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영국 식민지배에 맞선 봉기 이야기, 오늘의 가자를 이해하는 핵심

Middle East Eye

조나단 쿡(Jonathan Cook)

2025년 12월 5일

역자: 송영애(전국노동자정치협회 회원/미주양심수후원회 사무국장)

영화 팔레스타인 36(Palestine 36)은 가자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파괴적 전쟁범죄 계획이 어떻게 영국 제국에 의해 마련되었는지 강력하게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그 폭정을 끝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오늘날 영국 정부와 영국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 역할을 자처하면서도, 왜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열렬히 응원하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그 해답을 한 편의 새로운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영화는 현재가 아니라, 거의 90년 전의 한 이야기를 다룬다.

팔레스타인 영화감독 아나마리 자시르(Annemarie Jacir)의 작품 팔레스타인 36 은 가자에서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일을 영국 신문이나 BBC보도에서 볼 수 없는 깊이로 조명한다. 트럼프가 팔레스타인인의 학살과 강제 축출을 ‘휴전’이라고 다시 포장한 후, 영국 언론에서는 가자 관련 소식을 찾는 것조차 어렵다.

그리고 이 영화는 드물게도, 팔레스타인 영화로서는 보기 힘든 헐리우드급 예산과, 제러미 아이언스(Jeremy Irons), 리암 커닝엄(Liam Cunningham) 같은 서구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 영화는 영국 식민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을, 영국의 시선이 아닌 피해자의 시선에서 처음으로 다룬다.

영화 제목의 “36”은 1936년을 가리킨다. 당시 팔레스타인인들은 영국의 식민 폭정 ,흔히 기만적으로 국제연맹이 부여한 ‘영국 위임통치(Mandate)’에 맞서 봉기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문제는 단순히 30년간 이어진 체계적 폭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문제의 핵심은, 원주민 팔레스타인인과 주로 유럽에서 온 유대인 이민자들 사이에서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영국이, 사실은 훨씬 더 사악한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관료들은 유럽에서 박해받던 유대인들을 팔레스타인으로 이주시켰고, 이들을 영국에 의존하는 “유대인 국가”의 기반으로 적극 육성했으며, 대영제국의 지역 패권을 강화를 위해, 영국에 종속적인 거점 국가로 활용될 계획이었다.

즉, 과도하게 확장된 영국 제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들의 식민 역할을 ‘유대인 요새 국가’에 외주화(outsourcing) 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 반식민 투쟁과 아랍민족주의

영국의 최우선 목표 중 하나는 중동 레반트 지역에서 영국·프랑스 식민 지배에 맞서 확산되던 아랍 민족주의를 분쇄하는 것이었다. 아랍 민족주의는 식민 열강이 임의로 그은 국경을 넘어 아랍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외세의 점령에 저항하려는 세속적이고 통합적인 정치 이념이었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는 이 반식민주의적 아랍 정체성 강화를 위험 요소로 간주했다. 팔레스타인은 레바논·시리아(북쪽)와 이집트(남쪽)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교두보였기에, 아랍 민족주의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영국은 팔레스타인의 해방 열망을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반드시 짓밟으려 했다. 그러나 폭정이 심해질수록 저항은 더욱 거세져, 1936년이 되자 서구에서는 ‘3년간의 아랍 대봉기라 부르고,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들의 ‘첫 번째 인티파다’라고 부르는 거대한 봉기로 발전했다. 역사학자 라시드 할리디(Rashid Khalidi)에 따르면, 1936~1939년 봉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영국은 작은 팔레스타인에 인도 전체보다 더 많은 영국군을 배치했다.

이후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은 훨씬 더 억압적인 이스라엘 식민 체제에 맞서 1987년, 2000년 두 차례 대규모 인티파다를 벌이게 된다.

바로 이 이야기가 팔레스타인 36 에 담겨 있다. 영국 학생들은 결코 배우지 못하는 내용이며, 영국 언론은 오늘날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학살범죄의 맥락을 단 한 번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이영화에서, 자국의 식민 폭력의 규모와 잔혹성에 충격을 받을 뿐 아니라, 지금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전조를 보게 된다.

– 전쟁범죄 훈련과 이데올로기적 광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내부에는 이스라엘의 잔혹성을 시온주의의 예외적인 특성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시르 감독의 영화는 그러한 접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강하게 상기시킨다.

이스라엘의 현재 식민 폭력은 단지 90년 전 영국 식민주의가 사용했던 기술의 더 정교하고 첨단화된 버전일 뿐이다. 이스라엘 군대는 영국으로부터 배웠다, 말 그대로.

팔레스타인 36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영국장교 오드 윙게이트(Orde Wingate)은 팔레스타인 마을을 공포에 몰아넣기 위해 야간 급습을 주도했다. 윙게이트는 영국군과 막 도착한 유대인 민병대로 구성된 처벌 부대를 조직해 이러한 습격을 진행했다.

그가 유대인 민병대에 가르친 영국 식민 군사 전략과 혼합전의 기술은 훗날 이스라엘 군대의 교과서가 되었다.

1944년 버마 상공에서 추락 사고로 사망한 윙게이트에 대해, 이스라엘의 건국 지도자 다비드 벤구리온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벤구리온은 윙게이트가 살아 있었다면 “이스라엘의 초대 참모총장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영화는 윙게이트가 일상적으로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팔레스타인 아이를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여성과 아이들을 야외 철조망 수용소에 몰아넣어 한낮의 폭염 속 물도 주지 않았다. 그는 팔레스타인 농작물을 불태우고, 임의로 체포한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태운 버스를 폭파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 식민 경찰관 찰스 테가트(Charles Tegart)는 인도에서 반란 진압을 위해 만든 군사 요새 모델을 팔레스타인에 도입했다. 이 테가트 요새들은 이후 이스라엘이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을 분단하고 인구를 감금하기 위해 건설한 강철·콘크리트 벽과 검문소의 청사진이 되었다. 가자지구는 그러한 구조물 중 가장 거대한 ‘감옥’이다.

팔레스타인 36을 보면, 팔레스타인인들이 영국에 의해 체계적으로 굴욕당하고 살해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 인민들이 세대를 이어 더욱 급진화되고 절망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1936년 영국의 잔혹한 식민 억압은 결국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폭력적인 하루짜리 탈옥(공격)과 그에 뒤따른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적 보복으로 귀결됐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윙게이트의 ‘아랍 대봉기’ 진압이 그랬듯, 현재 세대를 절대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고통을 더 깊게 하고, 저항의 의지를 더 굳게 할 뿐이다.

– 이데올로기적 광신

이 영화는 보다 은근한 방식으로, 보통 이스라엘에만 귀속되는 이데올로기적 광신에 영국이 어떻게 기여했는지도 다룬다. 윙게이트가 팔레스타인인들을 동물처럼 여기며 그들을 굴복시키려 했던 태도, 그리고 유대인에 대한 열정적인 헌신은 사실 시온주의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간과되는 사실은 시온주의는 오늘날의 유대 민족주의보다 훨씬 오래된, 유럽의 기독교 시온주의 전통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윙게이트는 오랜 기독교 시온주의 전통을 따랐다. 그들은 성경의 예언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유대인이 ‘고대의 땅’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래야 종말의 때에 그리스도가 재림하여 지상 왕국을 세운다고 믿었다. 1917년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의 국가적 고향”을 보장한다는 밸푸어 선언을 쓴 밸푸어 경 역시 대표적인 영국 기독교 시온주의자였다.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수천 년 전 이 지역에 살던 고대 가나안인의 후손이며 이후 기독교와 이슬람으로 개종해 오늘날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윙게이트 같은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은 성경적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제거되어야 할 존재 정도로 여겨졌다. 그들이 땅을 비워주지 않는다면, 강제로 비워지게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오늘날 이스라엘 내부 여론도 윙게이트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수많은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청소나 집단학살에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스라엘 병사들이 가자 주민을 잔혹하게 다루는 장면을 자랑하듯 올리고 있다.

– 완전한 인간이 아닌 ‘존재’로

현재로 돌아와 보자.

영국 언론의 Palestine 36 리뷰는 대체로 냉담하다. ‘진지하다’ 또는 ‘진정성 있다’ 정도로 평가하며, 마치 조급하게 쓴 숙제에 대한 교사 코멘트처럼 깎아내린다. 하지만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영국 지배층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중요한 식민 거점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완전한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본다. 영국과 미국은 여전히 아랍 민족주의를 위협으로 여기고, 팔레스타인을 감시와 반봉기 기술을 시험하는 장소 정도로 간주한다.

그래서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는, 마치 현대판 윙게이트처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100만 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주민들에게 식량·물·전력을 차단하는 전쟁범죄를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국제법의 근본을 위반하여 그들을 굶주리게 하는 것이다.

스타머와 영국 정부는 여전히 이스라엘에 무기를 보내고 있으며, 민간인 공격에 사용되는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가한 대량학살에 대해서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를 공개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영국은 여전히 이스라엘 군 장교들에게 영국 내에서 훈련을 제공하며, 영국 장교들은 이스라엘에 가서 그들의 잔혹한 전쟁 방식을 배우고 돌아온다. 영국은 이스라엘을 외교적으로 보호하고, 가자 학살에 반대하는 자국 시민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법까지 통과했다.

– 결론

우리는 영국 정부, 학교, 언론이 영국의 식민 역사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행한 폭력,을 가르쳐주리라 기대할 수 없다. 진실을 알려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과거뿐 아니라 현재도 이해할 수 있다.

* 사진은 영화 팔레스타인 36에서 반군들이 현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결집시키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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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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