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산주의 운동의 첨예한 쟁점들1 – 22차 국제 공산당·노동당 대회를 중심으로
22차 국제 공산당·노동당 대회(IMCWP)가 지난 10월 27일-29일 간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성지인 쿠바 아바나에서 열렸다. 21차 대회에서는 만장일치로 2020년 11월 평양에서 22차 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북이 고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시점에 취소됨으로써 2021년 화상회의를 한 번 개최하고 2022년에 쿠바에서 열리게 되었다.
과거 국제공산당(코민테른) 대회가 다양한 전략 전술 논의를 통해 변혁운동이 풍부하게 발전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던 것처럼, 이번 국제대회의 논란, 쟁점들을 분석하여 자양분으로 삼는 것은 우리시대 혁명가들의 임무다.
이 대회에는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이자 쿠바공화국 주석인 미겔 디아스카넬(Miguel M. Díaz-Canel Bermúdez)도 참석했다. 쿠바 주석은 실무 그룹의 선언문 작성 작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쿠바 주석은 폐막식에서 “유럽에서 사회주의 진영의 비극적 소멸과 쏘련의 붕괴 이후, 그리고 초국적 자본주의의 힘이 강력한 국제적 전파 수단을 통해 단일 사상의 교리로 변함으로써 나타난 강력한 반공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쿠바에서 우리는 꿈을 꾸고 행동하며 무엇보다도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연설했다.
쿠바 공산당 회합에서 연설 중인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주석 |
이 대회에는 모든 대륙의 60개국에서 온 78개 공산당 및 노동당대표 145명이 참가했다. 23차 국제 대회는 터키 공산당 주최로 터키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 대회 최종 선언문은 “쿠바와 투쟁하는 모든 인민들과 연대하자. 단결한 우리는 더 강하다! 사회운동 및 인민대중 운동과 함께 반제투쟁에서, 자본주의와 그 정책, 파시즘과 전쟁 위협에 맞서, 평화, 환경, 노동자들의 권리와 사회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투쟁하자!”라는 제목으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맑스레닌주의 사상을 옹호하고 반제투쟁과 자본주의에 맞서는 투쟁과 민주주의 투쟁과 노동자계급과 전체 인민의 투쟁을 수호하기로 결의하였다.(위 공동 선언문 전문은
http://www.solidnet.org/article/22nd-IMCWP-Final-Declaration-of-the-22nd-International-Meeting-of-Communist-and-Workers-Parties/
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러나 이 대회 공식 선언문에서는 “제국주의의 간섭과 침략에 저항하고 정부와 인민에 대한 압력과 협박의 수단인 봉쇄, 제재, 일방적 강압 조치, 이중 잣대 정책을 거부하는 인민과의 단결을 강화한다.”라고 결의하였으나, 러-우 전쟁 이후 첨예화된 공산주의 운동 내부의 쟁점들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2차 대회는 “단결한 우리는 더 강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됐으나, 실제로는 국제 공산주의 진영이 크게 두 진영으로 갈라진 상태로 개최됐다.
러시아공산주의노동자당 측이 이번 대회 결과를 정리한 문서를 보면, 당시 대략의 첨예한 쟁점이 무엇이고, 그 쟁점을 대표하는 당들의 대표들이 어떠한 입장을 취했는지 상세하고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공산당(KPU)* 서기장인 페트로 시모넨코(Petro Symonenko)는 공개적으로 현 키예프 젤렌스키 정권이 파시스트 정권임을 강조하면서 그리스공산당(KKE)이 주도한 공동 성명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내부의 공산당들의 입장이나 의견을 사전에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고 폐쇄적인 상태에서 발표됐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사전에 당사자들의 입장이 충분하게 반영됐다면 내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그리스공산당 대표 참석자가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 우크라이나에서의 마이든 쿠데타 이후 들어선 페트로 포르센코 정권은 우크라이나 공산당이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단체를 지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였다. 이후 2015년 우크라이나 의회는 비공산화법을 통과시켰고 공산주의 상징물 공개와 선전물 배포를 전면 금지했다. 기관지 공산당 기관지 라보체예 가제타(노동자 신문)도 금지 되었으며 지도부를 포함한 많은 간부들이 경찰의 탄압과 극우 단체들의 공격을 받는 등 가혹한 탄압을 당하고 있다.
페트로 시모넨코(Petro Symonenko)가 이끄는 우크라이나공산당은 선거에 참가하는 것이 전면 금지되었고 재산몰수에 처해졌다. 2018년 10월 ‘급진당’ 소속 극우 우크라이나 의원은 페트로 시모넨코 서기장 살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19년 3월 31일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페트로 시모넨코 서기장이 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하는 것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젤렌스키 정권의 우크라이나 보안군은 지난 3월 6일 미하일 코노노비치와 우크라이나 레닌주의공산주의청년연합(LKSMU)의 지도자인 알렉산드르 코노노비치 형제를 친러시아 및 친벨로루시적 견해를 가졌다고 체포했다.(필자 주)
우크라이나 공산당 페트로 시모넨코 서기장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개입을 개시한 2월 24일에 긴급하게 발표한 그리스공산당 주도의 국제성명은 42개 공산당 및 노동당과 30개 청년 공산주의 조직이 참가했다. 이 성명의 주요 쟁점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본 공동 성명에 서명한 공산당ㆍ노동자당들은, 사회주의의 전복과 쏘련의 해체 이후 형성된 인민들의 비극적 상황의 결과들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에서의 제국주의적 충돌에 반대한다…
2. 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최근 사태들은, 그 나라의 시장, 원자재 및 수송망의 지배를 위한, 자본주의 러시아와의 격렬한 경쟁이라는 맥락에서의, 미국, 나토 그리고 유럽연합의 계획과 그 지역에 대한 그들의 간섭과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일들은,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것”, “자위(自衛)”, 그리고 “그들의 동맹을 선택”할 자신의 권리, 즉 국제연합 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규범의 준수, 또는 파씨즘을 낳고 이용하는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그것을 의도적으로 분리하며, 사실이라 주장하고 있는 “파씨즘”과 같은, 그들 자신들의 구실들을 홍보하며 충돌하고 있는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해 은폐되어 있다…
4. 처음에는 돈바쓰의 소위 “인민 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하고, 그 다음에는 계속해서, 러시아의 “자위”,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및 “탈파씨즘화”라는 구실 아래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으로 나아간 러시아연방의 결정은, 그 지역의 인민 또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내려진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그리고 그들의 서방 독점 기업들과의 격렬한 경쟁에서, 러시아 독점 기업들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내려진 것이었다.(“우크라이나에서의 제국주의 전쟁을 반대한다! – 자본주의의 전복을 위하여, 제국주의 전쟁에 맞선 계급 투쟁의 강화를 위하여, 사회주의를 위하여, 독점 기업과 부르주아 계급에 맞선 독자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와 노동 제180호, 2022년 4/5월])
이 성명에서 국제공산주의 운동진영 내에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분열상을 드러내게 되는 이유는 전쟁의 성격과 제국주의에 대한 규정 및 국제적 주요모순, 자주성, 파시즘에 대한 인식의 문제 때문이다. 이 성명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제국주의 전쟁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전쟁의 성격이 무엇인지, 누가 제국주의인지를 둘러싸고 첨예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공산당은 미제와 나토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제국주의라고 규정(심지어 그리스공산당은 중국조차도 제국주의라 규정하고 있다.)하면서, 이 전쟁이 자원, 시장통제, 지정학적 이점을 획득하기 위한 ‘두 도둑’ 제국주의 사이의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제국주의 사이의 경쟁과 전쟁으로 인해 수천 명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살해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특히 러시아의 공산주의자들이 제국주의 간 전쟁에서 독자성을 취하지 못하고 러시아 푸틴 정권과 부르주아의 편을 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이 공동성명에 반대하는 러시아공산주의노동자당(RCWP)도 러시아를 초기 형태의 제국주의라고 규정하지만, 이번 전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를 대리로 내세운 서방 제국주의자들이 주로 책임이 있으며 러시아는 서방 제국주의에 대해 방어전을 치르고 있고 돈바스의 자결을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조직이 이 전쟁의 방어적 성격을 인정하면서도 러시아를 제국주의라고 규정하는 모호함, 돈바스의 자결권을 위한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지지하면서도 그것이 돈바스에 한정해야 한다는 점* 등의 모호한 입장으로 인해 그리스공산당 등에게 비판꺼리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 러시아공산주의노동자당은 전쟁을 돈바스 방어에만 한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초기 러시아는 키에프로 진공하다가 실패하고 지금은 전선이 돈바스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동격서의 전략적 고려라고 평가하기도 하고 실제 서방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키예프까지 전선을 펼칠 군사적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등 평가가 엇갈린다. 그런데 이 전쟁에서 돈바스 인민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부의 인민들까지 막대한 희생을 당하기 때문에 원론적으로는 이 주장이 맞을지 모르지만,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주장이다.
교전하는 세력 간 격렬한 전쟁에서 돈바스만 방어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해서는 전쟁을 벌이지 않는 그런 그림 속의 전쟁은 가상의 전쟁이다. 왜냐하면 러시아와 돈바스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하는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은 서방 제국주의 지원을 받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거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호불호의 문제, 인위적으로 선택하고 분리할 문제가 아니다.(저자 주)
이번 22차 국제대회에서 그리스공산당이 주도한 국제성명에 반대하는 입장은 이 전쟁은 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돈바스의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입장으로, 미제국주의와 나토제국주의자들이 젤렌스키 파시스트 정권을 내세워서 러시아를 포위하고 돈바스 자결권을 부정하면서 벌어진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은 미제와 나토 제국주의자들이 파시즘을 국제적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이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대리전에 맞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회에서 브라질 공산당 대표는 “파시즘을 진압하려는 러시아연방의 행동은 지지되어야” 하고, 시리아통합공산당 대표는 “부르주아 러시아가 패배할 경우 세계가 암흑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탈로니아 공산당 대표는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대신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초강대국이 되려는 러시아 민족주의의 야망이 있지만 돈바스 사례처럼, 위선적으로 유럽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 나토가 주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반면 오스트리아 공산당의 경우에는 제국주의 간 전쟁에서 어느 편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을 했고, 벨기에 공산당의 경우에는 미국이 주요 제국주의라는 논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여기에 벨기에 노동당의 경우에는 러시아의 행동은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이고 국제법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 대회에는 중국, 조선, 베트남 대표들도 참여했는데, 이들은 쿠바를 지지하고 자신들의 사회주의 건설에서의 성공적 경험에 대해 발표했지만, 우크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평가를 회피했다.
이들 사회주의 국가들 집권당 대표들이 우크라이나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나 언급을 회피한 이유는 아마도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단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미 중국 공산당은 미제에 대항해 러시아와 전략적 행보를 같이 하고 있으며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반대로 러시아는 대만에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쿠바 역시 명시적으로 이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지는 않으나 미제국주의와 서방 제국주의가 전쟁의 원흉이라고 규탄하며 러시아와의 선린우호 관계를 강화해 가고 있다. 쿠바 공산당은 기관지 그란마(Granma)에서 다음과 같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구 자본주의 헤게모니 세계에서 모든 전쟁 행위는 연관돼 있는 것이 아니라 고립되어 묘사된다. 유고슬라비아의 분단, 코소보의 분리,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ISIS, 시리아,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리비아, 예멘은 모두 미국과 NATO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각각의 사건에 대해 ‘NATO’ 제국주의의 이데올로기적 기구는 가해자인 침략자가 다른 사람인 이야기를 만들었다.(우크라이나 분쟁을 넘어서, 2022년 3월 4일)
조선에서는 이미 이 전쟁을 “미국은 동맹국들을 결집시켜 우크라이나에 많은 용병을 파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군사 장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싸우게 하여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세계 패권 전략을 실현하려는 게 미국의 목표입니다. 미국이 초래한 엄중한 사태를 목격한 국제사회는 누가 전 세계의 안정을 어지럽히는 전쟁 주범이자 평화 파괴자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2022년 3월 23일)라며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더욱이 조선은 돈바스 두 공화국의 러시아연방 참여 국민투표 이후에 이 두 공화국을 공식 승인했을 뿐만 아니라 재건 사업에 공식 참여하기로 결정까지 했다. 우크라이나는 즉시 북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지난 7월 13일 모스크바에서 올가 마케예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대사에게 승인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
이 대회에 참가한 당들 중 일부는 이전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에 대해 그리스 공산당이 주도한 국제공동성명에 반대하는 국제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세계 인민들의 눈앞에서 자본주의의 전반적인 위기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점점 커지는 모순에 대처할 수 없는 제국주의는 인류에게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제국주의는 점점 더 큰 도발과 갈등에 의지한다. 제국주의의 행동은 새로운 세계 대전과 핵무기 사용을 위협한다.
실제로 계급, 국가 또는 국가의 무장 투쟁으로서의 전쟁은 돈바스 인구에 대한 키예프 나치의 징벌 작전이 시작된 2014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모국어 러시아어로 말하고 싶었고 나치 파시스트 공범을 영웅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소련 기념물 파괴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살해되었다.
오늘날 미국이 이끄는 나토가 히틀러의 동맹국인 반데라의 우크라이나 추종자들의 손을 통해 조직하고 지시하는 50개 이상의 약탈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파시스트 확장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용병 형태의 인적 자원을 포함하여 세계 자본의 정치적, 재정적, 경제적, 군사적 자원이 결합되어 러시아의 억압과 해체에 투입된다. 거대자본의 특징인 경쟁자를 제거하고 세력권을 재분할하는 과제는 유럽을 중심으로 해결되고 있다. 추구하는 목표는 파시즘을 적극적이고 노골적으로 활용하여 21세기 미제국주의의 세계패권을 확립하는 것이다.
공산당 및 노동자 정당은 러시아 군대의 지원을 받는 돈바스 노동 인민의 정당한 반파시스트 투쟁에 연대한다. 우리는 외교 정책에서 파시스트적 방법을 사용하는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합니다. 이 미국 제국주의는 나토 국가들의 직접 참여로 꼭두각시 부르주아 민족주의 우크라이나 정권의 손을 통해 실제로 러시아를 패배시키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가 세계 노동운동의 이익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리비아의 운명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임을 선언한다. 반동은 새로운 질서를 확고하고 영구적으로 확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러시아는 나치즘과의 전쟁에서 패할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유럽연합(EU) 및 나토(NATO) 국가에서 파시즘, 반 소비에트주의 및 루소포비아(러시아혐오증 Russophobia) 정책에 대한 단호한 항의를 선언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나치의 손에 의해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나토(NATO)의 침략에 항의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공산주의자들과 전체 근로자들과의 단호한 연대성을 표명한다. 우리는 다시 떠오르는 있는 파시스트 흑사병에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맞서 싸울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다.
공산주의자들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자본주의를 종식시킴으로써만 파시즘과 세계 핵전쟁의 위협을 영원히 종식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이 투쟁에 우리의 모든 활동과 삶을 바칠 것이다.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독점과 부르주아 계급에 맞서고, 자본주의를 전복하기 위해,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계급투쟁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주의를 위해 자주적 투쟁이 필요하다!”, 2022년 10월 28-29일 쿠바, 아바나)
이 선언에는 이 전쟁의 상당수 직접 당사국 공산당들인 우크라이나공산당과 우크라이나노동전선, 루한스크인민공화국공산주의노동자조직, 돈바스노동자전선과 러시아연방공산당 및 러시아공산주의노동자당, 러시아노동당 등을 위시로 전 세계의 29개 공산당 및 노동당이 참여했다. 직접적 이해당사자들 중 우크라이나공산주의연합(Union of Communists of Ukraine)은 그리스공산당 중심의 서명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한바 있다. 러시아공산주의노동자당은 이 당의 지도자였던 지난 9월 3일 타개한 타밀라 야브로바(Tamila Yabrova)가 타계한 뒤 이 당이 내홍에 빠지고 입장이 후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그리스공산당은 대회 이후에 우크라이나공산주의연합이 제출한 결의문에 자신들이 지지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참고로 이 결의문에는 SolidNet에 참가한 24개 나라 공산당 및 노동당과 그 밖의 3개당이 공동 서명했다.)
우리는 그리스공산당이 지지한 우크라이나 공산주의자 연합이 제출한 결의안의 마지막 단락으로 답변을 대신한다.
전 세계의 공산주의자들이 부르주아나 부르주아 국가들의 다른 블록을 지지하기 위해 부르주아 국가의 정부 뒤에서 꽁무니 역할을 하거나 부르주아의 민족적 이해에 복무하는 것은 수치스럽고 범죄적인 일이다.
우리의 불변의 임무는 제국주의 전쟁이 노동자의 해방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를 더욱 노예화한다는 사실을 전 세계 노동자들이 깨닫도록 돕는 것이다. 제국주의 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은 지배계급 사이에 동맹이 없고 적만 있다. 그들의 친구는 국적에 관계없이 프롤레타리아일 뿐이다. 공산주의자들의 의무는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자본주의 자체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종식시키는 것은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이 숭고한 대의를 위하여 전 세계의 공산주의자들은 프롤레타리아와 단결하라!(엘리세오스 바게나스 그리스공산당 중앙위원·국제관계부대표, “제22차 국제공산당대회에서의 사상-정치적 대결과 ‘반러’, ‘친러’ 정서에 대한 ‘간계’에 대하여”, 2022년 11월 26-27일)
앞의 국제 공동성명은 앞서 그리스공산당을 위시로 한 국제공동성명과 이 전쟁의 성격과 방향에 대해 판이하게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국제공동성명이 직접적인 이해당사국 당들이 주도한 성명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 분쟁의 역사적 성격과 구체적인 진행상황에 대해 이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이 전쟁이 자신들의 대의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공산당 중심의 공동 성명은 돈바스 공화국의 독립과 러시아의 자위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탈파시즘화는 실제의 사실이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병합하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단지 “구실”에 불과하다. 이 공동성명이 돈바스의 인민공화국들 앞에서 “소위”라는 ‘부사’를 붙이고 “자위”(자주), “비무장화”, “탈파씨즘화”에 대해 인용부호를 달면서 부정하는 것을 주목해 보기 바란다.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서 파괴된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 위에 쏘비에트 깃발이 게양되어 있다. |
반대로 이 공동성명은 이 전쟁이 미제국주의와 나토 제국주의의 세계패권을 위한 전쟁이며 이들 제국주의 국가들은 -나중에 “파시즘의 수출” 문제에서 상세하게 분석하겠지만- “외교 정책에서 파시스트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전쟁에서 러시아의 패배는 서방 제국주의자들과 우크라이나 파시스트들의 승리이고, 러시아가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리비아의 운명을 되풀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에서 간헐적으로 입장을 밝혔지만, 이제 러-우 전쟁의 진짜 성격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보론]
그리스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이미 4월 23일 “우크라이나 제국주의 전쟁 러시아연방공산당의 입장”에서 이번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연방공산당이 친정부, 즉 친러 제국주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가 있다.
이에 대해 2022년 5월 16일 러시아연방공산당(CPRF) 국제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는 신나찌주의와 싸우고 있다! 그리스공산당 국제부의 성명에 대한 의견”에서 이를 정면 반박했다.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반박 성명은 전쟁과 관련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주목할 만하다.
이 전쟁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주장하면서 그리스 동지들은 “시장을 위한 투쟁과 외국을 약탈하기 위한 자유를 위한 투쟁,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운동과 민주주의를 억압하려는 투쟁”이라는 레닌의 잘 알려진 명제에서 출발한다… 동지들은 … 특히 순전히 제국주의적인 정복 전쟁이었던 제1차 세계 대전을 가리킨다. 그러나 도그마는 제쳐두고 모든 전쟁에는 고유한 특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전쟁과 관련하여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는 맑스주의자의 임무는 그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제국주의 전쟁 외에도 파시즘과 나치즘이 정치현상으로 등장한 20세기 중반에 널리 퍼진 민족해방전쟁과 반파시스트전쟁이 있는데 10월 혁명의 영향으로 민족해방투쟁이 격렬해졌기 때문이다…
2014년 2월 미국과 다른 나토(NATO) 국가들의 직접적인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정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합법적인 정부는 전복되었다. 네오 나치가 권력을 잡았다. 이후 미국은 정권교체(레짐 체인지) 준비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약 5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누구도 그렇게 막대한 액수를 쓰지 않을 것이다.
쿠데타의 결과로 극단적인 민족주의, 반유대주의, 반폴란드, 루소포비아(러시아혐오증) 및 반공산주의 정서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서부 우크라이나, 갈리시아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의 강제 동화가 시작되었다. 러시아어 금지와 학교 교육을 러시아어에서 우크라이나어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사람들은 팔짱을 끼고 일어났다.
2014년 5월 11일 국민투표에서 인민의 87%가 독립을 선택했다. 따라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 공화국은 크렘린의 지시가 아닌 대중 주도로 형성되었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여러 번 실패한 후 키예프 나찌는 테러에 의지했다. 8년 동안 지속된 중포격으로 거의 14,0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부상당했다. 인프라가 심하게 손상되었다.
긴 8년 동안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돈바스에서 러시아인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극도의 평정심을 가지고 바라보았고, 이는 키예프 정권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정당화했다.
오늘날 유럽연합과 미국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삼는 것이 이른바 자유투사들의 일상이 된 사실을 외면한 채, 전쟁에서 고통 받는 인민들을 묘사하는 전대미문의 위선을 보이고 있다…
맑스주의 이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은 그리스 동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제국주의 전쟁으로 묘사될 수 없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돈바스 인민들의 민족해방전쟁이다. 러시아의 관점에서 그것은 국가 안보에 대한 외부 위협과 파시즘에 대한 투쟁이다….
반데라이트 정권은 8년 동안 이 전쟁을 준비해왔다. 군인들은 루소포비아 계급의 정신으로 끊임없는 이데올로기 세뇌를 당했다. 강력한 요새가 만들어지고 군대에 최신 무기가 제공되었다.
제국주의적 지정학적 목표에 따라 미국은 점차 우크라이나를 군사적 이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우크라이나를 “마지막 우크라이나 군인까지” 러시아와 싸우기로 결심한 나토 선봉으로 만들었다.
이르면 2021년 12월 러시아는 미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방 비확대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미국인들은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2022년 1월 러시아는 이런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4개의 원자력 발전소와 상당한 과학기술적 잠재력을 가진 우크라이나는 자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펜타곤의 후원 아래 우크라이나는 세균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30개 이상의 실험실을 설립했다. 이 실험실이 치명적인 질병의 특히 위험한 박테리아를 연구하고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파하는 방법을 조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문서가 있다.
이 모든 것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된다.
이것은 모두 제국주의 간 모순이나 시장과 자원에 대한 투쟁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된다. 계급적 문제의 민족적 요소와 민족적 문제의 계급적 요소를 보지 못하는 것은 교조주의의 영역으로 이끈다…
우크라이나의 천연 자원과 산업 잠재력을 장악하기 위해 러시아 부르주아지의 이익을 위해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 동지들은 전쟁의 본질에 대한 레닌의 말을 역사적 맥락을 거세하고 끄집어낸다.
그러나 러시아 지도부가 우크라이나를 미리 장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처음부터 러시아 지도부는 돈바스 인민공화국 형성에 대한 국민투표를 지지하지 않았다…
1991년 이후 우크라이나의 산업과 자원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독점에 의해 과도하게 착취당했다. 러시아 과두정치는 서구의 이해관계에 있는 “파이 나누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더욱이 러시아 과두 정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에 반대했다. 그것은 세계 과두정치에 통합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이미 러시아의 친서방 지향을 보존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하는 서방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러시아 과두정치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작전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 그들은 제재를 받았고 그들의 궁전과 요트를 빼앗기고 은행 계좌가 동결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30년 동안 러시아를 약탈하고 이제 전리품을 빼앗긴 사람들에 대해 조금도 동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러시아 과두정치가 군사작전에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이 작업을 지원하지 않음으로써 대기업은 재산과 돈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지배 엘리트 내에서 영향력을 잃었다.
어떤 계급 세력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사작전의 가장 맹렬한 반대자였는지 주목하기 바란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큰 독점 자본, 자유주의 환경의 정치적 대표자, 소위 지식인 사이의 “창조적” 하수인이었다.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을 보호하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백 명의 공산당원들이 이 공화국 군대의 일원으로서 나치와 싸우고 있다. 이 투쟁에서 수십 명의 공산주의자들이 사망했다. 러시아연방공산당은 지난 8년 동안 13,000톤의 인도적 지원을 실은 93대의 호송대를 이들 공화국에 보냈고 휴식과 치료를 위해 러시아에 온 수천 명의 어린이를 수용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러시아연방공산당은 러시아 지도부에 돈바스의 독립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솔직히 우리는 그리스 동지들이 돈바스의 “소위 인민공화국”에 대해 경멸하는 말을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들은 반데라주의자 나찌들의 은밀한 침략에 맞서는 암울한 저항의 8년 동안 수천 명의 민간인과 군인의 생명을 희생하여 공화국을 방어했다…
우리는 러시아인과 수세기 동안 러시아인, 특히 우크라이나인과 벨로루시인과 함께 살았던 다른 민족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국제주의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기에 “러시아 세계” 또는 러시아 문명의 역사적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 문명의 위대한 의미를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불합리하다. 마놀리스 글레조스(Μανώλης Γλέζος)*가 아크로폴리스 꼭대기에서 나치 깃발을 찢을 때 그는 계급적 이익뿐만 아니라 독일 점령에 맞서 단호한 투쟁을 시작한 그리스인들의 국가적 자부심에 이끌렸다…
오만방자하게 ‘세계공동체’를 표방하는 서구 정치인들과 언론은 유럽의 역사를 직접 체험한 아시아·아프리카·중동·중남미 주요국인 신나치 편을 노골적으로 편들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신식민주의는 우크라이나 사건을 미국 주도의 단극 세계에 대한 러시아의 투쟁으로 보는 것이 지극히 옳다.
지구 인구의 60%가 거주하는 국가들은 러시아 작전을 지원하거나 중립 입장을 취한다.
1941년에 히틀러 연합의 일원으로서 우리나라에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만이 공격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들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나치 군부 체제의 부활에 크게 기여한 미국과 영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이다. 오늘날 러시아는 다시 파시즘과 유럽과 미국에서 파시즘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싸우고 있다.
마놀리스 글레조서의 생전 모습 |
* 마놀리스 글레조서는 그리스의 좌익 정치가, 언론인, 작가, 민중 영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저항군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1941년 5월 31일 새벽에 그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게양돼 있는 독일 파시즘의 깃발을 제거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나치 정권에 의해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사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리스내전과 내전 이후에도 그는 투옥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오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30일 97세 나이로 타계했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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