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중집은 제2의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을 폐기하라!

(2015년 7월 27일)

 

지금까지 우리는 박근혜 퇴진을 전면에 내걸지 않으려는 소극적이고 수세적 태도와 잘못된 정세인식, 2차례 총파업의 한계, 현 시기 국정원 사태 등 민주주의 투쟁에 대한 경시 같은 협소한 경제주의 태도와 같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여러 한계와 오류에 대해 비판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파업 등 투쟁을 조직하려는 집행부의 의지나 노사타협주의를 분명하게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최소한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7월 23일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는 하반기 사업과 관련해서 몇 가지 심각하게 반노동자적인 내용을 통과시켰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강행 저지 투쟁과 국회 논의기구 구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공무원연금개혁관련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국회 ‘공적연금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에도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윤지연 기자, <민주노총, 노동시장 ‘국회논의’ ‘연금 사회적기구’ 참여키로, 양대노총 국회 논의기구 요청 공문 발송…민주노총 8~9월 집중 투쟁>, 참세상, 2015.07.24)

한상균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파행으로 끝난 노사정위는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이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제대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은 노동권을 침해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국회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모두발언을 했다.

“노사정위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금에 와서는 자명한 진리를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친 민주노총 위원장실 점거와 대의원대회 연단 점거 등 얼마나 많은 내부 투쟁이 벌어졌었나? 정리해고와 파견제 합의 등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굴욕과 양보를 하고 피를 봐야 했던가? 민주노조 운동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사회적 합의주의(노사정협조주의)로 망가졌던가?

그렇다면 국회 논의기구는 과연 노사정위와 근본적으로 다른 게 있는가? 최근 몇 년 동안 국회 논의에서 무슨 합의가 있었나?

2013년 12월 30일 민주노총(김영훈 위원장) 집행부의 중재로 여야와 철도노조 지도부가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조건으로 철도 파업을 철회하는 것을 전격 합의했다.

2014년 8월, 10월 두 차례에 걸쳐 새누리당과 새민련이 중심이 되는 국회에서 세월호 가짜 특별법 합의를 했다.

2015년 5월 국회에서 연금 개악 합의를 했다.

이로써,

2013년 여야 국회합의는 12월 28일 시청광장에서 철도 노동자들과 철도 파업을 지지하는 노동자 시민들 10만이 결집하는 것으로 고조됐던 철도노조 역사상 최장기인 23일간의 철도파업을 파괴했다.

2014년 세월호 가짜 특별법 국회합의는 8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한 범국민적인 세월호 특별법 서명과 수만 명 이상이 모여서 가자 청와대로! 외치며 정권을 몰아 붙였던 세월호 진상규명 투쟁을 질식시키고 있다.

2015년 5월 국회 합의는 2014년 11월 10만, 2015년 3월 8만이 여의도 광장에 집결하며 대중적 힘을 분출시켰던 공무원연금 저지 투쟁을 파괴했다.

이처럼 국회에서는 해마다 노동자 민중의 가장 중요한 투쟁을 파괴하는 합의를 했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제대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한상균 위원장의 발언에서는 자본가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회의 계급적 본질에 대한 정치적 인식이 결여돼 있다. 또한 박근혜 정권 이후 해마다 거대한 노동자 민중 투쟁을 파괴했던 국회에 대한 경험적 인식도 결여돼 있다.

과연 그렇다면 이번에는 국회 논의기구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가로막는 완충장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그 때문에 노사협조주의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집행부를 끌어들여 연금 개악을 관철시키고, 심지어 지금까지 노조를 분열시키고 있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경험을 까맣게 잊고(연금 개악을 인정하고), “공무원연금개혁관련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국회 ‘공적연금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에도 참여”한다는 것인가?

7월 23일 민주노총 중집회의에 제출된 사업계획은 당연히 그 전에 상집회의에서 논의를 거친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중집회의에 제출된 입장은 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의 입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중집회의 하루 뒤인 7월 24일 민주노총 집행부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대표 및 환노위원장에게 보낸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국회 논의기구 구성 요청> 공문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 공문을 보면, 민주노총 집행부가 앞에서는 총파업 투쟁 계획 제출을 하고는 뒤로는 얼마나 굴욕적이고 배신적인 타협노선을 걷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국회는 지난 시기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사안에 대해 ‘갈등의 중재자’로서, ‘민의의 대변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바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현재 핵심 사회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해서도 국회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합니다.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정부 주도로 강행되고 있는 상황을 국회가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합니다. 정부 주도의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논의가 분명한 한계를 노정한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의 중재자’이자 ‘민의의 대변자’로서 국회가 앞장서서 갈등 해결을 위한 논의기구 구성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 공문은 노동시장 구조’개악’이 아니라 구조’개선’이라고 슬그머니 둘러대고 있다. 이 공문만을 두고 보면 총파업 투쟁을 내걸고 조합원 직선으로 당선된 한상균 집행부는 불신임을 당해야 할 정도로 자신의 정당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한상균집행부는 새누리당과 새민련이 지배하며 반민중적 기구인 국회를 ‘갈등의 중재자’, ‘민의의 대변자’로 신성시하며 국회 앞에 머리를 숙이고 있다. 총파업 투쟁과 민중 총궐기를 통해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고 노동자 민중의 세상을 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 대 자본 정권과의 ‘갈등’, 즉 계급투쟁을 국회가 중재해줄 것을 구걸하고 있는 것이다.

한상균집행부는 이처럼 정부 주도의 노사정위에는 불참한다고 하면서도, 그 계급적 본질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국회 논의기구 구성에는 연연하고 있다. 독점자본주의의 또 다른 대변자들인 새민련에 기대어 또 다시 노동자들의 자주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대표적인 사회적 합의기구다. 노사정위원회는 관료적이고 노사타협주의적인 노조 지도부를 끌어들여 들러리를 세우면서도 동의와 합의의 모양새를 취하고 반노동자적인 합의를 관철시키는 기만적인 기구에 불과했다. 노조운동에서 협상과 타협은 불가피하다며 이 반동적인 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노선이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이다.

국회논의 기구는 그 본질과 구성, 실제 역할에 있어서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국회 논의기구 구성은 파산이 난 노사정위원회를 대신하는 제2의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기존 새누리당과 새민련의 양자 합의에다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참여한다고 해서 그 본질적 성격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노총과의 공동투쟁은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한국노총 산하 노동자들과의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지, 한국노총 지도부와 국회 논의 기구에 공동으로 참여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국회 논의 기구에서 친자본적, 친정권적 성격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노사정위와 마찬가지로, 제2의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회 논의 기구 구성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노동자 투쟁을 교란하고 힘을 뺄 것이고, 반노동자적 합의를 하는 기구가 될 것이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강행할 시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 “주요 집중 투쟁 및 총궐기 투쟁 등을 배치해 나간다”는 민주노총의 투쟁 계획과 국회 논의기구에 참여하는 것은 첨예하게 대립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민주노총 중앙위에서는 국회 논의기구 참여 계획을 폐기시켜야 한다.

아울러 민주노총 상반기 투쟁 전반에 대한 평가와 하반기 투쟁 전망에 대한 전국적인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 정세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정립하고 박근혜 정권 퇴진을 실제적인 당면 목표로 삼아 노동자가 중심에 서서 민중항쟁에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는 국회 논의 기구로 포장된 제2의 사회적 합의주의를 청산하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실질적인 목표로 하고 투쟁에 임하라!

자본과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공공부문 정상화(황폐화)에 맞서는 투쟁을 정권퇴진 투쟁과 결합시키고, 국정원 해킹 사건 등 민주주의 현안을 가지고 전민중적 투쟁에 적극 나서라!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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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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