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왜곡된 통계 조사로 사회적 대화 참여가 아니라 사태를 진실되게 밝히고 대중에 의거해 활로를 구하라!

《새빨간 거짓말, 통계》(대럴 허프)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중립과 과학을 가장하여 통계가 어떻게 진실을 조작하는지 다음과 주장하고 있다.

통계학이라는 비밀스러운 술어는 증거를 중요시하는 문화를 가진 현세에서 사람들을 선동하거나 혼란에 빠뜨리게 하며, 사물을 과장하거나 극도로 단순화하기 위해 자주 이용된다…

통계의 기초는 수학이지만 그 실제 내용은 과학이면서도 예술이기도 하다. 주어진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조작이나 왜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모양을 취하면서 통계를 통해 통계 수집자가 원하는 결과를 취합해 내는 기술과 책략에 대해서 폭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통계적 대표값을 내는 방식에는 기본값ㆍ평균값ㆍ최빈값이 있는데, 자본은 평균값으로 임금을 구하면서 여기에 자본가들이나 임원들의 연봉까지 집어 넣으면서 사회적인 임금수준을 높은 것으로 왜곡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여론조사도 조사 의뢰자가 문항을 취사 선택하여 교묘하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4,863명(60% 평조합원) 여론조사 결과 87.8%가 찬성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근거로 통해 사회적 대화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번 민주노총의 여론조사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민주노총의 이번 여론조사는 객관적이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다. 노동자계급의 세계관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설득ㆍ교양하고 임박한 자본과 정권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민주노총은 여론조사에서 이번에 참여하려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과거 노사정위원회처럼,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를 합의하며 노동자들의 일방적 양보와 협조를 끌어내는 기구가 아니라 새로운 내용의 기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니 주관적 의도로 그러한 기대와 환상을 조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회적 대화 참여 여론조사를 하면서 합의제 운영, 산별 참여 보장, 명칭 변경 이 세 가지를 원칙으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과 정권의 일방적인 노동정책을 막고 노동기본권을 보호ㆍ확장하기 위한 사회적 교섭이라고 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할 의제는 AI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자 참여 및 고용ㆍ노동권 보호,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주 적은 표본 수치를 통해 이것이 전체 조합원의 여론이라고 포장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식의 여론조사라면 표본을 늘린다 하더라도 지금과 비슷한 찬성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여론조사가 합당하려면 객관 사실에 부합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사전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 민주노총 방식이 아닌 다른 문항을 제시해보자.

민주노총은 이번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면서 3원칙을 내걸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참여하려고 한다. 그런데 사회적 대화기구에는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과 경총 등 자본가단체, 정부(또는 국회)도 참여한다.

민주노총의 원칙을 내세웠지만 자본과 정부도 참여 원칙과 목표가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이상이나 자본가단체는 자본을 위한 의제를 제시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이라는 명목으로 중재하는 체하며 자본가집단의 제시안보다는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서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안을 제시하여 관철해 왔다. 이처럼 정부는 중재자라는 명목으로 자본의 입장을 관철해내려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원칙과 다르게 정부와 자본가단체는 노동유연화를 완성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과반 합의제를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문항에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을 예상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항이 추가돼야 한다.

1. 민주노총은 합의제를 제시했는데, 자본가 단체가 기존과 마찬가지로 과반수 입장을 제시한다면 불참하려 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2. 민주노총의 의제와 다르게 노동유연화나 자본이 개악하려는 내용이 들어간다면 불참하려 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3. 민주노총의 원칙과 의제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고 노동후퇴를 강요하는 입법을 강요할 시 전면 투쟁으로 막아내려고 하는데 여기에 적극 동참할 의지가 있는가?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 시기 문항은 애초 원칙과 상반되며 이율배반적이다​

민주노총은 여론 조사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 추진 시기를 물었다.

이 가운데 1. 지금도 늦었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이 2,516명, 51.72%로 과반수 동의를 얻었다.

2. 중장기적 과제로 두고 충분한 논의 우선 진행 문항은 24.2%를 얻었다.

3. 정권의 태도를 보며 충분한 준비 후 추진이 18.9% 동의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4.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기 전 추진반대가 3.6% 동의를 얻었다.

이 설문은 앞의 참여 원칙ㆍ조건과 상반대는 여론 조사다.

과반수 동의를 얻은 1. “지금도 늦었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은 사회적 대화기구에 빠르게 무조건 참여하자는 답변이 아니다. 이 문항은 민주노총이 제시한 3원칙, 의제가 수용된다는 조건 하에 참여 시기를 답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내세운 원칙과 노동권 보호,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단일하게 의제로 수용된 상황이라면 그걸 참여하지 말거나 참여를 늦추자는 답변이 나올리 없다.

1번 “지금도 늦었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 문항에 동의한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이 제시한 원칙과 의제가 수용되는 전제 하에서라면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으니 신속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항이 의심스러운 것은 뒤의 중장기적 과제, 정권의 태도를 보며 추진,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기 전 추진 반대 문항이 새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기 전 추진 반대 문항은 사실 민주노총의 3가지 참여 원칙과 의제에 부합하는 것이다. 사회적 조건, 즉 민주노총의 3가지 참여 원칙과 의제가 충족하면 참여한다는 것은 이에 반하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참여시기 문항은 사실 불필요한 질문이다. 참여 원칙과 의제가 동의된다면 빠르게 참여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하등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회적 대화 참여에 어떠한 저의가 없다면 저 문항 대신 이렇게 물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요구한 원칙과 의제가 동의되지 않고 노동권 후퇴가 강요된다면 민주노총은 사활을 걸고 투쟁할 것인데 조합원들은 어떻게 투쟁에 참여할 것인가요?

이것이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밝히고 대중에 의거해 활로를 구하는 것이 진짜 투쟁 지도부의 자세다.

조합원들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운동의 원칙과 투쟁 방도를 제시하라​

민주노총이 주장하는데로 원칙과 의제가 제대로 반영되려면 가장 먼저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특별법의 노동특례 방안을 폐지해야 한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 업종 확대, 사무직 노동자 등에게 노동법의 근로시간과 임금적용을 제외시킨다는 ‘화이트 갈라 이그젬션(면제)’ 등 메가특구특별법 노동특례는 노동자들을 무권리 상태로 몰아가고 이를 전 사회로 확장했던 1970년대 박정희 시기 수출자유구역의 21세기 판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16일 다음과 같은 취지로 “메가특구특별법 노동 특례 관련 사회적 대화 제안”을 하였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은 건강한 노동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 특례는 메가특구특별법의 핵심 사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례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기업과 우려를 제기하는 노동자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이해당사자인 노사가 직접 참여하여 상호 간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재명 정권은 이처럼 한편으로는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면서도 메가특구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고 노동규제 완화 특례를 추진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다.

정부는 왜 노동개악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연내 입법화를 강행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는가?

여기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합의주의의 본질이 나온다.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집행위원회이고 가장 고도로 조직된 폭력기관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는 착취에 대항하는 노조와 노동자들이 있다. 정부는 자본의 착취를 보장하면서도 항상 중립과 중재자를 자처한다. 그럴 때만이 자본의 요구를 관철하면서도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 시켜서 이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만이 자본가들도 천년만년, 대대손손 착취체제를 유지하고 영속적으로 부와 영화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권은 노동존중을 내건 것과 정반대로 1970년대식 메가 특구 노동특례를 일방 관철시킨다면 정권퇴진 투쟁처럼 예상치 못한 반발과 저항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 한다. 그리하여 정부는 자본가들한테 90도 허리를 숙이며 자본의 요구대로 움직이면서도 노동자들의 저항을 최소화 하여 자본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한다.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한 노조 상층 지도자들을 설득하거나 사회적으로 압박하거나 일방 입법화로 겁박하는 것으로 양보와 굴종을 종용하여 합의와 동의의 모양새로 자본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다. 노조 지도부가 이 기구에 들어가서 합의하면 반발할 명분과 저항 동력도 사라진다.

이것이 기존 노사관계개혁위원회든 노사정위원회이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든 명칭이 어떻든지 이 기구가 수행하는 역할이다. 민중을 기만하기 위하여 기존 부르주아 정당이 명칭을 그토록 자주 바꾼 것처럼, 사회적 대화기구 명칭이 계속 바뀐 것은 이름을 바꿔 기만적 행태를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에는 김금수, 문성현, 김문수, 김영훈 등 한 때 노동운동 지도자였지만 노동운동을 배신한 관료들이 수행한 역할이 있었다. 한국노총은 물론이고 민주노총 지도부들은 이 기구에 들어가 동의의 모양새를 취해 저항을 무력화 하여 노동악법 도입의 산파역할을 하였다.

이번 사회적 대화 기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본질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도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자본가들에게 복무하는 이재명 정권의 성격이 다르단 말인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르단 말인가?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이치에 맞지 않아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는 말도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로 노동권을 보호하고 불평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오늘날 비정규직을 이토록 확산시키고 저임금을 강요한 사회적 대화기구에 들어가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할 수는 없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 조건으로 내건 원칙과 의제는 사회적 대화 기구의 본질적 성격상 관철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거는 원칙과 의제만큼 자본가단체도 그걸 내걸 것이다. 경총이 사회적 대화에서 무엇을 내걸지 최근 발표한 저들의 탐욕과 열망에서 찾아 보라.

– (영업이익 연동 성과배분) 영업이익 연동 성과배분은 근로조건과 무관하며 기업의 자체적인 경영판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사안으로, 고용노동부는 시행령·시행규칙 등을 통해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 (공장 신설 등 고도의 경영상 결정) 공장 신설 등 기업의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 사항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노동조합법 개정 보완 입법 필요

– (메가특구 노동유연성) 미·일·중 등 주요 경쟁국은 노동유연성과 국가자금 총동원에 나서고 있어 「메가특구특별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확대 등 노동유연성 강화 조치 필요(경총, 「최근 노동 현안에 대한 경영계 제언」 발표, 2026-08-17)

고용노동부는 이미 개정 노동법 해석 지침으로 자본의 편을 들어줬다.

노동부의 해석지침은 파견 판단요소보다 더 엄격한 것을 요구하고 간명한 사안조차 이러저러한 단서를 달거나,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서 하청 노동자의 차별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개정한 노조법이 또다시 극단적 투쟁과 법적 소송으로 격화될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 현재 입법예고되어 있는 노조법 시행령에 이어 해석지침까지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무력화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민주노총[성명], “노동부의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 노란봉투법을 현장에서 무력화하고 있다”, 2025.12.26.)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해석 지침은 또한 공공부문 교섭을 가로막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해석지침은 “정부가 법률이나 국회에서 심의·의결한 예산에서 정해진 근로조건 등 관련 사항을 집행하는 경우, 이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행정서비스의 내용과 수준을 결정하는 공공정책의 결과로 개별 노사간 직접 교섭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예산 편성·배분 이후 산하공공기관 등에 총액인건비 등 범위 내에서 운영상 재량이 인정되고, 정부가 이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각 기관의 자체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운영되므로, 원칙적으로 정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정하고 있다.(공공부문, 노란봉투법 따른 ‘교섭’ 민간의 절반…‘법 해석지침’이 가로막아, 한겨레신문, 2026-09-28)

이처럼 정부는 중재자를 자처하며 자본의 대변자 노릇을 할 것이며 한국노총은 그 태생적, 역사적 성격상 교란시킬 것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원칙과 의제는 객관현실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이고 소망적인 것이다. 자본과 정권이 순순히 그것을 들어줄리 만무하다.

통계 왜곡으로 노동자들의 자발적 의지를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투쟁을 이끌 민주노총 지도부의 과업을 방기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과거 정리해고제, 파견제 도입 합의처럼, 노동 악법 도입의 들러리가 되어서 안 된다. 두고두고 현세와 후대 노동자들에게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동자들에게 이재명 정권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접고 그 자본가적 성격을 대대적으로 밝혀야 한다.

민주노총이 내건 3원칙과 의제 대신 노동악법 도입이 제시된다면 불참의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 논란으로 내부를 분열시킬 것이 아니라 자본과 정권의 노동개악에 맞서 일사불란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윤석열 정권이 물러나고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도 자본의 이해에 충실한 정권으로 그 연속성이 보장되는 착취사회를 철폐하기 위한 투쟁 전망을 세워야 한다. 교섭기구 완성이 아니라 혁명적 사상으로 노동운동의 정치적 목표를 세우고 새 세상을 건설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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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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