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동자정치협회 성명 3/26]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남의 깃발을 접고 우리들의 자주적 요구를 선명하게 내걸자!

1.  “4.15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구호는 누구의 구호인가?

토착‘왜구’라는 배외주의적 표현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4.15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구호는 몰계급적인 구호다. 이 구호는 직접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한국자본주의 내부의 권력과 자본과의 모순을 일본이라는 국가와의 모순으로 돌리는 국가주의, 애국주의 요구다. 왜냐하면 한일전이 총선의 요구라는 것은 한국 대 일본이라는 국가 대 국가의 대결 속에서 자본과 권력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인 요구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요구는 일본이 역사문제를 가지고 수출규제를 하는 것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담겨져 있기는 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한국자본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기회로 삼았다. 이를 위해 규제완화와 탄력근로제 확대의 기회로 이용했다.

문재인 정권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 일제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거세지자 한일군사정보협정 체결 거부를 하는 척 했으나 결국 이조차도 미일한 동맹의 약화를 우려한 미제국주의의 요구대로 협정을 다시 연장하는 기만적 조치를 자행했을 뿐이다.

반북전쟁동맹인 미일한 동맹을 숭배하면서 한일 간 역사문제를 청산한다는 것은 정치적 기만에 불과하다. 미일한 동맹을 숭배하면서 한일 간 대립을 부각시키는 것은 제국주의와의 협조, 종속이라는 정치적 현실을 은폐하는 정치적 책략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다”는 요구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요구가 될 수 없다.

이 요구는 오로지 한일 간, 더 나아가 한미일 간 역사적 문제를 가지고 민중을 호도하여 총선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이해에 복무하는 요구일 뿐이다.

2. ‘박근혜 국정농단세력 척결’은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 요구인가?

“4.15 총선은 한일전이다”는 요구와 함께 “박근혜 국정농단세력 척결하자!” 역시 특정 부르주아 분파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구호로 전락했다. 이 구호가 적절했던 시기는 박근혜가 권력을 잡고 박근혜 퇴진 투쟁이 전개될 때다. 지금 이 요구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이해와 요구에 일치하는 요구가 돼버렸다.

‘적폐청산’ 요구에서 ‘적폐’는 무엇인가? 한국사회의 역사적, 구조적 모순을 말한다. 이 역사적, 구조적 모순은 분단적폐, 제국주의 적폐, 재벌적폐, 언론적폐, 반민주 악법, 노동악법 및 파쇼적폐 기구, 검경적폐, 친미친일 지식인 적폐 등이다. 이런 적폐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은 반민주적, 반통일적, 반인민적 조치를 강화하다가 민중의 투쟁으로 쫓겨나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적폐를 척결해야할 문재인 정권은 ‘촛불혁명정부’라 자임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역사적, 구조적 문제를 하나도 척결하지 못했다. 척결하기는커녕 말로는 이런 모순을 해결한다고 나섰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역사적, 구조적 모순 앞에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기에 바빴다.

문재인 정권이 권력을 잡은 지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적폐 중 하나라도 온전하게 해결된 것이 있는가? 대신 남북정상회담과 그 결실인 4.27선언과 평양선언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여전히 국내정치사찰과 천인공노할 프락치공작을 일삼고 있고 국가보안법도 여전히 그대로다.

사드 발사대를 추가 도입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었다. 알량한 최저임금 인상은 산입범위 확대로 줬다가 뺏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영구적 비정규직이라는 무기계약직으로 전락했다. 민간부분 비정규직은 확대일로에 있으며 저임금 초단기 노동자들은 확대되고 있다. 공무원노조,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이며, 노동악법은 그대로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으로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무권리 상태에 있으며, 심지어 노동자들은 여전히 중대재해로 끔찍하게 죽어나가고 있다. 만성적 청년실업은 여전하며 소상공인들의 파산과 불안정성도 여전히 그대로다.

세월호 학살 6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대체 이런 모든 것들이 오로지 미래통합당이나 감옥에 있는 박근혜 탓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권력은 무엇 하러 잡고 총선에서 무슨 명목으로 지지를 요구하는가?

미래통합당은 적폐의 대상이고 민주당은 적폐청산의 주체가 아니라 둘 다 한국사회의 지배계급이다. 이 양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당구조 하에서 본질적으로 한국사회 적폐의 요소들이자 수혜자들이다. 권력에서 쫓겨난 박근혜 잔당, 미래통합당의 부활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겉으로는 대립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그들의 정책과 철학을 계승하여 양당체제의 과실을 향유해 왔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이라는 가장 파렴치하고 추악하고 반동적인 세력들은 민주당과 그 정권의 반노동자성과 반민중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차악’으로 지지하게 만드는 적대적, 비적대적 공존공영의 대상일 뿐이다.

적폐청산을 외치며 권력을 잡은 문재인 권력과 민주당과의 투쟁을 회피하는 것은 도리어 적폐를 온존시킬 뿐이다. 노동자 민중의 자주성을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게 고스란히 헌납하는 길이다.

3. 남의 깃발을 내리고 우리 자신의 깃발을 힘차게 내걸자!

선거와 인물들의 교체로 세상이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환상, 의회주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 의회주의는 의회로 가는 교두보가 아니라 대중의 정치무의식을 조장하고 대중들 자신의 투쟁을 없앰으로써 현 지배권력의 영구적 지배를 강화하고 세상을 변혁하는데 복무해야 하는 진보정당이 운동성과 민중성을 상실케 하여 기존 부르주아 정당의 모습으로 타락시키는 수단이 될 뿐이다.

선거와 국회의석은 그 자체로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선거는 수단이다. 노동자 인민의 자주적 요구를 선명하게 내걸고 이를 선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폭주하는 자본과 그 권력, 제국주의 실상을 폭로, 제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로써 노동자 인민들이 자본주의 계급지배의 본질을 깨닫고 정치적으로 각성하여 결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 기초하여 기존 부르주아 양당체제를 무덤으로 보내버릴 새로운 혁명적 정치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민주당 혹은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이번 4.15총선에서 “한일전” 구호를 내걸고, 미래통합당을 적폐라 규정하여 지지를 구하는 것은 정치적 책략이지만 자신들의 구호로 얼마든지 내세울 수 있다. 그런데 노동자 민중의 요구에 충실해야할 ‘진보정당’ 일각에서 이 요구를 내걸었다는 것은 남의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격이다. 남의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것은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노동자 민중까지 그 깃발 아래 줄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위험하다.

특히 문재인 정권은 통합진보당 해체가 불법적, 무단적으로 이뤄졌고 이에 따라 이석기 의원이 무죄인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석방시키지 않는 강도 같은 권력의 작태를 지속하고 있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기만에서도 이들이 어떠한 술책으로 권력을 독점하려 하고 종북몰이에 편승하는지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민중당은 여기에 편입하려 했으나 그것조차도 배제 당했다. 대신 기본소득당, 실은 구 사회당으로 반조선노동당을 내걸은 바 있고 종북이라는 용어의 창시자들인 반북 개량주의 세력들을 포섭하는 민주당의 정치적 교활함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 될 수 없다. 이번 총선은 한국 대 일본이라는 국가 대 국가의 대립이 아니라 정권과 자본과의 투쟁이다. 이번 총선은 한국사회의 역사적, 구조적 모순을 첨예하게 부각시키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전면에 내건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 아니라 한일의 독점자본과 권력, 미일한 동맹에 공동으로 맞서는 투쟁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한일 독점자본, 그 배후의 미제에 맞서 한국과 일본의 양국 인민들, 더 나아가 미국 인민들과 굳게 손잡고 군국주의 반대, 오키나와 미군철수, 사드철수, 미제국주의 반대 등 노동자국제주의 요구를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

후보전술을 사용하든, 대중투쟁에서든 우리는 다음과 같은 태도와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코로나로 촉발된 전 세계적 자본주의 과잉생산 공황의 도래를 노동자 민중에 대한 대대적 공세로 돌파하려는 정권과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활상의 요구, 법적권리의 확대를 위해 공세적으로 싸워야 한다.

경총은 벌써부터 코로나19를 틈타 ‘쉬운 해고·상속세 인하’ 같은 반인민적, 반사회적, 친자본적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공세를 취하고 있다. 전체 인민이 노심초사하며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에 부심하는 동안 자본가들은 사회의 위기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기들만의 이윤과 탐욕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기업에서는 대량 구조조정공세와 주7일 근무, 주60시간 노동의 연장 공세도 자행되고 있다.

노동자 인민들의 절박한 요구, 노동3권 전면 쟁취! 노동악법 폐기와 노동3권 쟁취! 사회복지의 전면확대, 공공의료의 대폭 확충, 의료인력의 확충!

미군 주둔비 인상반대, 사드철수, 평화협정 체결, 미군철수, 북에 대한 경제봉쇄 철회, 국가보안법 철폐, 국가정보원 등 파쇼국가기구 해체!

이것이 바로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남의 깃발 대신에 내걸어야 하는 우리 자신의 선명한 요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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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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