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從)은 울리나?

ㅡ 노자대립을 노동강자 대 노동약자 대립으로 바꾸려는 종(從)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지난 5월 한석호 씨가 전태일 재단 사무총장 직위에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해촉됐다. 한석호 씨는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전태일 재단은 사무총장은 직원 신분이 아니라 사용자 신분임으로 해고 다툼 여지는 없으며 자진사퇴 했던 당사자가 나중에 이를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사태는 한석호 씨와 재단 이사장이 공동으로 사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전태일 재단의 자진사퇴 요청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태일 재단 이사회의 승인 없이 조선일보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관련 공동기획에 참여한 것 때문이다.

또 하나는 상생임금위에 이어 김문수(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약칭 경사노위 위원장)의 요청을 받고 경사노위에 참여한 것 때문이다.

한석호 씨가 전태일 열사의 이름을 내걸고 반노동자 행보를 해온지 오래되었는데 전태일 재단이 이를 방치한 것에 대한 운동적 책임을 면할 수는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한석호 씨가 자본의 이해를 위해 복무하면서도 전태일 재단 사무총장 직위를 내걸고 약자, 가난한 자들의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은폐하여 열사의 투쟁정신을 심각하게 훼손, 모욕하였는데 이번 결정이 그것에 경종을 울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그 동안 ‘풀빵정신’이라며 “나눔, 상생, 타협”이라는 명목으로 열사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해왔던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 비판하고 노동운동이 자본과 권력과의 관계에서 지녀야 할 자주적이고 변혁적인 태도와 지향점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석호 씨가 전태일 재단 사무총장 자리에서 사실상 쫓겨나고 조선일보의 공동기획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기회만 닿으면 호명되고 언론에서 그를 부각시키는 시점에서 타락한 변절자 한석호 주장의 본질이 무엇이며, 어떻게 노동자 내부를 분열, 혼돈 시키며 이것이 과연 누구의 이해에 복무하는지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한석호 씨가 출현하는 지점은 지난 전국삼성노조 파업처럼 전국적으로 파장이 큰 중대한 노동자 파업이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키고 자본의 착취와 지배에 누가 되는 시점이다. 언론에서는 한석호 씨 발언을 부각시켜 역사적인 삼성그룹 노동자들의 한 달 여의 파업투쟁에 대해 이기주의적 투쟁으로 매도하고 있다.(서울경제신문은 “연봉 1억 2000만 원도 모자라다고 파업···노조가 아니다”, 2024. 7. 18. 기사에서 한석호 씨의 주장을 근거로 삼성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극렬하게 매도하였다.)

삼성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대해 노조이기주의라는 악선전이 팽배한 가운데 전국삼성노조가 보도자료로 왜 파업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한석호 씨가 수행하는 역할은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계급협조를 통해 노동자투쟁, 노조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한석호 씨는 자본의 노동자 착취와 지배, 빈곤, 불평등이라는 현실을 감추고 더 나아가 노동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자본과 권력의 착취와 지배를 강화하고자 한다. 한석호 씨는 고임금론으로 자본의 착취라는 현실을 은폐하고 노동자의 일방적 임금양보를 겁박하여 자본의 이윤을 최대치로 높이고자 한다.

그의 내면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기에 추측이지만, 한석호 씨가 전태일 재단 사무총장 지위에서 사실상 해촉됐음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격렬하게 반발한 이유는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약자와 빈자를 위해 활동한다는 그럴싸한 명패가 필요한데 이제 더 이상 전태일 재단의 이름으로 발언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석호 씨의 그 동안 파렴치한 행보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정도에서 멈출 정도로 순진하고 양심적이지 않다.

 

노동강자 대 노동약자 대립 구도는 불손한 자본과 권력의 의도

 

한석호 씨는 이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임이자가 주최·주관하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 노사협조주의적 입장을 견지하는 발제·토론자들과 함께 “前전태일 재단 사무총장”이라는 직책을 걸고 토론자로 나서고 있다.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라는 제목이 무색하게도 이 토론회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노동약자 중심에는 비정규직과 대다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노동3권은 커녕 노동자성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화물차 기사, 배달라이더, 방과후학교 강사, 방송 스탭, 간병인, 대리운전 등 특수고용노동자 및 플랫폼노동자들이 있다.

보통 제도개선의 핵심에는 법률 개정·제정이 있다. 그렇다면 노동약자 제도개선의 핵심은 파견법, 기간제법을 철폐하고 불안정노동을 없애는 것이다. 이들 원청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해 노동자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을 중대재해로 몰아넣는 주요 원인인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인력충원을 하는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손배가압류를 중단하고 파업권을 위협하는 각종 악법을 없애고 관련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미조직·무권리 노동자들의 권리기구가 될 수 있는 노조 조직률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장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들이다. 그런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중심에 있는 화물연대는 아직 노조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파업권 행사는 운송거부로 매도당하며 극렬한 정권의 탄압 대상이 되고 있다.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라 할 수 있는 건설노동자들은 정권과 언론에 의해 건폭 취급을 당하며 노조파괴 공작 대상이 되었다.

정권은 손배가압류 중단과 원청사용자성 확대 방안이 들어 있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지지, 옹호해 왔다.

그런데 과연 한석호 씨와 이들 부류들은 국민의힘과 함께 도대체 어떠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자본과 권력의 마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한석호 씨와 한석호 씨들이 구사하는 논리에는 다음 내용이 깔려 있다.

이들 마름들의 사고의 바탕에는 자본이 없다. 자본이 없다는 것은 자본이라는 존재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자본이 가하는 착취와 억압이 사라지고 없다는 말이다. 이들에게 자본의 착취와 지배는 이미 자연법칙처럼 변화할 수 없는 부동의 현실이고 변화되어서는 안 되는 주어진 현실이다. 이들에게 강자는 자본과 권력이 아니다. 이들의 프레임에는 자본과 그 대척점에 노동약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노동강자와 노동약자만이 있을 뿐이다. 조직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조직된 힘이 있으니 노동강자가 된다.

한석호 씨와 한석호 씨들에게는 현실에 존재하는 노자 간의 계급적대, 계급모순이 없다. 이들에게는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과 미조직 노동자들이 있는데, 전자는 무력화, 말살 대상이고 후자는 무노조 상태를 유지하고 이 조건 하에서 보호, 관리(통제) 대상이 된다. 이들이 전태일 열사를 들먹이며 강조하는 공제회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노동강자의 집결체인 노조를 대신한 노조약자의 자구조직으로 실제로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가로막는 가로막이가 될 뿐이다.

노조 적대감에 사로잡혀 극렬한 노조탄압을 일삼던 윤석열 정권이 지난 5월 14일에는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보호법’을 제정하겠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는 한석호 씨들이 최근 부각시키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실제 6월 25일(화) 고용노동부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노동약자 정책 전문가 자문단」을 발족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서 “공동단장: 권혁 교수, 한석호 전 사무총장”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한석호는 소속을 밝히지 않고 전 사무총장이라고 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직후에 나온 노조법 2, 3조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장을 보면 정권과 자본, 이들의 마름들의 “약자보호”의 의도와 목표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오늘 국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오늘 강행처리된 개정안은 헌법과 민법의 기본원칙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법을 지키면서 정당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의 보호조차도 받지 못하는 다수의 노동약자는 도외시하면서, 노동조합의 파업범위는 확대하고 불법행위는 면책하여 산업현장의 갈등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영업자 등 근로자가 아닌 사람도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노동조합법의 특별한 보호를 받게 되고, 노동조합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있습니다.
원청 사용자 등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교섭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해지고, 산업현장은 무분별한 교섭요구로 혼란스러워질 것입니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거부·해태할 경우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사용자인지 여부도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됩니다.
한편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행위를 해도 사실상 면책받는 특권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법 개정 논란을 촉발시킨 손해배상 소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수의 특정 노동조합은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갖게 되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이루기 위한 그간의 노력들은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산업현장과 노사관계 당사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여 정부가 해야 할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이정식은 그래도 명색이 고용‘노동부’장관인데,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겉치레도 벗어던지고 ‘자본보호부’ 장관으로서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정권에게 노동약자는 악법도 법이라고 “법을 지키면서 … 활동하”며 투쟁 대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준수하는 노동조합이다.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들도 노동약자인데, 정권은 이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권리를 부여하고자 약자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권은 미조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보호조차도 받지 못하는” 노동약자라고 하면서 정작 정권과 자본의 착취와 횡포, 탄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노동자들의 권리인 파업권 행사에 대해서는 불온시하고 있다. 결국 정권은 미조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건설하지 않고 미조직 상태로 남아 있거나 노조에 소속되더라도 관제형, 친자본형의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와 통제, 순치대상으로서의 ‘노동약자’ 상태를 지속시키고자 한다.

반면 정권은 노동운동의 본연의 존재이유인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주권을 지키고 노동자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조합은 ‘노동강자’로 규정하여 탄압과 박멸 대상이 된다. 정권과 자본은 자본의 영속적 착취에 위협이 되는 “강력한 노동조합”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노동약자와 분열시켜 이 강자성을 박탈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정권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자영업자”로 부르며 이들이 노동조합법의 권리를 누리게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정권은 “죄형법정주의” 운운하며 사용자 범위를 정확하게 하는 대신에 노동자들을 불법 하도급이나 다단계 구조로 무한착취하면서도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원청 자본을 법적으로 보호하고자 한다.

고용노동부는 노조법 2, 3조 개정안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산업현장과 노사관계 당사자,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노동자적인 “정부가 해야 할 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근거가 된다. 한석호 씨와 같은 자본과 권력의 마름들이 수행하는 역할이 여기에 있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노동약자 정책 전문가 자문단」의 실체이다.

 

노동자 내부의 일상적 불평등을 부각해 구조적 불평등 은폐

 

한석호 씨는 다음 기사에서 자본의 마름이자 종으로서의 자신의 실체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얼마나 심각합니까.
“지난해 10대 재벌 총수들의 배당금이 8196억원이에요. 1조원이 안 돼요. 근데 10대 재벌 성과급은 10조원이 훌쩍 넘어요. 사회적 총액으로는 재벌 총수 배당금의 10배가 넘어요. 대기업 정규직들은 성과급 안 받아도 우리 사회 상위 10%예요.”

“불평등을 얘기할 때 1 대 99가 있고 10 대 90이 있어요. 1 대 99는 구조의 불평등이고, 10 대 90은 일상의 불평등이지요. 자본주의 초창기에는 모든 노동자의 의식주 자체가 어려웠기에 1 대 99 불평등 해소가 중요한 사회 문제였어요. 그러나 지금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최상위 1%와의 격차 때문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상의 삶에서 비교가 되는 10 대 90 불평등 때문에 화가 나고 절망하는 겁니다. 아이의 장난감, 학용품, 여행지까지 갈라놓은 불평등인 거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만든 일상의 불평등입니다.”(“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낳은 10 대 90…‘일상의 불평등’ 때문에 절망”[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정제혁 기자, 경향신문, 2024. 7. 3.)

이삭이 야곱을 낳았다면 이삭을 낳은 것은 아브라함이 아닌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낳은 태초 조상인 아브라함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우리나라 간접고용 노동자 열의 일곱은 76대 대기업집단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원·하청 노동자 간 임금과 노동조건 격차 해소를 ‘노동개혁’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려면 재벌 기업의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고 원·하청 상생 노력을 주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겨레>가 2022년 3월 말 기준 고용형태공시 의무가 있는 300인 이상 기업 3687곳의 공시자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76대 기업집단 소속회사 588곳의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했다.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직접고용(정규직·기간제·단시간)과 간접고용(파견·용역·사내하도급)으로 분류한 결과, 전체 간접고용 96만여명 가운데 70.0%인 67만4천명이 대기업집단 소속 588개 기업의 하청 노동자였다. 전체 고용인원 중 대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42.7%인데, 간접고용 중 대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70.0%로 과도하게 높은 것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대기업집단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간접고용을 남용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고용에 대한 대기업집단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청기업은 하청기업에 주는 기성금·도급비·용역비 수준을 정하고 이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을 결정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해결의 열쇠는 결국 대기업집단이 쥐고 있는 셈이다.([단독] 툭하면 파견·용역..간접고용 10명 중 7명 ‘원청님’은 대기업, 박태우 기자, 한겨레신문, 2022. 9. 28.)
이러한 명백한 현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 파렴치한 자본의 종들에게는 무한착취욕에 사로잡힌 자본이 파견법, 기간제법을 제정하고 노동유연화 정책을 통해 비정규직을 대폭 양산하고 저임금 체제를 확산시키고 불안정 노동을 증대시키고 외주화를 확장해온 근본원인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고려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자본의 착취와 착취를 통해 성장한 재벌은 존중하고 보호해야할 대상인 반면에 “화가 나고 절망”스러운 것은 노동자 내부의 격차이고 이를 조장해온 정규직 노동조합들이다. 한석호 씨에게는 노조적대와 혐오가 골수까지 사무쳐 있다.

그런데 “1 대 99”의 불평등 구조는 현대 자본주의 불평등 구조를 표현하는 말이다. 한때 80대 20의 사회는 90때 10의 사회가 되었고, 이것이 이제는 99대 1의 사회가 되었다. 2011년 미국에서 타올랐던 월가 점령 투쟁에서 외쳐졌던 “1대 99 사회”는 1% 부자의 탐욕과 성공에 대비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99% 민중의 절망과 가난을 표현하는 구호였다. 이 1%의 부자는 바로 재벌들과 그 일가들이다. 자본주의 발전은 자본의 독점화 현상을 낳는데 현대자본주의에서 독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다음 기사 내용처럼 한국사회 역시 해외 자본과 함께 재벌들이 이 사회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4일 발표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10대 재벌 기업집단이 국내 경제의 약 77%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리포트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10대 재벌 기업의 경제적 파워와 영향력이 다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내부에서 거래하는 비중이 전체 기업집단 내부거래의 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 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케 한다.(77%라니, 실화냐?”…10대 재벌, 온 나라 경제 ‘꽉’ 쥔다, 소비자를 위한 신문, 오승훈 기자, 2023/10/04)

2007년 5대 재벌 자산총액은 350.2조에서 2022년 1324.8조으로 늘어났다. 규모는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고, GDP대비 비율은 32%에서 61%까지 높아졌다. 2007년 5대 재벌 매출총액은 395.8조에서 2022년 973.6조으로 늘어났고 GDP대비 비율은 36%에서 45%까지 상승했다…
2022년 기준 가장 많은 토지자산을 보유한 재벌은 현대차로 25.5조의 가액 규모이다. 이는 2007년에 비해 20조가 넘게 증가한 것으로 4.83배 증가한 것이다. 2022년 기준 5대 재벌의 토지자산 보유가액 순위는 현대차 > 롯데 > 삼성 > SK > LG 순이었다. 5대 재벌의 합산된 토지자산 장부가액은 2007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오고 있는데 2022년과 2007년의 사이의 증가액은 합계 47.4조이고 이는 2.96배 증가한 것이다…
실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은 월등히 높다. 재벌들은 우월한 지위와 정보력, 자금 동원력 등을 활용해 부동산 투기와 몸집 불리기를 하고 있으며 불공정한 과세 기준에 따른 세금 특혜를 받고 토지수용권한 등의 특권까지 보장받고 있다. 재벌들의 과도한 부동산 보유는 토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지대추구, 토지를 이용한 분양수익, 임대수익 등으로 생산활동보다 손쉬운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5대 재벌 부동산 보유 현황,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시사포커스(2)], 오세형 경제정책팀 부장, 2024.04.01.)
2일 재벌닷컴이 지난 6월 말 종가 기준 상위 20대 ‘상장사 주식 부호’의 보유 지분 가치를 평가한 결과 총액은 약 84조1779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76조1256억원보다 8조532억원(1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말보다 9588억원(6.5%) 늘어난 15조7541억원으로 상장사 주식 부호 1위를 굳게 지켰고,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관장은 8조2557억원으로 2위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6조4047억원으로 4위,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5조8251억원으로 6위였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1조3000억원대 재산 분할을 판결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상장사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보다 2559억원(-11.1%) 감소한 2조58억원이었다. 최 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지분 중에서는 지주회사인 SK㈜의 지분 가치(지분 보유율 17.73%)가 가장 큰 상황이다.(올해만 3조원 넘게 불렸다…한미반도체 곽동신, 주식 자산 증가량 1위, 경향신문, 배문규 기자, 2024.07.02.)

우선 한석호 씨는 1조원이 안 되는 재벌 총수의 배당금에 대해 말하면서도 이 배당금 지급의 원천이 되는 ‘상장사 주식 부호’의 막대한 보유 지분 가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한석호 씨는 10대 재벌 총수 배당금과 10대 재벌기업 성과금 10조원과 비교하는데 위 수치는 통계 출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자본 측을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 “2023년 사업체 임금인상 특징 분석”을 보더라도 “상용근로자의 연임금총액은 478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반면에 “성과급과 상여금이 포함된 특별급여는 648만원으로 같은 기간 2.9% 줄었다”(“韓기업 월급 2.8% 올랐지만… 성과급은 2.9%↓”, 아시아경제, 이민우기자, 2024.04.21.)

한석호 씨가 주장하는 10조원 성과금이 평균값으로 계산하여 재벌 임원들까지 포함하는지, 임원들을 뺀 일반 노동자들의 성과금인지 알 수 없다. 위 경총의 상용근로자 성과금 648만원을 10대 재벌 상용근로자 성과금으로 친다고 하면 150만 명에 해당하는 수치인데, 2022년 기준으로 “3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은 2008년 93만2485명에서 지난해 140만724명”(‘재벌 사천왕’ 삼성·SK·현대차·LG,경제력 집중도 더 커졌다 30대 그룹내 비중…자산 53%, 매출 55%, 순이익 60%, 고용 53%, 김회승 기자, 한겨레신문, 2023-06-27)이라는 기사를 볼 때 10대 재벌 정규직 노동자들의 성과금 10조원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100명도 아닌 단 10명의 최상위 한국 재벌의 한 해 배당금만 8천억이 넘었다는 얘기다. 이중 삼성 이재용은 “전년 3048억원보다 6.4% 증가한 3244억원”,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은 “전년 1114억원보다 39.9% 증가한 1559억원”, SK그룹 회장 최태원은 “전년과 같은 650억원”, LG그룹 회장 구광모는 “3.3% 늘어난 778억원”,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은 “4.1% 늘어난 326억원”,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은 “전년과 동일한 139억원”, GS그룹 회장 허태수는 “전년보다 28.8% 줄어든 49억원”, HD현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전년보다 17.4% 감소한 798억원”,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은 “전년과 같은 280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현은 “전년보다 20.3% 증가한 372억원”을 주식 배당금으로 받는다.

이것이 한석호 씨가 “지난해 10대 재벌 총수들의 배당금이 … 1조원이 안 돼요.”라며 간단하게 무시하는 “구조의 불평등”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구조의 불평등”의 현실을 다 보여주지는 못한다.

삼성 이재용은 단 한 번도 생산노동을 하지 않고 그저 불법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여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등 계열사를 소유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3244억원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 이재용이 소유한 것은 계열사 전체가 아니다. 제일모직 지분 약23%를 소유하고 있던 이재용은 불법편법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대주주였으므로 다시 삼성전자 지분 4.6%를 보유하여 삼성전자를 지배하게 되면서 삼성계열사 전체의 총수가 되었다.

자본주의의 사기적인 주식회사 제도와 중층적인 계열사 지배구조가 범죄자 이재용을 삼성의 총수로 등극시키고 한 해 3천억 원이 넘는 현금 배당을 받도록 만들었다. 다른 재벌 총수들의 기업 장악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것이 한 해 배당금액이 1조원도 안 된다며 한석호 씨가 무시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적나라한 현실이다.

그런데 한 해 재벌 배당금 1조원과 10대 재벌 정규직 노동자들의 한 해 성과금 10조원이 설사 맞는다 하더라도 이 양자는 중대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월급과 성과금을 다 합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이를 소비하고 만다. 이 소비에는 은행부채를 갚는 것도 있고 순수 생활소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재벌 총수의 위가 아무리 크더라도 이 막대한 액수를 다 소비하지 않는다. 재벌의 막대한 부는 해가 거듭할수록 축적이 된다. 이재용의 한 해 배당금이 3244억 원은 소비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10년 배당 총액은 약 3조가 된다.

이밖에 기업의 부동산 소유는 위에서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현황을 보여줬는데, 자본은 세금이 사실상 면제되고 특혜를 받는 업무용 부동산 보유를 합하면 재벌이 보유한 부동산 비중은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재벌의 막대한 배당과 이 배당의 원천이 되는 기업 소유, 그 기업소유를 가능하게 하는 주식회사 제도와 또 그 근간인 사적소유 제도가 이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같은 “구조적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구조적 불평등”은 무시될 것이 아니라 한 쪽에서 자본가들의 부와 기업의 독점은 다른 한 쪽에서의 대중 다수들의 빈곤과 소외와 노동의 고통을 낳는 원인이 된다.

 

노동약자는 자본의 탐욕과 착취질서의 산물

 

맑스는 《자본론》의 유명한 문장에서 이러한 불평등 구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한 쪽 끝의 부(富)의 축적은 동시에 반대 편 끝[즉 자기 자신의 생산물을 자본으로 생산하는 노동자계급의 측]의 빈궁·노동의 고통·노예상태·무지·야만화·도덕적 타락의 축적이다.(맑스,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자본론 Ⅰ하, 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2008년, 881쪽)
한석호 씨들은 이러한 자본의 축적법칙으로 생겨난 양극화 및 불평등을 전대미문의 노동강자 축적법칙으로 바꿔 놓는다. 그러나 노동강자 때문에 노동약자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자본의 착취와 지배 때문에 노동약자가 생겨난다. 자본의 축적은 노동자 인민의 “빈궁·노동의 고통·노예상태”뿐만 아니라 “무지·야만화· 도덕적 타락의 축적”을 낳기도 한다. 심지어 자본은 지배는 점점 더 대량실업을 낳고 자본의 이익을 위해 전쟁까지 불러일으켜 수많은 인류를 참상과 전체의 절멸위기로까지 몰고 간다.

인간노동을 점점 더 불필요하게 만드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수고와 위험하고 장시간 노동으로부터 해방으로 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에서는 자동화, 무인화, 생산 합리화 등으로 자본은 점점 더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는데 반해 실업은 점점 더 심화되어 만성적 실업으로 나타난다. 그런데도 자본은 이 만연한 실업을 취업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자본은 자동화, 무인화를 노동자를 통제하고 임금과 복리를 낮추고 저항을 제압하며 노조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그런데 자본의 충실한 마름인 한석호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또한 “기승전임금양보”로 노동자 임금을 낮추도록 선동하는 기회로 삼는다.
클린룸(인간노동이 없는 공장)이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다. 되돌려야 한다. 클린룸에 인간노동을 다시 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인간노동의 비용을 적절하게 조율해야 한다.
곧 2천~3천만원대 로봇이 나온다. 끔직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노동운동의 기승전임금인상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7월 11일)
기간제 노동자들과 얘기해보면 절반 정도는 기간을 늘려 계속 일하고 싶다 하고, 절반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이 되면 좋겠다고 해요. 그냥 기존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데 2년이 되면 사표 내고 다른 기간제 일자리 알아봐야 하는 게 불안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단 말이죠.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 기간 연장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봐요.(“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낳은 10 대 90…‘일상의 불평등’ 때문에 절망”, 경향신문, 같은 기사)
이처럼 한석호 씨에게 자본의 지배, 자본의 착취, 자본의 착취를 배가하는 노동악법 등은 투쟁으로 극복하고 폐지해야 할 것들이 아니라 무조건 수용하고 인정해야 하는 절대적으로 주어진 현실이다. 한석호 씨가 말하는 1차 노동시장의 정규직 내부의 조합주의와 이기주의적 흐름들은 오히려 한석호 식의 협조주의, 타락한 노동운동관이 낳은 현실에 불과하다.

한석호 씨는 ‘노동운동가’ 중 조선일보가 가장 선호하는 인물이 되었다. 조선일보의 악랄한 노동관을 한석호 씨가 ‘노동운동가’의 이름으로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석호 씨가 말하는 노동자의 일방적인 양보는 자본의 일련의 공세와 노동자의 후퇴로 실현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대파논란에서 보듯 생활물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데 실질임금은 전반적으로 연거푸 후퇴하고 있다. 정규직들도 실질임금 후퇴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후퇴가 2차 노동시장에 있는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의 임금상승과 생활조건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도리어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의해 2025년 적용 최저임금 시간급은 2024년 9860원에서 고작 1.7%(170원) 인상된 1만 30원으로, 월급으로는 209만6270원(월 209시간 기준)으로 물가인상에 비춰보면 대폭 삭감이다. 그런데 한석호 씨는 노동약자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2차 노동시장의 노동자들이 겪게 될 빈곤과 생활후퇴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현실 사회주의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사회주의보다 자본주의가 우월하다고 간주하는 한석호 씨가 사회주의 전망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주의 전망을 포기한 한석호 씨가 자본주의 착취질서와 싸우지 않고 자본주의 내에서의 점진적 개량과 처우개선을 목표로 하는 베른슈타인식 개량주의 노선으로 전환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숱한 사민당과 노동당, 사회당 등 이름을 가지고 있던 개량주의 정당들은 급기야는 자본의 위기와 자본의 요구에 굴종, 타협해 노동자 삶의 점진적 개선과 개량을 포기한 채 자본주의 권력과 자본에 굴종하고 노동자계급을 배신하였다.

결국 전노협 출신의 ‘노동운동가’였던 한석호 씨가 개량주의 운동이 항상 그렇듯이 자본의 지배와 착취의 현실을 인정하고 종국에는 거기에 굴종하고 심지어 이 자본의 착취질서를 위해 악랄한 자본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변절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문성현, 김문수가 추악하게 간 길을 자본의 종인 한석호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누구를 위하여 종(從)은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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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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