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국가보안법 구속자 석방과 수사 중단,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합니다 [기자회견문]

1789년 프랑스대혁명 이후에 처음으로 단행한 조치가 바스티유 감옥을 부수고 봉건 구체제 하에서 구속되어 있던 양심수를 석방하는 조치였습니다. 이는 구체제에서 저질렀던 반민중적 구습과 악폐를 없애고 새 시대를 알리는 출발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해 8.15를 앞두고 윤석열 정권 하에서 탄압당하고 구속된 건설노조,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등 노동계와 농민, 노점상 등 184명을 특별사면하고 복권시켰습니다.

우리는 이재명 정부의 이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노동자와 민중을 적대시한 내란 정부에서 구속됐던 구속자들을 석방하고 사면한 조치는 윤석열 정부와 다르게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속자 석방 및 사면이 진일보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한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별사면ㆍ복권에는 국가보안법 구속자 석방과 피의자에 대한 수사 중단, 사면 등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석권호, 이정훈, 하연호, 김영수의 사례처럼,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재판을 받던 이들에게 계속해서 중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주지하듯 윤석열은 계엄을 선포하면서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겠다고 했습니다. 윤석열은 내란 이전에 밖으로는 북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적대하면서 침략책동을 자행하였고 안으로는 종북몰이를 통해 정권에 비판적인 모든 국민,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내몰았습니다. 윤석열은 이를 통해 내란을 정당화 하려 기도했습니다.

윤석열의 종북몰이와 반국가세력 책동이 가능했던 것은 국가보안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보안법은 북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대한민국 영토를 점령한 반국가세력으로 간주하고 북에 동조하거나 찬양하는 이들, 세력을 간첩죄나 찬양·고무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1848년 12월 2일 제정된 이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정당화 하면서 민중을 살해하고 인권을 말살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아 왔던 대표적인 악법이었습니다. 이처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의 최대 위협은 역설적이게도 국가보안법 자체였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억압ㆍ짓밟고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린 주범이었습니다.

구체제가 무너지고도 바스티유 감옥이 열리지 않았다면 구체제는 존속되는 것입니다. 특히 윤석열이 국민들의 대대적인 투쟁으로 내려오고 ‘국민주권 정부’를 표명한 이재명 정부 하에서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석방되지 않고 있고 혹을 더 붙이는 격으로 새로이 구속되는 것은 주권이 반쪽짜리 주권이며 민주가 절반반(半) 반민주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국가보안법 탄압 관련 다음의 사례에 주목합니다.

아버지 석달윤 선생이 신군부의 간첩조작과 고문 만행으로 18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고 아버지의 구명을 위해 활동에 나섰던 아들 석권호가 분단현실과  노동자들이 당하는 착취와 억압의 현실을 자각하고 싸우다가 국가보안법의 표적이 되어 다시 간첩으로 내몰려 9년 6월의 중형을 선고 받고 구속되어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도합 28년 6월의 형을 살고 그 아들의 아들이 아버지 석방을 위해 싸우는 현실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비극입니다.

더욱이 석권호 국가보안법 사건은 무시무시한 이른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으로 명명되어 민주노총에 대규모 경찰병력이 들이닥치고 민주노총을 간첩의 지령에 따라 활동하는 조직으로 악선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윤석열의 내란 사건에 다리를 놓은 사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간첩단의 근거로 제시된 본사ㆍ지사 등의 체계는 조작으로 밝혀졌습니다. 민주노총의 간첩활동의 근거에는 심지어 이태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투쟁을 비롯해 민주노총이 공개적ㆍ민주적으로 결정한 일상투쟁 자료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국정원과 정권이 내란음모를 꾸미려 이 사건을 기획ㆍ조작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다른 국가보안법 구속자 이정훈은 이른바 광주학살 배후 미국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으로 3년 옥고를 치르고 분단극복과 통일을 위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 2025년 7월 취임한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이때 미문화원 점거 농성의 배후로 지목되어 수배되고 3년 간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이정훈은 그후에도 40여 동안 신념을 굽히지 않고 통일과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는 총리가 되고 누구는 국가보안법의 굴레를 뒤집어쓰고 1심에서 징역 5년의 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훈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다는 구속 근거가 됐던 페루 국적의 고니시라는 인물에 대해 국정원은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1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국정원 측 탈북민 증인이 출석해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고니시에 대해 “30여 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이정훈 변호인단은 또한 사건의 동일 인물인 고니시와 노구치 두 명이 필리핀에서 사망했는지 여부(1심에서 국정원이 밝힌 사실)와 사망 신고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에도 사실조회 요청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고무ㆍ찬양의 근거로 삼은 도서출판은 합법적 출판이고 사상과 양심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두 사건은 행동의 범죄성을 법위반의 근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처벌하는 악법입니다.

두 사건 피의자 그 누구도 국가보안법에서 형범과 연계해 불법적 행동의 사례로 든 반사회적인 테러나 납치, 암살, 폭파 등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이들의 행위는 평화를 사랑하고 민주주의와 통일, 노동자권리를 옹호하는 진보적인 행위였습니다. 오직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북을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고 이를 근거로 사상과 양심을 단죄한 결과 중대범죄가 되었을 뿐입니다.

지난 12월 1일 국가보안법 제정 77년을 맞아 32명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 폐지 공동발의를 하고 923개 단체가 모여 국가보안법 폐지 발의를 했습니다.

독립군을 불령선인으로 몰아 때려 잡기 위한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따라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민주진보인사들을 빨갱이로 몰아 단죄하기 위한 21세기 치안유지법입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배가 치안위협의 근본원인이었듯, 국가보안법이 이 사회 평화와 안녕의 가장 큰 적입니다.

이제 국가보안법 제정 78년이 되었습니다. 야만과 반문명, 반민주의 78년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적대화된 남북관계를 평화와 협력, 공존으로 되돌리기 위해 바늘구멍이라도 뚫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석방되고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고 명예회복하는 것은 바늘구멍을 넘어 송곳구멍을 내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 철폐는 적대화된 남북관계의 활로를 열고 이 사회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요구합니다.

석권호ㆍ이정훈ㆍ김영수ㆍ하연호ㆍ윤태영ㆍ박응룡ㆍ박승실 등 국가보안법 구속자들을 전원 즉각 석방하라.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

국가보안법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당장 중단하라.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

2026년 3월 17일 <국가보안법 구속자 석권호ㆍ양심수 석방! 국가보안법철폐!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기자회견 주최

<국가보안법 구속자 석권호 석방대책위원회ㆍ이정훈 무죄석방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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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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