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진짜 사람 본성에 맞는 체제인가?
이범주
사람들이 말하기를, 자본주의야말로 인간이 긴 세월 살아오면서 마침내 찾아낸 최상의 체제이자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에 잘 맞는 체제라고들 한다. 아마도 자본주의 체제가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의 욕구와 욕망 추구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것 같아 그리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한다. 욕망 통제당하는 건 일단 매우 불편한 것이기에 그리 생각할만 하기도 하겠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 봐도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우리는 곧 알 수 있다. 사회 이루고 사는 사회적 존재인 사람이 제 각각 모두 저만의 개인적인 욕망과 탐욕에 충실하면 사회가 도저히 운영될 수 없다는 걸 곧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오로지 자유경쟁, 개인적 욕망 추구에 몰두하면 세상은 즉시 지옥으로 된다.
현실적으로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무수한 통제와 제약 아래 산다. 대신 법의 테두리 벗어난 구름 위 저 높은 세상에서 거의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족속들이 있기는 하다. 계급으로 분열된 자본주의 세상에서 생산수단 배타적으로 소유함으로써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하등 지장 없는 극소수 자본가들 혹은 유산자들. 하기야 무산자들에게도 비참한 자유가 하나 있기는 하다. 굶어죽을 자유 혹은 절망을 못 이겨 자진(自盡)할 자유.
아무리 자본주의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사람들 사는 곳이어서 사람에게서 사람다운 모습 볼 때 사람들은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고 세상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어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런데 그런 류 행위들은 모조리 非자본주의적이다.
힘든 일 대신해 주는 헌신적 동료,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청년, 구호활동에 참여하는 의사, 사회정치역사적 불의에 저항하는 혁명가, 보편복지로서 사회 전체 차원에서 행해지는 의료보험, 국민연금, 생활보호대상자 돌봄 행위, 노령연금, 전장에서 전우들 목숨 구하기 위한 병사의 영웅적 헌신…
이렇게 무수하게 열거할 수 있는, 실은 그런 것들 덕분으로 인해 이 사회 굴러가는 이런 류 모든 행위들이 사실은 무한경쟁, 개인적 욕망의 무한추구 자본주의 원칙과는 모순되는 것들이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시대 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이전 최근 농경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걸어 온 수십만 년 장구한 역사를 생각할 때 인류가 경험한 자본주의 체제는 수백 년 그야말로 눈 깜짝할 정도의 시간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이전, 수십만 년 세월 동안의 대부분 인간사회에서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고 자신의 처지와 감정에만 충실한 (자본주의에서 권장되는) 개인적, 이기적 행위는 아주 싸가지 없고 용납 불가능하며 위험한 패륜 행위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수백 년, 눈 깜짝할 정도의 시간을 경험해 보고서는, 그 이전 장구한 인간 역사를 싸그리 잊은 것 마냥, “지금 자본주의 체제가 인류가 발견해 낸 최선, 최고의 체제로서 인간의 본성에 가장 잘 맞는다”라 단언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가장 잘 맞는 최선의 체제라는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었다. 그게 사람본성에 맞는 최선의 것이라면 그 체제에서 사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겠는데 그러기는 커녕 부단히 이어지는 침략, 전쟁, 학살, 불평등, 기아, 수탈과 착취…등 목불인견의 처참한 불행이 줄을 이었고 급기야 극심한 환경오염과 자원탕진으로 인류 전체의 생존이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인간의 본성에 잘 맞고 최선의 체제라는데 어떻게 잠깐 세월 동안 인류가 이런 최악의 지경에 처하게 되었는가.
그러니 자본주의 체제를 그리 열광적으로 긍정하고 상찬해대는 사람들은 제 정신이 아니고 무엇보다 건망증이 매우 심하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게 된다. 인류의 지난 역사를 생각해 보란 말이다.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복지국가를 매우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전기, 수도, 토지, 체신, 철도, 의료, 교육….같은 핵심 공공 서비스들 민영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국가가 보편복지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관리하기를 바란다. 그런 것들이 민영화되면 서민들에게 얼마나 재난적 상황으로 되는지를 경험을 통해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 되는 것을 선호한다. 잘릴 일 없이 정년시한까지 일할 수 있고 그 이후 연금조건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의 핵심산업과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지 않고) 공적으로 운영하는 그 원리를 전 사회 운영하는 기본원칙으로 확산시키고 그것을 제도, 권력의 차원에서 보장해 주(거나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체제가 있다. 그리고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무원 신분조건을 보장해 주(거나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체제가 있다. 사회주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이 바라는 걸 전 사회적 차원에서 전일적으로 실현시키려 하는 사회주의는 빨갱이 체제라며 혐오하고 두려워하고 증오한다. 웃기지만 너무도 슬픈 모순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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