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하러 가면서 무용담을 말하지 마라” 우리들의 안이함을 틈타 윤석열이 돌아왔다

정권퇴진 넘어가 아니라 그 자체에 사회대개조의 씨앗이 있다​

 
급작스럽게 윤석열이 석방됐다. 이로써 탄핵을 기정사실로 하여 탄핵 이후 치러질 조기대선을 준비하며 사회대개혁을 외치던 운동진영의 정세인식도 안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사태 전개를 마주하고 몇 가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눈앞에 넘어야 할 장벽이나 험준한 산을 앞에 주고 “민주주의를 넘어”, “퇴진을 넘어”라는 정세인식이 얼마나 첨예한 당면 과제를 회피하는지 우리는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레닌은 10월 혁명 직전 봉기를 준비하며 정치권력 장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최소강령을 없애자는 부하린과 스미로노프의 주장의 안일함과 회피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투하러 가면서 무용담을 말하지 말고 전투에서 돌아오면서 무용담을 말하라》

우리는 전투하러 간다. 즉 우리는 우리당에 의한 정치권력의 획득을 위해 투쟁한다. 이 권력은 프롤레타리아트와 빈농의 독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투하러 가면서 무용담을 말해서는 안 되고, 우리는 최소강령을 내던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공허한 자기 자랑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목표를 향해 확고하게 용감하게 동요 없이 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그 목표가 틀림없이 아직 달성되지 않았을 때 그 목표를 달성된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벌써 저쪽에 최소강령을 내던지는 것은, 《우리가 이미 승리했다》고 선언하는 것, 선포하는 것(간단히 말하면 자기 자랑)을 의미한다.(레닌, 당강령의 재검토에 대하여, 전집 제5판, 1917년 10월 6일-8일, 노동자정치신문, 임채희 역) 

레닌은 “소비에뜨 공화국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고, 《복고의 시도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했다.

윤석열 퇴진이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정세는 극우 파시스트 세력들, 즉 검찰과 법원 등 폭력적인 국가ㆍ사법기구 내 윤석열 엄호 세력, 성조기를 들고 설치는 극단적 친미숭배 세력들과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들, 최상목 권한대행과 윤석열 비서실과 경호처, 국민의힘 등의 준동에 힘입어 윤석열이 석방되고 이에 영향을 받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부결되어 윤석열이 복고할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윤석열을 퇴진시키지 못했을 뿐더러 준동하는 극우 파시스트 세력들을 진압하지 못했다. 진압하기는커녕 저들은 기세등등 윤석열을 복권시키고 내란을 완성하려 시도하고 있다.

전투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미 전투가 끝난 것으로 무용담을 말하며 전투 승리를 가정하고 사회대개혁을 주장했던 것은 얼마나 안이한 것이었는가? 윤석열 내란 세력들은 우리 내부의 안이함을 간파하고 더욱 격렬하게 반란을 도모했다.

이는 당면한 가장 첨예하고 가장 절박한 윤석열 퇴진 투쟁 속에 이 사회대개혁과 개조의 씨앗이 담겨 있다는 것을 간과한 태도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아직 쟁취하지 못했다. 파쇼세력의 준동을 철저하게 제압하고 민주주의를 공고하게 해야 한다. 파쇼세력들을 진압하지 못했는데 사회대개혁이 있을 순 없다. 실은 민주주의가 심화되고 더 공고해지는 그 자체에 사회대개혁이 담겨 있다.

 
핵심 고리를 움켜쥠으로써 사슬전체를 장악해야 한다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내 사회대개혁 특위에서는 1. 다시 민주공화국 시민이 주인되는 세상 2.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이 안정된 사회 3. 평화ㆍ주권ㆍ역사정의가 실현된 사회…11. 교육과 청(소)년의 삶에 평등을 여는 세상 등 11개의 영역을 선정하고는 그 세부항목으로 총 414개의 요구를 제출했다.

이러한 414개의 사회대개혁 요구는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억압적이고 청산해야 할 질곡들이 많은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414개의 요구들을 어떻게 쟁취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이러한 나열적인 요구들을 각자가 저마다 제출함으로써 각각의 영역에서 승리함으로써 이러한 승리의 총합으로 사회대개혁을 달성할 것인가?

각자가 저마다 요구를 걸고 싸우면 어떻게 힘을 하나로 집중할 것인가? 도리어 이 사회의 기득권 지배세력에 의해 각개격파 당하게 되지는 않을까?

이렇게 분산적으로, 나열적으로 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의 문제들을 제출한다고 사회대개혁이 달성될 수는 없다. 이 414개의 요구를 단숨에 쟁취하기 위해서는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권력이 있어야 한다.

권력을 쟁취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모든 수백가지 요구들 중 이 사회 모순의 근본지점을 우선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몇 개의 핵심 요구로 정식화 하고 중심세력을 세우고 모든 진보ㆍ민주 역량을 단결시켜서 이러한 요구들을 실현시켜야 한다. 이를 실현할 중심세력은 진보적인 노동자계급이다.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다른 진보ㆍ민주세력들을 결집시켜야 한다. 이는 통일전선이다.

핵심 요구들이 실현되면 이를 지렛대로 해서 사회의 나머지 수백가지 요구들을 실현시킬 기반이 마련된다. 레닌 식으로 말하면 핵심 고리를 움켜쥠으로써 사슬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과거 사회성격 논쟁은 현학이 아니었다. 다양한 사회현상 속에 그 사회의 본질적 성격을 파악하고 근본모순과 주요모순을 파악함으로써 요구와 힘을 집중하여 사회모순을 척결하고 사회를 근본개조하기 위한 시도였다.

윤석열 내란과 외환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 있다. 윤석열은 종북몰이 반국가 세력 척결이라는 명목 하에 언론과 국회를 장악하고 노조를 파괴함으로써 저항을 봉쇄하고 내란을 성공시키려 기도했다.

윤석열은 외환으로 북에 대한 전쟁책동을 하고 실제 국지전까지 유도함으로써 전쟁을 감행하려 했다.

내란과 외환은 실제로는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내란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적이 필요했고 외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권에 비판적인 국민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내부의 적을 만들어야 했다.

미국은 야당이 국회에 제출한 윤석열 탄핵 소추안에서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는 외교 정책”과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한 것”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압력을 넣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부랴부랴 그 부분을 빼고 자신들 역시 한미동맹의 숭배자들임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낙점을 받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에 따라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는 외교 정책”과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자행된 대북적대 침략책동, 우크라이나 군사ㆍ지원 정책이 바로 윤석열의 외환을 낳았다. 북(조선)은 도리어 전략적으로 인내함으로써 미국과 윤석열의 전쟁 도발을 막았다는 것이 이번에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이번 탄핵 투쟁에서는 내란과 외환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에 맞서는 요구들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못했다. 도리어 이러한 요구들은 철저하게 회피되었다.

윤석열의 ‘공산전체주의’ 반국가 세력 척결 논리는 국가보안법이 있어서 가능했다. 외환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국가보안법으로 북을 적대세력으로 만들어 놓아야 했다.

내란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윤석열 퇴진을 내걸고 투쟁하는 노조를 분쇄해야 했다.

미국의 난폭한 내정간섭은 미국이 윤석열 내란ㆍ외환의 뒷배라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진짜 배후 수괴는 미국인 것이다.

이번 탄핵 투쟁에서는 외환의 배경이 되었던 대북적대 정책의 철회, 한미동맹의 해체 요구가 전면적으로 제출되지 못했다.

특히 이번 한미군사훈련 과정에서 벌어진 포천 민간인 지역 폭격 사건은 한국 방위, 국민 안녕을 명목으로 실시하는 침략전쟁훈련의 정당성을 송두리채 뒤흔들었다.

이 전투기에 미군조종사가 탑승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나 좌표 입력의 실수라는 해명 외에 군의 통제로 이 사건의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석방으로 이 엄청난 사건이 한 순간에 묻혀버렸다.

윤석열이 석방됨으로써 내란세력들이 복귀할 기회가 마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 훈련과 미국의 대북 전쟁책동에 전면 반대하여 투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일순간에 가라앉아 버렸다.

미국의 개입과 윤석열 복고세력들의 내통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보적ㆍ민주적 대중들이 수십, 수백만 참여하는 정권 퇴진 투쟁 속에서 내란과 외환 기도에 맞서 국가보안법 철폐, 대북적대 정책 철회 및 한미동맹 해체, 노동3권 쟁취 같은 핵심요구가 전면적으로 제출되어야 했다.

이러한 요구가 실현된다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위한 기초가 마련된다. 민주주의가 공고화 되고 평화가 찾아옴으로써 내란 세력의 공고한 토대는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로써 한국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414개의 요구들도 전면 쟁취할 교두보가 마련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윤석열이 석방되어 진짜 내란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내란을 제압하고 이 사회의 근본변화를 위해 이제라도 제대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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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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