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 열쇠 소리 덜컹거리는 문을 열고 나가는 꿈을 꿉니다

석권호

동지들께 드립니다.

창밖 단풍나무에 빨갛고 노랗게 가을이 올라앉았습니다. 동지들 모두 안녕하신지요. 언제나 건강 잘 살피시면서 활동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동안 밖에 있을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명상과 독서를 주로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12월 1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토론회에 함께하고 있는 동지들께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12월 국회에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제출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모두 함께 연대하여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위해 마음을 모았으면 합니다.

1971년 남과 북 정부 간 공식적인 첫 회담이 있고 난 이후 현재까지 북과 남이 맺은 합의, 공동선언과 성명 등이 수차례 있었습니다. 그때그때 남북의 합의를 꼼꼼하게 따져 입법과 제도화를 했더라면, 남쪽 정부의 통일 준비는 이미 마쳤을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반통일 세력의 방해와 저항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방해는 반공체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보안법이 버젓이 살아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7·4 공동성명부터 현재까지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법제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윤석열 정권의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이른바 민주노총 사건을 만들어 의도한 바를 이루었습니다. 사건의 당사자들을 구속했고 중형에 처했으며, 이를 눈여겨보고 있던 여러 활동가와 국민에게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불러준 대로 쓴 검찰의 공소장과 항소이유서, 상고이유서, 중복된 증거자료와 틀린 낱말과 표시까지도 똑같이 옮겨 적은 판결문, 그 판결문을 짜증스럽고 화가 난 표정으로 읽어 내려가는 판사. 국가보안법은 부도덕한 정권의 한결같이 충실한 철퇴였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는 한 내란 세력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헌법 위의 악법 국가보안법을 남겨 두고서야 개헌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으면 온전한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주화와 통일의 길에도 큰 장애물로 가로막고 설 것입니다.

오늘 토론회를 함께하고 있는 여러 동지들 앞에서 저의 이야기는 마치 도사 앞에서 요령 흔들고,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일 것입니다. 저도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적극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 지금이라도 열쇠 소리 덜컹거리는 문을 열고 나가는 꿈을 꿉니다. 제가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는 마지막 수형자이길 희망합니다. 동지들의 오늘이 귀한 하루이길 기도합니다. 모두 건강 잘 살피시고, 환한 모습으로 또 뵙겠습니다.

투쟁.

2025년 12월 1일 안양에서
석권호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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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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