다.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 내겠다는 허풍선이 거짓말 공약이 아니라, 이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이 성장할수록 노동력 고용은 점점 더 줄어들기 때문에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과학적 진실을 폭로해야 한다.

대선 후보 전술이 사드반대, 국가보안법 철폐, 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동3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철폐 등 노동자 민중의 당면요구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대중투쟁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민중후보 전술로 노동자 민중의 혁명적이고 자주적인 정치세력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는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할 수 있기 위해서 혁명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전투적이어야 하며,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주적이어야 한다.

한국 자본주의의 전통적인 지배분파였던 가장 반동적인 새누리당 일파로부터 자주적이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고, 민주당 같은 지배계급 분파로부터도 자주적이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는 혁명적, 독자적 정치세력화이다. 이러한 전략적 목표가 확고하다면, 사실 “사퇴하지 않는 후보 전술”은 그야말로 전술에 불과한 것이다. 민중후보의 사퇴냐 완주냐를 가르는 기준은 혁명적,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그 전략적 목표가 확고하지 못하고,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가 의회주의로 변질되고 민주당의 이중대 노릇에 집중하다보니 하나의 전술이 주요한 논란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민중후보, 정권교체에 ‘누’가 될까?” 아닐까가 아니라, 민중후보가 노동자 민중의 혁명적,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누가 될까? 아닐까?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계급적 각성, 역사적 전진을 앞당길까? 그렇지 않을까?로 목표와 쟁점이 이동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 이처럼 정권교체(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에 누가 될지, 말지의 문제로 접근하는 민중후보 전술과 진보정치연합이라면 이것은 노동자 민중의 혁명적,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아니다. 원칙없는 정치적 절충주의고 이합집산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지지선언자들이 노동자 민중을 배신한 정치적 변절자임이 분명하지만, 그 책임은 그 동안 진행되었고,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가 민주당이라는 지배계급 권력 한 분파와 단절하지 못하고 의회주의적 목표로 일관하면서 운동의 원칙과 독자적 기풍을 상실하고 정치적 변별력을 상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재인은 지난 1월 19일 울산노동포럼 발대식에 보낸 영상 인사에서 “노동자가 잘 사는 세상이 대한민국이 잘 사는 세상이다”라는 기치를 선언했다.

이재명은 또 어떤가? 이재명에 대한 노동자 민중 진영의 태도는 또 어떠할 것인가? 이재명은 “노동자 출신 대통령”을 기치로 해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운동진영 일각에서 내걸었던 기본소득을 기치로 내걸고 있기도 하다. 상당수 노동자 민중이 이재명의 선명한 입장에 열광하고 있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무슨 말이라도 못하겠냐만, 그럼에도 과연 민중후보 전술과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진보정치연합은 이러한 부르주아 ‘급진파’에 비해 얼마나 정치적 변별력을 가질 수 있나? 민중후보 전술이나 진보정치연합이 이들 부르주아 한 분파 대선주자들과 뒤섞이지 않고 얼마나 독자적일 수 있겠는가?

정치적 노예의식, 그리고 이 노예의식 하에서 강요되는 실질적인 정치적 노예상태를 극복해야 노동자 민중의 진정한 정치세력화가 있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전망이 보인다. 해방이 다가올 수 있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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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오십보 백보 차이밖에 없는 정치적 노예의식이 정치적 노예상태를 만든다”의 1개의 생각

  • 2017년 2월 6일 9: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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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현 시기의 정치의식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이미 동생의 저작도 나왔습니다만 반 세기전에 사망했던 체 격와랍/게바라라도 부활케 해 이런 자들 모두를 처단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간절하게 듭니다. 그리고 ML(M)(마극사 – 열령 (- 모)/마르크스 – 레닌 (- 마오)주의; 마열(모)주의)정당을 지니고 있는 나라들은 우리보다 더 못해도 너무나 부럽네요… 물론 이런 나라들조차도 격변 국면이 도래해도 당세가 오르지 않는 세상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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