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말하는 586 정치 기득권 세력 퇴출 발언이 실제로 의도하는 것
이범주
국힘당 비대위에 참여한 한 인사가 말하기를 “지금 최대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사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노인네’들이 국힘당의 최대 지지세력인 극우 보수성향 노인들을 지칭하진 않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대상은 아마도 지금 정치권에 남아있는 야권의 586 정치인들을 말하는 거라 보는 게 맞겠다. 그 인사의 말에 의하면 586 정치인들이 퇴출되고 젊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거다. 그 인사는 다만 정치인들의 연령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정치가 지향해야 할 목표와 견지해야 할 가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한동훈이 총선 출마 포기하고 국힘당 비대위원장 되어 날린 일성이 “586 정치 기득권 세력을 정치판에서 쫓아 내겠다”는 거였다. 사실 그건 말이고 그가 정작 박멸하고 싶어 하는 대상은 (세칭 586 정치인들이 한때 지향했다고 하는) 자주, 민주, 통일 그 자체일 것이다.
연령을 기준으로 정계에서 퇴출 운운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정치노선의 올바름, 정당성, 인민의지의 구현 가능성…등이 기준이 되어야지 왜 뜬금없이 연령을 말하는가. 나이 60정도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나이다. 나이 80이 되어도 인민들 권익과 지향을 정열적으로 대변, 관철할 수 있다면 정력적으로 일해야 하고 나이 30이라도 그 반대라면 정치의 장에서 단호하게 배격되어야 한다.
강남 출신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엘리트 검사되어 평생 꽃길만 걸어온 자가 개혁의 이름으로 ‘자주, 민주, 통일’의 가치를 조소하고 더 나아가 응징의 대상으로 삼는 세상이 되었다. 한때 말했던 그 가치들을 모조리 배신하고 오로지 일신의 안위와 출세 추구에 몰두해 온 야권의 세칭 586 학생운동 출신 인사들은 한동훈이 그리 말해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 대신 다들 저마다 다음 총선 준비에 전념한다. 그간 배신의 세월을 생각하면 할 말이 없기도 하겠다.
한번 생각해 보자.
미국의 일방적인 통제로부터 벗어나지 않고(자주), 노동하는 인민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존중되는 사회가 되지 않고(민주), 75년 동안 전 민족의 숨통을 조여 온 이 고통스런 분단을 종식시키지 않고서(통일)…이 나라가 단 한 발자욱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고통스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을까? 난망한 일이다.
남쪽…더 나아가 전 민족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유일한 출구인 자주, 민주, 통일의 가치가 금기의 대상, 국가보안법에 근거한 처벌의 대상으로 되어 꽁꽁 봉인되어 가고 있다. 이것이 한동훈이 말하는 “586기득권 정치세력 퇴출”의 진정한 의미다.
.
.
.
한 때 “진보적 지향을 가지고 현실 정치권에 진출”했던 걸로 간주되었던 586 학생운동 출신 정치인들도 기득권 세력에 완전히 녹아나 결국은 그들의 이익만을 대변, 관철하고 있다. 그들이 미국으로부터의 자주와 노동조건의 개선, 남북 사이의 평화와 궁극적인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 본 바 전혀 없다. 현실정치에 기대할 게 없는 것이다.
보이는 것만 보면 답답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 “한 줌 정치인들을 주로 보는 미시적 시야”를 거두고 노동하는 인민들…한 줌 가랑잎 배 같은 그 존재들 아래에서 거대한 부력으로 존재하는 인민들의 바다…그리고 미국의 일극패권을 뒤흔들며 전 세계 차원에서 광범하게 진출하고 있는 자주 지향 나라들의 움직임…으로 시야를 돌리면 전혀 실망할 일 아니다. 근본적, 전략적, 과학적, 당위적, 실천적, 실증적 관점으로 보면 결국 그 한 줌 존재들은 거대한 바다에 얹혀진 조각배 같은 존재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야가 컴컴해 보이지만 이리 생각하는 게 맞다고 난 생각한다. 결국은…마침내는…궁극적으로는…다 잘 되고야 말 것이다.
이 기사를 총 253번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