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주의 예술론과 조선의 종자론
전국노동자정치협회 편집위원장 백철현
* 이 글은 민족작가연합 기관지 <백두산> 제3호에 실린 글입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원칙은 당파성ㆍ계급성ㆍ인민성ㆍ전형성이다. 당파성은 예술이 예술을 위한 예술, 순수예술이 아니라 사회주의 원칙을 표현하고 제시해야 한다. 계급성은 당파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인민대중의 이해와 감정, 계급의식에 철저하게 복무하는 것이다. 인민성은 인민대중 위에 군림하거나 전문성이라는 미명 하에 예술인들만의 호사나 취미에 갇혀 인민대중과 유리되는 것이 아니라 인민대중과 호흡하고 인민대중의 미적, 정치적 자각을 일깨우는 것이다.
전형성은 시대상황과 시대정신을 날카롭고 구체적으로 포착하여 이를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해내고 사회를 개조하는 주체적인 인물들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맑스와 엥겔스는 발자크가 개인적으로는 왕당파의 지지자였으나 《인간희극》 등 작품에서 당시 몰락하던 봉건 귀족계급과 부상하던 부르주아 계급의 돈에 대한 욕망 등사회상을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레닌 역시도 톨스토이가 귀족출신임에도 짜르 전제의 파멸을 그리고 당시 러시아 농민들의 감성과 농촌의 특성을 사실주의적으로 잘 그려냈다고 극찬했다.
고리키의 《어머니》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적인 작품인데, 여기서 ‘펠라게야 블라소바’는 노동자계급 혁명가로 발돋움하는 전형적인 인물이고, 그의 어머니 뻴라게야 닐로브나는 수동적이고 유약한 어머니가 아들의 삶과 투쟁을 이해하면서 각성해 가는 민중의 전형이다. 안드레이는 원칙적이고 강건한 혁명가지만 따뜻한 인간애와 세심함과 유연함을 가진 혁명가의 전형이다.
1930년대 소련 작가 니꼴라이 오스뜨로프스끼의 자전적 소설인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 빠벨 꼬르차긴이 어떻게 역경과 불운을 이겨내고 사회주의 건설의 주역이 되었는지 묘사하는 스탈린시대 대표적인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이다.
조선 예술론의 발전
맑스, 엥겔스, 레닌, 스탈린, 마오쩌둥 등 고전적인 사회주의 예술론은 단편적인 글과 비평에 그친 측면이 있지만, 조선에서 예술론은 비평에 그치지 않고 방대한 독자 저작을 쓰고 구체적인 예술작품들, 소설, 시,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예술작품에서 어떻게 실현해야 세세하게 원칙과 방법을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점에서 조선의 예술론은 맑스주의의 사회주의 리얼리즘론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조선 예술론의 본격적 이론화와 새로운 발전의 계기는 1973년 4월 1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선전선동부장을 맡으면서 《영화예술론》을 발표하였던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에서 예술론은 항일무장 투쟁 당시 꽃파는 처녀, 피바다처럼 민중의 반일항쟁 의식을 고취시키려 무대에 올리면서 출현했다.
《영화예술론》에서도 “문학예술력사에서 거대한 의의를 가지는 불후의 고전적명작”으로
《꽃 파는 처녀》, 《피바다》, 《한 자위단원의 운명》을 들고 있는 것을 볼 때, 조선의 예술론이 항일무장 투쟁 당시에 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김정일 위원장은 《영화예술론》에서 《진실로 사실주의적이고 혁명적인 문학과 예술은 인간생활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숭고한 세계를 사람들에게 보여 줍니다.》라는 김일성주석의 예술론 핵심을 가지고 시작함으로써 이것이 조선의 자주사상으로부터 출발하였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피바다》는 주제를 심오하게 풀어 사람들을 크게 감동시킨 고전적명작이다. 이 명작의 주제는 피는 피로써, 폭력에는 폭력으로써 맞서야 한다는 반제혁명투쟁의 진리를 깨닫고 무장투쟁의 길에 나서기까지의 주인공의 우여곡절에 찬 생활로정을 통하여 깊이 있게 밝혀 지고 있다.(《영화예술론》)
《피바다》는 시대적 배경이 전혀 다르지만 고리키의 《어머니》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게 아닌가 할 정도로 평범한 어머니가 일본군에게 남편을 잃고 자식들을 키우며 고난과 역경 속에서 항일 혁명가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 자위대원의 운명》은 아버지 부양을 위해 일본군 자위단원이 된 주인공이 일본군에 의해 동료와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걸 목격하면서 굴종을 딛고 마침내 반일 무장항쟁 유격대원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는 가족 생계 때문에 구사대 노릇을 하다가 용역깡패들에게 동료들이 다치는 것을 목격하고 마침내 각성하여 투쟁에 나서는 《파업전야》의 중심 모티브와도 같다.
조선 예술론의 핵《종자론》
특히 김정일위원장은 조선리얼리즘 예술론의 혼이자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종자론》에 대해 설명하면서 맑스의 변증법적 방법론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작품의 핵은 내용을 규정하고 형상을 기초지으며 그 생명을 담보하는 기본요인으로 된다.
과학론문을 쓰는 경우에도 필자가 말하려는 사상적알맹이가 뚜렷이 안겨 올 때에야 체계를 세우고 론리를 전개해 나갈수 있다. 맑스도 그의 경제학설의 핵을 이루는 잉여가치법칙을 발견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것을 핵으로 하여 자본주의경제구조를 전면적으로 해부한 《자본론》을 쓸수 있었다. 맑스가 《자본론》의 핵을 발견하기까지에는 모순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사회경제제도에 대한 방대한 자료의 연구과정이 필요하였다.(《영화예술론》)
맑스의 잉여가치론을 통해 노동자의 노동이 노동이 가치를 창출하는 반면에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자본을 성장시키고 노동자와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적 모습을 밝힐 수 있었다. 이 잉겨가치를 종자로 해서 자본주의의 착취적 현실을 총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맑스가 《자본론》 에서 “사상적알맹이”로서 잉여가치론을 종자로 삼은 것처럼, 예술에서 종자는 작품의 핵심으로서 “내용을 규정하고 형상을 기초지으며 그 생명을 담보하는 기본요인”이 되는 것이다.
사회주의 예술론의 근본원칙은 예술이 자립적이고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건설에 복무하고 사회주의 건설자로서 인민대중을 계급적으로 고양시키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사상ㆍ문화ㆍ기술혁명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사상ㆍ문화”의 중심에 사회주의 예술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궁극적 승리를 위한 “계속혁명”을 위해 전 인민을 공산주의 의식으로 교양시키는 것이 절실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사회주의 예술론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쏟았던 것이다.
사회주의혁명이 승리한 이후에도 공산주의의 사상적요새와 물질적요새를 성과적으로 점령하기 위하여서는 모든 사회성원들을 혁명적세계관으로 튼튼히 무장시켜야 한다.
혁명적세계관이 서야 사람들은 현실에 대한 옳바른 인식을 가질수 있으며 모든것을 로동계급의 관점에서 분석평가하고 로동계급의 리익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투쟁할수 있다. 혁명적세계관이 선 사람은 로동계급의 혁명사상과 배치되는 온갖 불건전한 사상의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를 반대하여 견결히 싸울수 있으며 자본주의제도를 때려 부시고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몸 바쳐 투쟁할수 있다. 그러므로 인민대중의 혁명교양에 복무하여야 할 문학예술앞에는 사람들의 혁명적세계관 형성과정을 깊이 있게 그려야 할 중요한 과업이 나서게 된다.
계급성과 예술성의 결합
혁명적 예술은 혁명적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혁명적 예술이 인간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풍부하고 깊이 있는 예술로 표현해내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사상이 높다하더라도 혁명적 예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혁명적 문학은 혁명적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혁명적 사상이라도 혁명이론이 아니라 예술은 사상의 담지자인 인간을 제대로, 풍부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문학은 인간학이다. 산 인간을 그리며 인간에게 복무한다는데 인간학으로서의 문학의 본성이 있다.
문학이 인간을 그린다는것은 현실에서와 같이 숨쉬고 사고하며 행동하는 산 인간과 그의 생활을 그린다는것을 말하며 문학이 인간에게 복무한다는것은 인간과 그의 생활을 통하여 절실하고 의의 있는 인간문제를 밝혀 냄으로써 사람들에게 생활의 진리를 깨우쳐 주며 그들을 참된 삶의 길로 이끌어 준다는것을 말한다. 문학은 인간과 생활을 생동하게 그려야 가치 있는 인간문제를 깊이 있게 밝혀낼수 있으며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줄수 있다.(《영화예술론》)
인간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이 아무런 감동과 극적인 사실없이 무미건조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하게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전형성이다.
문학예술작품에서는 언제나 인간들을 진실하게 보여 줄수 있는 전형적인 생활을 풍부하고 깊이 있게 그려야 한다.
전형적인 생활이란 시대의 본질과 력사발전의 합법칙성을 체현하고 있는 생활을 말한다. 오늘 우리 인민의 전형적인 생활은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활을 누리려는 그들의 보람찬 투쟁속에 있다. 혁명적인 생활이야말로 력사발전의 기본흐름속에서 벌어 지는 가장 전형적인 생활이다. 이러한 전형적인 생활을 풍부하게, 깊이 있게 그려야 작품에서는 인간형상을 진실하게 창조할수 있고 시대의 본질과 사회발전의 합법칙성도 옳게 보여 줄수 있다.
전형성은 “사회력사적특징”을 담는 것이다. 이 전형성은 표현하기 위해 “비정상적이며 기형적인 생활을 꾸며 내고 있는데 예술에서 흥미나 웃음도 어디까지나 생활의 본질로부터 흘러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혁명적 세계관을 세워 나가는데 있어서 이론과 달리 예술은 “인간의 생동한 형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문학은 사람들이 혁명적세계관을 세워 나가는데서 나서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교과서에서처럼 제1장, 제1절 하는 식으로 풀수는 없다. 문학은 오직 풍부한 생활체험과 사상수양, 혁명적실천활동을 통하여 혁명적세계관을 세워 나가는 인간의 생동한 형상을 창조할 때에만 이 문제를 원만히 풀어 나갈수 있다.(《영화예술론》)
조선영화《한 간호원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예술론》에서도 모범으로 인용되는 영화다.
예술영화 《한 간호원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부상병들을 데리고 후방병원으로 가는 과정의 생활을 깊이 있게 잘 그렸다. 그 과정에는 전투대오에서 떨어 져 후방병원으로 가는 부상병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보여 주는 생활도 있고 당원들이 회의를 열고 자기들의 생활을 심각하게 총화하며 어린 간호원처녀를 도울것을 결의하는 생활도 있고 혁명전우를 위하여 자기의 피를 수혈해 주는 주인공처녀의 숭고한 혁명적동지애를 보여 주는 생활도 있고 군민일치의 미풍을 보여 주는 생활도 있다. 이렇게 후송과정의 생활을 다양하게 그리고 있기때문에 비록 부상병을 후송하는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것이다. 이처럼 문학예술작품에서는 사람들의 사상감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인간관계가 맺어 지고 발전하는 생활의 단면들을 여러모로 파고 들어 가서 깊이 있게 그려야 한다.(《영화예술론》)
문학예술에서 계급성과 예술성과의 관계는 무엇인가?
계급성이 빠진 예술은 정치적 목표가 빠진 알맹이가 없는 것이고 예술성 없는 문학예술은 정치적 선전물에 불과하다.
마오쩌둥은 《연안문예강화》에서 “문예작품에 반영된 생활이 일반적인 실생활에 비해 더욱 고상하며 더욱 강렬하며 더욱 집중적이며 더욱 전형적이며 더욱 이상적이며 따라서 더욱 보편적일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현 세계에서 일체 문화 또는 문학예술은 모두 일정한 계급에 속하며 일정한 정치노선에 속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 초계급적 예술, 정치와 병행하거나 정치로부터 독립한 예술은 실제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예술성과 결합하지 못하는 예술의 계급성은 강렬한 전형성을 형성하지 못하는 선전문구로 전락할 수 있다. 계급성, 당파성이 없는 예술은 사회의 진보적 발전과 인민대중의 교양에 복무할 수 없다.
종자를 골라 잡을 때 정치사상성만 중요시하고 예술적의의를 홀시해서는 안된다. 정치사상성이 높아도 예술적형상으로 풀어 낼수 없는것이라면 예술의 종자로 되지 못한다. 그래서 종자는 작품의 예술성을 담보하는 근본조건으로도 된다고 하는것이다. 작가가 종자를 똑바로 골라 쥐지 못하면 사상성도 예술성도 다 살려 내지 못하게 된다.(《영화예술론》)
조선의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의 종자는 “민족의 운명 속에 매 개인의 운명도 있다”는 것이다.
이 다부작 예술영화는 역사와 사회 속에서 제약되는 인간의 운명과 그 제약을 뚫고자 분투하는 인간의 투쟁을 다루고 있다.
《민족과 운명》《노동계급편》은 강선제강소에서 진응산, 강옥 등의 인물을 통해 전후 파괴된 생산을 재건하고, 후르시초프의 대국주의적 압력 하에서 분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쇠물집안으로 하나로 스며드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새 사회 건설을 위한 단결을 그리고 있다.
또한 후르시초프의 스탈린 《중공업 우선주의》비판 속에서 사회주의 국제주의가 흔들리고 대국주의 압력이 팽배한 가운데, 조선에서 이를 비판하면서 중공업, 공업발전은 사회주의의 자주적 발전의 견인차라고 하며 “중공업을 우선시 하면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조선의 자력갱생과 생산발전론이라는 사상이 이 영화 속에서는 용해공들의 대화 속에서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 점에서 《민족과 운명》 《노동계급》편은 계급성과 예술성의 결합에 성공한 다부작 예술영화 중에서도 이뜸의 영화이면서도 당시 조선의 사회상을 극적으로, 생생하게 다룬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정수가 담긴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기사를 총 80번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