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먹고사는 광기어린 나라, 미 제국주의 -김남기의 <반공주의가 외면하는 미국 역사의 진실> 을 읽고

은영지(평화 활동가)

 

* 이 글은 [전선] 136호에 실린 글이다. 저자의 동의를 구하고 이 글을 싣는다.
소시민으로 살다보니 경찰서 갈 일이 없던 내가 성주경찰서에 출두하라는 요구서를 받았다. 소성리에서 사드철거투쟁하는 과정에 불법사드기지로 들어가는 공사차량을 막으려고 길 위에 퍼질러 앉아 있었다고 성주서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소환장을 보낸 것이다. 사드투쟁하는 지킴이들이 지금 줄소환장을 받고 있다. 정말 어이가 없는 건, 평화지킴이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화롭게 살 권리’, ‘행복추구권’이라는 소중한 헌법적 가치를 실천했을 뿐인데 한참 아랫쪽에 있는 일개 도로교통법을 들먹이며 우리의 입을 틀어막고 짓뭉개고 있는 것이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있다. 조용히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소성리 주민과 지킴이들을 하루 아침에 ‘투사’로 만들고 ‘범법자’로 만든 이 땅의 위정자와 사악한 나라 미국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만큼 호전적인 나라도 없거니와 내로남불식으로 전쟁의 명분을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워 핍박하는 파렴치한 종자들도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미국이 저지른 전쟁범죄와 추악한 민낯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한반도를 위기에서 구해준 나라라고 착각하며 노예 노릇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무지한 자들이 더 많다. ‘반공’이라는 집단 최면에 걸려 전 세계 민중에게 총질하고 다니는 미국에 대해 비판의 날을 들이대면 그 어떤 합리적 설명도 토론도 불가능하다. “너희들 전쟁을 겪어봤어? 배고픔을 알아?”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식’의 공격을 받기 일쑤였다.

집단적인 반공의식과 판단력이 마비된 미국 숭배 분위기에서 미국의 본질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는데 최근에 반가운 책이 나왔다. 청년 활동가 김남기가 쓴 <반공주의가 외면하는 미국역사의 진실>이라는 책이다. 80년대 청년시절 반미의식에 눈을 뜬 ‘나’였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미국에 대해 몇몆 단편적인 자료들을 읽은 게 전부였다. 그러나 저자가 미국의 총체적인 역사를 민중적이고 좌파적인 시각 (혹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시각)에서 정리하고 해석하여 좋았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부터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이르기까지 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분노하는 마음으로 미국을 공부했다.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원주민의 삶의 터전을 짓밟고 인종 청소를 하면서 세워진 미국이라는 나라는 지금까지 245년 동안 227년간 쉬지않고 전쟁을 벌여왔다. 이쯤되면 미국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 사이코패스라는 집단 광기에 사로잡힌 패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어릴 때 학교에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진취적이고 영웅적인 행동이라 배웠다. 가난하고 무지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일깨워 문명사회로 이끌었다는 거짓 교육을 받았고, 그걸 믿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콜럼버스의 약탈행위를 알게 되었고 ‘신대륙 발견’이라는 말 자체도 기만적인 언어라는 걸 깨달았다. 인디언들이 오랜 세월 평화롭게 살아온 자유로운 그 터전을 저들은 ‘신대륙’이니 ‘발견’이니 지껄이면서 원주민을 ‘타자화’ 하기에 바빴고 미국의 눈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제국주의적이고 침략적인 논리를 세상에 퍼뜨렀던 것이다. 기껏해야 ‘해적’이고 ‘도적’에 불과한 콜럼버스 같은 무리들이 원주민들을 괴롭힌 행태는 상상을 초월했다. 노예로 팔아먹거나 금광을 찾아오라고 명령하고 임무 완수를 못하면 두 발을 잘라 죽이는 등 잔혹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아이티 원주민 25만 명 가운데 절반이 2년동안 학살과 수족 절단, 자살로 목숨을 잃었으며 다른 원주민들의 피해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2009년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은 10월12일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 저항의 날’로 바꿈으로써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고자 했다. 그의 발언을 보자.

“콜럼버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침략과 학살의 선봉이었다. 베네수엘라인들과 중남미인들은 콜럼버스를 존경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의 침략자들이 원주민 수백만 명을 학살했습니다. 1492년 당시 1억 명이었던 원주민이 150년 뒤에는 300만 명으로 줄었는데, 원주민을 10분에 1명꼴로 학살한 것입니다.” (34쪽)

이렇게 원주민 학살과 이후 500만 명에 이르는 아프리카 흑인 노예 매매와 착취를 거리낌없이 자행하여 1776년 독립선언 전까지 식민지 미국의 경제가 급격히 성장했다. 그게 다가 아니다. 1800년 무렵까지 1000~1500만 명의 흑인들이 아메리카로 끌려오는 바람에 근대 문명의 한 세기 동안 아프리카는 거의 5000만 명의 인구를 죽음과 노예제에 의해 잃었다.(41쪽 참조)
미국이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독립혁명 과정에 내건 자유와 평등이라는 슬로건은 하루 15~16시간 이상 고된 노동을 하며 죽을 때까지 채찍질 당하는 노예들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독립선언서가 밝힌 자유와 평등, 인간애는 기만이고 사기술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이 인디언들을 학살하며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 벌인 또 하나의 추악한 행위 중의 하나가 멕시코 전쟁이었다.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멕시코는 현재의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 유타주, 네바다주, 애리조나주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의 광대한 영토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미국이 빼앗을 욕심으로 양국간 국경선을 리오그란데강으로 하겠다고 우기다가 여의치 않자 멕시코에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른다. 미국의 이선 앨런 히치콕 대령의 기록이 멕시코 전쟁의 본질을 잘 드러냈다.

“나는 처음부터 미국인이 침략자라 했다. (중략) 정부는 전쟁을 도발할 목적으로 소규모 부대를 파견한 듯하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이 나라 (멕시코)의 많은 땅을 빼앗을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군인이라 어쩔 수 없이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신세다.” (67쪽)

시인 월트 휘트먼의 말처럼 “팽창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박살내는 방법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멕시코를 침략, 무차별 포격을 가하여 도시들을 죄다 파괴하고 민간인을 대량으로 살해하자 결국 멕시코는 항복을 선언, 자신의 영토를 55%나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힘없는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명분없는 땅뺏기 놀이에 가속도가 붙은 미국은 중남미의 쿠바를 식민지로 만들어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쿠바혁명을 완수할 때까지 60년간 지배해왔다.

미국의 야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하와이, 괌, 푸에르토리코을 병합시켰고 아이티,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브라질, 니카라구아, 에쿠아도르 등 중남미 국가들을 직접 침략하거나 쿠데타를 사주하거나,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며 사실상 지배했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 미국 침략에 저항하는 필리핀인을 인간 이하의 생물로 간주하여 무차별 학살, 하루만에 필리핀군을 3천 명 사망케 했고 미국-필리핀 전쟁에서 60만 명에서 100만 명을 학살했다. 그 현장에 인천상륙작전으로 조선땅을 초토화 시킨 더글러스 맥아더와 그 아버지도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이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의 맹주국으로 군림하게 된 계기는 제1차,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였다. 제국주의의 식민지 쟁탈전이었던 1차 대전 후반에 참전한 미국은 독일과 전쟁을 치르던 1917년 6월 ‘방첩법’을 통과시켜 군복무를 거부하면 최고 20년 징역형을 때렸고, 제국주의 전쟁을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를 포함한 시민들을 체포, 구금했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도 서유럽에 국한된 것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나라들과 승전국 식민지 백성들에겐 자결권이 없었다. 1차 대전이 미국에게 제국주의 국가로 부상할 기회가 됐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미제국주의가 국제무대로 무한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곳곳에 수많은 군대를 주둔시킬 수 있었고 냉전시기 소련과 경쟁하면서 제국주의 침략을 확장해 나갔다.

미자본 제국이 자행한 다른 모든 전쟁과 마찬가지로 악랄함의 극치를 보여준 전쟁으로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꼽을 수 있다.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마자 한반도를 분단시켜 점령군으로 들어와 한국전쟁의 원인제공자가 된 미국이 남북한 땅을 무차별 폭격, 수백만 명의 민간인을 죽였다. 특히 이북지역에 폭격기와 네이팜탄, 세균무기를 가리지 않고 퍼부어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았을 정도로 나라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래놓고 미국은 한국 전쟁을 ‘잊혀진

전쟁’으로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스탈린과 북한의 김일성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전쟁으로 왜곡하고 전 세계에 반공의식을 주입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 역시 깡패국가 미국의 진면목을 드러낸 전쟁으로 저자는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쓴 <미국민중사>의 감동적인 구절을 인용했다.

“1964년~1972년까지, 세계에서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가 작은 나라의 혁명적 민족주의 운동을 파괴하기 위해 원자탄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적 노력을 기울였고, 패배했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싸웠을 때 그것은 조직화된 현대의 테크놀로지와 조직화된 인간 사이의 싸움이었으며, 결국 인간이 승리했다.” (186쪽)

건국 이래 최초로 패배한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은 2차 대전때 연합국이 사용한 폭탄의 4배에 이르는 800만 톤의 폭탄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나 혁명을 실행하는 국가, 혹은 미국에 저항하는 국가에 대해선 어김없이 파괴 본능을 드러냈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아프간, 무자헤딘, 탈레반, 이슬람국가, 알카에다 등 미제가 석유를 약탈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침략하거나 지원했던 중동 국가나 무장단체도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베트남, 필리핀, 한국 뿐만 아니라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인민을 학살하거나 부패한 자들을 꼭두각시로 내세워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무기를 강매하거나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막가파식으로 침략야욕을 드러내는 미국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 책은 잘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문제였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와 자본주의 체제는 생산력과 이익의 증대를 위해 끊임없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소외시켜야 한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살상무기도 개의치 않았고 무기 소모를 위해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야 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며 그래서 근대 이후 파괴적인 전쟁은 잠시도 멈출 날이 없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호황을 맞았고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세계 최강의 부를 누리게 된 미국은 전체 인민 소득의 50% 이상이 전쟁이 일어나야 생존이 가능한 군산복합체 국가가 되었다. 이렇게 전쟁으로 먹고사는 미국은 끊임없이 최첨단 무기를 생산해 분단국가인 한국 같은 나라에 떠넘겨 천문학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 미국에겐 반공이데올르기가 전쟁장사, 살인장사를 하는데 더없이 고마운 밑천이었고 집단 반공의식에 매몰된 한국은 미국의 상술에 호구가 되기 딱 안성맞춤이었다.

세계 패권을 위해 성주 소성리에 사드를 배치해도 이 나라 정부는 미국에 저항은 커녕 장단을 맞추고 있으며 윤머시기라는 얼빠진 대통령 후보는 사드를 군사주권이라고 씨부렁거리고 있다. 수시로 들이닥치는 군인과 경찰들 때문에 고통당하는 소성리 주민들과 지킴이들과 함께 하면서 모진 핍박을 받던 인디언들의 아픔과 겹쳐지고 서러움이 밀려온다. 전쟁광 미국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숨통을 트고 살 민중이다.

이 땅의 노동자 민중은 지난 76년간 자주와 평화, 민족의 대단결을 위해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폐기!’를 외치며 가열차게 투쟁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한미당국은 사드 성능개량과 추가배치를 강행하고, 문재인 정부는 역대급 군비증강과 전쟁무기 도입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12월 초에 열릴 한미안보협의회 (SCM)에서 우리의 군사주권을 미국에게 맡기는 ‘한미국방워킹그룹’ 설치를 논의한다고 한다.
한미당국은 한반도 이남을 대중국 포위전략의 전초기지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 지난 11월 27일 ‘2021 반미자주대회’ 열어
” 민중과 민족이 나아갈 길은 반미밖에 없다”는 것을 결의하였다. 반미자주투쟁만이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앞당기고, 친미사대와 예속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걸 확인하는 감동적인 자리였다.

이 책은 미국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벌인 전쟁과 침략행위에 대한 상세한 기록물이다. 평화를 이야기면서 광기어린 전쟁을 벌여왔고, 인권이니 정의를 내세우면서 약소국가의 민중을 학살해온 미국의 실체를 이보다 잘 드러낸 책은 없으리라 본다. 반드시 읽고 미자본 제국의 광기와 폭력성을 제대로 알아내고 우리 안의 반공주의를 극복하여 사회주의 혁명과 노동해방 세상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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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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