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오는구나, 우리 민족의 봄!
김 자현 시인
추운 겨울 걷혔느니 논갈아 보세 밭갈아 보세
새해 새날 왔으니
기미년 3월 1일처럼 우리 모두 일어나
수박들이 묵힌 게으름 묵정밭 갈아엎어 보세
풀 뽑기 싫다고 잡초와 어깨동무라니
제초제 뿌리고는 떨어질 낙 자에 올라 연 날리던 민주야
청산하지 못한 악귀들 세월 속에
속속들이 오염된 토지에서 어떤 먹거리 찾겠느냐
돈 공장에서 무 배추 길러 내겠느냐
범죄자 생산업체에서 쌀을 수확 하겠느냐
파종 늦으면 내새끼 목구멍도 장담할 수 없는 것
하늘에서 돌풍 냅다 불더니 불이 불로써 백두대간 삼키더니
화마가 휩쓸고 간 날에 우리
오천만의 가슴 죄 타버린 지난해 재 속에서 새순 나더니
임인년 지혜의 숲에서 계묘년을 향해 검은 토끼 떼 달려오는구나
기어코 오는구나, 우리 민족의 봄!
삼천리 팔도강산 토끼해에 삼월이 돋아나
슬픈 4월 안기는구나
하지만 현악기 줄을 고르던 악사도 팔을 걷고
살얼음 강 건너 떠꺼머리총각도 밭갈이 가세
심야가 가고서야 새벽이 오듯
올 듯 말 듯, 안 올 것 같아도 봄은 기어코 오는구나
얼씨구나 기름지게 간교의 묵정밭 갈아 엎어보세
북으로 남으로 동서로
한결같은 민족정기 모두 모아 일꾼들 철로를 깔고
평양역에 정차하여 대동강 맥주로 목축이고
블라디보스톡 거쳐 유라시아 횡단 철도를 깔자
대들보 기울어진 백 년의 누옥 여기저기
태평을 불평하던 거미줄까지
공포에 파르르 떠는 날 다가왔으나
기죽지 마소, 누가 뭐래도 우리가 삼천리 금수강산 평화 옥답의 주인일세
밭 갈아보세 논 갈아보세
기어코 오는구나 우리의 봄!
비단같이 잘 갈아 놓은 금전 옥답에
미친 멧돼지 갈팡질팡 휘젓고 다닌다고
문전옥답에 발이 달리겠느냐
삼천리 금수강산 누가 떠메 갈 수 있겠나
강도 같은 관리들에 쫓기고 쫓겨
산으로 산으로 파고들어 화전을 일구던 화전민같이
인마가 할퀴고 간 논과 밭
무너진 민주
결박된 자유 자빠진 공정과 뇌사에 빠진 상식 일으켜 세우고
오천만 명 농부들아 밭갈이 가세 논 갈러 가세
삼밭에서 콩밭에서 천수답까지
한 평에서 시작하여 삼천만 평 오천만 평
힘 좋은 노동으로 상식의 쟁기 맥이고
빈부격차 논 갈아엎고 공정의 삽질로 파종을 하면
산새는 소리 높여 자유와 평화를 노래하고
부지런한 농부 잔등을 다독이며
3월의 바람이 4월의 노래가 불평등 턱을 헐어
기울어진 마당을 반듯하게 메우면
우리는야 느무 좋아 막걸리 거르고 나물전에 삼색전이로다
엉덩이 팡파짐한 우리네 아지매야
새참 광주리 머리에 이고 우찔렁-껑충 7,8월의 논배미를 건너뛰면
누렁이 검둥이 뒤따라오는 황금 물결
오소 오소 어서 오소 한 민족은 모두 오소
광주도 온나 부산도 온나 평양도 개성도 다녀가소
한라에서 백두까지 감자바우에 충청이로다
모두들 둘러앉아 새참을 곁들이면
수고한 마을마다 탈곡기에 풍년의 계묘년 가을 털리는 소리
마을마다 팔도 곳곳마다
당산나무 아래서 착취와 갈취로 배를 채운 멧돼지 잡으니
푸짐한 안주로다 축제의 마당이로다
도리깨에 두들겨 맞은 콩꼬투리 투덜대는 평화로운 마을
팔천만이 꿈꾸던
평등 평화의 세상, 대동 세상이로다, 새천년이로다!
김자현/ 시인 소설가
최근 시집 <엿장수 엔니오 모리꼬네> 상재(上梓)
장편 해양소설 <태양의 밀서>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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